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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3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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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몸이 허약하긴 해도 집 밖을 못다닐 정도는 아니었기에 요즘처럼 집에만 있는 건 갑갑했다.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자신과 선뜻 결혼하자고 한 노부의 속내가 궁금했던 것도 잠시였다. 내가 왜 당신이랑 결혼했는지 알아요? 옆에 두고 나만 보고 싶어서예요. 그러니까 혼자 외출하는 일은 없었으면 해요. 노부는 마을에서 가장 큰 온천을 운영하는 젊은 사장이었기에 출퇴근이 자유로웠다. 아예 온천에 나가 보지 않는 날도 많았고. 그렇다 보니 마치다는 하루 중 상당 시간을 남편인 노부와 보내야했다. 한 공간에 있는 것 만으로는 만족이 안 되는지 꼭 옆에 붙어앉아 허리를 주무르고 어깨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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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해요? 눈이 충혈 됐네. 온천에 다녀온 노부에게선 늘 포근하고 묘한 향이 났다. 새벽 3시쯤 온천 점검차 다녀오면 꼭 마치다를 안았다. 곤히 자고 있는 몸을 부드럽게 핥아 잠에서 깨운 뒤, 졸음이 덕지덕지 묻은 얼굴을 내려다 보며 삽입하는 걸 즐겨 했다. 나무로 지어진 옛스러운 저택은 누군가 한발짝만 떼어도 삐그덕 소리가 났다. 새벽 4시면 저택에서 일하는 고용인들이 하나 둘 잠에서 깰 시간이고, 노부에게 안기다 보면 안방 문 밖에서 꼭 삐그덕 소리가 들려왔다. 밖에서 무슨 소리 들리지 않느냐고 묻는 대신 어금니를 더 악 물고 소리를 참았다. 아래를 찢을듯 들락거리는 양물에 마치다가 헐떡이면 노부는 길고 고운 목에 자국을 냈다. 옅은 땀 냄새와 비누 향기는 노부에게 있어 최고의 자극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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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인들은 이 집의 안주인을 알게 모르게 무시했다. 이름도 없는 가문에서 수저 하나 안 들고 시집 온 사람이라고. 원래 이런 부잣집 아들이 혼인을 하면 며칠이나 잔치가 열리고 덩달아 고용인들도 배불리 먹으며 여기저기서 들어온 선물을 몰래 빼돌리는 재미가 쏠쏠한 법인데, 노부의 혼인은 조용했다. 하루아침에 안방을 차지하고 앉아 삼시세끼 받아먹는 마치다를 곱게 보는 고용인은 없었다. 수발 들어야할 사람이 한 명 더 늘었을 뿐이니까. 당사자 역시 그런 취급을 모르지 않았다. 다만 노부에게 시시콜콜 이르기 귀찮아 가만히 있는 것이었다. 쌩뚱맞게 신발 안에 돌멩이 하나가 들어있어도, 마치다의 밥그릇에서만 돌이 씹혀도, 마당에 널어둔 아끼는 손수건에 알 수 없는 검댕이 묻어있어도 그냥 조용히 넘겼다. 고용인들은 부부가 함께일 때와 마치다 혼자일 때 태도가 완전히 달랐다. 그런 취급을 받는다 해도, 마치다는 집에 혼자 있는 편을 더 선호했다. 남편이 있으면 긴장 되고 괜히 아랫배가 아팠다. 낮이든 밤이든 하루에 한 번이든 두 번이든 그는 마치다를 안았다. 한번은 짓궂은 고용인 한명이 마치다의 신음 소리를 흉내내고 있었다. 그 일은 꽤 충격적이어서 눈물이 울컥 쏟아졌다. 그뒤로는 한낮의 정사를 최대한 피하려고 했지만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었다. 둘 사이의 주도권은 항상 노부에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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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오늘은 산책이 하고 싶어요. 날씨가 좋아서 나무도 물도 너무 예쁠 것 같아요." 용기내 말해서 가는 곳이라곤 결국 노부가 운영하는 온천뿐이었다. 경치가 상당히 좋은 온천이긴 해도 마치다에게 그곳은 남편의 일터일 뿐이어서 산책 나온 기분이 들지 않았다. 온천 직원들 정도는 마치다에게 말을 붙여왔다. 뒤에선 살 좀 쪄야겠다, 저래서 아이는 낳겠냐는 말들을 떠들어도 면전에선 상냥했다. 온천 직원들은 노부에게도 가족과 마찬가지여서 마치다에게 살갑게 굴어도 딱히 거슬리지 않아 묵묵히 지켜봤다. 집 보다는 확실히 나았지만 마치다는 집도 온천도 아닌 다른 곳에 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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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요. 내가 당신한테 화를 내야겠어요 꼭?" 고용인들이 친 장난에 마치다가 순진하게도 걸려들었다. 도련님이 개울가에서 만나자고 하셔요. 마치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단정하게 차려입고 개울가로 향했다.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조금 늦는 건가 싶어 개울가에 핀 꽃을 구경하다 시간이 금방 흘러버렸고 저택 안은 뒤집어졌다. 저녁 7시쯤 집으로 돌아온 마치다는 노부에게 끌려 들어가 한참을 혼났다. 고용인 중 한 명이 개울가에서 당신이 날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했다고 똑바로 말하면 될 텐데, 당황하면 입을 꾹 다물어 버리는 마치다였다. 그냥 한 시간 정도 꽃만 구경했을 뿐인데, 노부는 중요한 물건이라도 도둑맞은 사람처럼 크게 화를 냈다. "내가 다 해주잖아요. 당신 이 집에서 편하게 먹고, 부족한 거 없이 살게 해주는데 왜 그렇게 약속을 안 지켜요." 마치다는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팔을 들어 눈물을 닦을 만큼의 의지도 없이 완전히 무력해져 눈물만 뚝뚝 흘렸다. 노부는 뾰족한 턱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손수 닦아주며 입을 맞췄다. 달래는 의미의 키스는 아니었다. 내가 너에게 화를 내도, 너는 내 손길을 뿌리칠 수 없다는 걸 확인 시키기 위함이었다. 눈물이 다 마르지도 않은 뺨을 남편 가슴에 부비며 무언의 사과를 하는, 잘못한 것도 없이 눈물 쏙 빠지게 혼나 버린 마치다의 옷깃을 열어 젖히며 노부는 밀려오는 정복감에 취했다.







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