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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5 10:52
전편 : https://hygall.com/550836692

명헌은 태섭이 자기 부인으로 들어와 대접받고 있으면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했었음. 그대로 있었으면 쓰러져가는 초가집에서 홀어미와 어린 여동생 먹여살린다고 몸이나 팔았을 걸, 으리으리한 기왓집에 데려와 좋은 밥 먹고 등따숩게 편안한 잠자리에서 자게 해주었으니. 매일 다른 비단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고 모든 손가락마다 반지를 끼고 목에 목걸이를 칭칭 둘러도 뭐라 할 사람도 없어. 꼬질꼬질했던 피부는 매일 따뜻한 물로 씻고 향유를 발라 깨끗하고 따끈하고 좋은 냄새가 나. 이거면 된 거지. 이 정도면 된 거 아닌가? 대체 내게 뭘 더 바라는 거야? 뭐가 부족했기에 나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우성이와 붙어먹은 거야?

그런데, 그게 아니었더라. 태섭이 사라지고 난 뒤 욕심많은 치니 어디 가서 원하는 대로 살고 있겠지 되뇌이면서도 가슴이 허해 자기도 모르게 밤중에 산을 헤매다 발견한 한 쌍의 돌무덤. 그 돌무덤 중 하나 위에 올려져 있던 게 자기가 태섭에게 혼례 때 준 옥가락지란 걸 알아본 순간 명헌은 숨이 턱 막혔음. 고통은 깨달음을 가져왔음. 아니, 깨달음 자체가 고통이었음. 자기가 태섭에게 준 건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 그래서 태섭은 말라가다, 살고 싶어서 우성에게 매달렸다는 것. 그런데 우성도 태섭을 살게 해주지는 못해서 태섭은 자기와 우성의 아이들을 품고도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리고, 그리고 결국 도망하다 아이를 잃었는데도 그 아이에게 줄 수 있었던 건 겨우 혼례 때 받았던 가락지 하나라는 게. 그 모든 게 너무 아팠음.

단순한 연민이라면 이렇게까지 아프지는 않았겠지. 명헌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흐허, 하하, 하 미친 사람처럼 웃었음. 태섭에게 필요했던 건 처음부터 자기 안에 있었는데 그걸 자기가 몰라서 이 지랄이 났다는 게 그저 웃기기만 했음. 웃다가 그 자리에서 무너져 가슴을 치며 끅끅 오열했음. 아아아악!!! 소리를 질러봐도 고통이 가시지 않았음. 사랑도 그대로였음.

한참을 자리에서 뒹굴던 명헌은 동이 트기 시작할 때 바닥에서 일어섰음.

이제는 태섭이 자기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명헌은 태섭을 찾아야 했음. 찾아서 이번엔 자기의 마음이 모두 네 것이다 말해주고 싶었음. 그러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것 같아서. 결국 자신은 어디까지나 이기적이었지만 상관없었음. 태섭도 살기 위해 도망쳤으니 자신도 살기 위해 태섭을 쫓을 뿐임.

어둡게 가라앉은 시선이 돌무덤 위에 놓인 가락지에 놓였다가 이내 지나갔음. 굳게 쥔 손은 잠시 펴지는 듯 했으나 이내 다시 쥐어짐. 무덤 위 가락지는 그대로 둔 채 명헌은 등을 돌렸음.









- 사실 태섭이 임신한 애는 명헌, 우성의 이부쌍생아였음. 태섭이 임신튀하다가 산길에서 구르면서 둘 다 잃음.
- 우성은 명헌이 자기보다는 어른스럽게 태섭을 대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럴 리가...이러고도 아직 업보 남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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