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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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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오인씹과 황실물을 더한.

".....선배, 그만 좀 쳐다보실래요?그런다고 저 안 뚫어져요."
"아...미안. 좀 낯설어서."
"저도 어색한거 알아요."
"아니야, 너무 잘어울려서 쳐다봤어."

예쁘다 밋치. 진심이 담긴 작은 속삭임은 안타깝게도 긴장으로 머리가 새하얗게 물들어가는중인 미치에다에게 닿지 않았다. 메구로는 그런 미치에다를 쳐다보며 싱긋 웃었다.

"처음 뵙겠습ㄴ...아니, 만나뵙게 되어 영광...아니 그게 아니라..."

그 어떤 발표에서도 긴장한적 없던 미치에다가 당황하는 모습은 메구로에게도 꽤 신선한 장면이였다. 황후와 황제가 온화하게 웃으며 미치에다에게 다가왔다.

"만나서 반가워요, 미치에다군. 굳이 황족의 예법을 갖출 필요는 없어요. 오늘은 황제, 황후로서가 아니라, 예비며느리를 보러 온 것이니까."
"아...네...가,감사합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미치에다군은 꼭 한번 보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싶었기도 하고."
"저한테요..?"
"G사의 무역 시스템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한 논문을 쓴 적 있었죠?"
"네?아아...논문이라기보다는 무역론 과제로 레포트 제출한적 있습니다. 그런데 황후마마께서 그건 어떻게..."
"실은 G사에서 황실 측에서 교류 제안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렌이 미치에다군의 논문을 보여주더라고요. 똑똑한 후배가 쓴 논문인데 도움이 될것같다고. 덕분에 손실을 미리 막을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미치에다군."

황후의 말에 미치에다는 메구로를 돌아보았다. 선배가요..?

"렌이 미치에다군 아니면 결혼 안하겠다고해서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는데... 미치에다군이 이렇게 예쁘고 똑똑했으면 진작 알려주지 그랬니 렌."

아하...하하...미치에다는 황제부부의 칭찬에도 그저 어색하게 웃을뿐이였다. 그도 그럴것이 그 레포트는 결코 미치에다에게 좋은 기억이 아니였으니까.

그러니까....그때는 새 학기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않았을때였다. 새학기 초부터 쏟아지는 과제들과 시험에 모두 비명을 질렀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제일 끔찍한것은

"미치에다- 미안미안- 나 오늘 급한일이 있어서 회의 못할거같아 나중에 결과만 알려줘-"

"미안, 나도 집에 사정이 있어서 말이야"

조별발표. 그것도 무임승차들만 가득한. 새학기부터 최악이다...미치에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많은 양을 혼자 다 하려면...당분간 아르바이트 하나는 못 나가겠네.

"그럼 자료들 정보만 취합해서 나한테 보내주는걸로 하자."
"메구로 선배 정말정말 감사해요!!"
"정말 선배밖에 없어요!"

미치에다는 메구로쪽을 흘끗 쳐다봤다. 보아하니 저쪽도 혼자 다 하게 생겼네. 메구로 선배는 자의고 이쪽은 강제라는 점이 다르긴하지만.

"G사 조사하려고?"
"네."
"열심이네, 늦은 시간까지."
"저 혼자니까 어쩔수없잖아요. 선배야말로 왜 이 시간까지 자료 찾고계세요?선배가 발표 준비하는 대신 조원분들이 자료 조사해주기로 한거 아니였어요?"
"자료라고해도 블로그 링크 그대로 복사해서 보내줄텐데 그런거 쓸 수 있을리가 없잖아."

덤덤하게 대답하며 책장에서 책을 꺼내는 메구로를 보며 미치에다는 어쩌면 저 사람이 제일 무서울지도...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제 코가 석자인지라 다시 책을 찾기에 전념했다. 새학기임에도 도서관은 꽤 붐볐다. 좋은자리를 찾지 못해 난감해하던 차에 메구로가 입을 열었다. 미치에다.

"괜찮으면 동아리실 가서 과제할래? 오늘 우리 동아리 활동 아무것도 없어서 비었는데."
"아니요 전 근처 카페 가서 하ㅁ..."

그때였다. 미치에다가

[공강이라서 죠랑 데이트하러나왔는데 사람 짱 많아~카페들 전부 웨이팅이야ㅠㅠ]

하는 오오하시의 문자를 받은것은. 타이밍이 이렇게 귀신같을수가 없다고 생각하며 미치에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진짜 실례지만 신세 좀 져도 될까요."
"얼마든지."

동아리방 안에는 메구로가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와 미치에다가 필기하는 펜 소리만 들려왔다.

피곤한지 연신 머리와 눈가를 손으로 꾹꾹 누르는 메구로를 쳐다보던 미치에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배, 저 편의점에 물 사러갈건데 커피 사다드려요?"
"같이 가자."
"바로 요 앞인데요 뭘. 저 혼자 갔다올게요."
"그럼 부탁 좀 할게. 고마워 미치에다."

물과 커피를 고르고서 계산대로 향하려던 미치에다가 과자 코너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까 엄청 피곤해보이던데 단거 먹으면 좀 풀리려나....그런데 선배가 단거 좋아했던가? 친하지도않은데 너무 오지랖인가...동아리실도 빌려줬으니까 이 정도는 사다줄수있잖아. 미치에다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초콜렛과 사탕까지 골라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선 미치에다는 쇼파에 잠들어있는 메구로를 발견했다. 메구로의 길쭉한 신장을 감당하기엔 더없이 버거워보이는 좁은 쇼파에서 불편한 자세로 잠들어있는 메구로에게 다가간 미치에다가 메구로를 불렀다.

"선배, 집에 가서 주무세요."

하지만 깊게 잠들었는지 요지부동이였다. 선배- 메구로를 흔들어 깨울 생각으로 손을 가져가던 미치에다는

"지.....가지마세요..."
"선배...?"
"혼자는...싫어요..."

무서워...흐느끼는듯한 목소리. 어쩐지...보면안될걸 봐버린 기분이 들어 당황스러웠다.

토톡...톡....고요하던 동아리실의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미치에다는 창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조금씩 떨어지던 빗방울은 점점 굵은 물줄기가 되어 창문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우산 없는데...미치에다는 비가 쏟아지는 창밖과 제 손을 동앗줄마냥 붙잡고있는 메구로를 번갈아보았다.

"저 어디 안가요. 담요 가져올게요. 선배 감기걸려요."
"고마워...."

제게 희미하게 웃어주는 메구로는 다시 눈을 감았고 미치에다는 동아리실 구석에 있는 담요를 꺼내 메구로의 몸에 덮어주고는

"...안갔지?"

하고 묻는 메구로에게 다시 제 손을 내주었다. 어쩔수없네...메구로가 깨지않게 조심스럽게 움직여서 그 옆에 앉은 미치에다는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소나기인줄 알았던 빗줄기는 그칠줄 모르고 있었다. 비 그칠때까지만 여기 있지 뭐.

시계초침 소리와 메구로의 숨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공간. 미치에다에게 평온이 찾아왔다.

"아....미안. 잠깐 눈 좀 붙인다 일어난다는게..."
"피곤하면 그럴수있죠. 전 이제 슬슬 집에 들어가야할것같은데, 선배는요?"
"난 조금만 더 하다가 갈려고."

메구로의 시선이 창밖을 향했다.

"비오네."
"아까부터 왔어요. 그래도 아까보단 덜 오긴하네요."
"우산 있어?"
"없긴한데 편의점에서 사면 돼요."
"그럼 편의점까지 갈때까지 비맞을거 아니야.집까지 태워다줄까?"
"아니요 괜찮아요."
"그럼 이거 쓰고가."
"이걸 제가 쓰고가면 선배는요?"
"괜찮아. 차 지하주차장에 있으니까."
"그럼 우산 감사히 쓸게요. 언제 돌려드리면 되죠?"
"너 원할때."

우산을 받아들고 문으로 향하던 미치에다를 메구로가 불러세웠다.

"너 이거 두고갔어."

하며 그가 가리켜보인것은 미치에다가 사온 초콜렛과 사탕이였다.

"그거 선배거에요."
"뭐?"
"선배 드시라고 사온거라고요. 단거 먹으면 피곤한거 좀 나아지실까싶어서."
"아...."
"혹시 단거 싫어하세요?"
"아니...좋아해."

고마워 미치에다 잘먹을게.

"뭐? 갑자기 미팅을 나가라니 무슨 소리야?? 나 내일 조별발표 있는거 몰라?"
"미안 미치에다...그 선배가 너 한번 만나게해달라고 새벽까지 연락을 해서...그,그래도 그 선배 우성알파고! 킹카로도 유명하니까! 미치에다아아 한번만,응??진짜로 밥만 같이 먹고 나오면 돼. 내가 한달치 식권 넘길게 제발-나 요새 그선배 전화때문에 새벽마다 잠도 못잤어-"

울기 직전인 동기의 애원에 나간 미팅 자리에서 만난 이는 최악 그자체였다. 별로 먹고싶지도 않았던 스테이크를 씹으며 자기자랑, 집안자랑을 듣고있자니 슬슬 한계였다. 이렇게 시간낭비하고있자니 내일 발표문을 한번 더 보는게 나을것같았다. 커피라도 마시고 헤어지자며 질척이는 이를 정중하게 밀어내던 미치에다는

"미치에다?"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아 선배, 안녕하세요."
"친구랑 밥 먹으러 왔나봐?"

메구로의 질문에 대답한것은 미치에다가 아니였다.

"데이트중입니다만...누구시죠?밋치랑 아는 사이신가요?"

진짜 최악이네...이젠 멋대로 별명을 부르기까지하는 이에 미치에다는 속으로 동기에게 칼을 갈다가 이내 무언가 생각난듯 아.하는 소리를 내며 가방을 뒤졌다.미치에다는 단정하게 접힌 검정색 우산을 꺼내 메구로에게 내밀었다. 이거요.

"우산 감사했어요 선배."
"...발표준비하느라 바빠서 우산 안돌려주러 오는줄 알았는데."
"네?"
"아니야, 발표 내일이지? 준비 잘해."

어쩐지 메구로의 태도가 차갑게 느껴지는건 기분탓이라고 생각한 미치에다가 그것이 착각이 아니였다고 깨달은것은 발표 당일이였다. 미치에다의 인사에도 고개만 까딱여보인 메구로는 미치에다의 발표가 끝난 후, 저격수마냥 냉철하고 날카로운 반박질문들을 쏟아냈으니까.
저래놓고 본인은 반박질문 하나 할수도 없이 완벽하게 준비해왔었더랬지. 그땐 내가 선배랑 이렇게 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밋치, 왜 그렇게 쳐다봐? 내가 그렇게 좋아?"
"....선배가 그런말을 안했으면 좋았을지도 모르겠네요."

미치에다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는 메구로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황제가 입을 열었다.

"미치에다군. 오늘 미치에다군을 부른건, 예비 며느리를 직접 만나보고싶었던것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궁금한게 있어서 불렀습니다."
"무슨..."
"미치에다군은 처음에 렌의 청혼을 거절했었죠?"
"네 맞습니다."
"뒤늦게 렌의 청혼을 받아들인 이유가 뭐죠?"

아바마마 그건...당황해하며 황제의 말을 막아서려는 메구로를 말린것은 미치에다였다.

"제가 가장 원하는 것을 주겠다고 약속한 사람이 선배였기 때문입니다."
"원하는것? 그게 뭐였죠?"

황제부부의 시선이 미치에다에게 집중되었고, 메구로는 그런 미치에다의 손을 잡았다. 미치에다와 메구로의 눈이 마주쳤고, 두 눈동자의 서로의 모습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선배....진심이에요?'

미치에다에게 메구로가 내민것은 두 장의 서류였다. 미치에다의 부친 앞으로 되어있는 빚의 청산 서류와, 황실 법무부에서 승인한 미치에다 부부의 미치에다 슌스케 접근금지명령 서류.

'...이게...가능한가요?'

'너, 아르바이트가 허용되지않는 나이에 나이를 속이고 아르바이트 한적 있었지?'

'그걸 어떻게...'

'어린 네가 홀로 져야만했던 짐은, 아동학대라는 국법으로 금지되어있고, 네 부모는 국법을 어겼지. 나는 너의 남편이로서든, 차기황제로서든, 아내이자 국민인 널 지킬 수 있는 권한이 있고.'

그러니 네가 원하는것이 도망이라면 나는 세상 끝까지 널 데리고 도망쳐줄 수 있어. 그러니 날 선택해.

'내 청혼은 여기까지. 미치에다, 선택은 네 몫이야.'
'선배.'
'응?'
'진짜 치사한거 알죠?'

진짜 치사한건, 내가 아니라 전부 다 잊어버린 너인데. 그렇게 생각하며 메구로는 미치에다를 향해 씩 웃어보였다.

'원래 어느 협상에서든, 더 치사한 사람이 원하는걸 얻는 법이야 미치에다.'

황제부부의 눈을 똑바로 마주본 미치에다가 입을 열었다.

"탈출과 자유요."

그건, 이 세상에서 선배밖에 줄수 있는 사람이 없거든요.

"비 오네."
"그러네요."

미치에다와 메구로가 궁에서 나왔을 때는,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밋치, 우산 있어?"
"아니요."
"기다려봐."

잠시 뒤, 메구로의 손에는 까만 우산이 들려있었다.

"가자."

오늘은 집까지 데려다줄게.



메메밋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