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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3 12:25
미츠이 가문 대대로 부자 집안인데다가 좀 격식있는 집이라 부모님한테 호열이 소개시켜주려고 데려가기 전에 혹시 얘가 쫄까봐 대만이 걱정많을거 같음. 호열이 나와서 자취하는 거 보면 그리 잘 사는 집은 아닌거 같은 데다가 사정도 말 안해줘서 괜히 자기 집 보고 부담스러워할거 같아서.

아무튼 가기 전에 뭘 보든 놀라지 말라고 신신당부 하는거 보고 호열이 대체 뭐길래 그래요ㅋㅋ 하고 집들이 선물 겸 호열이 알바하는 꽃집에서 사온 난초 들고 가는데 진짜 놀랄만한데 엄청 넓은 일본식 저택에 정원까지 딸린거. 초인종 누르니까 막 고용인들이 대문 열어주고 그 안에서도 한참 걸어야 겨우 집이 나오겠지.

이미 그것만으로도 압도되는 기분인데 대만이 부모님은 더함. 맨날 대만이가 부모님한테 전화할땐 투정 잔뜩 부리면서 아 엄마! 나 치수네서 공부한다고! 아 아빠! 아들 못 믿어?(못믿을만함 호열이네 자취방에서 자는거 거짓말치는거라) 이래서 보통의 프라이버시는 좀 없지만 따뜻한 평범한 가정을 생각했는데


- 어서와요. 미토 군. 우리 애한테 말 많이 들었어요.


하고 기모노 입고 아들 친구에게도 존대하는 어머니라니. 게다가 아버지는 집안에서도 단정한 캐쥬얼 셔츠 차림에 대만이와 닮았으면서도 왠지 지성이 느껴지는 인텔리 느낌임.


- 우리 히사시가 많이 좋아한다면서요. 그래, 미토 군은 장래에 무슨 일을 하고 싶나?


나왔다. 저 질문. 대만이 자기 아빠가 호열이 보자마자 무슨 사윗감 시험하는 것처럼 구는 거에 질색팔색할듯.


- 아니 여기가 무슨 상견례 자리야? 아빠도 참. 그만해. 애가 얼마나 당황하겠어.


하는데 대만이 아버님 안색 하나 안 바뀌고는 그러겠지.


- 앞으로 우리 애랑 교제할 수도 있는데 그 정도는 궁금할 수 있지 않니. 그렇지? 미토 군.


하는데 위압감 미쳤음. 대만이 자기가 더 당황해서 호열이 쳐다볼거임. 근데 호열이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예의바르지만 태연하게


- 아직은 구체적으로 생각해둔 건 없지만 히사시 선배를 옆에서 도울 수 있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하고 기백 넘치게 말하겠지. 평소엔 밋찌밋찌 거리면서 여기선 상냥하게 히사시 군이라 말하는 거에 대만이 순간 심장 다 털림ㅋㅋ 그리고는 먼저 대만이 아버님께 술을 따라드리는데 예의 차리는거나 절제있는 태도가 몸에 베어있는거야.

거기다가 밥 먹을 때도 일반 서민들은 보기도 힘든, 처음 보는 식재료라 어떻게 먹어야 할지도 모르겠는 음식이 나온거 보고 대만이가 도와주려고 하는데 호열이 진짜 아무렇지 않게 잘 발라서 먹고, 식사조차 절차 따지는데도 꼿꼿이 편 등도 그렇고 예절도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자기가 더 얼떨떨한 대만이... 간간히 대만이 밥에 반찬도 올려주는 건 평소랑 같은데 그 모습이 너무 예의 바라서 낯선 대만이...

아무튼 호열이 마지막까지 예의 바르게 행동하면서도 배포 큰 남자답게 너스레도 잘 떨어서 부모님 마음에 쏙 들거 같음. 호열이 집에 가고 대만이가 부모님한테 어땠어? 하는데 아버님이나 어머님이나 흡족해서는


- 네 성질머리 고친 데는 다 이유가 있구나 히사시. 좋은 남자네. 어른스럽고 다정해.
- 앞으로 가르치면 크게 되겠어. 남자답게 배포도 있고. 일단 양조장부터 맡겨볼까?


하고 벌써부터 식 올릴 생각부터 하심ㅋㅋ 아무튼 대만이 얼떨떨해져서 학교 가겠지. 호열이 대만이한테 어제 부모님께 좋은 대접 받았다고 고맙다 전해달라 하고는 자기 어땠는지 물을거야. 그러면 대만이 호열이 가만히 보다가 멱살 잡으면서


- 너 누구냐. 외계인? 아님 둔갑한 요괴냐? 이 자식아. 내가 아는 양아치 내놔.


하는거 보고 웃음 터트리는 호열이ㅋㅋㅋ 대만이 그거 보고 대체 그런 예의범절이랑 어른들 상대하는 법은 어디서 배웠냐면서


- 너 하나도 안 쫄더라.


하는데 호열이 무슨 소리냐면서


- 밋찌. 내가 어제 얼마나 긴장했는데요.


하는데 하나도 안 믿기겠지. 전혀 긴장한 사람의 태도가 아니라ㅋㅋ 아무튼 어디서 배웠냐고 짤짤 털어도 절대 말 안 해주는 호열이. 능글능글 웃다가 불리해지면 키스해버려서 결국 대만이 아무것도 못 알아내서 섭섭해하겠지. 대신 밋찌 대신 어제 불렀던 자기 이름 불러달라고 하는데 그것도 말 돌려서 절대 안 불러주는 양호열. 사실 어제 대만이 부모님 뵐 때도 긴장하긴 했지만 대만이가 이런 요구할 때 더 긴장한다는 걸 정대만만 모름ㅋㅋㅋ





그러다가 졸업 앞둔 어느날, 하굣길에 호열이 기다리던 대만이 앞으로 차 한대가 서겠지. 딱 봐도 어마어마하게 비싼 차에 온통 새까만 세단이라 대만이 좀 쫄아선 뭐지 싶은데, 짙게 썬팅된 창문이 열리더니 웬 처음 보는 아저씨가 말을 검.


- 미츠이 히사시 군. 맞나요?


하는데 이미 대답 안해도 자기가 누군지 알고 물은게 확실해보임. 하지만 누구세요? 묻기엔 대만이 그 아저씨 보자마자 누가 딱 떠오르겠지. 그러니까 호열이가 나이 들면 저런 얼굴이겠다 싶은.


- 전 요헤이 아버지 되는 사람입니다.


하는 말에 대만이 전기라도 맞은 것처럼 팔짝 뛰고 바로 인사부터 박는거 보고 호열이 아버지 웃음ㅋㅋㅋ 그리곤 시간 좀 되냐고 하는데 어떻게 거절함? 뻣뻣하게 굳어선 호열이 아버지가 앉은 뒷좌석에 타고 가는데 운전석엔 웬 시커먼 정장 입은 덩치가 운전하고 있고 옆엔 같은 계열로 보이는 덩치가 자기 타려고 하니까 차문도 열어줌.

딱 봐도 야쿠자다 싶어 지금이라도 튀어야 하나 싶은데 옆에 호열이 아버지가 계셔서 튀지도 못하고 그 상태로 호열이 집 갈거임. 근데 얼마 안 있어 다 도착했단 말에 내릴 준비하다가 호열이 아버지가 아직이에요. 미츠이 군. 하는 말 듣고 의아해 하는데 빼박 조직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문 열어주니까 웬 숲길이 있음ㅋㅋㅋ

그렇게 자동차로 한참을 더 들어가서야 겨우 집이 나타나는데 본채는 물론이고 보이는 별채만 열개가 넘어보임. 더 놀라운 건 본채 들어서자마자 복도에 덩치들이 쭉 일렬로 서있고 팔 뒤꿈치까지 뒷짐진 채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어서 대만이 쫄려서 죽을거 같겠지. 왜 그 자식이 자기 가족 얘기는 아예 입 밖에도 꺼내지 않았는지 알거 같고.

아무튼 어떤 방 안으로 들어온 호열이 아버님. 조직원들이 하카마 벗겨주는데 안에 검은 기모노 차려입으셨을듯. 근데 언뜻 소매 너머에 용 꼬리로 보이는 게 어지럽게도 보여서 덜덜 떠는 대만이... 바로 옆에 있는 벽엔 일본도 세 자루가 있겠지ㅋㅋㅋ


- 편히 앉으세요.


호열이 아버님 조직원들 다 내보내고 자리 권하는데 말이 저렇지 어떻게 편하겠음? 그래도 대만이 하하핫 애써 웃으면서 앉는데 속으론 울고 있음ㅠㅠ 그리고 그런 대만이 보고 미소 짓는 호열이 아버님. 그 모습에서 속을 알 수 없는 호열이가 비쳐보여 조금 방심하는 사이 호열이 아버님이 훅 들어오겠지.


- 그래, 요헤이랑 교제한다면서요? 나이는 열아홉, 대학은 스카웃으로 무난하게 명문대로 갈 것 같고. 미츠이 가문의 고명 오메가 아들이라던데. 그 녀석, 말은 안 들어도 예나 지금이나 보는 눈은 있어.


하는거 듣고 움찔하는 대만이. 분명 호열이랑 같은 얼굴인데 너무 다른 느낌이라 자기도 모르게 경계할거야. 그리고 그 모습 보고 슬슬 호열이 아버님 여기에 대만이 데려온 이유 알려주겠지.


- 둘이 혼인을 하게 되면 미츠이 가문과 협력을 좀 하고 싶은데. 서로한테 괜찮은 사업이 될거고. 근데 미츠이 군도 알다시피 그 녀석이 집에 통 안 들어와서 말이야. 이런 건 어른들끼리 보고 얘기해야 하는건데 시아비로서 먼저 며느리 얼굴 정도는 봐야하지 않겠어요?


하고 인자하게 웃는거 보고 호열이가 왜 그리 자기 가족을 부정하고 밖에 나와 사는지 단번에 이해되는 대만이겠지.


- 저 죄송하지만 전 집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아무것도 모릅니다.


하는데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는 호열이 아버님


- 그런건 어른들끼리 이야기하기로 하고 지금은 우리끼리 얘기하지. 결혼하면 농구는 당연히 그만두겠지? 후계도 봐야하고, 오면서 봐서 알겠지만 알려져봤자 미츠이 군 커리어엔 좋지 않을 테니까.


하는거 듣고 심장이 떨어지는 대만이겠지. 어떻게 되찾은 농군데 그것만은 안된다고 하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호열이도 포기해야할 거 같아 덜덜 떨고만 있을 때겠지.
갑자기 저멀리서 우당탕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고 도련님 안된다고 말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문이 확 열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예상대로 거기 선 호열이가


- 뭐해요? 집에 안 가고.


이러고 자기 아버지는 여기에 존재하지도 않는듯 대만이만 보고 대만이 손 붙잡고 나가려고 할거임. 그러면 그 꼴 보고 호열이 아버님 호열이랑 똑같은 얼굴로 느긋하게 웃으면서


- 또 보자꾸나. 밋찌.


해서 그렇게 안 보려던 아버지 쳐다보곤 소름돋는 호열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