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46261990
view 1996
2023.06.03 01:39
https://hygall.com/545928685



송아라는 엄마랑 같이 카페에 나란히 앉아있음. 그리고 두 사람의 앞에는 중년의 부부가 앉아있었음. 키가 훤칠하고 잘생긴 미중년 남성과 고풍스럽고 품위 넘치는 여성은 처음봤지만 낯이 익음.
그래, 처음 봤지만 알 수 있어. 남성의 저 10시 10분 눈썹, 그리고 여성의 눈썹 빼고 다 똑같은 외모. 저 사람들이 자신의 혈육이랑 결혼한 새언니, 아니 새오빠의 부모라는 걸 말이야.



오빠-, 그러니까 송태섭이 자신만의 카센터를 개업하고 얼마 안되어서 새오빠 정대만이 나타났음. 어디선지 몰라도 억소리나는 슈퍼카를 거하게 긁어서 말이지. 그걸 인연으로 정대만이 태섭의 카센터에 종종 놀러오더니 나중에 직원들 왈, 묘한 기류를 뿜고는 어느새 사귀고 있더래ㅋ

둘이 사귈 즈음에 엄마 심부름으로 오빠네에 반찬 갖다주려고 오빠 집에 방문했던 송아라는 송태섭의 작은 아파트 현관 앞에서 키스하고 있던 두 사람을 봤었음ㅋㅋ 처음에 허둥대던 두 사람은 금방 교제 사실을 인정했고, 나중에는 아예 엄마에게도 정대만을 소개시켰음.
딱 봐도 부잣집에서 물 한 번 안묻히고 귀하게 자란 것 같은 정대만을 처음에는 엄마도 아라도 좀 부담스러워했음. 솔직히 그렇잖아? 근데 정대만은 타고난 뭔가가 있는지, 알파들 홀리듯 엄마와 아라의 바운더리에 금방 비집고 들어와 둘을 감아버렸음ㅋㅋㅋ
그래서였을까,... 태섭이와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를 임신한 대만이가 집에서 쫓겨나 태섭이의 집에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리고 혼인신고를 마쳤다는 말을 들었을 때, 월에 한 번은 태섭이랑 같이 엄마와 아라가 사는 집에 놀러오는 대만이를 엄마와 아라는 기쁘게 반겨줬음.

이제껏 살았던 환경이 달라졌을테니 힘들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대만이에게 조용히 얘기해본 적도 있는데, 대만이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며 특유의 쾌활하고 예쁜 얼굴로 웃고 대답했음. 그리고 예의 상 말했던게 아니었는지, 대만이는 불평 불만 하나도 없이 검소한 태섭이랑 같이 알콩달콩하게 잘 살았음. 곱게 자라서 집안일 할 줄 몰라 우당탕 사고를 치기는 했지만, 그게 또 귀엽다는듯 태섭이도 행복하게 웃어. 그게 어찌나 고맙고 기쁘던지, 엄마나 아라도 덩달아 웃었었음.

그리고 이제 만삭이 되었고, 얼마 안있으면 출산 예정일 대만이를 위해 애 낳으면 산후조리 도우려고 준비 중이었던 아라와 엄마에게 연락이 왔음. 대만이의 부모님들에게 말이지...



마주 앉아있지만, 네 사람 사이에 오가는 대화는 없었음. 아라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쪼오옥 마시며 정씨부부를 보았음. 이제와서 연락하는 건 뭐지? 설마 대만오빠 애 낳으면 바로 집으로 끌고가려고?? 애 안지우겠다고 난리쳤다가 쫓겨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아라로서는 정씨부부가 좋게 보이지 않았지...
차분하게 차를 한 모금 마신, 대만이의 부친이 품에서 하얀 봉투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어.

"일단 이거 받아주세요..."

탁-. 송아라는 기다렸다는 듯이 봉투를 집고 눌러서 내용물을 확인했음. "얘, 아라야-..." 엄마가 작게 부르며 쿡 찔렀지만, 아라는 개의치 않았음. 봉투 안에는 생전 본 적없는 0들이 매우 많은 수표들이 있었어. 하아... 그럼 그렇지, 부자놈들은 항상 똑같아. 먹고 떨어져라, 이거냐고. 이런다고 우리 송태섭이랑 대만오빠랑 곧 태어날 조카의 연이 끊어질 것 같아?
아라가 눈썹을 짝짝이로 만들고 피식 웃으며 말했음.

"많이 부족하네요."
"어머, 아라야?!"

당황한 엄마가 아라를 불렀음ㅋㅋㅋ 아라는 이번에도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음.

"우리 새오빠의 가치가 이 정도는 아니죠?"

아무리 돈 줘도 우리는 가좍이다!!라는 뜻을 내포한 의미로 한 말이었는데.... 정씨부인, 그러니까 대만이의 엄마가 대만이랑 똑같은 얼굴로 민망한듯 입을 살짝 가리고 말했어.

"역시... 우리 대만이가 좀... 그렇죠? 죄송해서 어째요..."
"ㄴ,네..?"

죄송하다는 말에 아라가 당황했음. 대만이의 아빠가 미안하다는 어투로 입을 열었음.

"집안 유일한 오메가 자식이라, 어릴 때부터 귀여움만 잔뜩 받고 오냐오냐하고 자라서 애가 좀 버릇이 없습니다. 면목이 없네요.. 대만이 변덕 맞춰주시느라 고생하셨을텐데... 그간 감사 인사 한 번 제대로 드리지 못하고..."
"애가 아무 것도 없이 쫓겨나서 송태섭군도 그동안 대만이 데리고있느라 고생 잔뜩 했을덴데... 근데 아직 저희가 대만이를 직접 보러 가는 건 상황이 어려워서요..."

이게 무슨 소리야? 당연히 무례하니 교양없니 같은 말 할줄 알고 드라마에서 봤던 사이다 대사들 준비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전혀 다른 반응에 아라는 어찌할바 모르고 엄마를 봤어. 엄마가 차분히 말했음.

"아니에요... 새아가-, 아니 대만군이 얼마나 착하고 순한데요.. 아기 가져서 힘들고 예민할텐데 불평 한 번 없이 웃고 즐거워해줘서 저도 덩달아 즐겁습니다. 아드님과 가족이 되어서 정말 기쁘답니다."

엄마의 말에 정씨 부부는 안도한듯 해. 감사하다는 말을 했지. 정씨 부부는 지금 집안 사정이 말이 아니다, 대만이 쫓겨난 뒤로 집안이 언제나 폭풍전야 같다고 말해줬음.
집안의 가장 어른인 정회장님이 집안에서 점지해준 알파는 까고 (무례하고 실례되는 표현이라 죄송하지만) 당신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이랑 살겠다는 막내 손주한테 실망하고 괘씸해서 뿔나 있는 상태인지라 아무도 대만이 옹호와 변호를 못하고 있다 했음ㅋㅋ
정씨 집안에서 제 할아버지한테 하고싶은 말 다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정대만이었는데, 그 정대만이 쫓겨났으니 누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음ㅋㅋㅋ 지금 대만이의 ㄷ만 나와도 할아버지가 화내서 아무도 대만이 얘기 못꺼낸대ㅋㅋㅋ 괘씸하다는 할아버지 말에 맞장구 치는게 할 수있는 최선이라는 거야ㅋㅋㅋ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정회장님 설득해서 정식으로 자리만들겠습니다. 그 때까지만 너그러히 기다려주십시오."
"우리 대만이랑, 뱃속 아기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부족한 돈은 다시 준비해서-"
"앗! 아, 아니에요!! 안부족해요!! 이거 과해요!! 제가 오해한 거예요!!"

아라가 얼른 말했어ㅋㅋㅋ 자기가 두 분을 오해했다고 죄송하다고 했지ㅋㅋㅋ



한 편, 눈에 넣어도 안아플 막내 손주랑 약 반년하고 몇 개월 만에 재회한 정회장님은 저가 많이 보고싶었다는 대만이의 말에, 대만이를 꼬옥 껴안았음.

"할아버지, 나 숨막혀.. 배 눌려.."

대만이의 말에 정회장님은 놀라서 사과했음ㅋㅋㅋㅋ 아장아장 걸을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새 이리 커서 곧 있으면 출산한다니.... 세월이 감개무량해ㅋㅋㅋ

"송사장, 아니, 송서방.. 그 동안 속여서 미안하네... 내가 대만이 할아버지야."
"아, 예... 괜찮습니다.."

저야말로 모른 척 해서 죄송합니다. 앞으로도 모른 척 할테니 부디... 태섭이는 모르는 척 인사를 했음. 그간 보아온 정회장님 성격 상, 알고있었는데 모르는 척 했다고 하면 바보 취급 받았다고 노발대발할지도 모른다 생각했거든ㅋㅋ
그냥 이대로 평화롭게 가자. 그래야 형이랑 잘 화해하지... 형, 지금이 찬스에요! 말 잘해서 화해하자!

"할아버지, 난 잘못했다고 생각 안해. 태섭이는 진국이야. 할아버지도 봤으니까 알지? 자, 나한테 사과해."

정대만이 당당하게 말해. 아놔, 정대만. 이 타이밍에 뭔 소리에요. 은근히 매를 번다니까... 아부떨 타이밍에 내 칭찬을 왜 해.
그런데 정회장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해.

"그래, 그래. 네가 나 닮아서 사람 보는 눈이 있어. 네 말이 맞아. 송서방 진국인 거 할애비도 다 확인했다."

조금만 기다려라. 그럼 할아버지가 가족들 다 설득할테니-. 지금 가족들이 누구 눈치 보느라 암말도 못하는지 모르는 정회장님은 본인이 가족들을 설득해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고 생각하며 태섭이와 대만이의 손을 잡고 말했음.



태대네 카센터 직원들 팝콘 냠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