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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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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웅아, 그 친구네 집에서 너무 신세지는거 아니니? 옷도 매번 빨아주시고, 도시락도 싸주신다며?"
"친구 아니야. 그리고 멍청이가 살림해. 부모님 안계시니까."



태웅이네집 난리남. 그동안 농구부 끝나면 가서 자고, 일주일에 한번 집에 오는데 올때마다 입고 오는 저지가 섬유유연제향이 나고 도시락도 점심, 저녁 두개씩 싸서 같이 먹었다는데 그럼 그 재활하고 돌아왔다는 친구가, 아니 친구 아니라... 남자친구인데 걔가 혼자 살림하면서 막둥이를 저렇게 훤칠하게 거둬먹이고 재워주고... 이대로 두면 안될것 같아서 태웅이 무릎 꿇려놓고(why..) 대책회의 하는 웅이네 집임.






ㅡ사귀자고 할때 로맨틱하게 했어?(큰웅누나)
ㅡ멍청이니까 내가 책임진다고 그랬어.
ㅡ책임진다는게 재활하고 돌아온 친구 손에 물 묻히고 얹혀산다는 거야?(웅엄마)
ㅡ....
ㅡ웅이 너는 그럼 그 애 집에 가면 뭘 하는데?(웅아빠)
ㅡ잔소리해.
ㅡ사죄하러 가야하는거 아니야?? 이 극악무도한 막내새끼가!!(작은웅누나) 너 그러다 차인다!!
ㅡ이야다!!











태웅이네 가족회의 끝에 커다란 화이트보드에 [기생웅 갱생 프로젝트 : 차이지않는 연애비결] 써놓고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브리핑해줌. 태웅이가 어지간히 좋아하는게 아닌것 같은데 이대로 두면 남친인지 뻐꾸기새끼인지 구분도 안되는 뻔뻔한 애 되는거라서 가족들이 백호한테 사죄하는 마음으로 웅쪽이 교육시작함.


ㅡ계속 멍청이라고 부르고 싶으면 예쁜 말도 넣어서 불러라. 아니면 차이던가.(이야다!!)
ㅡ집에 오는 날 엄마가 장 봐다 놓을거다. 가져가서 냉장고 정리해라. 잔소리는 백호가 해야지 웅이 니가 하는게 아니다. 차일래?(이야다!!)
ㅡ요리는 너한테 맡기면 둘이 굶어죽는다. 백호가 고맙게 요리해주면 너는 설거지/욕실청소/세탁기청소를 해라. 그거 배우기 전까지 백호네 집에 못갈줄 알아라(...웃쓰)
ㅡ백호 생일 말고도 돌아가신 부모님 생신, 기일 당장 외워라. 백호 가족이 되고싶으면 가족이 챙기는걸 하는게 도리다(웃쓰!!)
ㅡ소중하면 소중하게 대하는게 맞다. 들어볼수록 참하고 좋은 애다. 귀한 백호에 잠이나 쿨쿨 자는 농친웅따위. 좋아한다고 매일 진심으로 말해줘라. 안그러면 너 전학(꼬리펑쿨냥이)
ㅡ백호한테 가면서 꽃집에 들러라. 제일 예쁜 꽃 한송이 사고, 카드에 최선을 다해 오늘의 예쁜 말 적어라. 그걸 매일해라. 빠뜨리면 전학(꼬리대빵펑쿨냥이)





"태웅아, 입으로만 지켜준다는 남자는 별로야. 어려서 모른다기엔 백호는 더 어리고 얼마전에 재활했던 애잖아. 진짜 잘해주는거 아니면 백호랑 더 깊어지지 않게 할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미안하지않게, 귀하면 귀하게 잘해. 야무지고 참한 애가 늘 널 참아주는데 익숙하게 하지말고 네가 먼저 해줄 수 있는 걸 해. 그걸 할거면 우리는 이 연애 찬성이야. 할 수 있어?"
"네."

태웅이도 무릎꿇고 진지하게 대답했지. 웅아빠가 "웅이, 고무장갑끼고 욕실로 오너라. 욕실청소부터 배워가고, 담주엔 세탁기청소 가르쳐주마."했지. 웅엄마가 마트에서 장봐오실 동안 누나들이 꽃집가서 예쁜 화분들 골라왔겠지. 태웅이는 뭘 한번 좋아하면 바꾸는 애가 아닌걸 가족들이 제일 잘 알잖아. 청대갔을때도 해변을 뛰어서 만나고 왔다는 애가, 재활하는 내내 문병가서 시비도 걸고, 비디오분석도 같이하고, 이불도 덮어주고 오던 애가, 복귀한 다음 아침마다 학교가 아닌 그 애네 집에 가서 태워가던 애가 백호잖아. 아마 태웅이는 백호를, 농구하는 백호를, 어쩌면 농구를 하지않아도 백호를 평생 제 사람이라고 생각할 애일걸 가족들은 다 알았어. 농구뿐인 태웅이 인생에 나타나준 아주 귀한 애인걸 알아서 가족들은 마음이 놓이면서도 긴장이 되었지. 농구만 잘하는 애가 아니라, 백호를 제일 잘하는 애가 되도록 서툰 아이를 도와줘야하는게 자기들 일인걸 알았거든.

















한달 뒤 도시락 네개가 태웅이 자전거 뒤에 담겨 태웅이네 집으로 배달되었지. 백호가 웅엄마가 일주일마다 보내주시는 식재료로 뭘 만들까 고민하면서 솜씨를 발휘해 만든 덮밥도시락이었어. 사과도 여우모양으로 깎아서 넣고, 날치알로 만든 농구공모양 주먹밥도 넣은 예쁜 도시락. 가족들이 눈물을 글썽이면서 도시락을 두고 조금 울었나 했을때 태웅이가 자기는 돌아가서 백호랑 먹을거라고, 설거지는 하고 왔다고 말하고 돌아가겠다는걸 엄마가 태웅이를 끌어안고 말했지.

"가서 백호 이렇게 안아줘. 엄마가 다음에 만나면 그땐 직접 안아줄건데 오늘은 웅이가 대신 안아줘. 고맙다고도 전해주고."

태웅이가 끄덕하고 얼른 자전거를 밟아서 꽃집으로 갔지. 매일 사는 빨간 장미 한송이가 멍청이네에 제법 있는데 멍청이가 받을때마다 볼이 발개져서 귀여워지는걸 보는걸 빼놓을 수 없지. 멍청이가 오래된 장미는 잘 말려서 보관하는것도 알아. 지금은 한송이지만 프로가 되면 날마다 백송이씩 줘야지. 태웅이는 자전거에 꽃 한송이만큼 더 진하고 짙어진 사랑을 싣고 멍청이네로, 태웅이가 찾아낸 인생의 집으로 갔겠지. 수저가 두개, 젓가락도 두쌍, 마주앉지 않고 나란히 앉아 손잡고 밥을 먹는 풋풋한 어린 연인이 곧 한쌍. 아직은 배울게 많지만 태웅의 사랑은 날마다 자라고 있었지. 한계도 없이 종생도록. 자전거가 더 빨라지고 있었어.




루하나
슬램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