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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5 22:47
대만이랑 만나고 연애하면서 싫었던게 좋아지는 호열이...

비 오는 날 침대에서 대만이 품에 꼭 안겨있으면서 가만히 그런 생각이 들겠지. 예전에는 비 내리는게 참 싫었는데. 알바하는 가게 바닥이 더러워져서 청소하기 힘드니까. 비 뚫고 배달가는건 춥고 앞도 안보이고 길도 미끄러워 위험했으니까. 작은 원룸은 곰팡이가 생길까 불안했고 쌀쌀한 방 안에서 혼자 쿱쿱한 이불덮고 자야하는 밤이 너무 싫었어.

그런데 이제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비가 오면 내가 우산 들고 대만 군 마중나갈 수도 있고, 아니면 대만 군이 나를 데리러와주니까. 꼭 우산 하나 쓰고 찰싹 붙어 갈때 어깨의 온기도 좋아. 비 오는 날은 파전이지! 하며 항상 하는 말에 둘이 키득거리면서 따뜻한 오뎅탕이랑 파전 해먹는 저녁도 좋고. 이불은 쿰쿰하고 공기는 차갑지만 안고있는 대만 군 체온이 더 따뜻하게 느껴져서 상관없어. 예전에는 비 냄새가 싫었는데 당신 살냄새랑 섞이니까 더 좋게 느껴지는 것도 신기해. 햇살같은 사람인데 왜 비에 젖은 풀 냄새도 잘 어울릴까.


그런 것도 있지. 내가 어릴때는 어른들이 싫었어. 알바비 빼먹거나 원룸 보증금 사기치는 인간말종들도 많았고 새학기부터 날 경멸하듯 쳐다보는 선생들도 싫었어. 난 아직 아무것도 안했는데 말이지. 밤에 돌아다니면 술에 취해 시비거는 사람들도 지긋지긋했지.

그런데 당신 주위는 좋은 어른들이 참 많아. 대만 군 부모님께는 항상 감사해. 남자에 양아치인 나를 흔쾌히 가족으로 받아들여주셨을 때는 많이 놀랐어. 심지어 내가 내 길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다할때는 부담스럽고 감사하고 죄송해서 어쩔 줄 몰랐는데 당신은 속 편하게 양서방 좋겠네! 이런 소리나 해서 좀 얄밉기도 했는데. 사랑을 주고받는게 너무 당연한 집안이라 당신이 그렇게 사랑스러운 사람인거겠죠. 나도 거기에 보답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당신을 만나고 내가 바뀌는게 참...스스로가 신기해요


나는 땀 흘리는 것도 싫었는데. 땀은 싸울 때나 일 할때만 흘리니까. 냄새도 싫고 끈적거리는 건 더 싫고. 근데 대만 군이 농구하면서 흘리는 땀은 왜 반짝거리고 상쾌해보일까. 우리 둘 다 땀에 젖어 척척하게 붙어오는 살도 좋아. 이런 위험해. 세울 뻔했다. 어젯밤 괴로혔으니 미움받지 않으려면 오늘은 참아야겠죠.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있는 호열이인데 대만이가 졸음이 가득 묻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와

호열아...
왜요?
나는.. 예전에.. 비가 싫었다?
응?
비 오면 농구도 못하고..놀러도 못가고...운동복 빨래 널어둔건 마르지도 않고...그랬는데...

비와서 운동쉬고 너랑 이렇게 껴안고 있는건 좋네...ㅎㅎ...


.....사람 마음 다 흔들어놓고 잠드는건 너무하지 않나요 대만 군.






어떻게 끝내지. 그냥 싫은게 많았던 호열이 인생에서 오셀로 뒤집듯 자기 닿는곳마다 바꿔버리는 인간재해 정대만 만나고 좋아하는게 더 많아지는 호열이가 보고싶었음. 그리고 반대로 자기가 정대만을 바꿨다는 사실도 눈물나게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