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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4 11:25
그럼 적어도 은퇴했어도 아직 기운도 넘쳐나고 건강하다는 소리잖아. 그러면 2세들이 아빠 걱정은 안 해도 되잖아. 2세가 비오고 날 흐린날 새벽 쯤에 천둥소리에 놀라서 깨서, 물이나 마시러 가야지하고 일어났는데 안방에서 신음 소리 들리는 거 보고 질색하는데 상상하던 그런 거 아니면 그게 더 안 좋지 않냐.

방 안에서 다른 아빠 목소리로 괜찮냐, 많이 아프냐, 낮에 병원 갈까, 아니면 지금 응급실 갈래? 이런 말 들리면 그게 더 심장 떨어지는 거 아니냐고. 몸 닳을 만큼 닳은 한계까지 뛰고 은퇴한 거라 날 흐리면 안 아픈데 없고, 수시로 관절에 물차서 물 빼러 가야 하고. 2세가 문 열면서 아빠, 괜찮아? 물어보면 방금까지 다 죽어가던 소리 내던 사람이 벌떡 일어나서 그럼, 아빠 괜찮지. 너도 아빠 건강한 거 알잖아? 그러면서 식은땀 젖은 얼굴로 웃어주면 2세가 뭐라고 하겠어. 다른 아빠는 아무일 없으니까 가서 자도 된다고 애 방까지 데리고 가서 잘 때까지 토닥여주고. 자기가 안 자면 아빠 못 가는 거 아니까 억지로 자는 척 하고.

평소에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다녀오겠다고 하면 나와서 잘 다녀오라고 하던 아빠가 일어나지도 못하고 침대에서 앓는 거 보면서 학교 가야 하고. 허우대는 멀쩡한데 관절이나 이런데는 중년보다도 더 닳아 있어서 꾸준히 병원 다녀야 하는데, 애가 걱정한다고 몰래 병원다니던거 나중에 아는 것보다는 낫지. 다른 집 애들이 우리 부모님이 자꾸 돈까스 사먹으라고 내쫓는다고 했을 때 나도 동생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몰래 안방 들어갔다가 수북하게 쌓인 약봉지 보면서 아무 말 못하는 것보다는 내쫓기는 편이 그래도 행복한 거 아닐까. 따흐흐흐흑...



대만태섭
태웅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