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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8 04:22
연반ㅈㅇ 알오ㅈㅇ



눈을 뜨자, 마치다는 태자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리고 그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4황자는 꽁꽁 묶인 채 황실금위군의 창칼 아래 무릎을 꿇고 있었다. 마치다의 반려는 마치다가 눈을 뜬 걸 보자마자 마치다를 꽉 끌어안으며 비명처럼 마치다를 불렀다. 

"태자비!"
"전하!"

마치다가 태자를 꼭 끌어안자 태자는 죽은 줄 알았던 반려가 살아 있다는 게 이제야 실감나는지 마치다를 터뜨릴 것처럼 꼭 끌어안고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다급하게 묻기 시작했다. 

"괜찮소? 몸이 안 좋은 곳은? 머리가 어지럽거나 기분이 나쁘지는 않소? 배가 아프거나 가슴이 답답하거나-"
"네, 전하."

마치다는 주변을 둘러싼 황실금위군들과 황위 찬탈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는데도 미친 것처럼 웃고 있다가 마치다가 깨어난 걸 보고서야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진 4황자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여전히 자신을 꽉 붙들고 있는 반려에게 기댄 채 4황자의 얼굴에 있는 힘껏 발길질을 날렸다. 죽기 전까지 태자비에게 장신구를 선물해주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고, 혼자 남을 제 남편을 걱정하며 편히 눈을 감지 못하던 4황자비의 마지막 모습이 아직까지 머리에 남고 가슴에 남아 울분이 사라지지 않았다. 

"너는 죽을 때까지 단 한 순간도 평온하지 못할 것이다."

마치다가 이를 갈며 내뱉은 말을 들은 마치다의 반려는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감히 나의 비와 나의 아이를 해하려 했으니 죽음보다 끔찍한 시간을 보내게 할 것이오."

마치다는 몸을 빙글 돌려 태자를 끌어안으며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사실 저는 괜챃습니다. 머리꽂이와 팔찌와 향낭이 절 구했다고 합니다."

마치다의 반려가 의아한 얼굴로 마치다를 바라보고 있어서 마치다가 다시 더 작은 소리로 말을 이었다. 

"현무가 깨어났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조용한 곳에서 드리고 싶습니다."
"현... 아, 알았소."

노부는 마치다를 잠깐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치다를 품에 안고 일어서며 황실금위군 통령을 바라봤다. 

"통령이 조금 전 본대로 4황자는 태자비에게 저주를 걸어 태자비와 나, 그리고 태손의 살해를 기도했다고 스스로 말하였소. 황제 폐하께 그대로 보고하고, 4황자를 감옥의 가장 깊은 곳에 가둬두시오."
"네, 태자 전하."
"누군가 증거를 없애려 할 수 있으니, 수사가 끝날 때까지 왕부를 봉쇄하고 4황자의 왕부에 있는 모든 이들을 가택연금에 처하되 서로 대화를 나누게 해서는 안 되오."
"알겠습니다. 전하." 
"12황자 궁의 잔불을 확실하게 진압하고 방화를 저지른 놈도 잡아내시오. 물론 이 자부터 신문하면 금방 범인이 나오겠지만."

그리고나서 노부는 마치다를 안은 채 서둘러 은방울꽃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노부가 마치다를 침궁의 침상에 내려놓고 정말로 다친 곳이 없는지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펴보려고 했을 때였다. 노부의 목에 팔을 감고 얌전히 안겨 온 마치다가 행여나 밖에 들릴까 작은 소리로, 그러나 다급하게 외쳤다. 

"타케루가 우리의 아이가 자기 반려라고 했습니다!"
"우리 아이가 타케루의 반려라고?"

그리고 그 순간, 허공을 찢으며 갑자기 튀어나온 아마이야, 그리고 이치로를 품에 안고 있는 소라를 끌어안고 나타난 류세이가 동시에 외쳤다. 

"네? 뭐라고요?"
"뭐라고? 누가 누구의 반려라고?"

마지막으로, 온통 새카만 옷을 걸친 서늘한 인상의 남자가 허공에서 공간을 가르고 사뿐 걸어나오며 가볍게 대답했다. 

"맞아, 내 반려. 내 반려가 청룡으로 다시 태어날 줄은 몰랐네."


*****


현무만 빙글빙글 웃고 있는 가운데 단체로 얼이 나가 있던 신수들이 정신을 차린 건 류세이의 반려가 노부의 반려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였다. 

"너 어떻게 된 거야? 네가 갑자기 저주에 당해서 쓰러졌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아. 저주..."

노부의 반려도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팔찌를 내려다보자 노부는 당장 팔찌를 빼서 집어던졌다. 물론 흥분하고 분노한 노부와 달리 침착한 타케루가 바닥에 떨어지는 팔찌들을 다시 힘으로 끌어당겨서 팔찌가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나는 불상사는 없었다. 타케루는 팔찌들을 서탁 위에 차르륵 쌓아놓았다. 

"아직 이야기 못 들었어? 저주는 정화됐어."
"꼴보기 싫으니 갖다 버려."
"큰일날 소릴. 저주는 없앴고, 그 저주는 인간들에게 알려져서는 안 되는 것이니 적당히 망가진 저주 하나 걸어서 증거로 제출해. 네 형제가 너와 네 반려, 네 아이를 해치려 했다는 증거로."
"망가진 저주?"
"애초에 저주술을 넘긴 술사가 사기를 친 거라고 하든가 아니면 저주를 알긴 알았는데 잘못 걸어서 망가진 것이라든가. 대신 저주는 진짜 저주 내용 대신 흠... 사실은 한 사람만 즉사시킬 수 있는 저주였다던가... 이런 식으로 축소해서."

노부는 정말로 팔찌도 저주도, 이복형도 꼴도 보기 싫었지만 황제가 친아들에게 죄를 묻고, 연국의 귀비와 8왕자에게 죄를 물을 수 있는 증거를 쥐어주기는 해야 했다. 그래서 한숨을 푹 내쉬자, 노부의 반려가 따뜻한 손으로 노부의 손을 잡아왔다. 그리고는 노부와 소라, 류세이, 아마미야, 타케루까지 한 명, 한 명에게 눈을 맞추더니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현무에게 들었습니다. 여러분이 제게 주신 머리꽂이와 팔찌, 향낭이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제가 저주에 바로 당하지 않고 현무가 팔찌를 정화할 때까지 저주에 걸리지 않고 있을 수 있었답니다. 감사드립니다."

소라는 그제야 한숨을 내쉬고 노부의 반려를 토닥였다. 

"이제 정말로 괜찮은 거 맞아?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말해야 돼."
"네, 상황이 너무 급작스럽게 전개돼서 얼떨떨하긴 하지만, 놀란 거 말고는 괜찮아요. 우리 아기도 괜찮고."
"그래?"
"네, 의식을 잃었을 때 제 아이도 봤거든요. 이제 다시 무탈해져서 잘 있었어요."

그러나 소라는 안심이 안 됐는지 류세이를 쿡쿡 찔렀고 류세이는 치유력이 있는 신수인 만큼 앞으로 나오더니 노부의 반려의 손목에 손가락을 올렸다. 맥을 짚어본다고 하기엔 다소 길어지는 것이 몸 전체를 읽어보는 듯했다. 노부 반려의 손목에 손가락을 얹은 채 잠시 말이 없던 류세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태자비도, 태손도 건강합니다."

노부가 무심코 한숨을 내쉬자 노부의 반려는 노부를 폭 끌어안더니 노부의 이마, 코, 뺨, 입술에 차례로 입을 맞췄다. 

"제가 일어나지 않을 미래, 어쩌면 우리의 미래가 됐을지도 모르지만 결국 오지 않게 된 미래를 봤을 때."

노부는 타케루를 흘긋 바라보고 다시 반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현무는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직시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신수다. 노부의 반려는 그 신수의 힘이 고스란히 담긴 팔찌를 차고 있었으니 그 힘으로 미래를 내다본 모양이었다. 

"전하는 제가 보이지 않았는데도 제가 아기를 안고 전하에게 다가가자 마치 제가 보이는 것처럼, 제가 옆에 있는 걸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제 쪽으로 눈을 돌려주셨습니다. 지독한 악의가 지저분한 악취를 풍기며 넘실거리던 과거와 지은 죄가 있든 없든 모두 불벼락에 사그러들고 있던 끔찍한 미래를 보면서 몹시 무섭고 두려웠는데, 심지어 그때 제가 보고 있던 미래에서 불벼락을 내리고 있는 것이 태자 전하였는데, 그런데도 그때 태자 전하가 저를 느끼시는 걸 보자 안심됐습니다. 저를 되찾을 수만 있다면 아무리 힘들고 실낱 같은 기회라도 저를 찾으실 것 같아서."
"물론이오. 나는 결코 그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나의 비."

모두가 끔찍하게 놀란 건 사실이라서 다들 노부와 노부의 반려가 서로 끌어안고 토닥토닥거리며 눈꼴신 행각을 벌이는데도 이죽거릴 생각도 못하고 아마미야가 눈치껏 내놓은 차를 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을 때였다. 소라가 이치로를 바닥에 내려놓자 아장아장 노부의 반려에게 다가온 이치로가 이제 제법 볼록 나온 마치다의 배를 쓰다듬으며 방긋 웃었다. 

"아가!"

마치다는 이치로의 고사리같은 손을 잡아서 배를 같이 쓰다듬어줬다. 

"그래, 아가 있어. 아가 나오면 이치로가 같이 잘 놀아줄 거야?"

부모들이 풍국의 황자 부부와 수윤제국의 황자 부부인 처지라 자주 만나지는 못하겠지만 둘 다 신수들이니 같이 놀 기회가 또 없지는 않을 것 같아서 웃으며 묻자 이치로는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안 그래도 이치로가 동생을 갖고 싶어하는데 류세이가 별 생각이 없는 모양이라더니 남의 집 동생이라도 동생이 생기니 좋은지 이치로는 연신 웃으며 마치다의 배를 토닥거렸다. 노부의 반려는 이치로를 안고 배에 기댈 수 있게 해 주기까지 했지만, 틈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타케루가 슬쩍 저도 배에 손을 올려보려고 했을 때는 잽싸게 부채를 들어서 타케루의 손을 매섭게 막아냈다. 

황후궁에 갈 때는 검을 차지 못하기 때문에 황후궁으로 출발하기 전에 검을 벗어놨었는데 경황이 없어서 아직 검을 차지 못했는지 검 대신 허리에 차고 있던 부채를 휘두른 모양이었다. 물론 노부도 두고 볼 생각은 없어서 타케루를 밀어냈다. 

"이거이거... 너무하네. 청룡은 은인을 이렇게 취급하나?"
"은혜는 얼마든지 갚을 거야. 네가 우리 아기를 함부로 노릴 생각이 아니면."
"내 반려라니까?"

타케루는 어이없는 얼굴을 했지만, 노부의 반려는 이치로를 얼러주며 차갑게 타케루를 바라봤다. 

"제 반려가 제가 관례를 치렀던 날 밤, 제게 뭐라 하셨었는지 아십니까?"

타케루가 어깨만 으쓱거리자, 노부의 반려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전하는 저를 반려로 맞고 싶으나, 제가 두려워하거나 부담이 된다면 강요하지 않을 것이며, 제가 전하를 외롭게 두었다는 것에 미안함을 느끼거나 걱정할까 봐 기억도 지워준다고 했습니다."

신수들은 말없이 노부를 슥 쳐다보기만 했고 소라는 노부의 반려에게 치대고 있는 이치로를 다시 안아서 제 품으로 데리고 가며 아마미야가 내놓은 조그만 떡을 아이의 작은 입에 넣어 주었다. 그리고는 화사하게 웃으며 타케루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다들 그런 거 아닌가요? 우리 전하도 그랬었는데. 물론 현무께서도 그러시겠지요? 아직 인연이 뭔지, 반려가 뭔지, 신수가 뭔지도 모르는 아이를 낼름 집어삼키기부터 할 생각은 당연히 없으시겠지요."

타케루는 그러나 만만한 성격이 아니었고, 900년이나 반려가 다시 태어나길 기다릴 정도로 집요한 성격이기도 해서 노부의 반려와 류세이의 반려를 번갈아보며 눈썹을 끌어올렸다. 

"평범한 아이라면 물론 그렇겠지만, 청룡과 그 반려가 이번엔 낳을 아이, 청룡의 반려가 지금 품고 있는 아이는 청룡이야, 주작의 반려. 그걸 알고 있나?"

소라는 거기까진 몰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 노부의 반려를 돌아봤고, 노부의 반려가 고개를 끄덕이자 의아한 얼굴로 류세이를 돌아봤다. 류세이는 제 반려의 의문이 가득한 눈동자를 보며 제 반려를 끌어안았다. 

"신수가 다른 신수나 인간의 태를 빌어 태어난다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오, 소라. 우리도 몇 천 년을 살았지만 신수가 회임된 것을 보는 것은 이번이 고작 두 번째라."
"아..."

노부는 타케루가 제 배를 건드리지 못하게 하느라 바쁜 반려를 끌어안으며 타케루를 돌아봤다. 

"우리 아이가 청룡이라고 해도, 태어나면서부터 신수로서 각성이 된 상태일지 인간처럼 어느 정도 자라야 각성할지는 아직 너도 나도, 나의 반려도, 그리고 우리 중 누구도 모르지."
"음."

아마미야와 류세이까지 고개를 끄덕이자 타케루는 한 발 물러서겠다는 듯 침음과 함께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니 안 그래도 놀란 사람 괴롭히지 말고 얌전히 기다려."

노부의 반려도 눈을 매섭게 치켜뜨고 고개를 끄덕이자 타케루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아, 그리고..."

이제 그만 떠나려는지 일어서려는 타케루를 보며 노부는 상쾌하게 웃었다. 

"물론 내 아이가 너를 반려로 맞을지는 아이가 자라서 선택하는 것이지만, 네가 아이의 나이에 맞게 현신을 준비해 오지 않으면 절대로 허락 못해."
"... 아이의 나이에 맞게 현신하라고?"
"내 아이가 인간의 몸을 빌어 태어나는데 현신도 안 하고 맞을 생각이었나?"

노부와 아마미야, 류세이는 현신한 상태지만 타케루는 본체 상태도 아니고 현신한 상태도 아닌, 그저 제 힘으로 눈에 보이는 형태만 갖추게 해서 돌아다니는 상태, 말하자면 혼만 떠다니는 것과 같은 상태였다. 그러니 노부 반려의 의식 속으로도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지만. 아기청룡이 태어나면 그 상태로도 지금처럼 아기청룡의 눈에 보이게 해 줄 수 있지만 반려가 눈에 보이기만 하고 만질 수도 없는, 귀신처럼 둥둥 떠 있는 상태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타케루도 그걸 모를 리 없었다. 

"아니, 그건 아니지만."
"아이는 아직 0살인데 설마 다 자란 몸에 현신해서 반려로 맞겠다는 염치없는 주장을 하지도 않을 테고."
"흠..."

노부의 반려와 소라는 눈만 동글동글 굴리고 있었지만 아마미야와 류세이는 웃음을 참느라 괴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누가 봐도 나이차가 딱 좋은 몸으로 현신해서 찾아오길 바라겠네."

지성을 다 갖춘 이가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서 그 몸으로 살아가는 것은, 류세이의 말에 의하면 꽤나 재미있는 일이라고 하지만 노부에게는 결코 쉽지 않았다. 노부나 아마미야가 현신을 즐기지 않는 것은 류세이에게는 즐거움인 그 시간이 노부나 아마미야에게는 번잡함과 고통이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고 할 줄 아는데 말하는 법부터 배우고, 기고 걷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니, 노부는 그 지루하고 번잡스러운 시간을 즐기는 류세이를 정말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노부가 반려를 맞기 위해 그랬던 것처럼 이미 어느 정도 성장한 다른 사람의 몸에 현신하려면 그 사람의 운명을 새로 만들고, 그 혼이 들어갈 몸도 새로 준비해 주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몸을 차지한 것에 대한 보상도 있어야 하니 힘도 써야 하고. 그러니 노부의 말은 타케루가 어느 쪽을 택하든 시간과 마음, 힘을 들여서 반려를 맞을 준비를 해 오라는 통보였다. 

노부는 아기청룡이 전생에 타케루를 반려로 맞았을 때의 기억을 갖고 태어날지 아닐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아기청룡의 혼은 자신의 반려에게 돌아오기 위해서 900년간 모든 힘을 봉인하고 반려가 돌아오길 기원했던 타케루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노력했을 것이다. 그것만은 확실했다. 그러니 노부는 타케루의 벗이기 전에, 그 반려가 선택한 몸의 부모된 자로서 아이를 쉽게 내어줄 생각은 결코 없었다. 

물론 타케루가 열심히 준비해도 아기청룡이 타케루를 거부하면 절대로 내어주지 않을 거지만. 

"현신할 준비를 하려면 바쁠 텐데 그만 가 보지 그러나, 타케루."

타케루는 노부의 수작질을 알아챈 듯 한숨을 내쉬었지만, 자신도 900년이나 기다린 반려를 아무렇게나 맞이할 생각은 없었는지 그저 픽 웃었다. 그리고는 아마미야가 노부의 반려에게 전해 줬던 팔찌보다 작고 색이 연한 팔찌를 마치다와 소라에게 하나씩 건넸다. 

"둘 다 혼례를 치를 때 내가 자고 있었기에 늦은 혼례 축하 선물이다."

아마도 현무의 힘이 어느 정도 담겨 있기는 하되, 노부의 반려가 위기에 처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기적에 가까운 힘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방어를 위한 호신용 팔찌 정도로 보였다. 소라는 감사인사를 하고 팔찌를 받더니 아마미야와 노부를 번갈아봤다. 

"그런데 두 분은 혼례 선물을 언제 주실 것인지."

그러는 그쪽도 안 주지 않았냐고 하기엔 류세이와 소라가 준 향낭이 노부의 반려를 살리는 데 크게 일조했다는 것을 이미 들은 터라 노부는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곧 준비하겠습니다."

아무래도 류세이가 몹시 야무진 반려를 들인 듯했다. 





#노부마치수수께끼의황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