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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7 10:41
업보 쌓아가는 양호열 보고싶다..


정대만이 양호열을 좋아한다?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앎
어찌나 티를 내고 다니는지 호댐이랑 1분만 같이 있어도 자연스레 알게 되겠지

근데
양호열이 정대만을 좋아한다?
흠.. 이건 글쎄..?
그렇다고 안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애매한데.. 싶겠지


"호열아. 너 오늘도 정대만 바람맞췄어?"

"응? 아니야. 그냥 약속을 정확히 안 한 거지."

"그거나 그거나.. 너 그러다 진짜 후회한다."

"하하."


이렇게 백호군단이 대놓고 경고를 할 정도로 양호열은 애매모호한 태도를 고수함
사실 맞긴 함
양호열은 정대만이 만나자고 했을 때 "글쎄요..? 그 때 되어봐야 알겠는걸?" 이라고 말한 죄 밖에 없단 말이야
그걸 확실히 약속이라고 생각한 건 정대만 잘못 아닌가?

뭐, 그렇다고 양호열이 정대만을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야
그냥. 그냥 마음을 다 주고 싶을만큼 좋아하진 않는 거지 좋아하긴 해
자기만 보면 좋다고 티를 내지 못해 안달인 사람을 어떻게 안 좋아할 수가 있겠어
그런데 조금 우월감이 드는 거지 뭐
저렇게 좋은 티 다 내는 건 좀 자존심 상하기도 하고?
정대만이 어디까지 참아줄지 궁금하기도 하고.


"..양호열.. 토요일에.. 바빴어..?"

"음. 토요일? 아뇨? 집에 있었는데."

"...그럼 왜.."

"왜요? 설마 나 기다렸어?"

"..."

"에이. 내가 시간 되면이라고 했잖아요. 약속 확실히 잡은 것도 아닌데 왜 기다려요."

"..."

"미안해요, 응? 다음에 데이트 해요."

"응..."


이렇게.
당신은 결국 아무 말 못하고 날 받아주겠지.




하루는 또 이런 날도 있었어
우연히 지나가다가 양호열의 고백받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 거지
물론 양호열은 거기에 정대만이 있는 걸 알고 있었고.
정대만은 양호열이 무슨 말을 할까 두려워서 결국 자리를 뜨고 말았음
그리고


"너.. 아까.."

"아까? 아까 뭐요?"

"...아니다."


이렇게 궁금해서 미치겠단 얼굴로 안절부절 못하는 주제에 겁은 많아서 제대로 묻지도 못하고.
양호열은 정대만의 이런 얼굴이 귀여웠어.
만족스러웠고.
그런데 너무 애태우면 안 되니까.


"아~ 아까 고백받은 거 말하는 거예요? 대만군 거기 있었어요?"

"...어.."

"왜요? 내 대답이 궁금해?"

"..."

"음.. 생각해본다고 말했어요. 우리 사귀는 거 다들 모르잖아. 바로 거절하면 상처받을 것 같고."

"..."

"아, 물론 당연히 거절할 거예요. 그렇게 울 것 같은 얼굴 하지 마요."



이렇게 조금만 애태워야지.
하하. 귀여워.






"대만군. 우리 토요일에 만날까요?"

"뭐? 진짜?!"


뭐야.. 엄청 좋아하네..


"응. 토요일에 점심 같이 먹어요."

"좋아!!"


정대만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고개를 끄덕임
양호열은 정대만의 이런 눈이 참 좋았어
올곧게 자신만 바라보며 좋아한다고 외치는 그 눈이.

하지만..



"어..? 벌써 가려고?"

"응. 점심 같이 먹자고 했잖아요."

"우리 만난지 아직 두 시간도 안 됐는데.."

"미리 말 못해서 미안해요. 내가 뒤에는 약속이 있어서."

"..."

"아직 덜 먹은 거예요? 그럼 천천히 먹고 가요. 계산은 내가 하고 갈게."

"어..."

"대만군. 내가 좋아하는 거 알죠?"

"..."

"월요일에 봐요."


그날 양호열은 기분이 참 좋았음
정대만의 실망하는 모습이 퍽이나 귀여웠거든.

이번에는 좀 너무했나. 월요일에는 좀 더 잘해줘야겠다.

물론.. 약속 같은 건 없었지
그냥 백호군단이 심심하면 가는 빠찡코에 간 거였음


"어? 호열이 너? 대만군 만난다고 하지 않았어?"

"응. 만나고 왔지."

"벌써?"

"점심만 같이 먹기로 했는걸."

"와.. 너 진짜 성격 나쁘다. 대만군한테만 왜 그러냐."

"뭐가? 점심만 같이 먹자고 만난건데?"

"참... 몰라. 알아서 해라."


하지만 우월감에 취한 양호열은 몰랐을 거임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어떻게든 살 방법을 찾아낸다는 걸.
그래서 상처받아 너덜너덜해진 정대만의 마음이 더 이상 아프지 않기 위해 조금씩 기대를 덜어내고 있었다는 걸..

정대만은 처음으로 양호열의 애매한 대답에 포기를 해봤어
어? 그랬더니 이제는 마음이 아프지 않더라고?
양호열의 말이 맞았어.
확실한 약속이 아니었으니 기다리지 않았으면 되었을 일인데. 그러면 이렇게 마음이 아프지 않을걸.
바보같이 왜 기다렸을까.


"..대만군."

"어?"

"왜 안 물어봐요."

"뭘?"

"토요일.."

"아. 그거? 니가 시간 나면이라고 했잖아. 연락 없길래 만날 생각 없나보다 했지 뭐."

"..."

"아니야?"


본래 파이터 양호열은 본능이 뛰어난 사람이었어
그런데 왜. 왜 여기서는 위험하다는 신호를 무시했을까.
정대만의 태도 변화에 조금만 더 신경쓸 걸.
그깟 자존심 조금만 내려놓을 걸.

그랬더라면...


"이제.. 이제 내가 싫어졌어요?"

"야, 야.. 왜 울고 그러냐.."

"싫어졌냐구요!"

"뭐?! 아니야. 좋아하지. 좋아해."

"그런데 왜.. 왜 이제 나 안 기다려요? 왜 아무것도 안 물어봐요?"

"너 그런 거 싫어했잖아."

"난 싫다고 말한 적 없잖아요!"

"..호열아. 굳이 말로 안 해도 느껴지는 게 있어.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널 좋아한다는 이유로 너무 귀찮게 한 것 같아서. 좀 더 빨리 알아챘어야 했는데. 미안하다."

"뭘 빨리 알아채는데요."

"너 나 안 좋아하잖아."


양호열은 여기서 정신이 아득해졌겠지

내가 계속 말했잖아
좋아한다고 했잖아
내가 당신을 안 좋했으면 왜 그런 귀찮은 일을 했겠어
그냥 조금 우월감을 느끼고 싶었던 거란 말이야
그 정도는 봐줄 수 있는 거 아니었어?


"내가, 내가 계속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에이. 그건 니가 좋은 녀석이니까 그렇게 말해준 거지. 앞으로는 안 그래도 돼."

"좋아한다구요. 좋아한다고, 정대만!!"

"야.. 알겠어;; 알겠으니까 그만 울어라. 응?"


이제는 이렇게 울며 고백해도 믿지 않는 정대만이었겠지..
호열이가 보기보다 마음이 약하네 뭐 이런 생각이나 하며..



호댐 호열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