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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6 21:43


아예 현필이급의 큰 센터랑 잘못 얽히면서 발목이 완전히 나가고 그대로 시즌아웃된 이명헌
고교~대학농구~프농까지 거치면서 이 정도 큰 부상이 처음인지라 그 이명헌조차 침착함 유지 못하고 훅 슬럼프로 이어졌음
한동안 좋아하지도 않는 술이나 맨날 마시면서(당연히 치료에 좋을리가 없음) 집구석에 틀어박혀있는데
그 꼴 보다못한 동댐이 억지로 이명헌 차에 태워다가 권준호네 재활 클리닉에 배달시켜버렸으면 좋겠다

권준호 프로선수들 재활의학 쪽으로 나름 유명했으면 좋겠어
전문의 따고 바로 개원했는데 대만이랑 치수 비롯한 유명 선수들 꽤 많이 다니기도 하고 실제로 실력도 좋고 세심하게 잘 챙겨주고 하니까..


이명헌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권준호가 자기 발목 찬찬히 검사하는 거 지켜보고 있을듯
권준호 당연히 이미 이명헌 부상 기사도 보고 동댐한테 얘기도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막상 부어올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걸 보니 마음이 안 좋았겠지

권준호가 뭐라고 말하려던 순간 이명헌 어쩐지 변명하는 어투로 툭 내뱉었으면 좋겠다


"...이런 적이 처음이라 그랬어. 다음주 정도면 알아서 치료 받으러 잘 다녔을거다."

"명헌아,"

"권준호, 아직도 나한테서 정대만을 찾아? 나는 달라."

"...그런 거 아니야. 명헌아, 혹시 내가 불편하면 애들한텐 말 안할테니까 다른..."

"불편한 게 너는 아니고?"

"이명헌!"



대학생 때... 정대만 보려고 놀러왔단 권준호한테 첫눈에 반했던 이명헌...
항상 막연하게 상상했던 똑똑하고 상냥한 이상형이 눈 앞에 나타난 거임 심지어 농구를 했던 사람이라 말도 잘 통하고 성격도 좋음 
근데 그 때의 이명헌 농구 잘하고 경기 운영 잘하는데 연애는 그렇게 하는 거 아니라는 걸 몰랐던 서툰 사람이라..
헤테로 정대만 좋아해서 그냥 뒤에서 조용히 좋아하기만 하려던 권준호 마음 알아채고 그걸로 반쯤 협박하고 반쯤 설득해서 권준호랑 사귀었던 거면 좋겠다

서로 좋아해서 시작한 게 아닌데 권준호 성격에 또 사귀면 사귀는 대로 상대에게 충실하고 잘해줄 타입이니까 처음에 많이 힘들어했음
이명헌한테 의문과 원망도 들고 솔직히 처음엔 자기를 놀리거나 가지고 놀려는 줄 알았을 것 같음
그러다 만나다보니 이명헌이 진심이라 점점 감겨서 나중에는 권준호가 더 이명헌 좋아했으면 좋겠다 
이명헌 은근히 감정표현도 솔직하게 하고 주변 잘 챙기고 딱딱하고 엄한 주장이 자기 앞에서 풀어지는 것도 귀엽고 사랑스러워지고..
근데 이명헌은 갈수록 죄책감에 시달렸으면 좋겠음 성숙해질수록 자기가 권준호 쟁취한 방법이 틀렸다는 걸 알게되니까 + 얘는 권준호가 자기 좋아할 거라고 생각 안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결국은 엉망진창으로 관계가 끝났으면 좋겠어
대학농구 마지막 시즌 쯤이었는데 유독 상대팀이 거칠어서 정대만 약하게 무릎 부상 이슈 있었으면 좋겠다 
근데 하필 이명헌은 그 순간 정대만 걱정해서 얼굴 하얗게 질린 권준호가 눈에 들어왔거든 
그 전에 자기가 상대팀 포가한테 강하게 밀려서 파울당했을 때도 권준호는 똑같은 표정이었는데. 
쟤가 자기한텐 저렇게 진심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니 그게 너무 우울해서 결국 그날 밤 헤어지자고 일방적으로 통보해버리는 이명헌
권준호 답답해 미치려고 하는데 고집센 이명헌이 그거 다 연락 안 받고 그렇게 끝났으면 좋겠음

하필 주변에 철저하게 비밀로 한 관계라 동댐조차 둘이 많이 친해졌네?정도로 생각했던 데다
이명헌은 프로구단 스카웃당하고 권준호 의대본과 본격적으로 빡세질 시기라..
그냥 그렇게 연 끊겼으면 좋겠음 동댐뿅 중 동댐은 같은 구단인데 이명헌 혼자 다른 구단으로 가게 되면서 정대만이랑도 자주 못 보니까 진짜 그렇게 끝난 거임

권준호... 시작도 끝도 이명헌의 주도였던 첫 연애가 끝난 후로 계속 이명헌을 곱씹었을 것 같음

이명헌 그 뒤로 몇 번 더 연애하긴 했는데 그때마다 썩 결과는 안 좋았을 것 같지
권준호같이 상냥한데 강단있고 자기를 잘 이해해주는 사람 못 만났거든

그래서 부상당한 채 권준호 앞에 앉아있는 순간 그렇게 말해버린 거면 좋겠다
자기는 다른 사람한테서 끊임없이 권준호를 떠올렸으니까, 쟤도 나랑 만나면서 계속 그랬겠지 싶던 그 미안함과 찝찝함, 그리움 모든 감정이 뒤섞여서.

권준호는 그냥 지금의 이명헌만 보이고 얘가 걱정되는 것 뿐인데









똑똑한 애들이 망한 사랑을 하다가 돌고돌아 다시 만나는 그런 게 보고 싶었는데 기력도 없고 시간도 없고....
그래도 준호명헌은 사랑을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