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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5 15:13
낙수 대학교 3학년 선수 은퇴하고 다른 거 할 거라며 훌쩍 떠난 유학길
유학생활 하며 만난 여자랑 사이가 깊어지면서 애가 생겼는데
좀 이른감이 있다만 어차피 할 결혼 이니까 지금 낳고 결혼 하려고 생각했겠지
달달한 신혼라이프는 무슨 애기 낳을때 쯤 부터 삐걱 거리기 시작했는데
애 낳고 나선 사이가 급격히 나빠지고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두 사람
결국 애는 낙수가 키우기로 하고 깔끔하게 결별
물론 혼인신고는 안 한사이라 서류적으로 해결한 문제는 없었고
낙수야 원래 본가가 꽤나 잘 살아서 애 하나 정도 키우는 것도 문제 없었고

그렇게 됐다... 말씀하시니 유학 마치기 전까지 애 혼자 어떻게 보냐며 어머니가 오신다 했는데
극구 말리고 괜찮은 베이비시터도 고용해서 진짜 별 문제 없이 공부 다 하고 귀국한 김낙수

문제는 옛 친구들한테 아무 얘기도 안 했다는 게 문제지

타국 생활 3년 하다보니 친구들은 어엿한 프로리그 선수로 이름빨 잘 날리고 있고
간간히 연락 하긴 했었는데 재밌는 얘기 나누기도 짧은 시간인데 굳이 머리 아픈 연애사 구구절절 읊기도 싫었고

낙수 귀국 파티 겸 오랜만에 모인 산왕즈
이제 한 두잔 기울이는 술잔이 익숙한데도 모이면 여전히 빡빡이 고등학생때나 다름 없겠지
낙쑤! 외국물 먹더니 더 분위기 있어졌다뿅
외국물은 무슨 ㅋㅋㅋㅋㅋ 삼다수 사먹었다 한인타운에서
ㅋㅋㅋ 야 에비앙 같은 거 먹어야 하는 거 아니냐

어...나 전화 잠깐만
응 아들 아빠 지금 친구들 만나러 왔지요 할머니가 말 안 해주셨어?
으응 오늘 늦어 미안해
전화 받으며 나가는 낙수

...야 방금 뭐랬냐 쟤
아...들?
할머....니?
...뭐야?

야 왜그래? 화장실 갔다온 동오가 자리에 앉으며 묻자
어..아냐 짠하자


낙수 다시 돌아오고 다들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인데
애써 감추고 낙수도 별 생각 없이 다시 소주나 잔에 따르며 흐지부지 해져버림

한참을 떠들다 술자리가 파하고 만취한 문짝들 택시에 밀어넣으며 정리하는데
마지막에 남은 명헌이가 낙수한테 슬쩍
그..아까 전화 ...
너 애 있었냐뿅?

아.. 어... 어 그렇게 됐다
그..얘기를 할랬는데 뭐 나도 그렇고 다들 바쁘다 보니 시간이 좀 지나버렸네
숨길 건 아니고 날 잡아서 애 한번 데려올게
그래뿅

근데 동오는 못들었다뿅

아... 그러냐

가자 택시 온다

그리고 며칠 뒤 애기 안고 동네 구경하고 있는데
하필... 아... 최동오 이 동네 산댔지

어...
안녕

아들 아빠 친구야 안녕하세요 해
안녕하세여어

낙수랑 똑 닮은 콩알만한 애

...어 안녕

점심...안 먹었으면 같이 먹을래?
낙수가 먼저 말을 꺼내고

그래

오랜만에 둘이 나란히 서서 걷는 길거리
애기랑 가려고 했던 놀이방이 있는 식당에 가서

아빠가 부르면 와야 돼 하고 놀이방 들려보내주고
어색하게 앉아서 물이나 마시는 두 사람

두살...이야 곧 세살된다
애기 엄마는 유학 때 잠깐 만난 여자고 결혼은 안했어
본가 가까워서 엄마 아빠도 애 봐주시고 그렇게 살아

아 고생 했겠네...

식사가 나오고 애 데리고 와서 야무지게 밥 먹이는 거 보고
멈춰있던 심장이 다시 뛰는 것만 같은 최동오
내가 좋아하던 김낙수 모습이 여기 다 보이네

밥 먹다말고 삼촌도 먹어 아~ 하며 포크로 작게 썰린 돈가스 콕 찝어서 동오한테 건네는 아이

고마워~ 하고 받아 먹으니 꺄르르 웃는 모습이 산왕 때 보던 낙수랑 똑같아 자기도 모르게 눈물 맺히는 최동오
씨..이게 뭔꼴이야

그 이후로 애 선물 핑계로 뭐든 한아름 싸들고 낙수 집 문 두드리는 최동오
뭐야...
애 보러

이게 몇날 며칠 반복되고
야 최동오 너 일 안하니?
오늘 경기 없어

우리 헤어졌잖아 그것도 한참 전에

나 애인 없고
너도 없고

뭐 ... 문제있니?

애도 나 좋아하잖아

나이들더니 뻔뻔함만 늘었네 나 애아빠야 심지어
근데 넌 니네 부모님 생각은 안 하니?

그게 뭔 상관이야 하나있는 아들놈 게이라서 평생 손주도 못 볼 뻔 하셨는데 이렇게 이쁜 손주 생기면 좋은 거 아냐?

미치겠다 진짜
농구나 해 가서

처음에 집에 들린게 잘못이지...
이사를 안 간 내 잘못이지 그래

등 떠밀어 겨우 쫓아내니까 잠 깬 아들래미 나와서 오늘은 왜 동오 삼촌 안와?
이제 안 올거야
왜?
삼촌 바빠
하니까 빽빽 울기 시작하는데
너 뚝 안해?
삼촌 보고 싶어어어
순간 짜증 확 치밀어 올라서 뚝 그치라고 쪼꾸만 애기 궁댕이 찰싹 때리니 애기 대성통곡

아이고...머리야
아빠가 미안해..응 뚝 하자아 뚝

최동오 진짜 도움이 안돼요

사지육신 멀쩡한 아들놈 똑같이 시꺼먼 사내새끼한테 빠져서 헤벌레 거리고 다니느라
뒷목 여러번 잡은 최동오 부모님 내가 모르냐...
난 이제 농구도 안 할거고 최동오는 코트 위에서 젤 빛나고 아무래도 발목잡는 꼬라지 밖에 안되는 거 같아
일방적으로 통보한 이별 그리고 훌쩍 떠나버린 유학

게이가 아니고 걍 최동오가 좋았던 건가...
여자친구 만들고 애도 만들고 하다보니 지난 세월

남들보기엔 사귈만큼 사귀고 좋게 헤어진 걸로 보여 별 무리 없이 다시 만난 산왕 친구들
하 ... 오랜만에 얼굴 보니까 속 울렁거린다

내 아들 아니랄까봐 생긴것도 나랑 똑같이 생긴놈 아니랄까봐
동오가 오다 안 오니 떼를 얼마나 쓰는지 하루종일 동오 나오는 농구경기 틀어놓고 본다고 땡깡
하필.... 입사 통보 받은 구단도.... 동오네 구단
그 많은 구단중에 어찌 여기만 합격을 하냐...
온 세상이 다시 만나라 외치는 수준

아빠 출근한다... 동오 있는데로....
자는 애기 얼굴 바라 보며 혼자 주저리

꿀같은 주말 오랜만의 업무에 늘어져 자는 낙수 폰에 웅웅 울리는 전화
한참 호기심 많은 아들래미 아빠 한테 얼마나 혼날려고 그 전화 덜컥 받아버리는데

여보세여어어
어? 지수야?
지수에여
동오삼촌이야!!!!
삼쵼!!!!!!
아빠는
아빠 자요
삼촌 보고 시퍼...근데 아빠가 이제 삼촌 안온데 저번에 삼촌 보고 싶다구 그래서어 아빠가 지수 막 맴매 햇오

김낙수 이자식이...

삼촌 갈까?
응!
삼촌 가면 지수가 문 열어줘야 돼
네에!

그렇게 시작 된 최동오 상륙 작전
작게 문 똑똑 두드리니 애기 의자까지 가져와서 문 띠리릭 열어준다

삼촌!
우리 애기!!!!!

최동오 애기 간식 냠냠 먹이고 있는데 이제서야 잠 깬 김낙수
..
이게 무슨 일이고....


니가 왜
지수 삼촌 보고 싶었지


저걸 진짜...

낙수 니가 좋아하는 타르트
참나

우리 저녁 뭐 먹을까? 애기 저번에 잔치국수 잘먹던데
국수 먹을까?
응!

김낙수 애 뺏들어 안고

야 집에가
으으응
너 조용안해? 아빠한테 혼나 너
왜 애한테 그래

가라고 집에
싫어
안돼!

하...두명이 땡깡을 땡깡을
결국 진 김낙수
잔치국수집에서 칼국수나 퍼먹고 있겠지

삼촌 내일 또 와
내일 삼촌 경기 있어 삼촌 보러와~ 하고
티켓 애기 손에 쥐여주고

아빠랑 와~

내일 되어서도 김낙수 나갈 기미도 안보이니까 애기 바닥에 떼굴떼굴 구르기 시전
이 버르장머리를 진짜
애기 무릎 위에 엎어두고 혼나야 떼 그만 쓸거냐며 작은 궁댕이 팡팡 때려주는데 그래도 갈 거라고 발버둥

너 혼자 가 그럼
입 댓발로 나와서 문 열거라고 낑낑

하 아빠가 졌다 그래
애 옷 입혀주고 나서는데
언제 울었냐는듯이 빵실빵실 웃는 애보고 어이가 없겠지

최동오 자식 자꾸 관중석 낙수 향해 세레모니
죽여버리고 싶다

경기 끝나고 애 받아안고 집에 같이 오기 까지

하...

애랑 실컷 놀아주다 애 재우고
내일 경기 없다며 술한잔 하자는데
한 두병쯤 비웠을까

...
나 다시 너랑 만나면 안될까
나 너랑 그렇게 헤어지고... 아무도 못 만났어
여자도 남자도

나 너 없으면 안돼

넌 내가 그렇게 좋냐
너 그렇게 버리고 가서
애까지 덜렁 낳아왔는데


좋아

나 내일도 여기 와도 돼?


...
자고 가 늦었어


어...
어!!!!!!!!!!!


담날 자고 일어난 애기 거실에 벌러덩 누워서 코 골며 자고 있는 동오삼촌에 신났지 뭐


한 번이 두 번 되고 두번이 세번 되고
어느새 김낙수 집에 최동오 살림살이 다시 한가득 되겠지





삼촌이 너무 좋아서 아빠랑 사귀게 해 버렸습니다!
-김지수 씀


동오낙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