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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22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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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노부유키. 109호. 얜 뭔데 혼자 방을 쓰는 거야? 기숙사 사감인 마치다는 방배정 명단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여보세요? 여기 남자 기숙사 본관인데요. 109호에 학생 한 명만 입실인 거 맞나요?

사감 일을 한지 3년이 됐지만 그 누구도 혼자 방을 쓰진 않았다. 수화기 넘어에서 '스즈키 학생은 그렇게 됐다.'는 다소 알 수 없는 답변이 들려왔다. 전화를 끊고 시계를 보니 입실 완료 시간인 오후 1시가 훌쩍 지나있었다. 어떤 놈이 이렇게 규칙을 안 지키나 낯짝 좀 봐야겠단 마음으로 점심 식사를 포기했다. 하지만 3시가 됐을 땐 초콜릿 따위로 달래질 허기가 아니어서 결국 메모 한 장만 붙여놓고 식당에 달려갔다.

'스즈키 학생, 입실하면 2층에 있는 사무실로 가서 열쇠 받으세요.'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고 부랴부랴 다시 기숙사로 돌아왔을 때, 한 남자가 배짱도 좋게 기숙사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학생. 여기 금연이에요.
-아, 내 방 문에 쪽지 붙인 사람이에요?
-109호...?
-2층 가니까 사무실 문 잠겨있던데요.
-그럴 리가...

아, 깜빡했다. 사무실 직원이 오늘 4시에 퇴근한다고 미리 얘기했었는데.

-아, 미안해요. 뭔가 착오가 있었나 봐요. 따라 오세요.
-학생이에요?
-보면 몰라요? 사감처럼 생겼잖아요.
-사감처럼 생긴 건 뭐예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며 노부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마치다는 3년 내내 깐깐한 그 사감, 재수탱이 사감이라는 말을 들어왔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를 '사감처럼 생긴 놈'이라고 생각했다.

-문에 쪽지 붙인 사람 나인 거 어떻게 바로 알았어요?
-글씨가 예뻐서요.
-네? 그게 무슨 상관이죠.
-보통 예쁘고 잘생기면 글씨도 잘 쓰더라고요.
-그런 게 어딨어요. 그럼 스즈키 학생도 잘 써요?
-아, 저 잘생겼어요?

말렸다. 마치다는 답지 않게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눠 버린 게 창피해서 말없이 사무실 문을 열었다. 109호 열쇠를 찾아 건넨 뒤 기숙사 규칙이 빼곡히 적힌 종이를 새로 프린트 했다.

-스즈키 학생은 방을 혼자 쓰니까 더욱 조심해 줘요. 혼자 지내다 보면 배려 없는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되거든요. 방음도 잘 안 되니 특히 소란스럽게 하지 말고요. 그리고 담배, 절대 안 돼요. 기숙사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피고 와요.

종이를 받자마자 읽는 시늉도 하지 않고 반으로 접는 모습을 보며 한쪽 눈썹이 슬며시 올라갔다. 언제까지 고집쟁이 도련님 행세를 하나 보자. 내가 버릇을 고쳐주지. 명문대 기숙사 생활이 만만한 줄 알아?

-참, 그런데 어쩌다 방을 혼자 쓰게 됐어요? 뭐... 학생이 알 리가 없으려나. 하긴.
-이사장 조카예요.
-......
-외동이라 항상 방은 혼자 썼거든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마치다는 학생이 나간, 예의 없이 문까지 활짝 열어두고 나간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며 안경을 고쳐썼다.





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