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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2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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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오인씹과 황실물을 더한.

미치에다가 눈을 떴을땐 딱딱한 방바닥이 아닌 푹신한 침대 위였다. 아마 간밤에 제 무릎에서 눈을 뜬 메구로가 잠든 저를 옮겨준 모양이였다. 제 옆에서 잠들어있는 수려한 얼굴을 바라보며 느리게 깜빡이던 눈은 시계를 바라본 순간 크게 떠졌다.


"...선배!선배!"
"으응...왜그래 슌...."
"왜긴 왜에요 우리 지각이에요!"
"으음....국혼인데...봐주시지않을까...?"
"그게 무슨 태평한 소리에요! 법과 정치 교수님 주마다 쪽지시험 내주시는거 몰라요? 얼른 일어나세요!"

저를 재촉하는 미치에다에도 메구로는 미동없이 그저 미치에다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일어나라니까 왜 그렇게 보세요?"
"아침에 눈 뜨자마자 네 얼굴을 보니까.... 우리 진짜 결혼했구나싶어서."

제 손을 잡으며 웃는 무방비하고 나른한 얼굴에 미치에다는 일순 무장해제될뻔한 정신줄을 다시 잡아냈다.

"선배 계속 안 일어나면 저 혼자라도 갈거에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제 손을 뿌리치는 미치에다에 메구로는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 제 아내는 진짜로 저를 두고 갈수있는 사람이였으니까.

"긴장했어?"

학교로 향하는 차안에서 연신 손을 꼼지락거리는 미치에다를 흘끔 쳐다보며 묻는 메구로에 미치에다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요."
"대례식때는 사람들 많은데도 침착하게 잘해놓고 왜 새삼 긴장했어."
"그거랑은 다르죠. 선배들이랑 동기들은 저랑 가까운 사람들이니까...분명 시끄러워질거고..."

미치에다는 긴장된 기색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런 미치에다를 쳐다보던 메구로가 작게 웃었다.

"어쩔수없네. 비장의 카드를 꺼내는수밖에."

신호에 걸린 틈을 타 메구로가 주머니에서 꺼낸것은 무선이어폰이였다.

"이거 초소형 사이즈라서 머리카락에 가려지면 아무도 몰라. 애들한테도, 교수님들한테도 안들킬껄?"

주변이 시끄러운게 싫으면, 더 큰 소리로 덮어버리면 되지. 미치에다의 귀에 이어폰을 꽂아주며 메구로는 싱긋 웃었고 미치에다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이 어디서 들어본거같은 느낌ㅇ...

"아아...."

미치에다는 이내 피식 웃었다.

그러니까...아침부터 우중충한 잿빛을 띠던 하늘이 기어코 장대비를 뿌려대던 날이였다. 우중충한 날씨 탓인지 수업에 영 집중을 못한채 축처진 학생들을 보다못한 교수님은 수업을 15분 앞당겨 끝내고 강의실을 나가는 자비를 베풀었고 모두들 뜻밖의 행운에 기뻐할때였다.

쾅- 제법 큰소리를 동반한 천둥이 치자 놀란 몇몇 학생들이 비명을 질렀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비가 쏟아지던 창밖을 응시하던 미치에다는

"선배...메구로 선배..?왜 그러세요?어디 아프세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안색이 새하얗게 질린 메구로가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선배...괜찮으세요?조교님 불러드릴까요?"
"아니야 난 괜찮아...수업 끝난거면 나 먼저 나가볼ㄱ..."

그때였다. 쾅!!!무언가 무너지는듯한 큰소리를 내는 천둥소리에 메구로는 눈을 질끈 감고 귀를 틀어막았다. 메구로 선배..?선배..! 괜찮으세요? 다급한 발걸음으로 강의실을 빠져나가는 메구로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미치에다는 이내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번 시작된 천둥이 금방 멈출것같지는 않았다.

"메구로 선배 괜찮으신건가..?조교님들 부를껄 그랬나..."
"그런데 있잖아...메구로 선배...아까...천둥 치니까 귀 막은거 맞지?선배 설마...천둥 무서워하시는건가?"
"에이 그냥 몸이 안좋은거겠지. 천둥번개 무서워하는 우성알파가 세상에 어딨냐?있으면 알파의 수치지."
"풉...근데 내가 생각해도 조금 웃기긴 하다. 천둥번개 무서워하는 우성알파라니."

깔깔거리던 동기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가방을 챙긴 미치에다가 문쪽으로 향하다 발걸음을 멈추고는 여직 낄낄 웃고있는 무리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맞다 카토군."
"응?"
"아까 말하는걸 깜빡했는데 아까 2교시 쉬는시간에 너 없을때 네 가방에 바퀴벌레 기어들어갔어."
"뭐?!!!!!"
"아아악!!!!!어디로?!!!!!!언제!!!!바퀴벌레 컸어?!!!"

비명을 지르며 발을 동동 구르는 동기를 가만히 쳐다보던 미치에다가 풋 웃었다.

"농담이였는데."
"뭐야?!!!너 미쳤어?!!!"
"장난인데 왜 그렇게 화를 내?혹시 너 바퀴벌레 무서워해?"
"야!!!미치에다!!"
"하긴...바퀴벌레 무서워하는 우성 알파가 어딨어 그치?"

수치스럽게. 싱긋 웃으며 그대로 자리를 뜨는 미치에다는 분에 찬 카토의 괴성소리에도 아랑곳하지않고 강의실을 벗어났다.

...내가 왜 그랬지. 그 인간이 뭐가 예쁘다고...그래, 축제에서 있었던 오메가 경매에서 모멸을 당했던게 불과 며칠전인데. 미치에다는 스스로도 이해할수없었다. 딱히 오지랖이 넓은 성격도 아닌데 이상하게 신경에 거슬렸다.

비가 잦아들면 집에 갈 생각으로 도서관에 들어선 미치에다는 책상에 엎드려있는 메구로를 발견하고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사람 신경쓰이게 하네....

엎드려있는 메구로에게 가까이 다가간 미치에다는 가방 속에서 엠피쓰리 플레이어를 꺼내 메구로의 옆에 탁-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았다. 메구로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뭐야 이게..?

"보면 몰라요?완전 옛날 모델이라 음질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데 그래도 나름 들을만해요."

메구로가 말없이 미치에다를 빤히 쳐다보자 어쩐지 민망해진 미치에다는 메구로의 시선을 피하며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천둥소리가 그렇게 싫으면 그거보다 더 시끄러운 음악으로 덮으면 되잖아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자리를 뜨려던 미치에다는 제 셔츠깃을 붙잡은 메구로에 어리둥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가게?"
"어디긴요 집에 가야죠."
"여기서 공부하려고했던거아니야?"
"뭐...원래는 비 좀 그칠때까지 있다가 가려고했는데 자리도 없어보이고."
"...여기 앉아."

옆자리에 올려놨던 가방을 치워주는 메구로에 미치에다는 잠시 고민하다가 아직도 하늘에 구멍난듯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고는 메구로의 옆자리에 앉아 필기노트를 꺼냈다. 필통을 꺼내던 미치에다는 별안간 제 한쪽 귀에 꽂아져오는 이어폰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에요?"
"니꺼잖아. 같이 들어."
"전 괜찮은데요."
"니 엠피쓰리라서 난 뭐가 뭔지 몰라. 난 엠피쓰리 써본적도 없고."

그야 당신은 최신형 스마트폰이니까 이런 구식 엠피쓰리같은거 쓸일이 없었겠지. 하여간 부잣집 도련님인 티를 낸다니까....얼마전의 경매 사건 탓인지 메구로에 대해 괜히 삐뚤어진 생각만 들었다. 물론 당사자는 잊어버린것같지만 말이다. 어쩔수없네...미치에다는 엠피쓰리의 전원을 켰다.

"선배 좋아하는 가수나 노래 있어요?"
"글쎄...딱히. 그냥 너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 틀어줘."

곧이어 나란히 나눠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하드하기 짝이 없는 헤비메탈에 메구로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노래 좋죠?잡생각 떨치는데 딱이에요"

거친 멜로디와 성대를 찢을듯한 보컬에 맞춰 발을 까딱거리는 미치에다의 모습에 메구로는 피식 웃었다.

"진짜....이상한 애다, 너."

그러게요, 오늘은 정말 이상한 날이네요....라고 미치에다는 생각했었다.

"고마워 슌."
"뭐가요?"
"나 이제 천둥번개 안 무서워졌어."
"...다행이네요. 그때 선배 진짜 쓰러지는거 아닌가싶었는데. 안색도 너무 안좋고."
"그런데 너... 계속 나 선배라고 부를꺼야?"
"선배를 선배라고 부르지 뭐라고 불러요."
"내가 왜 네 선배야"

남....편....이잖아....헛기침을 하며 작게 중얼거리는 메구로의 귓가가 붉게 달아올라있었다. 메구로가 부끄러워하니 괜히 저까지 부끄러워지는 기분이 들어 미치에다도 괜히 작게 손부채질을 했다.

"선배말고 뭐가 있는데요..."
"너 내이름 알잖아 슌."
"으으..."
"얼른."

그러니까...그...그게.....

"....렌."

머뭇거리던 미치에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제 이름에 메구로가 씩 웃었다.

"왜 불러, 여보."

...뭐라고..?




메메밋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