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50570590
view 3292
2023.06.28 10:05
그 사실을 알게 된 장소는 사우나 탈의실이나 세미 누드 화보 촬영장이 아니었다. 웃기게도 예능 촬영에서 게임을 하다 실수로 마치다의 바지를 잡아 당겼다가, 그만 속옷도 함께 살짝 내려가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 노부는 뽀얗고 탱탱한 엉덩이에 한 번 놓라고 약간 측면에 새겨진 별모양의 타투를 보고 두 번 놀랐다. 가까운 사이여도 주변에 다른 선배들이 있었기에 고개를 숙여 정중히 사과했다. 마치다는 눈꼬리를 휘어 웃었다.

"나 부표에서 떨어뜨리려고 바지를 벗긴 거지? 너무하네!"
"아, 아니 벗긴 게 아니라 조금 내려간 거잖아요...!"

의외로 당황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런 곳에 있는, 그런 타투를 남에게 보여도 괜찮은 건가? 10년 넘게 알고 지내오던 그 마치다상이 맞는지 혼란스러웠다. 카메라에 담겼을 것이다. 물론 방송에는 내보내지 않겠지만. 다른 멤버들이나 카메라 감독님, 편집자가 분명히 그 타투를 보게 될 것이다. 아무래도 직접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8시. 늦은 시간은 아니지만 왠지 연락하기 조심스러운 시간이었다. [케이, 오늘 촬영 때 바지 잡아서 정말 미안해요.] 전화 대신 문자를 보냈고 마치다는 20분이 지나도록 답이 없었다. [사실 그때 속옷도 같이 내려가서... 그... 제가 타투를 봤거든요. 물론 제가 본 게 큰 일은 아니고... 다른 스텝분들이 보셨을 것 같아서... 미리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 연락 했어요. 그 타투 때문에 괜히 이런저런 말 나오면 어쩌죠.] 한 시간이 흘러 도착한 답장은 또 노부의 예상을 빗나갔다. [난 또 뭐라고. 괜찮아! 이미 화보에서 공개 했으니까! 너 정말 나한테 관심 없구나 ^^]

이건 또 무슨 소리. 노부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동네에서 가장 큰 편의점으로 향했다. 잡지 코너에서 극단의 화보가 실린 잡지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혹시나 점원이 자신을 알아볼 까봐 목소리를 더 낮게 깔고 인사한 뒤 서둘러 계산을 하고 나왔다. 집에 들어갈 여유도 없어 아파트 1층 계단에 앉아 잡지를 펼쳐보았다. 마치다상의 세미 누드. 극단 멤버들이 다 함께 촬영한 것이라 특별할 게 없다 여겼는데, 정말 잡지 속 마치다의 옆태는 별모양 타투를 당당하게 내보이고 있었다. 세상에. 그 순간 미간이 뻐근해지더니 입술 위로 미지근한 액체가 흘러내렸다. 열두 살 이후로 처음 흘리는 코피였다. 스텝들이 봤을까봐 얼마나 걱정했는데 세상 사람 모두가 그의 엉덩이를, 별모양 타투를 이미 알고 있었다니. 괜한 배신감이 몰려왔다.

[도대체 그런 타투는 왜 한 거예요? 케이답지 않아요.] 항의에 가까운 문자를 보내자 이번엔 답장이 바로 왔다. [뭐가 나답지 않아? 노부는 나 잘 모르잖아.] 10년을 넘게 알고 지내왔는데 뭘 얼마나 더 알고 지내야 하는 거지? 노부는 잡지에 얼굴을 묻고 복잡 미묘해진 마음을 달래기 위해 애썼다. [귀엽지 않아?] 사람 속도 모르고 연달아 들어온 문자에, 눈을 질끈 감고 전혀 귀엽지 않다고 답을 한 다음 집으로 돌아와 잡지를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5분도 안 돼 주섬주섬 잡지를 집어들었다. 마르고 단단한 몸에 엉덩이만 토실토실한 게 자꾸 시선을 끌었다. 노부는 그날밤 자신이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형이자 동료의 화보를 보면서 수음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하지 못했다.



재생다운로드9723a105596763bdbbef153ca7098eeb.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