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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4 12:14
보고싶다


태웅이 백호한테 차일 각오로 고백했는데 백호 시비거는 줄 알고 눈에 힘 빡 들어갔다가 고백하는 태웅이 보고 얼타서 버벅거리더니 결국 받아주겠지. 둘 다 남자여자 통틀어 연애는 처음이었기에 그냥 주변에서 하는대로 연애할거 같다. 다들 데이트라는걸 하니까 태웅이도 백호한테 이번 주말에 시간 있냐고 묻고, 백호는 여우 니가 뭔데 내 주말연습을 빼앗냐 하다가


- 네 남자친구잖아. 멍청아.


하면 그제서야 얼굴 새빨개져선 어버버거리다가 어디서 볼까 하겠지. 그렇게 첫 데이트 약속 잡고 태웅이 누나들 손 빌려서 멋지게 차려입고 나갔는데 솔직히 마음 한편엔 멍청이 자식 이걸 데이트라고 인지나 하고있을지 의문일듯. 근데 설레는 건 또 설레는거라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저 멀리서 남들보다 눈에 띄는 큰 키에 빨간머리가 걸어오는거지.

다행히 쟤도 데이트는 데이트라고 생각한건지 평소 입는 져지 대신 자켓에 청바지 입고 오는데 기대한 것보다 훨씬 더 깔롱쟁이라 설레는 태웅이... 백호도 누나들 힘 빌려서 잘생긴 애가 더 잘생겨진거 보니까 좀 마음이 주체가 안되고 떨려서 괜히 툴툴거리면 태웅이가 그러겠지.


- 너야말로 그 옷은 뭐냐. 잔뜩 힘이 들어가선.


원래는 멋지다 해주고 싶었는데 태웅이 백호 앞에만 서면 츤데레 돼서 스스로 좀 때려주고 싶을거 같음. 그리고 역시나 이번에도 굳이 못 할 말해서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사과하려는데, 시비냐? 하면서 아르릉거릴 줄 알았던 백호 우물거리더니


- 그렇게 이상하냐? 호열이는 멋있다고 해줬는데.


해서 태웅이 얼굴 굳으면 좋겠다. 초반엔 양호열을 강백호 옆에 붙어다니는 친구들 중 한명이라고만 생각했고 농최날 이후엔 좀 멋진 놈이라 생각한 것도 사실이겠지. 근데 강백호를 좋아한다고 자각한 이후부터는 영 눈에 거슬리는거지. 친구라는데 하는 행동이나 눈빛이 친구가 많이 없는 태웅이로서도 마냥 친구처럼 보이진 않았거든. 아무튼 태웅이 저 옷도 양호열이 골라준 것 같아 골나서는


- 다시는 입지마. 이상해. 평소 입던대로 입어.


이러고 벌써부터 질투 오지게 하면 백호 그르냐 하다가도


- 그래도 호열이가 우리 중에선 제일 폼나는 놈인데. 내 머리도 처음 만져준 것도 호열이고.


이래서 태웅이 더 이상 백호가 호열이 얘기 못하게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다른 데로 말 돌리겠지.



아무튼 그렇게 첫 데이트 마치고 둘은 순조롭게 연애를 이어갔음. 둘 다 비밀연애하고 이럴 성격은 아니라 다 얘기하고 다니는데 처음에는 너네 둘이??? 하고 놀랐던 송태섭과 정대만 충격받은 얼굴로 얘네 보다가 갑자기 정대만이 그럼 양호...까지 말했다가 태섭이가 입 틀어막아서 간신히 호열이 이름까진 안 나오겠지.

지금도 호열이 체육관 문 앞에서 저렇게 백호 보고 있는데... 연습하던 백호가 손 흔드니까 같이 손 흔들어주는 모습이 평소와 너무 다를게 없어서 태섭이랑 대만이 좀 찜찜한 기분일거 같음. 자기들고 양호열을 잘 아는건 아니지만 확실한 건 양호열이 강백호를 좋아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여기서 강백호 하나뿐이겠지.

그렇다고 아예 자기 사랑을 단번에 포기할 만한 애도 아니잖아. 농최날 때 본 양호열의 눈빛은 가지고 싶은걸 두고 쉽게 포기할만한 남자의 것은 아니었음. 그걸 알고 있는 두 사람은 좀 걱정스럽게 태웅이랑 호열이 번갈아 보는데 태웅이도 딱히 신경쓰는 기색도 아니고 호열이야 뭐 평소처럼 백호만 보고있으니 뭐 셋이 알아서 잘 하겠거니 싶어 연습이나 하겠지.



어쨌든 백호랑 태웅이 사귀면서 뭔가 많이 달라진 건 없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전과 똑같진 않을거야. 여전히 멍청이 여우자식 하면서 아르릉으르렁거리고 투닥투닥 싸우고 화를 내도 예전과 다르게 태웅이가 밥먹으러 가자거나 놀러가자거나 하면 백호도 입 삐죽내밀면서도 좋다고 따라가고. 둘 다 농구 좋아하니 주말엔 만나서 농구도 하고 데이트도 하고 백호 애인 생기면 소원이라던 등하교는 어차피 농구부 끝나는 시간이 같았으니 늘 함께 하겠지.

이렇게 보면 별로 달라진 게 없어보이지만 예전엔 그 자리에 양호열이 있었다면 지금은 태웅이가 있는게 가장 큰 차이겠지. 늘 호열이랑 함께하던 등하교길엔 이젠 태웅이가 있었고, 그렇게 나란히 걷다보면 어느새 백호 집이라 백호가 해준 저녁밥 먹고간 적도 수두룩할거고. 주말 아침엔 호열이 깨워서 같이 연습하던거 이제는 태웅이랑 원온원하는 걸로 바뀌어 있겠지.

태웅인 이런 생활이 매우 흡족했음. 생각보다 양호열은 그리 거슬리게 굴지 않았지. 애인은 애인이고 친구는 친구인가. 싶을 정도로 백호가 태웅이를 애인이라 소개하자마자 깔끔하게 원래 자기랑 하던 것들을 태웅이가 차지해도 별 말 없었지. 오히려 백호가 부활동 끝나고 혼자가려는 호열이한테


- 너도 같이 가자. 호열아. 우리 오랜만에 전골 해먹자.


하면 호열이 벌써 힘줄 서있는 태웅이 한번 흘낏 보더니 웃으면서


- 미안. 백호야. 아르바이트 있어서 안 되겠다. 전골은 다음에 먹자.


이래서 태웅이 딴에는 제법 눈치있는 놈이군. 했겠지. 아무튼 그렇다고 해서 양호열이 아예 백호랑 멀어진 건 아니고 볼때마다 여전히 옆에 붙어있고 여전히 챙겨주는 것 같았음. 자기는 다른 반이었지만 강백호랑 양호열은 같은 반이기도 했고 워낙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 하니 뭐 친구로 생각하면 납득할만한 거리였지.

어차피 멍청이는 내꺼고 놓아줄 생각따윈 없으니 태웅이는 딱히 불안하진 않았음. 다만 요새 들어 고민이라고는 멍청이가 생각보다 스킨십을 부끄러워한다는 거였지. 애인이 친구랑 다른게 뭐겠어. 일단 만질 수 있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거잖아. 태웅이 그쪽으론 전혀 관심없다가 멍청이 좋아하고 난 이후부터는 자연스럽게 그런 쪽도 생각하겠지.

그리고 멍청이도 당연히 그럴거라고 생각해서 언젠가 분위기 잡혀서 키스하는데 태웅이 그날 세상 다 가진 것처럼 기분 째졌을거야. 이런 좋은걸 모르고 살았다니 세상 억울할 지경이었지. 그리고 멍청이도 좋았던건지 한동안 멍하더니 그 다음부턴 답지 않게 쭈뼛거리다가 갑자기 저를 보면 도망치고는 하는 일들이 생겼지. 태웅이 갑자기 자기 보자마자 가던 길 돌려서 모른 척하는 백호 보고 열받아서 왜 자기 피하냐고 했다가 백호가 얼굴 새빨갛게 물들이면서


- 부끄럽다고. 이 여우자식아!


이러는거 듣고 존나 만족스러웠을거 같음. 그냥 멍청이일때 강백호도 좀 귀여운 데가 있었지만 연인 강백호는 진짜 귀여움을 인간화한 존재같았거든. 아무튼 그뒤로도 별 탈없이 둘은 잘 사귀고 있었지. 같이 밥먹고, 같이 운동하고, 데이트도 했다가 틈나면 키스하고. 아직 백호가 주저해서 그 위까진 가지 않았지만 태웅이는 백호랑 그 이상도 언제든 할 생각이 만땅이었음.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백호 집에서 분위기 타다가 키스 이상까지 진도 나갔을땐, 태웅이 약간 제정신이 아니었을거 같음. 태웅이도, 백호도 처음하는거라 아주 완벽하게 하진 못했을거야. 특히나 태웅이는 받아들이는 쪽의 입장까지 생각하기엔 여유가 없어서 좀 자기멋대로 한 면이 없지 않았겠지. 그래서 끝나고 백호한테


- 너 괜찮냐?


하고 묻는데 백호 좋긴 좋은데 아픈것도 사실이라 움 좋았다 라고만 말해줄거 같음. 그리고 태웅이 이런데는 좀 무심한 면이 있어서 그 말만 믿고 백호 뒷처리나 보이는 데 자국 남기는거 신경 잘 못 써줄거 같음. 그래도 백호랑 하는게 너무 좋고 멍청이도 갈수록 정신놓고 좋아하는거 같으니까 만족하겠지.

둘은 성격만큼이나 불같이 붙어먹을거 같음. 간질간질한 말이나 하기 전에 긴장을 풀어주는 농담같은건 할 여유도 안 들기도 하지만 잘 할 줄도 몰라서 조금 풀어졌다 싶으면 바로 본게임 들어가서 격렬하게 시작해서 격렬하게 끝날거 같음.

그래서 끝나고 난뒤엔 살갑게 필로우토크 같은걸 한다거나 안겨서 애교를 부린다더나 하는거 없이 둘 다 거친숨만 내쉬다가 백호가 먼저 나 씻는다 하고 욕실들어가는 걸로 대부분 마무리되겠지. 어떻게 보면 참 담백하고 또 어떻게 보면 건조했지. 그래도 둘 다 남자라 그런지 딱히 그런 분위기를 신경쓰는 편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둘은 여전히 투닥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착실하게 연인 노릇을 하는 두 사람을 보며 주변사람들도 예상보다 오래간다며 놀라워했음. 태웅이는 원래도 귀여웠지만 연애하면 은근히 삐지거나 감정 솔직하게 드러내보이는 백호 보면서 이래서 연애하는구나 싶었고.

특히 몸을 맞댈때 느껴지는 거친 심장박동이나 마구 울부짖는 얼굴 이런 것도 좋았지. 하지만 무언가 하나 걸리는게 있었음. 그게 뭔지는 모르겠고 갈피도 안 잡히는데 이상하게 목구멍에서 걸리는 듯한 기시감 같은게 있었지. 하지만 이걸 어디다가 물어볼 데도 없고 자기도 모르는 걸 남들이 어떻게 알까 싶어 머리 한구석이 쳐박아둘 때였지.

여느 날처럼 태웅이 백호랑 같이 점심 먹기 위해 백호 반에 찾아갔는데 그날따라 백호가 안 보이겠지. 어제가 주말이라 태웅이 자기가 봐도 좀 혹사시킨터라 밥 먹으면서 오늘 연습 괜찮겠냐고 물어보려던 참이라 더 신경쓰이겠지. 여튼 반 애들한테 물어보니 자기들도 잘 모르겠다고 해서 백호가 있을만한 데 찾아다닐거야. 평소 잠자기 좋다던 양호실, 체육관 창고 뭐 등등. 그리고 마지막으로 향한 게 옥상이겠지.

그리고 예상대로 강백호는 거기에 있었지. 하지만 차마 부를 수 없었던 게 강백호는 양호열과 함께 있었음. 그냥 평상시대로 시덥지 않은 얘기나 하면서 낄낄대고 있으면 양호열 따위 무시하고 불렀을텐데 지금 분위기는 뭐랄까. 깨면 안될거 같은 느낌이었음.


- 백호야. 이 멍은 또 연습하다가 든거냐.


그렇게 말하는 양호열은 자기 허벅지를 베고 누워있는 백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었지. 아니 엄밀히 말하면 쓰다듬은 건 아니었음. 2학년이 되면서 자라난 앞머리를 살짝 들춰본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었지. 하지만 그 담백한 터치조차도 태웅이는 거슬렸음. 누구 거에 손을 대. 이런 마음.

하지만 지금 당장 강백호의 손목을 붙잡고 일으킬 수 없었던 건 강백호의 표정 때문이겠지. 졸린지 눈을 감고 있으면서도 양호열이 하는 말마다 느릿하지만 꼬박꼬박 응, 응, 누르지마, 아프다. 하면서 대답하는게 완전히 긴장과 경계를 푼 얼굴이었으니까. 항상 구겨져있던 미간은 완전히 펴져서 아무렇지 않게 양호열의 손길을 받고 있는 강백호는 애인인 자기가 보는 강백호랑은 또 달랐지.

그렇다고 평소 사람들한테 살갑게 굴면서 애교를 부리고 핀잔을 듣곤 모른 척하던 강백호랑도 또 다른 모습이었음. 상대를 완전히 믿는다는 듯이 완벽하게 풀어져선 반쯤 잠에 취해있는 백호의 모습은 태웅이는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것이었지. 심지어 옷 하나 안 걸친 맨몸의 상태였을 때조차도.


- 그냥 두면 아프겠는데. 이따가 멍 빼는 파스라도 붙이자.
- 괜찮아. 그냥 두면 금방 나아. 천재니까.
- 하하. 천재는 상처도 금방 낫는다는 거냐.


하면서 웃는 양호열도 무척 편안해 보였지. 그리고 강백호는 그 웃음소리가 듣기 편했는지 눈 감은 채로 같이 웃었음. 나른하고 포근하고 세상에 단둘만 있는것 같은 분위기에 어느새 호열이라 하는 말에 조곤조곤 대답하던 백호의 말끝도 점점 느려지고 있었지.

태웅이는 그 모습을 보며 주먹을 쥐었음. 차라리 둘이 입을 맞추고 있다거나 그 비슷한 걸 하기라도 했으면 화라도 내고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양호열을 한대 패버리기라도 했겠지만 둘의 모습은 바람이나 추접한 짓이라고 하기엔 한없이 담백하고 포근한 분위기라 차마 뭐라고 할 수도 없었지.


- 백호야.
- ...응. 호여라...
- 그래도 여기는 밴드 붙여야겠다.


그리고 가쿠란 깃을 슬쩍 들춰본 호열이가 얼룩덜룩하게 물들고 잇자국 난 목을 보곤 말하자 방금 전까지 나른하게 눈을 꿈뻑이던 백호가 벌떡 상체를 일으켜세웠지. 그리곤 제 목을 가리곤


- 눗? 아니, 그러니깐 이것도 경기중에 싸우다가 누가 물어뜯어서... 이렇게... 이렇게 된... 누우...
- 하핫. 알아. 알지. 백호야.


이러면서 웃는 양호열의 눈빛이 조금 서늘해졌지. 그리고 서태웅은 더는 참을 수가 없어졌음.


- 이젠 점심 먹는 것도 깜빡하냐. 멍청아.


하고 옥상 안으로 들어온 태웅이가 자연스럽게 백호 앞에 섰지. 그러자 앉은 채로 태웅이를 올려다보던 백호가 벌떡 일어서선 얼굴 보자마자 시비냐? 하고 으르렁거릴테고. 태웅인 그제서야 자기 멍청이를 되찾은 거 같아 만족스럽게 백호를 볼거야. 그때 뒤에서 호열이가 그러겠지.


- 서태웅 넌 여기서 백호랑 먹을거지? 난 애들한테 간다. 이따 보자. 백호야.


하고 아는 체를 하는 호열이한테서는 방금 서늘했던 눈빛 따윈 찾아볼 수 없겠지. 그저 평소처럼 장난스럽지만 평온하고, 어딘지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하핫 웃은 호열이의 눈엔 질투 같은 감정은 없었음. 그리고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백호가 무언가 생각하더니 호열이의 팔을 잡은 건 그때였지.


- 호열아. 너 그냥 우리랑 같이 밥 먹으면 안되냐?


이러는데 태웅이도 놀라고 호열이도 놀라서 백호 볼거야. 그리고 백호 그러겠지.


- 아니, 너랑 이렇게 있는 것도 오랜만이고 우리 같이 밥 안 먹은지도 오래됐잖냐.


이러고 쭈뼛거리는걸 태웅이 저게 말인가 싶어 화가 나려고 할때쯤 호열이가 픽 웃더니 그럴거야.


- 마음은 고맙다만 그건 어렵겠다.
- 왜에. 야, 여우. 그래도 되지? 같이 밥먹자는건데.


하고 돌아보는 백호에게 태웅이는 아무말없이 노려보기만 할거임. 그리고 그거 보면서 호열이가 그러겠지.


- 백호야. 다음에 우리 둘이 먹자. 지금은 말고.


하고 웃으며 등 돌리는거 보고 백호 투덜거리면서 태웅이한테 넌 애를 그렇게 노려봐서 쫓아내야겠냐? 할거야. 그러면 태웅이 백호한테 다가가겠지. 그리고는 당황하는 백호한테 거의 키스할듯 말듯한 거리에서 그럴거야.


- 멍청아. 행동 똑바로 해. 네 애인은 나야.


이러면 백호 무슨 소리야 싶다가도 애인이란 말에 고분고분해져선 꿍얼거리며 도시락 까겠지. 하지만 태웅이는 호열이가 나간 문을 흘끔거리다가 다시 백호를 볼거야. 한번도 본 적 없던 안정감을 애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찾는 강백호를 보면서 태웅이 다시 승부욕 불탈거 같다.

사실 처음 강백호에게 고백할 결심을 들게 한것도 매일 체육관 찾아오던 양호열이 백호를 보던 눈빛이 자기와 같다는 걸 깨달아서였고, 가지고 난 이후에 들던 기시감도 연인보다 더 친구를 믿는거 같은 백호의 태도 때문이겠지. 그런 얼굴 자기한테는 보여준 적 없으면서. 태웅이는 방금전 호열이한테 온전히 자기 자신을 다 맡긴듯한 백호를 보자 온몸에 피가 끓는 느낌이었지. 하지만 태웅이는 그런 백호를 채근하지 않을거야.

어차피 그 모든 것도 다 내가 가질 테니까. 지금까지는 운좋게 양호열이 강백호를 더 일찍 만나 가지게 된거지만, 앞으론 자기가 가지면 그만이었음. 하지만 태웅이도 간과한 게 있다면


- 여우. 이번주 주말엔 너 못 만난다.
- 싫어.
- 뭐가 싫어야. 이번엔 진짜 안돼. 아버지 만나러 가야하그든.


이래서 태웅이 백호 놀라서 쳐다볼거야. 백호가 말은 안해줬지만 백호 집에 가면 백호 늘 아버지 사진 보고 다녀왔어. 하고 인사부터 건네거든.


- ...나도 가면 안되는 거냐.


이러면 백호 곤란하지만 사귀고 난 이후론 꽤나 물렁했던 애가 단호하게 말하겠지.


- 안돼. 호열이가 같이 가준다고 했으니까 니가 이해해라 여우야.


이러고 백호 아무렇지 않게 도시락 먹을거임. 그리고 처음으로 태웅이 약간 거대한 벽같은 걸 느꼈으면 좋겠다. 양호열이야 그렇다쳐도 강백호는 자기가 이기고 말고할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깨닫겠지. 양호열이 왜 이토록 여유로웠는지. 이 기시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양호열은 아는거지. 무슨 일이 있어도 강백호는 절대로 양호열 곁을 떠나지 않으리란걸.






태웅이나 호열이나 백호한테 유일무이한데 각자 영역이 다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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