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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7 03:09
태섭이에게 준섭이는 아픈 기억이면서 찬란한 추억인데 그 경험을 당시 과거를 같이 겪엇던 사람이 아닌
그 후에 만난 사람에게 설명하는 과정은 너무나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일거라고 생각함
우리가 그런 일이 있었지… 하며 감정을 나누는거랑 내가 이런 일을 겪었어 털어놓는건 다르니까


태섭이가 형의 존재를 딛고 산왕과의 승부에서 이겻다하더라도
어떤 상실은 한번의 과정만으로 상쇄되지 않는 부분이 잇는거지
이 땅에서 물질적으로는 함께하지 못한다해도 여전히 준섭이는 태섭이의 형이고 농구를 잘하는 선수였고 동생을 가르치고 함께했던 사람이니까 ㅇㅇ



태섭이가 연애를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상대방이 준섭이의 존재에 다가서는 순간이 잇을거임
그 연애가 얕든 깊든 태섭이의 생일이 준섭이의 생일이니까 그 날이 오면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고 생각에 잠기는 태섭이의 모습을 태섭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못 알아챌리가 없거든

그리고 준섭의 존재를 만날만큼 깊은 연애를 할만한 사람은 우성태섭과 명헌태섭이라고 생각함
대부분은 그 스테이지에 오르기 전에 퇴장당하거나 하차함 ㅇㅇ






우성이는 기어코 태섭이의 입으로 준섭을 마주하고 마는 고집을 부릴것 같다
그 과정에서 둘이 고함을 지르고 서로를 밀치고 물건을 던지고 울고 할퀴고 애원하고 매도하더라도
전날만 해도 사랑을 속삭이던 연인이 하루아침에 이별이라는 낭떠러지에 아슬아슬하게 대치하더라도 우성이는 마지막 발을 내딛을 사람임
태섭이는 모질지 못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을 아주 멀리 밀어버리는 과정은 다시 겪고 싶지 않기 때문에
결국 우성이의 손을 잡고 준섭이에 대해 더듬더듬 떨리는 목소리로 털어놓을거임
모든 이야기를 듣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대도 도중에 빠진 얘기가 있고 지리멸렬한 문장이 잇대도 우성이는 모든 걸 다 들을 때까지 태섭이의 곁을 떠나지 않을거임
그리고 말을 마친 태섭이 과거의 준섭을 미래의 연인에게 소개시켜준 후 어쩐지 후련한 마음으로 고개를 들었을때
우성이는 눈물을 줄줄줄 흘리고 있을듯
놀란 태섭이가 손등으로 뜨거운 눈물을 닦아주어도 다시금 눈물은 흘러내림

태섭아… 약속할게. 무슨 일이 있어도 네 곁으로 돌아올거야.

진심을 담은 맹세란걸 알아서 태섭이는 작게 웃으며 우성이를 끌어안음
그리고 어느날에는 손을 잡고 오키나와에 갈거야
파도가 치는 바닷가의 해변을 걷다가 너무 커버린 두 사람이 들어가기엔 한참 작아져버린 동굴에 도착해서 태섭이가 말해주는 준섭을 상상하는 우성임
여전히 자라지 못한 준섭이 해맑은 미소로 두 사람을 반기며 비밀 아지트로 초대함
우성은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준섭이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지고 그걸 태섭이도 알거임
두 사람에게 준섭은 영원한 소년이고 태섭의 형이며 가족이야
이렇게 태섭이의 아픔을 어떻게든 마주하고 우성이가 진심을 담아 울 때 태섭이는 그 모습을 보며 웃을 거라는게 우성태섭이고







명헌이는 태섭이에게 구태여 진실을 듣지 않으려해서 준섭이를 그저 과거의 존재로만 여김
오래 사귀다 보면 가족도 만나고 그 과정에서 아라든 엄마든 본가 집에 있는 사진에서든 준섭을 마주할 기회는 분명 잇을거임
만약 아라나 엄마가 준섭이에 대해 말해준다면 가만히 듣겠지만 과거의 준섭이 무얼 좋아했고 어떤 삶을 살앗는지 사소하고 자세한 질문 어느것 하나 하지 않음
그저 그 자리에서 가만히 제게 주어지는 정보만으로 준섭을 대함
태섭의 형이고 농구를 잘 했고 어린 나이에 죽었다
명헌에게 준섭은 사람보다는 정보임
명헌이 사랑하는건 태섭이니까 태섭의 관심사와 인생이 아닌 건 굳이 알 필요가 없는거임
만약 태섭이 말해준다면 그 정보를 다루는 방식이 좀 더 세심해지겠지만 태섭은 왠만해서는 준섭의 얘기를 자세하게 꺼내지않을거란 말임
준섭의 사진을 보는 명헌에게 아… 우리 형… 정도는 하더라도 그 이상의 얘기는 해주지 않음
그러면 명헌도 더 묻지 않고 거기서 끝나는거임

대신 매년마다 돌아오는 태섭의 생일날 중 언젠가는 준섭의 생각에 태섭이 너무 우울해지는 때가 오기도 하겟지
근데 그걸 옆에 있는 명헌에게 설명하고 싶지 않아 제 생일이라고 축하하기 위해 와 준 사람에게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전이시키고 싶지 않은게 또 다정한 태섭의 성향이라…
그러면 명헌은 가만히 태섭이 옆에 앉아서 태섭을 자기에게 기대게 해줌
둘 밖에 없는 공간에서 침묵이 흐르다 태섭이 흐느끼는 소리가 점차 커지겟지
태섭은 한참을 울고 명헌은 그 옆에 가만히 있음
태섭이 왜이리 서럽게 우는지 이해가 갈 만큼 준섭에 대해 아는건 없지만 울든 웃든 자기는 언제나 태섭의 옆에 잇을거거든

…고마워요

이제 태섭은 준섭을 떠올릴때 혼자 울지 않고 숨어 울지 않아도 됨
태섭이 우는 순간에는 명헌이 옆을 지킬거니까
명헌태섭은 명헌이 태섭이의 아픔을 굳이 직면시키지는 않지만 태섭이가 외롭지 않으며 마음껏 울고 해소할 수 있게 해줌






아무튼 우성태섭 명헌태섭 오진 사랑을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