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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3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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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안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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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사람 보는 눈이 있음. 신입생 환영회에서부터 치근대는 남자들은 웃으면서 전부 쳐냄. 그러다 뒷풀이 중간에 합류한 검정 캡모자 푹 눌러쓰고 회색 후드티 입는 남자 하나... 여자 신입생들한테 관심 안 주고 바로 구석으로 가더니 자기 친구 두세 명이랑 고추튀김에 육전 알차게 조지는 어깨 넓은 남자가 하나 있다
혼자서 안주를 한 삼만원어치는 먹는거같음 시원시원하게 먹음... 한나 침 꼴깍 삼키고 앞접시에 두고 안 먹던 육전 한입 따라서 먹음
근데 먹다가 눈이 마주침 이한나는 그냥 입을 오물대는데 그 남자가 살짝 움찔하더니 예의바르게 고개 까닥함
한나 똑같이 고개 끄덕해서 돌려줌

나중에 자리 파할 때 한나 2차에서 슬쩍 빠지고 자취방 가려고 각잡음. 근데 그 남자가 친구들 사이에서 빠져나와서 주머니에 손 꽂고 털레털레 오더니 "북산..." 하고 말거는 거야 한나 핸드백 고쳐매고 눈에 힘주고 네? 하고 올려다보는데 그 남자가 "아..." 하더니 급하게 주섬주섬 캡모자를 벗어 그리고 주저하면서 살짝 긴 머리를 손가락으로 헤집어서 정리하면서 이제 알겠냐는 듯이 쳐다보는데 이게 뭔 수작인가 싶지만 이한나는 그 남자를 알고 있음
"이명헌 선수... 산왕 주장님,"하니까 남자가 건조하게 웃고 다시 모자 쓴다
북산 매니저 진작 알아봐서 인사는 드려야 할 것 같아 붙잡았다고 조근조근 말하는데 한나 갑자기 마음이 온해짐 이제 캡모자 아래로 눈이 다시 가려서 안 보이고 양감 있는 입술만 움직이는데 벌어진 어깨며 몸집이 누가 봐도 관리된 농구 선수 피지컬이라 자기가 한번에 못 알아본 게 실례였지 싶음
한나가 먼저 당돌하게 폰 주시라고 해서 번호 찍어주고 받아냄

다음에 만난 건 한나가 새로 사귄 남녀 과동기들이랑 또 그 육전집에 간 목요일 밤임
한나 레깅스에 과잠 입고 머리 포니테일... 친구들도 다 스타일 좋을 것 같음. 근데 하필 그 구석자리에 이명헌이랑 친구들 세 명이 또 있어서 바로 알아봄 이번에는 이명헌만 가볍게 손 들어서 인사하고 한나는 친구들한테 티 안 나게 고개 끄덕 눈웃음으로 인사만 하고 자리잡음
새내기라고 하니까 딸기막걸리 서비스로 주셔서 방긋방긋 웃으면서 감사인사 하고 재밌게 놀아... 이제 막 친해진 친구들이 손에 반지는 뭐냐고 연애하냐고 호기심 섞어 물어보는 질문에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고백받고 사귄지 얼마 안 된 남자친구가 있다고 해서 우우 하는 소리도 들음
그러다 이한나의 프로페셔널한 시선에 스친 저쪽 테이블에 서빙되는 소주 몇 병
많이 마시는 것 같진 않고 한나 테이블보다 저쪽이 일찍 와서 먼저 일어나는 것도 저쪽임

이명헌 선수의 피지컬이 눈에 띌 쪽이라 사건을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그가 다시 친구들을 떼어놓고 와서 재미있게 놀다 가라고 먼저 인사함. 한나 친구들 눈 초롱초롱해져서 한나 쳐다봐... 한나 당황해서 말없이 웃기만 하다가 결국 상냥하게 받아줌. 이명헌 선수도 산뜻하니 오해 없이 받아주는게 그 남자 손에도 반지 있음
한나 술 센데 딸기막걸리가 좀 그랬어 충동적으로 혹시 소주 드셨냐고 물어보니까 이명헌 선수 당황해서 친구들이랑 한나 번갈아 보면서 변명하듯이 조금 마셨다고 한다... 선수가 몸 관리를 해야죠 하고 약간 큰 제스처로 혼내듯이 쾌활하게 이야기해서 이명헌 결국 웃어... 생각보다 잘 웃는듯. 자기는 술 세서 괜찮대 그러면서 잠시 고민하는 표정 하다가 한나 후배, 하고 부르면서 후배님이야말로 적당히 드시라고 애매하게 존대함

한시간쯤 후에 한나랑 친구들은 근처 개천 밤산책하자고...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골라서 입에 물고 좀 더 늦게까지 놀 생각을 하는데 이명헌한테 뼈해장국집 추천하는 문자가 오면 좋겠다
이 오빠 뭐야? 하고 옆에서 더 난리인데 한나는 깔깔 웃어 아까 자기 표정이 이상했나? 문자에 뿅 붙어있고 반말임

그렇게 시작되는 A대 극상 글래머 커플의 보송한 우정이 보고싶다 어딜 가나 눈에 띌 조합이지만 2년만 있으면 그냥 롱디 베테랑 선배와 롱디 후배밖에 안 되는... 학교 캠퍼스 잔디밭에서 돗자리깔고 노상 맥주 까면서 연애 이야기에 뒹굴거리는 조합... 한나가 이명헌 치팅으로 맥주랑 떡볶이 같이 먹어줌
근데 있지 사실 이런건 저학년 때 이야기고... 나이가 들면서는 육천원짜리 국밥 대신에 을지로에서 이만원짜리 파스타 먹는다 얘네... 옷 스타일도 더 성숙해지고 섹시해져서 밖에서 보면 충분히 텐션있음... 이어폰 나눠끼고 팔짱 끼고 걷고 상체 숙여서 이야기하고 우산도 나눠 쓰는 사이라니까... 오히려 스킨십에 서스럼이 없어서 이명헌 선수가 한나 후배 허리춤 잡고 번쩍 들었다 내려놓기가 예사랍니다... 이명헌 선수가 무자각으로 자기 에이스 입국했을 때도 이런 스킨십을 하는 바람에 한 살 어린 한나가 먼저 선그어준대... 다행히 이명헌 선수 남자친구랑 한나가 동갑내기라 진즉에 말놓고 야 방금 뭐야; 아 그런거 아니거든; 하고 투닥거리는 수준이라네요... 태섭이? 태섭이는 좀 열받아... 어깨 으쓱하는 이명헌 노려보면서 각박한 세상에서 한나♡만 믿는거야





조합명... 있나?
약태섭한나 약우성명헌 약명헌한나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