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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2 16:32
당장 확인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기분 되는 느바송 보고 싶다

딱히 성적이 부진한 것도 아니고 컨디션도 이렇다 할 특이사항 없이 평범한 날이었는데 감독 전향한 지 얼마 안 된 정대만 인터뷰 보고 갑자기 참을 수 없는 기분 되는 송

바보 주제에 농구에 관해선 한없이 진지해지는 거 하며 선수 시절부터 선수 은퇴하고 짧게 지나간 코치 시절에나 신임 감독인 현재까지 동료 선후배들이랑 사이 좋기로 유명한 평판하며 그래서 한없이 무른 것 같다가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범위에선 딱 잘라 정색하는 만만치 않은 성격하며

고교 졸업 무렵부터 변하지 않는 머리 스타일이랑 짙고 곧은 눈매랑 반듯한 콧날이랑 단정한 입매, 지금 모습만 보면 어울리지 않는 얼굴의 흉터랑 근육이 과하게 붙지 않은 잘 빠진 몸매랑 인터뷰나 공식 석상에서 습관처럼 관자놀이 근처를 긁적일 때 슬쩍 지나가는 섬세하게 뻗은 손가락이랑 구단에서 정기적으로 업로드 해주는 브이로그에서 선수들이랑 장난치면서 환하게 웃는 얼굴...... 얼굴. 보고 싶어 죽겠는데 애인인 나만 가까이서 못 보는 저 놈의 얼굴.

그냥 존재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것 같고 그런 인간이 정말로 내 애인이 맞는 건지 너무 한참 못 보고 살아서 그런가 갑자기 현실 감각 없어진 송태섭 손끝으로 일시정지한 화면 너머 정대만 얼굴만 문지르고 있다가 그날 하루 종일 훈련에 집중 못해서 코치한테 한 소리 듣고 들어가면 좋겠다

그러고 저녁 시간 다 돼서 정대만네 날 밝았을 즈음 전화하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막상 핸드폰 켜니까 목소리 들으면 뭔가 더 주체 못할 기분 들어서 화면 끄고 일찍 들어가 잠이나 자야겠다 하겠지

근데 당연히 무슨 짓을 해도 잠은 안 오고 깊은 새벽 시간됐는데 평소엔 잘 하지도 않는 담배까지 들고 테라스 나간 송태섭 세 개비를 연달아 피우고 나서 결국 정대만한테 전화 걸게 될 것

신호 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여보세요? 하는 반가움 묻은 목소리 뒤로 끼긱거리는 농구화 소리랑 공 튀기는 소리 들리고 정대만이 여전히 농구랑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게 와닿는 순간 어쩔 도리 없이 목구멍 갑갑해진 송태섭인데 거긴 잘 시간 아냐? 하고 묻는 말에 냅다 정대만. 하고 잔뜩 잠긴 목소리로 이름 불러버리면 좋겠다

-…뭐야? 무슨 일 있어?
“…보고 싶어서 돌아버릴 것 같아…”

송태섭 말하면서 냅다 마른 세수 갈기고 있고 정대만은 순간 벙쪄서 암 말 못해가지고 잠깐 침묵만 돌겠지

잠깐 그러고 있으려니까 경기장 소음 점점 멀어지고 걸음 소리랑 문 닫기는 소리 몇 번 나더니 조용해진 걸로 봐서 정대만이 자리를 옮긴 것 같음

-너 우냐?

걱정 만땅 묻은 목소리 듣자마자 비식 웃음 터진 송태섭인데 진짜로 울지도 않으면서 당장은 그냥 이 사람 말에 뭐든 긍정하고 싶은 기분이라 응… 해버리겠지

눈치도 말주변도 그리 뛰어나지는 않은 정대만 아직 상황 파악도 제대로 못했고 무슨 말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단순한 즈그 애인 대낮부터 과부하 걸릴까봐 대충 아무 말이나 던지는 송태섭일 듯

“별 일은 없어요, 그냥. 어제 오늘 뭐 했는지나 들려줘 봐요.”

목소리라도 좀 길게 듣고 싶어서 젤 무난한 주제로 던져놨더니 눈치라고는 약에 쓸래도 없는 애인 놈 진짜로 더듬거리면서 어.. 어제 아침밥은 뭐가 나왔고.. 새로 온 코치가 어쩌고.. 점심은 뭐가 나왔고.. 요즘 애들 컨디션이 저쩌고.. 순 쓰잘데기 없는 거랑 다른 남자 얘기만 늘어놓고 앉아있겠지

눈 감고 테라스 난간에 엎드린 송태섭 자기는 지금 정대만 껴안고 가슴에 얼굴 파묻고 있는 거라고 자기최면 걸면서 목소리 듣고 있는데 갑자기 방금 피웠던 담배 냄새가 훅 끼치는 바람에 현실로 강제 복귀되고 진짜 정대만 품 냄새가 어땠더라…? 하고 아찔해지는 찰나에

-…그리고…, 흠, 큼큼.
“…….”
-…밤에 들어와서는 잠들 때까지 네 생각 했어.

무드라곤 1도 없는 인간이 가끔씩 모르고 던지는 유죄 멘트에 송태섭은 이제 정말로 울고 싶은 기분이겠지



태섭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