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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0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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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오인씹과 황실물을 더한.

화촉이 환하게 밝히는 신방, 서로를 바라보며 신혼 첫날밤을 기다리는 신혼부부....

가 아닌

"...아직도 화났어?"
"...."
"슌."

잔뜩 골이 난 새신부를 달래느라 고전을 치르고 있는 새신랑이 있었다.

메구로는 슬쩍 손을 뻗어 손을 붙잡으려했지만 잡기도 전에 휙 뿌리치는 미치에다가 더 빨랐다. 제게서 아예 등을 돌려버리는 미치에다에 메구로는 어쩔줄몰라했다. 슌, 내가 미안하다니까..?

"말 걸지마세요. 네가 부담스러우면 키스하는척만 하자고 먼저 말한 사람은 어디의 누구셨더라?"
"아니...근데 생중계 카메라들이 너무 다각도로 있으니까 제대로 안하면 들킬수도 있었단 말이야. 그리고 그게 키스야? 뽀뽀지? 입술 닿고 10초도 안 있었어 우리."

미치에다를 어르고 달래다보니 메구로는 왜인지 억울함이 몰려왔다.

"아니 근데 그렇게 싫어? 오히려 내가 섭섭한데 슌."
"...란 말이에요..."
"응?뭐라고?"
"....나는 첫키스였단 말이에요!!!"

미치에다의 우렁찬 목소리가 신방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헙... 미치에다는 제가 다 놀라 입을 틀어막았으며 메구로 역시 커다란 눈을 깜빡였다가 이내 눈꼬리를 휘어 웃었다.

"정말?내가 첫키스야?응?"
"......몰라요!!"
"너 얼굴 엄청 빨개졌다, 슌. 꼭 딸기같아."
"아 저리 가요!!"
"첫날밤부터 나 소박 맞히려고?"

그때였다. 똑똑-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상궁의 목소리가 문을 타고 넘어왔다.

"태자전하, 빈궁마마, 주안상을 들여도 되겠습니까?"

아...아직 끝난게 아니였구나....라는 생각을 미치에다만 한것은 아니였는지 이번만큼은 메구로도 꽤나 피곤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두 사람이 합환주까지 비우고나서야 상궁들은 비로소 대례의 마무리를 알리고는 자리를 비켰다.

"아아 진짜 피곤하다..."

미치에다는 자연스럽게 제 무릎을 베고 눕는 메구로에 눈썹을 치켜올렸다.

"선배 지금 뭐하세요?"
"나 취했나봐 슌.....너무 피곤하고 졸려..."

하???? 미치에다는 기가 막힌 헛웃음을 터뜨리며 제 무릎을 차지하고있는 뻔뻔한 이를 내려다봤다. 피곤하다는 말은 진짜였는지 미동없이 눈을 감아내린 얼굴을 보고 있자니, 미치에다는 문득 회상에 잠기기 시작했다.

"캬~~~역시 미인이 있으니까 술이 쭉쭉 넘어가네~~미치에다 너도 한잔 받아!"
"아...아니요 저는 술이 세지않아서요..."
"어허~~~신입생이 선배가 주는 잔 빼는거 아니야~~"

젠장 진짜 단단히 잘못 걸렸다...미치에다는 욕지기가 치밀어오르는 기분을 꾹 참아내며 제게 건네진 술잔을 노려보았다. 하필이면, 일일 행사 아르바이트가 당일 취소되었다는 전화를 받는 모습을 과대한테 걸릴건 뭐란 말인가. 거기에 양 옆으로 진상으로 유명한 복학생 선배들이 차지하고 있어, 도망갈수도 없었다.

이따 화장실 간다고 하고 핫슨이한테 전화좀 해달라고해서 도망쳐야겠다...하는 생각을 하며 양옆의 선배들의 재촉에 못이겨 술잔을 들어올렸을때였다.

"이야- 메구로 왔냐??"
"뭐야 진짜 메구로야????"
"선배, 오셨어요?"
"여기 앉아 여기-"

제 옆에서 움직일 생각도 안하던 복학생 둘이 대번에 벌떡 일어나게 만든 이가 궁금해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인 조각같이 수려한 인상의 남자와 눈이 딱 마주쳤다.
윗 학번들과 편한 말투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복학생인것같았다. 근데 보통 신입생환영회에 온 복학생을 저렇게까지 반겨주나...뭐...잘생긴 사람 싫어할 사람은 없긴하지만.

"야!! 너는 일본 들어왔으면서 어떻게 연락을 한번도 안하냐~"
"아아 미안미안, 귀국해서 이것저것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어. 학교도 돌아와야하고."
"말로만?"
"하하 그래 알았어, 오늘은 귀국기념 복학기념으로 내가 쏠게."
"예에!!다들 들었냐?! 어서 메구로님을 찬양하라!!!!"

...저거였군. 미치에다는 피라냐들한테 뜯어먹히면서도 사람좋게 웃는 메구로에 속으로 비웃음을 보낸 미치에다는 금방 메구로에게서 흥미를 잃고는 핸드폰으로 오오하시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아니!우리 예쁜 후배 왜 아직도 잔이 안 비었어?! 형이 신경 안써줬다고 삐진거야?!"

하 진짜...핫슨이한테서 전화는 언제 오는거야...금방 전화해준다며....그때였다. 미치에다는 제 손에서 빠져나간 술잔에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어어, 뭐야 메구로."

메구로가 씩 웃으며 술잔을 비웠다.

"내가 쏘는건데, 나한테는 술 한잔도 안 주는게 어딨냐?"

미치에다는 이제 아예 제 잔을 자연스럽게 차지하고 앉은 메구로를 쳐다보았다. 알코올향에 살짝 섞인 시원한 향기는 향수일까, 아니면 우성알파라는 그의 페로몬향일까. 뭐...궁금하면 어쩔거야. 어차피 저와는 상관없는 인생을 사는 사람인걸.

"오오 메구로 오늘 달리네?"
"귀국했잖아."
"좋아 오늘 한번 메구로 렌의 끝장을 봐보자 으흐흐"
"얼마든지."

시간이 지날수록 메구로의 앞에 점점 쌓여가는 술병에 미치에다마저 슬며시 걱정이 샘솟았다. 저러다 쓰러지는거 아냐..?그러면 괜히 미안해지잖아. 그때였다. 미치에다의 핸드폰 벨소리가 울린건. 핫슨이였다.

"아...저기...저 잠시 나가서 전화좀 받고올게요."
"에??급한 전화 아니면 이따 다시 걸면되지~~"

미치에다는 목끝까지 차오른 욕을 삼키고는 애써 싱긋 웃어보였다. 급한 전화일지도 몰라서요.

"에에 미인이 없으면 술맛 떨어지는데~~"

하며 또다시 진상을 피우기 시작할때였다.

"아이스크림 먹을 사람? 내가 사올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메구로에 너도나도 손을 들기 시작했다.

"다들 먹고있어. 편의점 가서 사올게."

자연스럽게 미치에다를 함께 데리고 밖으로 나오는 메구로에 엣...?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가게 밖으로 나와 함께 걷는 동안, 한마디도 오고가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초면이였으니까. 편의점이 이렇게 멀었나싶을 정도로 꽤나 걸어가는 내내 이어져오던 침묵을 깬것은 메구로였다.

"이정도 왔으면 다들 눈치 못챌거야."
"네?"
"집에 가고싶은거 아니였어?"
"아...."

속마음을 전부 들켰다는 생각에 어쩐지 조금 민망해졌다.

"애들한텐 너 취한것같아서 내가 보냈다고 할게, 들어가."

미치에다는 편의점쪽으로 향하는 메구로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아차싶은 마음에 그를 불렀다. 메구로상? 아니야... 메구로군?초면에 이건 더 아니지. 아 그래.

"선배님!"

저를 부르는 메구로는 발걸음을 멈추고는 미치에다를 돌아보았다.

"지금 나 부른거야?"
"어...네...그...저희 과 선배님...아니세요?메구로 렌 선배님..."
"맞아. 근데 굳이 그렇게 예의차려서 부르지않아도 돼. 편하게 불러."
"아...네..."
"근데 난 왜 불렀어?"
"아 그게...이거요"

미치에다가 내민 만엔짜리 지폐에 메구로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아무리 그래도 선배 혼자 다 내시는건 부담되시지않을까해서..."

그리고 아이스크림값도 같이요. 미치에다의 말에 메구로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너..."

뭐지 왜 웃지. 턱도 없이 부족한가. 하긴 그 인간들 먹은게 얼만데...근데 이거보다 더내면 이번달 위험한데...

"착하구나, 미치에다."

어라 내이름을 알고있어..?어떻게..?

"근데 난 정말 괜찮아. 내가 내고싶어서 내는거야. 오늘은...기분이 너무 좋은날이거든"

만나고싶었던 사람을 만난 날이라서 말이야.

뭐...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그 다음학기에 바로 선배한테 전체수석을 뺏기기 전까지는 말이야. 미치에다는 피식 웃어버렸다. 술에 취해 잠든 메구로를 보고있자니 미치에다는 문득 궁금해졌다. 그 날, 메구로는 누굴 만났던걸까.

"태자전ㅎ...어머...."

쉿...미치에다는 입술위로 검지손가락을 가져다대고는 무릎위에서 잠든이를 살폈다. 곤히 잠든 이가 코끝을 찡긋 구기며 잠시 뒤척이자 미치에다는 그를 달래듯 결좋은 머리카락을 살살 쓸어내렸다. 태자비의 무릎위에서 다시 평온하게 잠든 메구로의 모습에 상궁은 발꿈치를 들고는 조용히 자리를 물렀다.

"해...."
"네?뭐라고요 선배?"
"ㅈ...아해...."

뭐라는건지....뭔진 모르겠지만 잠꼬대를 하는 얼굴이 꽤나 행복해보였다. 좋은꿈이라도 꾸는 모양이다....라고 생각하며 미치에다도 스르륵 눈을 감았다.

신혼 첫날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메메밋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