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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4 12:16
농구하기 전에 꿈에 대해 말하면 백호 자기는 늘 아이들한테는 좋은 아버지, 아내한테는 다정한 남편이 되는 게 꿈이라 했을거 같음. 그렇게 단란하고 복작복작한 가정 이뤄서 행복하게 살고 싶은게 꿈이라는거 듣고 호열이 내색은 안해도 내 사랑은 시작도 전에 끝났구나 싶겠지.

그래서 백호가 여자애들한테 매일 고백하고 차여도 아무 말도 안했을거 같음. 비록 매번하는 고백이라도 늘 백호가 고백한다하면 마음 찢어지고 혹시라도 이번 여자애는 받아주는게 아닐까 하고 마음 졸이긴 하지만 설령 그런 날이 온다해도 자기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처음으로 그 마음에 보답을 해준게 농구라는 걸 알았을 때도 농구한테 백호를 뺏긴 기분에 좀 공허하긴 해도 진심으로 백호를 응원해주고 자기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겠지. 가끔 백호가 호열이 너 무슨 고민있냐 물어도 아무것도 아니라 얼버무리고는 백호가 농구에 깊이 빠지는 거 보고 점점 더 마음 접으려고 노력했을거 같음.

근데 사람 마음이 그리 쉽게 접힐거면 애초에 좋아하지도 않았겠지. 결국 접는건 포기하고 서포트 해주고 응원도 해주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여전히 백호 사랑하는데 어느날 백호가 내내 안절부절하더니 체육관 온 호열이 손 붙잡고 뒤편으로 가선 심각한 얼굴로 물었으면 좋겠다.


- 호열아. 넌 똑똑하니까 뭐든 다 알지 않냐. 내가 아무리 천재라도 이건 진짜 모르겠어서.


하더니 주변 휘휘 둘러보다가 아무도 자기들한테 신경 안쓴다는거 알고 겨우 말하겠지.


- 남자가 남자를 좋아할 수도 있냐?


누가 들을세라 바짝 붙여서 말하는데 그 말 듣는 순간 호열이 피식는 기분일듯. 그래서 답지 않게 표정관리 못하고 바로


- 누구야, 백호야?


하고 묻겠지. 그러면 백호 그 표정에 지레 겁먹어서 허둥거리다가 호열이가 다시 한번 무슨 일 있었어? 백호야? 하면 백호 여전히 좀 안절부절하다가 말하겠지.


- 아니, 어제 연습 끝나고 여우가 하도 원온원 하자고 하길래 이 천재가 상대 좀 해줬거등? 근데 저 자식이 승부는 안 하고 자꾸 내 얼굴만 빤히 보더니 그 뽀,뽀뽀 하려고 들지 않냐.
- 그래서, 했어?
- 아, 아니!!! 너무 놀라서 한방 날리고 튀었지! 근데 어제 그러고 난 이후로 여우자식 눈을 못 보겠어서... 이 천재가 서태웅 따위한테 쫄 순 없잖냐.


백호 어제 태웅이가 하자던 원온원은 안 하고 분위기 잡더니 키스하려고 들어서 마음 겁나 싱숭생숭했을거임. 물론 태웅이 입장에선 둘 다 쌍방이라 생각해서 키스부터 하고 자연스럽게 사귈 생각이었겠지.

다만 한가지 간과한 건 백호는 태웅이랑 같은 마음이었어도 남자끼리 느끼는 그런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 그저 우정의 한 종류라 생각했다는 점이라는 거겠지. 그도 그럴만 한게 백호는 호열이한테도 항상 이런 감정이었으니까.

근데 이렇게 정색하고 뽀뽀했는지 묻는 호열이 보니까 어제 서태웅이 자기한테 그랬건 게 단순히 우정이 아니라 진짜 자기가 여자애들한테 느꼈던 그 사랑 같아서 겁나는 백호. 그걸 자각한 순간 어쩌나 싶어서 안절부절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심장 겁나 뛰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두 뺨 잡히더니 그대로 끌어당겨져서 키스받는 백호 보고싶다.

백호 머리 핑핑 돌아가다가 하얗게 질리는데 차마 어제처럼 한대 치고 도망도 못가겠는게 얜 호열이잖아... 어떻게 그러겠냐. 심지어 첫키스라 감각 받아들이는 것만해도 벅차죽겠는데. 그렇게 얼떨결에 친구랑 키스하다가 호열이가 입술 떼면 백호 충격받아서 너...너...! 하는데 호열이 평소처럼 차분하게 말하겠지.


- 남자가 남자를 좋아할 수 있냐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백호야? 넌 이게 좋았어?


백호 그러면 지금 한 키스는 뭐냐 싶어서 호열이 보는데 호열이 그런 백호 가슴팍 가볍게 툭 치곤 말하겠지.


- 방금 건 남자끼리 한 거니까 카운트 치지 말고 잊어버려 백호야. 넌 좋은 여자 만나서 행복한 가족 만들어야지.


하고는 평소처럼 웃어보이려는데 끝내 눈물 터지면 좋겠다. 자기는 백호 소원이 가족 갖는거라니까, 자기는 줄 수 없는 거니까 어떤 마음으로 포기한건데 정작 백호는 어제 남자랑 할뻔한 키스에 마음 흔들려하는거 보니까 화나고 울컥하고 뭐라할 수없이 속상해져서 냅다 키스부터 한거겠지. 그리고...


- 뭐? 이 자식아? 그럼 방금전에 나한테 한건 뭔데? 아, 아니, 그렇다고 왜 우냐;; 호열아. 울고싶은 사람은 이 천재님이라고;;


하고 멱살잡았다가 얼떨결에 호열이 끌어안고 달래고 있는 백호 뒤로 뒤따라나온 태웅이 보고 호열이 눈물 싹 그치고는 시선 안 피하는 게 보고싶다.
서태웅은 자기랑 똑같이 가족을 만들어 줄수도, 백호를 빛나게 해줄 농구도 아니니까 뺏길 마음 하나도 없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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