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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6 15:29
대만이는 바다 깊은 곳에 사는 인어인데 물밖이 너무 궁금해서 자주 해변까지 헤엄칠 거 같음 그러다 바다 근처의 작은 동굴에서 울고 있던 태섭이를 만나게 되는데 태섭이가 물고기..? 라고 말해서 화난 대만이가 지느러미로 바닷물 끼얹고는 가버렸음 인어니까 대충 물고기는 맞지만 그렇게 치면 태섭이는 비늘도 지느러미도 없는 인어란 말임 그래도 처음 만난 물 위의 존재가 신기해서 다음 날에도 몰래 가보는데 태섭이도 대만이를 다시 보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었음


그렇게 둘이 만나는 날이 길어지면서 태섭이는 대만이가 사는 바다와 인어들에 대해 알게 되고 대만이도 태섭이가 사는 인간 세상에 대해 알게 되는 거임 태섭이는 자기가 쓰는 농구공이나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같은 걸 나눠주고 대만이는 예쁜 조개나 소라껍질을 선물했음 그 과정에서 둘은 서로에게 조금씩 호감을 가지게 되는데 둘다 너무 어려서 그걸 바로 알아채진 못했음


그러다 대만이가 태섭이에게 진주를 주었음 인어의 눈물은 진주가 되고 그걸 상대에게 준다는 건 일종의 사랑 고백인데 대만이는 그걸 말하는게 너무 부끄러워서 그냥 평소처럼 조개껍질 사이에 숨겨서 줘버렸을거임
태섭이가 이건 진주 아니냐고 물어봐도 그냥 돌아다니다 주웠다고 얼버무렸음 태섭이는 그런 대만이가 의심스러워서 돌려주겠다 했지만 대만은 난 필요없으니 너가 가지라며 밀어주고 그대로 물 속으로 뛰어들었음 태섭이도 대만이가 준거니까 소중한 곳에 보관했을거 같음


그렇게 평화로운 날이 계속되다 갑자기 태섭이네 집에 돈이 필요한 순간이 생겼음 동생이 감기에 걸렸는데 그게 심해져서 병원에 입원하게 됬는데 여자 혼자 벌어서 살았던 집에 병원비를 마련하는건 힘든 일이었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엄마는 결국 태섭이가 자고 있을 밤에 혼자 눈물까지 흘렸을 거임 물론 태섭이는 그걸 다 보고 있었고 결국 대만이가 선물해 주었던 진주를 엄마에게 주었음 워낙에 급한 상황이었기에 진주는 곧바로 금은방에 넘어갔고 병원비를 마련할 수 있었음


태섭이는 대만이가 선물해준 진주를 팔아버렸다는 죄책감에 찾아가지도 못하는데 어느날 마을 어른들이 찾아와 진주를 어디서 얻었는지 물었음 태섭이는 본능적으로 바다 근처에서 주웠다고만 하고 그 이상은 말하지 않았음 하지만 매일 같이 찾아와 가족들을 못살게 굴며 추궁해 아직 어린 태섭이도 지쳐가고 있었음 이러다간 대만이도 위험할거 같아서 태섭이는 오랜만에 대만이를 만나 더 이상 못만날거 같다고 말하는데 대만이는 그럼 내일 마지막으로 만나자고 주고 싶은게 있다고 말함


다음 날 초저녁에 태섭은 조용히 집밖을 나서는데 해변이 시끄러웠음 알고 보니 어른들이 커다란 수조를 들고 웃고 있었지 수조를 막은 틈새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는데 너무 익숙한 목소리라 태섭은 이성을 잃고 달려 들었음 근데 어린 애가 다 큰 성인을 이길 수 없는 노릇이라 흠씬 두들겨 맞고 쓰러졌겠지 아픈 몸을 끌고 동굴로 가니 그곳엔 대만의 것으로 추정되는 비늘과 피 그리고 조개껍질을 이어 만든 팔찌가 반쯤 깨진 채 던져져 있었음


사실 인어들이 물위로 나가지 않은 것은 사냥당할까 두려워서였음 인간들은 잡아온 인어를 어항에 가두고 고문하여 진주를 얻어냈고 인어들이 바다 깊은 곳으로 숨으면서 사냥이 멈추자 인간이 인어를 사냥한 사실은 거의 전설로 취급당하게 된 거임 하지만 금은방의 주인은 태섭의 엄마가 가져온 진주가 인어의 진주인걸 알아채고 태섭을 미행해 대만을 잡게 된 거임 대만은 공포에 질린 채 금은방 아래의 수조에 갇히게 되었지


태섭의 엄마는 얼굴이 피로 범벅된 태섭을 보고 신고하려 했으나 결국 아무 것도 못하고 고향을 떠나게 됨 그날 이후로 태섭의 꿈에는 어두운 물에 잠겨 자기 이름만 불러대는 대만이 나타났음 아무리 꺼내주려 해도 두꺼운 유리벽이 둘의 사이를 가로막아 인어가 물에 익사할 때까지 보고만 있어야 했음


태섭이가 다시 대만을 만나게 될 때는 거의 십년이 지난 후였음 그것도 수족관의 제일 구석에서 제대로 관리도 받지 않는건지 마르고 볼품없는 몸에 비늘 위로는 싸구려 보석이 박혀 있었음 더이상 멀쩡한 진주가 나오지 않아 금은방 주인이 대만을 수족관에 팔아버리고 초반에는 인기가 있었지만 웃지도 않고 항상 힘없이 울기만 하는 인어에 자리가 밀려 제일 구석진 곳에 자리잡게 된거임


태섭은 대만을 부르며 유리벽 위로 손을 올리는데 대만이 태섭에게 처음으로 보여주는 표정은 잔뜩 일그러진 얼굴일거 같음 그리움과 절망 배신감이 뒤섞여서 우는 표정인데 눈물은 더 이상 흐르지 않았음 태섭은 너무나 값싼 가격에 대만을 사들여 자신의 집의 수조에 풀어둘거 같음 그리고 몸에 파고든 보석들을 빼내고 치료를 하는데 가만히 태섭을 보기만 하던 대만이 뺨을 쓸어주고 나서야 자신이 울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음


그렇게 십년을 돌아 돌아서 다시 재회한 태섭대만이 보고 싶음 인어는 물 밖에서 시간이 오래 흐르면 지느러미가 다리로 변하는데 대만이는 지느러미를 다쳐서 사람 다리가 되어도 잘 못 움직일거 같음 근데 뭐 이제부터 태섭이가 보살펴 줄거니까 괜찮지 않을까 그러다 마음 맞으면 둘이 잣잣까지 성공하겠지...



태섭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