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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2 16:37

수인물, 느와르au, 타싸 업로드 有
우성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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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 수인(獸人). 그들은 맹수처럼 날카로운 이빨과 강한 손·발톱을 가진 인간으로, 힘이 무척 세고 성격이 사나운 종족이다. 절대 두 주인을 섬기지 않는 충성심과 예리한 직감, 동물적인 감각, 뛰어난 집중력을 갖고 있어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다만 성질이 말 그대로, 소위 개 같아서 쉽게 사회에 융화되는 편은 아니었다. 좀 웃기는 소리지만, 성격이 워낙 사나워 자기들끼리도 툭하면 으르렁대고 물어뜯고 싸웠으므로 맹수 수인의 개체 수는 점점 줄어가고 있었다.

 

명헌이 어린 맹수 수인 개체를 발견한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다. 잘만 구슬려 키운다면 조직에 무척이나 든든한 무기가 될 인적 자원이었다. 기절해있는 아이의 몸에서는 학대받은 흔적 같은 걸 발견할 수 있었다. 낡고 해진 아이의 재킷 주머니에는 르브론 제임스의 얼굴이 박힌 NBA카드와 맹수 수인 등록증이 들어있었다. 명헌은 수인 등록증 사진 속 삐딱한 아이의 표정에서 어쩐지 외로워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우성이라는 아이의 이름과 함께 맹수 수인 등록 번호, 거주지 등의 정보를 읽을 수 있었는데, 어차피 새로 발급받게 할 생각이었으므로 명헌은 그것을 아무도 모르게 숨겼다.

 

기절해 널브러져 있는 아이를 업어서 데려왔을 땐 이렇게까지 사나우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앳되고 귀여운 얼굴과(물론 잠든 얼굴이었다) 상반되는 큰 키와 다부진 어깨가 제법 맹수 수인답기는 했지만, 아직 어리기도 했고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었는지 꽤 왜소했기 때문이었다. 아이를 데려오고 몇 시간 후, 부하 한 명이 피가 철철 흐르는 머리를 부여잡고 명헌에게로 달려왔다. 잠에서 깬 어린 맹수 수인이 거세게 반항하고 있다고 했다. 명헌이 올라가 보니 과연 아이를 가둬둔 방에서는 물건이 부딪히고 깨지는 소리와 비명이 함께 들려왔다. 명헌은 방문을 가리키며 부하에게 물었다.

 

"지금 아이가 혼자 있나용."

"예. 보시다시피 극도로 예민한 상태라서… 어느 정도 진이 빠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어떨까요. 지금 들어가면 다치실 겁니다. 이미 한 세 명 정도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 중인-."

"저러다가 아이가 잘못되면 어쩌려고용. 빨리 달래줘야지용. 얼마나 겁이 나겠어용."

 

명헌은 한숨을 한 번 쉬고 방문을 열었다. 방 안은 완전 난장판이었다. 애초에 별것 없는 방이었지만 죄다 깨 부서지고 찢어발겨져 있었다. 어린 맹수 수인은 거칠게 숨을 쉬며 벽에 바짝 붙어 명헌을 노려보고 있었다. 혼자 난리를 치는 와중에 자해도 했는지 얼굴 곳곳에서 상처와 핏자국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상처 입은 짐승 그 자체였다. 아이의 독기 서린 커다란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안녕. 우성… 이라고 했었나. 그렇게 성질부리면 안 힘들어용? 괜찮아. 이리 와용."

"꺼져. 가까이 오지 마!"

"괜찮아. 이리로 와. 착하지용."

"꺼지라고 했잖아!"

 

우성은 하악질을 하며, 가까이 다가간 명헌을 손톱으로 할퀴었다. 명헌의 얼굴에서 손톱에 긁힌 자국대로 피가 맺혀 뚝뚝 떨어졌지만, 명헌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자세를 낮추고 우성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무서웠지용. 낯설고 죄다 모르는 사람뿐이고. 지금도 얼마나 무서울까. 걱정 마. 다 괜찮아질 거야. 여기 다들 우성이를 걱정하고 있으니까…"

 

명헌은 거세게 반항하는 우성을 품에 안았다. 응, 알아. 미안해. 괜찮아… 아이가 발버둥을 치면서 명헌이 많이 다쳤지만 그럴수록 더 세게 끌어안았다. 한참을 반항하던 우성이 점점 몸에 힘이 빠지는지 씩씩거리며 명헌의 품에 풀썩 쓰러졌다. 명헌도 기진맥진한 건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어린 아이여도 맹수의 수인이었다. 둘 다 엉망진창이 된 채로 숨만 몰아쉬었다. 명헌은 힘없이 웃으며 상처투성이가 된 우성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이렇게 예쁜 이마를 어디다 부딪혀서 망가뜨렸어용. 상처를 너무 많이 내놔서 치료도 오래 걸리겠네용."

"나 만지지 마! 이상한 말투..."

"버릇 없어용. 맹수 수인들 성질머리가 더럽다고는 들었지만… 쉽지 않겠네용."

"씨… 머리 쓰다듬지 마!"

 

우성이 명헌의 손을 매섭게 쳐냈다. 아까보다는 약해진 반항에 명헌은 귀엽다는 듯이 한쪽 눈썹을 까딱였다. 치료하는 김에 검진도 싹 받아볼까용. 우성, 주사 맞아본 적 있어용? 우성은 순간 겁먹은 표정을 짓고 명헌의 품에서 빠져나가려 시도했다. 우성이 주사 무서워하는구나. 아까는 엄청 씩씩해보였는데용. 명헌은 우성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꽉 안으며 놀리는 투로 도발했다. 우성은 멈칫했다. 정말 모든 행동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단순하고 순진한 맹수 수인이었다.

 

"그딴 거 하나도 안 무섭거든?"

"에이, 무서워하는 것 같은데용…"

"이 망할 아저씨가. 나 주사 백 번도 넘게 맞아봤어! 알지도 못하면서…"

 

그럼 지금 바로 주사 맞으러 가도 괜찮겠네용. 아저씨, 라고용… 이래 봬도 명헌은 아직 대학생이었다. 망할 꼬맹이. 버르장머리를 고쳐놓는 주사는 없으려나. 명헌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우성은 호승심에 가득차 지금 당장 주사기를 가져오라고 난리였다. 그렇다면 좋으실대로. 명헌은 같은 학교 의대에 재학 중인 친구 낙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

"우성, 많이 아팠어용?"

 

길었던 진료 시간이 끝나자 명헌은 우성을 데리러 진료실로 들어갔다. 워낙에 상처가 많았어서 그랬는지 온 몸이 붕대 투성이었다. 우성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이었지만 입술을 꾹 다물고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아가야~ 이렇게 군데군데 다쳐오면 치료하기 귀찮으니까 다음부터는 다친 부위 그냥 톱으로 잘라내버릴게? 의대생이라는 놈은 다치지 말라는 소리를 살벌하게도 했다. 그 말을 들은 우성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정말 버르장머리를 고쳐놓는 주사라도 맞은 건지 우성은 병원을 떠나면서 낙수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하지만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누군가의 비위를 맞춰본 적 없는 명헌에게는 참 곤란한 상황이었다. 아이를 달래는 방법 같은 걸 알고 있을 리 없었다.

 

"우성이가 형한테 화가 많이 났네용. 형 용서해주면 안될까."

"…"

"형이 어떻게 풀어줄까용."

"…"

"우성이 주사도 잘 참고 너무너무 기특해서 형이 선물 사주고 싶은데, 허락해줄래용? 요즘 어린 애들은 뭘 좋아하나. 우성이 농구 좋아하나용? 형은 르브론 제임스를 좋아해용."

 

놀란 우성의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아이라고는 하지만 정말 너무 쉬운 녀석이군. 집에 들어가면 우성의 주머니에 들어있던 르브론 제임스 카드부터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헌의 입에서 우상의 이름을 듣자 경계심이 풀어지고 호감도가 상승했는지 태도가 급격하게 공손해졌다. 그치만, 오늘은 내 생일도 아닌데요. 그리고… 우성은 진심으로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선물을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명헌은 우물쭈물하는 우성을 나이키 매장 안으로 밀어 넣었다.

 

"우성이는 오늘부터 형의 사랑스러운 충견이니까, 이런 꼴로 다니는 거 용서 못 해용. 일단 우성이가 농구를 좋아한다니 에어조던부터 시작해볼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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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부의 아들인 명헌은 조직에서 관리하는 대저택 중 하나에서 살고 있었다. 명헌이 주워온 우성도 명헌을 따라 자연스레 대저택의 본채에서 살게 되었다. 어린 맹수 수인은 명헌의 과보호 아래에서 잘 자라 몇 년 사이 덩치가 명헌보다 훨씬 큰 성체가 되었다. 조직 생활에도 잘 적응해 이제는 꽤 실질적으로도 명헌에게 도움이 되곤 했다. 

 

어느 늦은 밤, 누군가 명헌의 방문을 노크하더니 조심스레 열었다. 명헌의 허락이 떨어지기 전에 명헌의 방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조직의 보스와 간부인 아버지, 그리고 우성뿐이었다. 침대에 기대어 독서를 하고 있던 명헌이 상체를 일으켰다. 살짝 열린 문 틈 사이로 문짝보다 큰 우성의 모습이 보였다. 

 

"우성이 무슨 일이에용."

"형… 나 몸이 안 좋은데 같이 자면 안 돼요?"

 

명헌이 이불을 걷으며 오라는 손짓을 했다. 우성은 금방 신난 표정이 되어 명헌의 침대로 뛰어 들어갔다.

 

"이리 와용. 몸이 어떻게 안 좋은지 말해봐용."

"머리도 아프고, 몸살 기운 있는 것처럼 몸이 뜨겁고, 그냥 전체적으로…"

"낙수한테 갈까용?"

"싫어요!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요…"

 

우성은 이제 제 몸집의 절반밖에 안 되는 낙수를 여전히 무서워했다. 어릴 때부터 허구한 날 주사 같은 것을 들고 겁을 주며 놀렸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낙수는 우성을 만나면 덩치가 너무 커다래졌다며 키 축소 수술을 받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빈정댔다. 김낙수 나름대로의 애정표현이라면 애정표현이었다.

 

"형이 내 체온 조금 가져가주면 될 것 같은데… 이렇게 하고 자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우성은 커다란 덩치를 한껏 구겨 명헌에게 안겼다. 순식간에 침대 위의 공기가 더워졌다. 더위에 약한 우성은 혀를 내밀고 헥헥댔지만 꽤나 만족스러운 자세였는지 바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가 열난다고 찾아와놓고 왜 더 열날 짓을 하는 건지. 명헌은 너무 더워서 우성을 침대 밖으로 쫓아내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다시 올라오라고 할 때까지 불쌍한 표정으로 낑낑댈 것이 뻔했다. 명헌은 포기했다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으, 무겁고 따끈따끈해용. 숨 막혀… 자다 숨 막혀서 죽으면 우성이 때문이에용."

"치이. 나 그렇게 안 무거워요."

"무거워. 미친놈아…"

 

우성의 말대로, 우성의 체온은 평소보다 조금 높은 것 같았다. 하지만 원래도 맹수 수인들은 사람보다 높은 체온을 가지고 있었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평소대로 어리광을 부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무겁다는 말에 샐쭉하게 입술을 삐죽거리더니 그 모습을 본 명헌이 웃자 금세 해사하게 따라 웃었다. 형아, 나 뽀뽀할래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억센 손으로 명헌의 턱을 잡아 고정하고 제 혀를 밀어넣었다. 흔히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애견과 주인의 뽀뽀라고 보기엔 다소 민망하고 격렬했다. 언젠가 우성과 함께 넷플릭스 드라마를 시청하는데 주인공 커플이 키스하는 장면을 보고는 우성이 저건 뭐냐고 물어왔다. 응, 뽀뽀예용. 하지만 형이랑 내가 하는 뽀뽀랑은 다른데요.(이때까지는 입술만 맞추는 정도의 가벼운 입맞춤만 해왔다) 음… 저건 더 성애적인 표현인데, 연인처럼 서로 호감가고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저런 식으로 애정과 욕망이 더 드러나는 형태로 하기도 해용. 나도 형 사랑하는데! 나도 앞으로는 저렇게 할래요. 딱히 안 된다고 할 구실을 찾지 못해 어영부영 허락했더니 이제는 꽤 야하고 질척이는 키스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주제에, 형 안에 혀 넣는 거 기분 좋아요. 형은 입 안이 왜 이렇게 좁아요. 따위의 소리들을 잘만 뱉는 것이 배덕감과 짜릿함을 선사해 명헌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

그것이 발정기의 신호였는지 명헌은 미처 알지 못했다. 새벽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이성을 잃은 우성이 명헌을 탐하고 있었다. 맹수 수인의 발정기는 거의 삼 일 밤낮 계속되었다. 정우성도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보였지만, 이명헌도 마치 약에 취한 사람처럼 내내 몽롱한 상태였다. 돌이켜 기억을 더듬어봤을 때 거의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이상한 상태였다. 주말 내내 방에서 나오지 않는 명헌과 우성을 이상하게 여긴 조직원이 명헌의 방문을 열어보지 않았으면 진심 그대로 죽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명헌은 놀란 조직원들의 소란과 명헌을 부르는 우성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득해지는 와중에도, 조직원 아무나 붙잡은 뒤 우성이를 혼내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는 정신을 잃어버렸다.

 

눈을 뜬 명헌은 일어나자마자 우성이부터 찾았다. 머리 맡에 있던 부하는, 우성은 지금 다른 건물에 감금되어 있으며 이제부터 본채에는 출입하지 못하게 하고 별채에서만 생활하도록 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고 했다. 부친인 간부께서 단단히 화가 나셨다는 말도 덧붙였다. 명헌은 이미 듣고 있지 않았다. 우성은 약간의 분리불안 증상이 있었다. 아마 명헌을 못 보는 동안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었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명헌은 벌떡 일어나 우성이 수감되어 있다는 별채로 향했다. 

 

우성은 별채의 지하 감옥에 갇혀있었다. 힘없이 벽에 기대 앉아있던 우성이 계단을 내려오는 명헌의 발소리를 인지하자 자리에서 튀어오르듯 일어났다. 쇠창살을 마구 흔들며 명헌을 애타게 불렀다. 명헌도 다급하게 우성의 이름을 불렀다.

 

"우성아…!"

"형… 형아, 미안해요. 나 때문에 형이 많이 아파서…"

"나는 괜찮아용. 나보다는 우성이가 더 걱정이에용."

 

명헌은 쇠창살 너머로 우성의 상태를 살폈다. 모질게 매를 맞았는지 우성은 온 몸이 상처투성이였다. 혼내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명헌은 입술을 깨물며 철창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명헌이 더 가까워지자 우성은 철창에 매달려 엉엉 울며 말했다. 

 

"사랑해요. 너무 좋아해서 그랬어요. 나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형아를 너무 좋아해요…"

"알아용. 우성이 마음 잘 알고 있어용."

 

명헌은 철창 안으로 손을 넣어 흘러내리는 우성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렇게 보면 영락없는 애기인데. 삼 일 밤낮 자신을 게걸스럽게 탐하던 짐승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형, 이거 열어주세요. 여기 싫어요. 앞으로 형한테 손대지 않을게요. 약속할게요. 나 여기에 계속 있어야되는 거 아니죠? 우리 집으로 갈래요… 우성은 처음 만났던 그날처럼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명헌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화가 난 아버지는 아무리 명헌이라도 설득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우성이 발정기였다고는 해도, 명헌을 겁탈한 건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본인을 범한 맹수와 다시 한집에서 지내게 해달라고 말하기 위해 들만한 타당한 근거 따위는 어디에도 없었다.

 

"나도 우성이 이 곳에서 지내는 건 싫지만… 당분간은 모르겠어용. 맹수 수인은 마킹한 상대가 완전히 임신한 것을 인식할 때까지 간헐적으로 발정기가 계속 된다고 하니까… 우성이의 본능이 또 나를 해하려고 할지도 몰라용."

"안 그래요. 안 그럴게요. 제발… 이 손톱이랑 송곳니랑 어금니 전부 뽑아버릴게요. 나를 묶어놓고 지내면 되잖아요. 형이랑 다른 공간에서 사는 건 싫어요…"

"어떻게 그런 짓을 해용. 우성아, 너무 불안해하지 마. 매일 만나러 올게. 떨어져 살게 돼도, 우성이는 영원히 내-"

"싫어요! 그런 말 하지 말아요. 형이 나 이곳에 데려왔잖아. 그럼 나는 형이랑 같이 사는 게 맞는 거잖아. 왜 그런 말을 해."

"우성이 이제 다 컸으면서 왜 이렇게 어리광을 부릴까. 형이 금방 우성이 짝을 찾아줄게용. 그럼 발정기도 괜찮아질 거고..."

 

순간 우성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울음기가 가득해 떨리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웃기지 마. 내 암컷은 내가 찾아. 그리고 그게 누군지 당신은 이미 알고 있잖아요. 왜 모르는 척 해?"

 

우성은 쇠창살을 잡아 뜯어버릴 기세였다. 정말 맹수같은 눈빛으로 명헌을 노려보고 있었다. 명헌은 우성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방심하거나 시선을 돌리는 순간 바로 목덜미를 물려 잡아먹힐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까 이상하잖아. 그치? 발정기에 내 암컷이랑 교미했을 뿐인데 그게 왜 문제야?"

"이 은혜도 모르는 못된 짐승 같으니… 입 안 다물어용?"

"이미 형 배 안에서 내 새끼가 자라고 있을 걸? 형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다리 벌려서 내 씨물 다 삼켰잖아. 형이 머리 속까지 내 정액으로 가득 채워달라고 졸라서 그렇게 해줬잖아."

"시끄러워! 내, 내가 그랬을 리 없어. 우성은 내 충견일 뿐이에용."

"그 충견한테 안겨서 팔도 두르고 다리도 감아서 암컷처럼 절정한 주제에, 부정할 생각하지 마요."

"입 닥쳐!"

 

큰 소리가 오고가자 조직원들이 무슨 일이냐며 달려 내려왔다. 화가 잔뜩 난 명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하감옥을 빠져 나왔다. 뒤에서 계속 명헌을 부르는 우성의 울음섞인 처절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깨끗하게 무시했다. 당분간은 망할 정우성을 찾지 않을 생각이었다.

 

다음 날 아침, 별채에 있던 부하 한명이 헐레벌떡 달려와 명헌에게 보고했다. 우성이 손톱을 뽑고 자해를 하는 도중 출혈이 심해 기절해버려 병원으로 이송 중이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