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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6 01:07
눌릴 거 같다


농구에 있어서는 진지하지만 농구 외의 부분은 의외로 헐렁한 정대만, 대학 들어가서 어쩌다 한 번 얽힌 모브가 질나쁜 놈이었어서 난생처음 남자랑 해보게 되는데 시작부터 ㄱㄱ에 가까운 하드 플레이로 배우게 되겠지 거기다 입까지 싼 놈이라서 주변에 대만이 노리고 있던 남자들한테 소문까지 파다하게 퍼지는 바람에 오는 사람 막을 줄 모르는 허들 낮은 정대만 정신차리고 보면 원나잇한 남자들 두 손가락으로 꼽는 건 불가능한 상태일듯

딱히 누구랑 연애할 목적으로 만난 것도 아니고, 행위가 거세서 그렇지 강제로 당한 것도 아니라서, 대만이는 그냥 자기가 그런 식으로 취급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을 거야
잠자리를 함께 한 남자들이 말하듯, 가볍고 쉽고 헤픈. ㅇㅇ


근데 미국 가 있는 동안 이메일 같은거 주고받을 줄 아는 치수나 준호 통해서 소식이나 듣던 송태섭이 간만에 귀국하는 거지. 고딩때 동창들 만나는 거 오랜만이라 좀 신난 대만이, 반가운 얼굴들 중에서도 태섭이 다시 만나는 순간, 아. 그러고보니 나 쟤 좀 특별했지 하고 어쩐지 눈시울 붉어질 듯. 지금의 생활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나름 고딩때는 순수하게 연애감정이나 좋아한다든가 하는 그런 마음도 꽤 품어봤고, 그 대상이 태섭이였던 거.

스스로도 이렇게 변할 줄 몰랐던 거라 어쩐지 우스워져서, 잠시 밖에 나와 찬바람 쐬다가 따라 나온 태섭이한테 술김에 주절주절 입을 놀린 게 시작이었겠지.

"야, 그거 아냐, 태섭아. 나 예전에... 아주 예전에, 너 좀 좋아했다?"
"..무슨 소리예요, 갑자기."
"웃기지? ...그래도 미국은 나같은 놈 많지 않나? 남자들끼리도 그짓거리 하는.."

태섭이 눈썹 한쪽 올라가며 표정 굳는데, 그거 못본 대만이는 밤바람에 정신 갑자기 훅 들어서 자조하듯 말을 끊었음

"술 김에 별 소릴 다하네. 못들은 걸로 해주라."

그러고 다시 술자리로 돌아가는데, 어쩐지 그때부터 내내 조용한 태섭이일듯. 그리고 만취한 대만이 자연스럽게 자기가 데려다주겠다고 나서서 업고 나오는데, 집 물어봐도 헛소리만 하고.. 자기 묵는 호텔로 데려가야하나 싶은 거. 근데 그때 누군가 아는 척을 하는데, 대만이랑 몇번 잔 적 있는 모브겠지

"정대만, 또 뉴페이스 낚았나 보네. 집도 아직 몰라?"
"뭔데, 넌."
"호수가 뭐더라.. 아, 이거 맞을걸."

하고 슥슥 들고있던 휴지에 메모한 거 주면서 학교앞 맨션촌 주소 부르는데 폼이 너무 익숙한 거야. 좀 충격받은 게 티가 났는지 모브가 웃으면서, 걔네 집 그냥 한 두번씩은 다 들러봐서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고 하는데 그게 그냥 들린 게 아니라는 걸, 자기가 업고 있는 정대만 얼굴 툭툭 치고 가는 모습에 깨달았을 듯.

홀린듯이 정대만 집에 데리고 가서 눕히고 씻기고 주변 살펴보니.. 어제 막 하고 다 안 비운 콘돔 쓴거 쓰레기통에서 발견하고 화장실에 일회용 칫솔들이며.. 여러 사람 손타는 흔적 발견하고 제대로 광공 버튼 눌려버렸으면..


정대만 눈뜨니까 집안 아주 반짝일 정도로 청소되어있어서 어리둥절한데, 심지어 송태섭이 꿀물 타가지고 와서 먹여줌
혹시 또 뭔가 얘 상대로도 실수했나 싶어서 아연한 얼굴보고 태섭이 태연하게 이러면 좋겠다.

"이제, 이 집에 다른 남자 들이지마요. 밖에서도 안되고."
"어엉?"
"남은 이도 다 털리고 싶은 거 아니면 시키는 대로 해요."
"야, 무슨 소리야."
"사귀어 줄 테니까, 바람 피우면 가만 안둔다고."

어라? 하면서 대만이 어제 일을 되돌아보는데, 기껏해야 자기가 좋아했었다고 스치듯 말한 거 밖에 생각 안난단 말이지 (그리고 그게 다이기도 함) 근데 갑자기 사귀어준다느니, 다른 남자 만나지 말라느니 하니까 당황스러운 거. 근데 송태섭 아침되서 맨정신 돌아온 대만이 컨디션 확인하자마자 그대로 달려들어 녹여먹으면 좋겠다.

"야, 너 갑자기 왜...읍..." 하면서 말대꾸 몇 번 못하고 연하의 저돌적인 입맞춤에 그냥 무너지는 정대만... 원래도 쾌락에 겁나 약한데 나름 특별했던 과거의 짝사랑이 이러니까 이도 저도 못하고 무방비하게 다리 다 벌려주겠지. 그럼 그 야하기 짝이 없는 몸뚱아리에 아직도 남아있는, 종종 물어뜯겨 아예 멍든 부분까지 하나 하나 다 뜯어먹듯 자기 자국으로 바꾸는 태섭이...

정신 못차릴 정도로 하루종일 발라먹고서야, '송태섭이 정대만이랑 사귀기로 했고, 정대만은 일단 거부권이 없다.'는 사실을 몸에 먼저 새길 듯.

그리고 핸드폰 내놓으라고 하고 검증안된 연락처 다 삭제하고, 미국 다시 가서도 예전처럼 지내는 꼴 절대 허락못한다며 맹세하게 하고, 며칠 같이 지내는 동안 정신교육 바짝 시켜서 대만이 ??? 하면서도 다 그렇겠다고 다짐하고 약속하는 거.


송태섭이 그 난리치고 미국 가서 매일 전회로 하루 종일 어떻게 보냈는지 묻는데, 정대만 놀랍게도 태섭이가 시킨거 다 지키고 배반할 생각도 못하고 얌전히 그 전화 기다리고 그럴 거 같다. 여태 들이댄 놈은 많았어도 태섭이처럼 명령조로 나만 보라고 시킨 놈 없었던 거. 근데 의외로 대만이는 자기를 이렇게 속박하는 사람에게 안정감을 느끼는 타입이어서, 송태섭 광공 버튼 누른 뒤에 행복 200퍼 맛보면서 집착관리 받겠지..


태섭대만 료미츠 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