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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9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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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렀고, 늘상 누워있기만했던 준섭이는 뒤집기, 배밀이에 이어 기어다닐 수 있게 되었어. 그만큼 성장한 사이에 준섭이는 태섭이가 자신의 목표였던 산왕을 꺾었다는 것과, 미국에 유학을 다녀온 뒤 NBA에서까지 뛰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어. 짜식, 송태섭! 너 그럴줄 알았어! 믿고 있었다고! 네가 너무 자랑스럽다, 동생아. 입에서 나오는 말은 아부부부.. 마마맘마! 다다다! 따위의 옹알이 밖에 안됐지만, 준섭이는 틈나면 눈빛으로 태섭이를 향해 있는 힘껏 따스한 시선을 보냈어. 물론 그 따스한 시선의 의미를 알리 없는 초보엄빠가 쉬도 때도없이 기저귀를 벗기고 입혔지만...

현역 농구선부 부부인 송태섭ㆍ정대만의 유전자 덕인지 준섭이는 발달이 빨랐어. 강한 다릿심과 팔심으로 빠른 속도로 기어다녔어.

"야, 태섭아. 준이 기는 것 좀 봐!! 영상 찍어, 영상!"
"미쳤네, 송준. 누굴 닮아서 이렇게 빨라?"
"어디 아기 기어다니기 대회 열리는 곳 없냐? 우리 준이 1등일텐데!"

오늘도 주접을 열심히 떠는 송정 부부야. 동생 부부의 호들갑이 귀여워서 준섭이는 더 열심히 기어다녀줬어.
돌아다닐 자유가 생긴 아기는 생각 이상으로 사고를 친다는 어디서 들은 이야기 때문에 태섭이와 대만이는 소중한 아기가 다치는 걸 방지하기 위해, 한껏 멋들어지게 꾸며놨던 부부의 까리한 하우스에 알록달록 매트와 온갖 아기 보호 용품을 설치해놨어.
근데 준섭이는 위험한게 뭔지 아는 조숙한 정신의 베이비였기에 동생엄빠의 기대(?)를 져버렸어.
위험한 곳은 알아서 가지 않고, 안전한 곳만 누볐지.
동생 부부의 주변 지인들에게 늘 칭찬 받아. "준이는 순하네~" "얌전한 것 좀 봐~ 예뻐라~" "북산 끼끼들 사이에 이런 기적이..." "호오... 슈퍼 농구베이비.." "섭섭쓰랑 만만쓰는 안닮은 것 같은데?" 지인들의 칭찬(?)에 대만이는 왁왁 거렸지만, 태섭이는 웃었어.


얌전하고 순한 준섭이었지만, 먹을 때는 이야기가 달랐어. 과자, 과일, 음료, 밥, 치킨과 고기 등등... 나한테는 미지근하고 달짝지근한 분유 주면서 엄빠 너희는 어떻게 그 맛있는 걸 너희만 먹을 수 있지?
준섭이는 자신이 아기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솔직히 다 먹어봤던 거잖아? 아는 맛이라고... 좀 억울하고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형, 준이 좀 봐봐요."
"응? 앜ㅋㅋㅋ 표정 봐."

아기가 아련한 표정으로 과일 먹는 엄마를 보는데 안웃을 수가 있어야지ㅋㅋ 근데 생각해봐. 냉장고에서 꺼낸 시원하고 싱싱한 복숭아를 먹는 동생부부... 반면에 미지근하고 달짝지근한 분유 먹는 나... 이 날씨에 너무한 거 아니냐고?
준섭이의 마음이라도 알았는지 복숭아를 꿀꺽하는 대만이가 말해.

"준아, 한 입 줄까?"

어!! 줘!! 엄마 짱!! 준섭이가 좋아서 팔을 들었다놨다했어. 태섭이가 말했지.

"복숭아는 일러요."
"빠는 것도 안되나?"
"안돼요."

단호한 태섭이의 말에 대만이도 준섭이도 시무룩...

"그럼 수박은? 수박은 괜찮잖아?"
"수박은 뭐... 알러지 반응도 없었으니.."

태섭이의 허락에 대만이가 수박을 가지러 후다닥 일어났어.

"준아, 네 엄마 참 귀엽다, 그치?"

응, 그런 것 같아. 태섭아. 제 볼에 뽀뽀 쪽 해주는 태섭이에게 준섭이가 공감했어. 대만이가 가져온 수박을 준섭이에게 줬어. 기다렸다는 듯이 수박을 쥐고 쪽쪽 빠는 모습이 안쓰럽고 귀여워.

"에구구~ 불쌍한 우리 준이. 복숭아도 못먹고.. 아빠가 분유랑 맛없는 이유식만 주고.."
"차근차근 먹어보는 거예요. 다양한 맛을 알아야지."

태섭이가 억울하다는 듯 슬쩍 대꾸했어.

"솔직히 분유는... 엄마가 나올게 있어야 주지, 안그러면 준이 굶잖아요?"
"우와아아악!! 장난하냐? 그게 누구때문인데?!!"
"그 쪼끔으로는 어림도 없지. 그게 한 끼는 돼요?"
"그 마저도 네가 먹잖아!!!"

준섭이는 대만이한테 수유 받은 적 없어. 뭐, 그건 초등학교6학년의 정신으로는 좀 부끄러우니까 괜찮긴 한데... 이 녀석들 도대체 왜 싸우는 거지? 준섭이는 동생이자 부모인 부부가 티격태격하든 말든 손에 주어진 수박에 집중하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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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엄하고 빻(?)한 이야기 하자면,
대만이 빈유라 수유할 모유 쪼끔 밖에 안나오는데 그거 태섭이가 밤마다 빨아줌. 준섭이는 모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