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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1 00:06
"키요이, 그만하자."

키요이는 이제 히라가 해주는 거라면 뭐든 맛있었음. 오늘 같이 서로 시간이 없어서 히라가 에비코로만 단출하게 해놓아도 기뻤음. 사실 큰 접시에 에비코로가 나름 산을 쌓고 있어서 단출한 것도 아니었음.

"뭐?"

에비코로를 여러개 집어 먹고도 또 먹으려던 키요이는 히라의 말에 뭐 하고 작게 반문했음. 히라의 눈에는 평소 키요이를 열기가 가득찬 눈으로 숭배하듯 바라보던 열기가 보이지 않았음. 그저 죽은 것처럼 보이는 동그랗고 큰 까만 눈동자만이 키요이를 바라보고 있었음.
 
"키요이, 헤어지자."

키요이는 손에 든 에비코로를 어쩌지도 못한 채로 자신이 아닌 타인을 바라보는 빛한점 들지 않는 히라의 눈을 보며 뭐라는 작은 소리로 반문조차 못함. 무감한 눈으로 자신을 보는 히라가 낯설고 무섭기까지 했음. 그리고 무엇보다 히라가 말을 더듬지 않고 있었음.

"뭐?"

키요이는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간신히 히라에게 반문함.

"다른 사람이 생겼어."

히라가 긴 속눈썹을 아래로 내린채 목울대를 넘긴 후 차분하게 키요이를 바라봄.

"하?"

키요이 다른 사람이 생겼다는 말에 히라가 바람 피는 생각을 안 해본 거는 아니지만 믿을 수 없었음. 그래 무슨 이벤트 같은 건가 할 정도로.

"그 사람을 알고 진짜 사랑이 뭔지 알았어."

히라의 말에 키요이의 마음이 쿵하고 내려 앉았음. 키요이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음. 사진 관계자냐고 물어봐야 하는데 말이 나오지 않았음. 

"바... 바람 한 번 핀 것 정도는 용서해줄 수 있어. 그정도는 이해할 수..."

키요이는 힘겹게 입을 열었음.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지만 딱 한 번 아니 의외로 여러번 진짜 사랑이 뭔지 깨달았다고 새로운 신이나 킹그가 나타났다며 떠나는 히라의 모습을 상상한 적이 있었음. 그리고 정말 히라가 딱 한 번 한 눈을 판다면 용서해줄 생각도 있었음. 그러니까 이것도 금방 지나갈 거라고 생각했음.

"그 사람은 특별해. 진짜 내 사랑이고 신이고 킹그야. 미안해, 키요이."

키요이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처음으로 히라가 말했던 돌멩이가 된 기분을 이해했음. 히라에게 자신이 길가에 흔히 놓여 있어서 치이는 돌멩이처럼 느껴졌음. 히라의 세계는 그랬으니까. 신이나 킹그 또는 자기 사람이라는 확신이 없으면 히라에게는 사실 아무 상관이 없었음. 그만큼 히라의 세계는 키요이를 중심으로 흘러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음.

"헛소리 하지 마. 배고프다. 히라 다른 거 해 먹자."

키요이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물고 눈물이 차오르는 걸 참았음. 이런 일로 울고 불고 소리치고 싶지 않았음. 어차피 히라는 돌아올 테니까. 히라가 잠시 정신이 나가서 그런 거니까.

"키요이, 이집에서 나가줬으면 좋겠어."

히라는 키요이의 말에 잡고 있던 에비코로를 히라에게 던졌음. 그 에비코로조차 히라를 맞주치 못하고 히라의 얼굴을 스쳐 힘없이 나뒹굴었음.

"히라 카즈나리!"
"그 사람이 곧 들어오기로 했어. 그러니까."

퍽.

키요이가 결국 히라의 멱살을 잡았음. 키요이는 무미건조한 히라의 얼굴에 히라의 멱살을 놓고 밖으로 뛰쳐나갔음. 키요이는 현관문 앞에서조차 히라가 자신을 붙잡고 늘어지지 않자 정말 불안해졌음. 히라와 헤어져야 할 것 같았음. 그렇게 키요이 밖에서 울다가 며칠 일 때문에 집을 비웠음. 키요이는 히라와 담판을 지을 생각을 하고 집으로 돌아옴. 머리를 때려서라도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해줄 생각이었음.

그런데 키요이가 집에 가서 발견한 건 거실에 있는 자기 짐들이었음.

"히라!"

너무 화가나서 히라를 부른 키요이인데 히라는 덤덤하게 방에서 나와서는 키요에게 말했음.

"며칠 내로 방을 비어줬으면 좋겠어. 그 사람 곧 들어올 거 같아."

키요이는 너무 화가 나서 히라의 멱살을 잡고 히라 위에 올라탔는데 히라는 멍한 눈으로 키요이를 바라보지 않고 천장을 봄.

"흑..."

결국, 키요이가 울음을 터뜨렸음. 빠르게 히라의 얼굴로 키요이의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애간장이 끊어질 듯한 키요이의 울음 소리가 히라의 귀로 들어가는데 히라는 무미건조한 얼굴로 키요이가 아닌 천장만 바라봄.

"히라아..."

키요이가 어눌한 바람으로 아이처럼 히라를 불러도 소용 없었음.

"키요이, 빠른 시일내에 방을 비워..."

퍽.

키요이가 처음으로 히라의 얼굴을 주먹으로 내리쳤음.

"개자식!! 흑."
"미안."
"키모!!!"

키요이에게 맞아도 히라의 얼굴은 여전히 아무런 표정이 없었음. 그저 키요이가 우니 히라가 눈을 살짝 내린 채로 키요이를 보지 않고 진정성 하나 없는 사과를 했을 뿐. 키요이는 히라를 만난 이후로 가장 기분이 나빴음. 그대로 짐을 끌고 밖으로 나옴.

"흑...."

바보처럼 멈추지 않는 눈물을 닦지도 못한 채 서 있는 키요이 앞에 회사차 한대가 나타났음. 히라네 소속사 사장님이었음.

키요이는 제정신이 아닌 채로 일만 했음. 사장님이 무슨 생각인지 일, 일, 일 어디서 그렇게 재빠르게 일을 잡아오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음. 키요이는 울 정신도 없이 바빴지만 울고 싶지 않았음.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가 히라에게 차였다는 게, 히라가 그날 내뱉은 말들이 모조리 다 거짓말 같았음.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키요이는 잠시 일을 멈추고 히라네 집으로 향함. 이렇게 끝낼 수 없다는 게 정답이었고 도대체 얼마나 잘난 사람이길래 자기를 마다하는지도 궁금했음. 진짜 머리를 때려서라도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할 생각이었음. 하지만 키요이는 문득 대문앞에서 고민함. 히라가 만나는 사람이 히라와 지금 함께 사는 사람이 여자면 어떻게 하지? 그 모습을 보면 또 도망칠 것 같았음. 하지만 히라는 자기 남자였어. 빼앗길 수 없고 빼앗기고 싶지도 않았음.

울컥하고 또 눈물이 날 것 같은 걸 참아내고 키요이는 히라네 현관문을 두드렸음. 이정도면 양반이지 하면서. 하지만 사람이 없는지 조용했음.

"히라!"

키요이 소리를 치고 히라네 집으로 들어갔는데 묘하게 집에 냉기 같은 게 흘렀음. 사람이 살고 안 살고에 차이가 생각보다 큰 데 꼭 집이 한 동안 비어있던 것 같았음.

"히라?"

키요이는 집안을 살펴보는데 여기저기 먼지가 내려 앉은 게 보였음. 히라는 생각보다 깔끔해서 물론 자기와 살게 되면서 그런 거 같지만 내려 앉은 먼지가 보일 정도로 방치하지 않았음. 키요이는 뭔가 가슴이 쿵쾅 거리기 시작했음.

"카메지로?"

카메지로가 없었음. 카메지로 집이 없어졌음. 키요이는 히라가 진짜 사랑한다고 말한 사람과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를 갔나 싶었지만 히라가 분명 그 사람과 이집에서 함께 살 거라고 했던 말을 떠올렸음. 자기를 내쫓기까지 했으니까. 화가 나 입술을 문 키요이는 히라의 방 앞에서 방안을 살폈음. 자신과 지낼때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음. 키요이는 자기 방에도 가봤는데 그대로였음. 히라의 방에 들어간 키요이는 천천히 방을 살폈음. 그러다가 정돈 되지 않은 채 구겨진 이불과 그 옆에 빈 약봉지, 알람시계가 놓인 협탁 위에 물컵과 약통을 발견함. 키요이는 약봉지와 약통을 열어 약을 확인해 본 후 바로 들고 밖으로 뛰쳐나감.

근처 약국에 가서 약에 대해서 다급하게 묻는 키요이를 보며 약사는 낯설지 않은 얼굴이라고 생각했다가 급한 키요이의 얼굴에 약에 대해 설명해줬음. 키요이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약국을 나갔음. 키요이 보면서 키요이 소랑 좀 닮은 거 같다고 생각한 약사는 그럴리가 하며 웃었음.

키요이는 약을 들고 소속사로 가서 사장님부터 찾았음. 약국에 약사가 약을 보고 큰 병 걸린 사람들이 먹는거라고 한 순간 키요이 누군가 꽉 쥐고 있던 거 같이 구겨져 있던 이불을 떠올리는 동시에 자기가 집을 나오자마자 바로 데리러 온 회사 차가 떠올랐음. 그래서 사장실에 노크도 없이 들어갔음. 키요이가 무섭게 물어보니 사장님이 결국에는 실토했음.

"히라군이 비밀로 해달라고 해서..."

키요이 사장님을 캐내도 더이상 나올게 없다고 판단하고 바로 노구치상한테 전화함. 하지만 받지 않아서 노구치상 작업실에 찾아감. 다행히 책상에 앉아서 일을 보던 노구치상이 벌떡 일어나 자신을 찾아온 키요이를 보고 놀람. 책상 뒤에 카메지로도 보였음.

"히라는요?"

키요이 일부러 모른 척하고 히라 찾음.

"아, 그녀석. 잠깐 일 때문에 좀 멀리 보내서. 오늘은 못 올 거다."

노구치상의 완벽한 연기에 키요이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짐.

"키요이?"

키요이가 히라 어딨나며 뿌에엥 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리니까 노구치상 들켰나 하는 얼굴이 돼버렸음.

"히...히라?!"

키요이 히라가 입원한 병원에 오기 전부터 눈이 부어 있었음. 키요이 히라네 부모님도 계신데 못보고 바로 히라한테 달려갔음.

"히라아..!"

노구치상이 들어와서 히라 부모님께 키요이에 대해서 설명함. 엄청 친한 친구라고. 부모님들은 히라에게 친한 친구가 있다는 얘기에 조금 놀란 눈치셨음.

"히라...!"

키요이 호흡기 끼고 있는 히라를 본 순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음. 히라 없으면 아무 의미도 없었음. 히라 없이 세상이 빛나 보일리 없었음. 히라네 부모님도 놀란 것도 잠시 키요이 주저 앉을 정도로 펑펑 울기시작하자 같이 눈시울 붉히심. 키요이를 보자마자 히라와 어떤 사인지 눈치채셨지만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한 게 아니었음. 아들이 오늘 내일 하고 있었음.

"일어나... 히라! 일어나라고!"

키요이는 자기 말이면 사실 다 들어주던 히라를 생각하며 히라에게 명령하듯 말했지만 히라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음.

"히라.."

결국 울다 힘이 빠진 키요이가 정신을 잃자 모두들 깜짝 놀람.

키요이는 히라 옆 쪽에 가져다 놓은 작은 침상에서 눈을 떴음. 키요이 자기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깨닫고 얼굴이 하얘졌다 파래졌다가 아예 흑빛이 됐는데 히라 부모님이 키요이 손 붙잡고 고맙다고 우셔서 결국에는 같이 울었음. 그 뒤로 키요이 일 모조리 뒤로 미루고 정신 차리고 신이자 킹그 답게 깔끔하게 단장하고 히라 병실 지킴. 히라가 눈을 떴을 때 언제든 키레, 우츠쿠시이 라고 말할 수 있게.

노구치상 말로는 히라가 큰 병에 걸렸는데 히라네 집안 체질상 수술이 꽤 위험한 체질이라고 했음. 그래서 병도 병이지만 수술 받다가 죽을 수도 있다고 했음. 수술만 받으면 예후가 괜찮은데 보통은 히라가 수술하다가 죽을 확률이 높으니까 키요이한테 이별을 고한 거라고 했음. 키요이는 그런 노구치상의 말에 히라를 다시는 못 보게 되면 노구치상을 원망할 거라고 함. 그리고 자기 대신 히라 옆에 있어줘서 히라 돌봐줘서 고맙다고 함. 노구치상 진짜 키요이가 원망할 것 같아서 수술 후유증으로 수술 이후 깨어나지도 못하고 호흡기 끼고 있는 히라를 보며 속으로 외침. 빨리 일어나라고 이놈아.

키요이 그렇게 하루, 이틀, 삼일, 사흘, 나흘 히라 옆을 지킴. 일어나라고 계속 속삭이고 촬영장에서 있던 재밌는 이야기도 들려주고 일어나면 진짜 맞을 줄 알라고 큰소리도 치고 그랬음. 근데 일주일도 채 되지 못해서 키요이 아이처럼 울기 시작함. 구겨져 있던 이불과 약을 보면 분명 히라는 아파서 집안을 돌볼 힘도 없었고 아파도 이불만 꽉 쥐고 버틴 게 틀림 없었음. 그리고 사실 에비코로를 만들어 놓고 자기를 기다리던 히라의 눈 밑이 어두웠던 게 키요이는 히라의 병실을 지키면서 생각났음. 사실 키요이도 많이 바빠져서 똑같이 눈 밑이 검했는데 키요이는 왜 히라가 아픈 걸 눈치채지 못했는지 그런 자신이 너무 밉고 미웠음. 히라는 약을 먹어도 아팠지만 티 하나 내지 않았고 요리할 힘 하나 없으면서도 키요이를 위해서 맛있는 음식을 잔뜩 만들었음. 이별할 때 해야할 말도 찾아보고 이별할 때조차도 아픈 걸 꾹 참고 있었음.

"일어나... 일어나.. 너 안 일어나면 나도 따라 갈거야. 이거 협박 아니야. 알겠냐고?! 히라아..!"

결국 부모님도 병실을 비운 날 키요이는 울면서 히라에게 말함. 너 가면 나도 바로 며칠 뒤에 따라 갈 거라고.

"키레, 키, 키요이?"

며칠 뒤 키요이 울음 소리와 협박에 히라가 눈을 떴음. 키요이 히라에게 큰 소리 친 날 뒤로 울지 않은 적이 없어서 퉁퉁 부은 눈을 하고 있었음. 호흡기 끼고 잠들어 있다가 오랜만에 눈 뜬 주제에 히라는 예전 처럼 세상에 소중한 사람은 키요이 하나라는 듯이 아름다운 존재는 키요이 하나라는 열기를 가득 담아 키요이를 바라보고 있었음. 그리고 히라 답게 말 더듬고 눈뜨자마 하는 첫마디가 키레, 키요이 였음.

"히라..."

키요이 용케도 호흡기를 끼고 있는 히라가 하는 말을 알아 들음. 너무 목이 메어서 히라 이름 조차 제대로 부르지 못한 키요이 울면서 히라 품에 안김.

"키, 키요이?!"

히라 호흡기 바로 제거하고 자기 품에 쓰러지듯 안기는 키요이 붙잡음. 분명 천국에 와서 드디어 키요이를 보게 됐나 싶었는데 이상하게 키요이 울음소리와 말소리를 자는 동안 들은 것 같았음. 근데 눈앞에 있는 사람이 진짜 키요이였음. 그리고 온통 하얀 천장과 벽 그리고 호흡기가 빠져서 삐삐삐삑 기계가 울려되는 걸 보니 여기는 병원이 맞았음.

"키, 키요이! 정신 차려 봐!!"

히라는 정신을 잃은 키요이를 보며 빨간 비상벨을 누름. 그래도 사람이 오지 않자 벌떡 일어나 키요이를 업고 병실 밖으로 나가서 뛰면서 막 외침. 키, 키요이가 아파요! 의사 좀 불러주세요! 달려오던 의료진들 큰 수술 받고 막 일어난 히라가 사람을 업고 뛰쳐나와서 뛰는 거 보고 사색이 됨. 지금 누가 누구를 업고 저러는 거야? 의료진들 얼굴 본 히라가 쓰러지면서도 키요이 안 다치게 머리 잘 감싸서 쓰러짐. 의료진들 체질상 수술 못하는 환자가 큰 수술 받고 깨어나지 않더니 깨어나자마 사람을 업고 뛰다가 쓰러지니 진짜 놀라서 입이 저절로 벌어짐. 빠르게 히라 상태부터 살핌.

다행히 부모님이랑 노구치상이 오셔서 진정이 됐는데 히라 깨어난 거 보고 긴장이 풀려서 깊게 잠든 키요이 보다 키요이 쓰러진 거 본 히라가 얼마 안 돼서 눈을 뜸. 히라 자기 걱정하는 부모님한테 괜찮다고 말하면서 키요이 눈으로 막 찾음. 그러니 부모님이랑 노구치상이 히라 침상 옆에 좀 작은 침상에 수액 맞으며 잠들어 있는 키요이 알려줌. 히라 벌떡 일어나니까 부모님이랑 노구치상이 의사가 절대 안정하라고 했다고 수술 받고 꽤 깨어나지 못했다고 설명하는데도 히라 괜찮다고 하고는 침대에서 내려와서 키요이 안아들어서 큰 자기 침대로 옮김. 노구치상도 그 모습에 좀 놀랐는데 히라네 부모님은 눈 껌뻑임. 히라가 누군가를 정말 진심으로 위하고 사랑하는 모습은 처음 보셔서.

의사가 와서 놀랐는데 히라 고집 못 꺾음. 히라 작은 침상에 누워서 키요이 바라봤는데 키요이 옆에 딱 붙어 앉아 있는 히라 의사랑 간호사가 빨리 낫고 싶지 않냐고 설득해서 간신히 눕힌 거임. 결국 의사가 1인실 병실 중에서도 침상 큰 곳으로 히라 병실 옮겨줌. 히라 키요이 숨소리가 편해지고 큰 침상에 키요이랑 같이 눕게 되니 그제야 편안히 같이 잠이 들음. 그거 보면서 히라네 부모님 여러 감정 드심. 아들이 정말로 진심이구나 하고.

"키모."

키요이 잠결에 키모 하다가 눈을 떴는데 히라가 호흡기도 떼고 자기 손 꼭 잡고 잠든 거 보고 눈에 다시 막 눈물 차오르는데 히라 얼굴이 살짝 빨간 것 같아서 이마에 손 올려보고 놀라서 일어나서 비상벨 누름. 옆 병실에 있던 부모님이랑 노구치상도 놀라서 달려옴.

"히라."

키요이가 막 히라 흔드는데 히라 열나서 일어나지 못함. 키요이 히라가 막 깨어났는데 이러니 다시 막 엄습해 오는 불안감에 어쩔 줄 몰라함. 다행히 의사가 와서 괜찮다며 그럴 수 있다고 특히 아까 무리한 것도 있고 걱정말라고 약 처방하고 감. 키요이 히라 부모님한테 히라가 자기 쓰러지자 벌떡 일어나서 업고 뛴 얘기를 듣고 얼굴 빨개진 동시에 자는 히라한테 이 바보가! 하고 머리 콩 쥐어 박고 싶어짐.

다행히 히라 열도 금방 떨어지고 이제 부모님도 안심이라며 그동안 못잔 잠이랑 히라 짐 좀 챙겨 오신다고 가고 노구치상도 한숨 놨다고 작업이랑 할 게 많다고 히라한테 빨리 나아서 다시 지옥의 노예 어시로 돌아오라고 함. 물론 키요이가 째려보는 것도 가볍게 처내시고 히라랑 키요이 어깨 두들겨 주고 가심.

"키, 키요이?!"

키요이 다들 떠나자 뚝뚝 눈물 흘리며 울기 시작함.

"왜 그런 거야?!"

물론 키요이 답게 히라가 환자여도 멱살을 잡음.

"키, 키요이 두고..."

히라 눈에 조금씩 눈물이 고이자 키요이 손에서 힘이 점점 풀림. 히라는 언제나 키요이가 먼저 제 곁을 떠날까 봐 전전긍긍 했는데 자기가 키요이 두고 먼저 가게 될 거라는 생각은 잘 못했었음. 근데 차마 자기가 돌멩이라도 키요이한테 내가 너 두고 먼저 떠난다고 역시 신이 궤도를 올바르게 수정했다고 근데 그게 자기 죽는 거라고 말할 수 없었음. 그래서 키요이한테 헤어지자는 히라 주제에 해서는 안 되는 간 큰 짓을 저지름.

"다시는 똑같은 짓 하면 절대로 용서 안 해."

키요이 히라 가슴에 눈물 콧물 닦으면서 울음.

"응. 키요이, 미,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키요이 하여튼 대답은 잘한다고 생각함.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키스함. 말하지 않아도 같은 생각을 함. 네가 떠난다면 며칠 뒤에 난 네 뒤를 따라갈 거라고.

다행히 히라 이제 약 먹고 몸조리 잘 하면 돼서 완치는 아니어도 퇴원해서 집에 왔음. 카메지로도 집에 돌아왔음. 히라 키요이랑 밤공장은 그만두기로 약속하고 그놈에 죽고 싶어 키요이, 죽어도 여한이 없어 라는 말은 히라가 키요이에게 아예 안 하는 건 힘들다고 해서 자주 하지 않기로 약속함. 그리고 무엇보다 주변 사람까지 동원해서 속이는 일 없어야 하고 아픈 거 비밀로 하지 않기로 함. 히라가 대답을 안 하자 키요이가 그럼 내가 아파도 하니까 히라가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키요이 입 막았다가 급히 떼고 울 것처럼 굴음. 그러니 키요이가 히라한테 자기가 아픈데 주변 사람들까지 동원해서 너한테 숨기고 사라졌다고 생각해 보라니까 히라 당장 숨이 쉬어지지를 않아서 정말로 잘못했다고 빔.

키요이 히라가 요리 하려고 하니까 못하게 함. 히라네 부모님께서 반찬 많이 보내주셨다고. 히라 아무리 그래도 키요이가 밥상 차리는 거 못 봐서 자꾸 엉덩이 들썩들썩 하니까 키요이가 밥 먹고 할 얘기가 있다고 히라 주저 앉힘. 히라 키요이 표정이 진지해서 동동 거리기만 하다가 못 움직임. 지은 죄가 크잖아.

간단하게 히라와 식사를 마친 키요이가 자기 방에 뒀던 짐 가방 가지고 나옴.

"키, 키요이?"
"히라. 이제 너 건강해졌으니까, 그만 하자."
"...어?"

키요이 진지한 얼굴로 말함.

"이번엔 내가 그 말을 해야 할 것 같아. 미안, 히라, 헤어지자."
"키, 키요이?"
"네가 나한테 나가라고 한 뒤에 좋은 사람이 생겼어. 그 사람 사랑해. 네 말대로 특별해. 그 사람이랑 같이 살기로 했어."
"축, 축... 축..."

히라 키요이한테 축하한다고 말하려는데 아무리 말해도 축하한다는 말이 안 나옴. 키요이 점점 내려가는 히라 고개 보면서 그래 너도 느껴 봐 나쁜 자식아 하는데. 점점 고개 내려가던 히라 응이라고 대답이라도 하고 싶은데 그 말은 안 나오고 답답해지고 욱신 거리는 가슴 통증에 숨이 잘 안 쉬어져서 결국 히라 윽 소리내면서 식탁에 쓰러짐.

"히...히라?"

키요이 이제 히라 퇴원도 했고 진짜 히라가 그 무서운 얼굴로 헤어지자고 한 거 평생 못 잊어서 너도 한 번 똑같이 당해봐 하고 골려주려고 했는데 히라가 윽 소리 내면서 쓰러져서 놀람. 

키요이 다급하게 히라한테 물 먹이고 병원에서 타온 약 먹이는데 히라 살짝 정신 잃어서 제대로 못 받아 먹음. 키요이 자기 입에 약 넣어서 히라 입에 넣어줌. 네가 무서운 얼굴로 그런 짓을 했으니까 자기는 쿨한 얼굴로 그래 본 거라고 네가 나쁜 새낀데 왜 또 이렇게 된 거냐고 막 키요이 울먹거리니까 정신 돌아온 히라가 히죽 웃으며 다행히 신이 궤도를 수정하지 않은 거냐며 눈물 닦아주면서 키요이 죽어도 좋아 라고 하려니까 키요이 울면서 키모! 하더니 히라 때림.

몇 년후 히라 완치판정 받음. 그리고 천년만년 깨볶고 잘 삼. 물론 히라 완치 판정 받은 날 두 사람은 똑같은 생각함. 만약 네가 떠난다면 며칠 뒤에 네 뒤를 따라 갈 거라고. 며칠도 아깝지만 사랑하는 연인의 장례는 직접 제 손으로 치루고 싶으니까 이해해 달라고. 그러니 조금만 천천히 걸어가고 있으라고. 내가 금방 뛰어가서 네 손을 잡고 같이 뛰어 갈 거라고.







앎그 히라키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