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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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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서태웅이 지랑 똑같이 생긴 어린아이 한명 데리고 왔으면 좋겠다 체육관에 부원+팬클럽+친구 등등 사람 꽤나 있는데도 조용해지겠지 다들 한마음 한뜻으로 입 벌리고 보고 있는데 마침 달려와서 바로 골 자세 잡는거 하던 정대만(2살연상, 최근 서태웅이랑 썸 타는 중)이 뛰다가 둘을 보고 미끄러지겠지 천장을 보고 뭐지 뭘 본거지 하는데 후다닥 소리가 나더니 서태웅이랑 리틀 서태웅이 자길 내려다보는거 보고 진짜 기절하고 싶어졌음 좋겠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리틀태웅은 서태웅 큰누나네 아들, 즉 조카였음 누나가 일이 생겨 바쁘다고 동생찬스 써서 서태웅 수업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학교에 와서 맡기고 간거였지 정대만은 서태웅의 뒤에서 빤히 자신을 보고 있는 리틀 태웅에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었음 보자마자 자빠진 형이라니 좀 이상한 사람이라 느끼겠지 라고 생각했지 그래도 가지고 다니던 새콤1달1콤 같은걸 쥐어주고 농담도 하면서 진짜 귀엽다.. 태웅이가 어릴때 이랬으려나 하고 놀아줬음 좋겠다 그렇게 한쪽 구석에 앉아 틈틈히 부원들이 말을 걸거나 먹을걸 주거나 하는걸 수줍어하며 받던 리틀태웅은 꽤나 얌전해서 아 서태웅네 핏줄이 맞구나 싶었을거야
부활이 끝나고 평소같으면 남아서 연습을 했을 탱댐이지만 어린 리틀태웅이가 지금까지 기다린것도 사실 대단한거라 일찍 귀가하기로 했을거 같다 그런데 짐을 챙기고 오니 리틀태웅이가 텅 빈 체육관에서 골대랑 바닥을 번갈아 구경중인거야 다가가보니 3점 라인을 밟았다 피했다 하면서 놀다가 제 외삼촌을 보고선 도도도 왔겠지 그러더니 곁에 서있던 대만이를 쭉쭉 잡아당기고선 고개를 숙여준 대만이에게 비밀 얘기를 하듯이 작게 멀리서 공 슈웅ㅡ하는거 너무 좋아요 하는거야 아마 대만이의 3점슛을 얘기하는듯 했지 그 서태웅을 닮은, 심지어 수줍음도 많은 애가 그런 얘길 해주니 너무 귀엽단 생각을 한 대만이는 리틀태웅이를 꼭 안아주고선 이마에 제코를 가볍게 비볐어 그순간에 옆에 있던 큰태웅이 잠시 움찔했지만 아무도 보진 못했지

그렇게 중간에 잠든 리틀 태웅이를 업은 서태웅과 대만이가 나란히 걸으면서 집에 가는데 갈림길에 다다를때쯤 서태웅이 멈춰서더니 "안되겠어요" 하는거야 그러더니 제 이마를 가르키면서 "저도 해주세요" 하겠지 대만이가 얼떨떨한 얼굴로 "뭘?" 하고 되묻는데 이번에는 서태웅이 아예 고개를 좀 숙이면서 제 앞머리를 빠르게 옆으로 치우고 다시 손을 뒤로 했겠지
"이마 뽀뽀. 저도 해주세요"
태웅의 말에 대만이는 입을 떡 벌렸어 그러곤 서태웅의 등너머를 잠시 살폈지 다행히(?) 리틀 태웅이는 여전히 곤히 잠든 상태였음
"너어.. 는 무슨.."
"아까 태선이한테는 해주셨잖아요"
"얘는 애잖아..! 그리고 네조카거든?"
"그래도 전 아직 뽀뽀 못 받아봤어요"
"아닛..."
애초에 뽀뽀도 아니었다고 항변하려던 정대만은 잠시 멈추고 드러난 태웅의 이마를 봤음 잘보니 이녀석, 맨날 덮고 다녀서 그렇지 이마도 참 예쁘네 하고 저도 모르게 생각했지 매끄럽고 시원한 라인은 이마에서부터 코로 연결 되어있었을거야 쑥쓰러움을 감추기 위해 알았어알았어 하고 중얼이는 대만이의 말에 태웅은 눈에 힘을 주기 시작했음
"눈에 힘 좀 풀어라"
"놓치기 싫어요"
서태웅의 고집을 이미 아는 정대만이였기에 더 권유 하지는 않았어 대신 말없이 손을 올려 눈을 가려버렸지 정대만의 고집도 만만치 않았거든 그리고 대만이는 태웅이 물러서기도 전에 얼굴을 가까이 했음 다음 순간, 은은한 사과향이 훅 끼치고 옅은빛을 머금은 입술이 따뜻함을 지닌채 서태웅의 입술 위에 와닿았다 순식간에 멀어졌지
"...."
"...."
잠시간의 침묵이 둘 사이를 메우고 얼굴이 붉어진 정대만은 '이녀석 왜 아무말도 없지? 별로였나?' 하고 생각했어 조금 후회도 올라오기 시작했지 하지만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내리고 그뒤에서 드러난 태웅의 얼굴과 눈을 본 대만이는 그런 생각따위 다 날린채 와 하고 작게 탄성을 내뱉었음 하얀 도자기같은 피부 위로 수채화로 물들인듯 분홍빛으로 변한 뺨에 촉촉해진 검은 두눈은 충분히 두사람이 같은 마음인걸 보여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