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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8 22:33
태섭이가 결혼식 성대하게 하겠다고 고집 부리는 거 보고싶다


둘이 꽤 오래 연애하다가 결혼하는데 결혼한 거 아는 사람도 별로 없을 정도로 조용하게 했었음. 대만이는 어쩌든 상관없어해서 전적으로 사생활에 예민한 태섭이 뜻대로였을 거임. 둘 다 유명인이니까 사귄다더라 결혼한다더라 하고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가십거리로 소비되고 싶지 않은 마음에 한 선택이었음. 둘은 롱디하면서 각자의 삶에 충실했고 결혼식은 가족 몇 명만 불러 치른 뒤 각각 한국에서 미국에서 또 열심히 살았음.

그리고 먼저 이혼하자고 말한 건 정대만 쪽이었음.

태섭아,사랑해.

근데 왜 이렇게 외로운지 모르겠다.
연애할 때보다 지금이 더 외로워. 서류에는 기혼이고 손에는 우리 결혼 반지가 있는데...여전히 난 혼자 살고.
말하지 마. 그러길 바라서 하는 말 아니야. 너 여기서 지금 얼마나 잘 뛰고 있는데 그걸 포기하면 대체 누가 행복해지겠냐.

...형이 미안해. 너도 마찬가지일 텐데...여전히 내가 더 약한가 보다.


어쩐지 시즌 끝나자마자 무리해서 보러 온다 했지. 쓸데없이 경우가 있어서는, 이혼하자는 얘기를 하러 열 시간 넘게 날아왔구나.
혹시나 경기에 지장이 갈까 봐 일정을 물어물어 온 것도, 헤어지자고 하는 주제에 울지 말라고 안아 주는 것도 너무 원망스러웠음. 지치게 했다는 거 알지만 조금만 더 버텨줄 수는 없었는지.

그렇게 둘은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고 선후배 사이로 돌아감. 귀국 준비를 하는 와중에 물끄러미 보고만 있는 시선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어색하게 웃으면서

"결혼식...크게 했으면 부끄러울 뻔했지?"
아는 사람도 별로 없겠다 반지만 없어지는 거지 금방 적응될 거라고 제 딴에는 긍정적인 소리 내놓음.

그렇게 몇 년 뒤 NBA에서 커리어 하이를 찍고 적절한 때 은퇴를 선언한 송태섭 뒤도 안 돌아보고 귀국함. 미련 한 점 안 보이는 빠른 귀국에 동료들도 송이 내심 고향이 많이 그리웠던 모양이라고 안쓰러워하지만 진짜 그리워하던 건 따로 있겠지...
돌아오자마자 주변인 족쳐서 정대만 새 남자 있는지 없는지부터 확인하고 미친놈처럼 들이대는 송태섭
온갖 태연한 척에 눈물바람에 애원에 추억 얘기로 정대만 정신 못 차리도록 들볶아서 기어이 재결합 승낙 얻어내는데

그러고선 우리 이제 나이도 있고 재혼이니 조용히 진행하자는 정대만 말 개같이 씹고 당장 알아둔 양국 초호화 웨딩플래너들한테 전화 싹 돌리고 청첩장을 건물 높이만큼 뽑고 백화점 인수할 기세로 명품관 털고 다니는 송태섭...이번엔 결혼반지가 세기의 반지라고 뉴스에 나올 정도로 화려하게 준비해서 정대만 당황스럽게 함.

야 태섭아 뭘 그렇게까지 하려고 해...하고 말리는데 송태섭 이 꽉 물고 형은 내 마음 몰라요. 눈물 그렁그렁해져서 식겁한 정대만이 알았다고 너 하고 싶은 대로 하자고 하게 만들겠지

그렇게 한국에서 한 번 미국에서 한 번 온갖 난리를 쳐가며 화려하게 두 번째 결혼식 치르고 신혼집에 서로 기대 앉아서 tv 보다가 태섭이 문득 나직하게

"이제 우리 결혼한 거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요."

하더니 말없이 정대만 품 파고들어 숨 막히도록 껴안음.
정대만 얘가 갑자기 무슨 소린가 하다가 울컥해서
그래 이젠 남들 보기 부끄러워서 못 헤어지겠다 말해주고 한참 커진 등이나 달래듯이 쓸어내려 줘라





태섭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