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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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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황제의 총비)의 회임과 진봉을 축하하는 연회가 열려서 황실의 가족들이 모두 모인 날이었음. 연회장의 상석에 앉은 황제 내외가 말 한마디 섞지 않고 냉랭해서 다들 황제와 황후의 눈치만 살폈음. 강징은 과실주 몇모금에 취기가 돌아서 취기를 날리려고 궁인의 부축을 받아 바깥으로 나감. 호숫가를 걷고 있는데 제 아명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언제 따라나온건지 망기가 뒤에 서 있었음. 강징이 반색을 하면서 왜 나오신거냐고 하니 망기가 부인과 함께 걷고 싶어서 나왔다고 함. 강징은 저를 따라온 궁인을 물리고 망기와 나란히 호숫가를 걷기 시작했음. 밤 특유의 정취를 느끼며 은애하는 이와 나란히 걸으니 이보다 더 좋은것이 있을수가 없었음. 강징이 망기의 옆모습을 몰래 훔쳐보는데 망기가 강징의 손을 붙잡아서 깍지를 낌. 강징이 당황해서 손을 빼내려고 하는데 망기가 보는 이가 없으니 그냥 이렇게 손을 잡고 걷자고 함. 둘이 한참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산책을 하다가 시간이 너무 늦어서 연회장이 있는 궁으로 돌아옴.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구석에 있는 전각에서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와 달래는 소리가 들리길래 뭔가 싶어서 그곳으로 가봄. 남녀가 밀회를 즐기는건지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있기에 아연실색해서 자세히 보니 그 남녀는 다름아닌 황제와 황후였음. 황제는 자신의 품에 안겨 우는 황후를 달래면서 후궁을 품은건 그때 만취해서 그대인줄 알고 그랬던거라고 그대가 아닌 다른 이에게 동한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리고 어린 나이의 후궁이 회임을 해서 고생하는 것이 딱하고 가여워서 품계를 올려준것일뿐이라고 함. 황후가 울먹이면서 그건 그렇다치고 신첩이 투기를 하여 싫어지신게 아니냐고 그런게 아니라면 왜 한동안 황후궁에 발길이 뜸하셨던거냐고 따져물음. 황제가 황후의 눈물을 닦아주며 그대를 볼 면목이 없어서 그런거라며 그대의 마음을 아프게 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함. 황후가 정말 다른 이를 마음에 품으신게 아니지요?하고 재차 확인하더니 황제가 짐이 은애하는 이는 그대뿐이라고 황후의 아명을 부르며 달래는 말에 그제야 울음을 그침.


강징과 망기는 그 모습을 보고 당황해서 자리를 피할까 하다가 숨을 죽이고 그 모습을 지켜봄. 황제가 황후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이리 울어도 예쁘니 그대를 어찌하면 좋을까. 그대의 이런 모습이 사내의 음심을 부채질한다는 것을 모르는게요하고 황후의 붉어진 눈가를 부드럽게 쓸어줌. 그대가 회임을 하여 가까이한지 오래 되었다보니 이리 몸을 붙이고 있는 것도 참기 힘들다고 낯뜨거운 소리를 함. 그때 황후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황제의 귀에다 대고 뭐라고 속삭임. 그리고 잠시후에 황제가 황후를 번쩍 안아들고는 어디론가 급히 사라짐.


강징과 망기는 차마 입에 담기 민망한 광경에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누구 할것없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림. 망기가 부황과 모후의 사이가 저리 좋으시니 아우가 더 생길수도 있을것 같다고 함. 강징은 폐하께서 저리 다정다감하신줄은 몰랐다고 황후께선 복이 많은 분이라고 할거야. 망기가 웃으면서 부러운거냐고 본왕도 그대를 그 어느 누구보다 행복하게 만들어줄수가 있다고 말함. 강징이 웃으면서 이젠 연회장으로 돌아가야 할것 같다고 망기의 손을 잡아당김. 황명을 받잡은 태감이 와서 연회가 일찍 파했음 알리는 바람에 강징은 망기와 함께 자신의 궁으로 돌아감.



강징은 망기의 의복 시중을 들고 저 또한 궁인의 도움을 받아서 침의로 갈아입고 머리 장식을 하나둘씩 빼냄. 망기가 궁인을 물리고는 경대를 보며 직접 비녀를 빼주는데 자신이 선물한 연꽃 비녀가 맘에 들지 않냐고 물음. 강징이 전하께서 제게 처음으로 주신 선물이라 비녀가 깨지기라도 할까 걱정되서 하지 않은거라고 마음에 든다고 함. 망기가 다음에 더 좋은 것을 선물해줄터이니 하고 다니라고 하는데 강징이 전하께서 다음에 직접 제 머리칼에 연꽃 비녀를 꽂아달라고 함. 강징이 귀에서 귀걸이를 빼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침상으로 향하는데 망기가 그런 강징을 뒤에서 끌어안음. 강징이 당황해하니 망기가 낮은 목소리로 간밤에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그대가 아주 작은 아이를 품에 안고 어르고 있었다고 함. 본왕은 서로를 은애하는 부모에게서 태어나고 자라 지난 날들이 늘 행복했다고 우리 아이에게도 그런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할거야. 이런 내 마음과 바람이 지나친 욕심과 헛된 꿈이 아니라는 말을 그대의 입을 통해 듣고 싶다고 함.



강징이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마음이라면 전하께서 바라시는 것들이 꼭 이루어질거라고 함. 그리고는 아직 누군가를 은애한다는게 너무 낯설고 어색해서 제대로 표현해본적이 없다고 하면서 입을 염. 마음의 크기는 작을지도 모르겠지만 빈첩 또한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전하의 곁을 지키고 있는게 아니라고 함. 전하께선 제 하나뿐인 부군이시라는 것과 마음의 방향이 같다는 것만 알아주시면 좋겠다고 할거야. 그 말을 들은 망기가 강징을 돌아세우고 입을 맞추는데 강징이 가만히 입맞춤을 받다가 망기의 허리를 꽉 끌어안음. 둘이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망기가 천천히 입술을 떼내니까 강징이 잔뜩 붉어진 얼굴로 연지가 묻은 망기의 입술을 문질러서 닦아줌. 둘이 얼굴을 마주보며 웃다가 잠자리에 드는데 강징이 잠드는 것을 확인하고 망기가 바깥으로 나감. 강징이 문이 닫히는 소리에 언제 잠들었냐는듯 눈을 뜨는데 고민이 많겠지. 이제 몸을 허락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사내와 운우지정을 나누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들고 그래서 마음이 복잡해짐.



그 다음날 망기와 함께 조반을 든 강징은 황후궁에 문안을 들러갔다가 아직 기침전이라는 말에 궁으로 다시 돌아옴. 영견을 꺼내 자수를 놓고 황후의 복중 태아를 위한 버선을 몇개 더 만들면서 시간을 보냄. 강징은 저녁에는 향낭을 만드느라 시간가는줄 모르고 열중하다가 궁인이 고하는 소리를 못들어서 망기가 안으로 들어온걸 눈치 못챔. 망기가 강징이 만든 향낭이랑 버선을 집어서 살피는데 강징이 인기척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가 망기를 보고 놀라 자리에서 일어남. 그리곤 어쩔줄을 몰라하며 망기의 손에 든 향낭과 버선을 빼앗으려고 함. 망기는 자신에게 주려고 향낭을 만드는거냐고 묻는데 강징이 소일거리 삼아서 만든거라고 전하께 드릴만한게 못된다고 함.



망기가 소일거리 삼아서 만든것치고는 잘 만들었는데 왜 그렇게 부끄러워하냐고 향낭 하나만 달라고 해서 결국 마지못해 그중에서 가장 잘만든것을 줌. 망기가 향낭을 받아들고 무척 좋아하는데 하찮은것일뿐인데 이리 좋아하시니 민망하다고 말하겠지. 강징이 버선과 향낭을 정리해서 함에 넣어놓고 궁인에게 석반을 들이라고 이름. 둘이 오붓하게 저녁을 먹는데 망기가 강징이 좋아하는 고기 살을 발라내어 밥위에 얹어줌. 강징이 웃으면서 제가 아이인줄 아시냐고 혼자서도 먹을수 있다고 하는데 망기가 또 강징이 좋아하는 찬을 집어서 그릇에 올려줄거야. 강징이 웃으면서 망기가 좋아하는 나물 반찬을 밥위에 올려주는데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아하고 입을 벌리길래 전하하고 질색을 함. 망기가 사가에서는 신혼의 부부가 이렇게 서로 먹여주기도 한다던데 하면서 다시 한번 입을 벌림. 강징은 먹이를 달라고 재촉하는 새끼를 대하는 어미새처럼 결국 반찬을 집어 입에 넣어주고는 한숨을 쉼. 이 모습을 웃전들께서 보셨으면 몹시 나무라셨을거라니까 망기가 부황께선 모후께 음식을 떠먹여주시기까지 한다며 이 황궁에서 자신을 나무랄 이가 없다고 할거야. 그 말에 강징이 당황해서 이 밑도 끝도 없는 다정함은 황실의 내력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