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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2 17:40
에이스가 생기면 에이스에게 맞추는 이명헌이 보고 싶다.
그런데 이제 그게 완전 에이스 그 자체를 심리적으로 분석해서 아예 자기 라이프스타일&말버릇&취향까지 전부 바꾸는 이명헌 존꼴. 1학년때부터 산왕의 걔로 불리면서 주전 합류했던 이명헌.
1학년 때는 2학년 선배 에이스에 맞춰서 연습하고 생활반경도 맞추고 나중에는 그 선배 취향까지 맞춰주면서 눈만 봐도 무슨 생각하는지 알 경지에 이르렀음.

자연스럽게 모브 에이스 선배는 자기 맞춤처럼 생활하는 이명헌에게 연애감정을 가졌고 이명헌은 딱히 이 선배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농구하는 선배는 멋지고 또 괜히 경기 중에 컨디션 망쳐서 승리에 지장이 생기면 안 되기 때문에 선배의 연애 놀음에 맞춰줌. 이때 모브선배 에이스는 수줍고 단아한 스타일의 미인을 좋아해서 이명헌 자기관리도 엄청나게 하고 셀프로 손톱까지 신경씀.

농구부에서도 알음알음 둘이 쌍방 연애로 사귀는 거로 알고 있었는데 이명헌 주변에 아주 가까운 사람들은 저거 또 에이스병 나왔다고 골머리 썩었다..
도감독은 이명헌의 경기 운영에 맡기기 때문에 ㅋㅋㅋㅋㅋ알아서 잘 조절하겠지 싶지만 문제 생기지 않게 조심하고 혹시 원치 않는 스킨십 생기면 꼭 연락하라고 주의 줌. 농구부 동기중에는 현필이랑 동오만 무슨 일 생기지는 않을까 가끔 확인하지만 농구로이드 딱뚝콱 이명헌을 잘 알아서 그냥 넘겼음.

이명헌은 이명헌대로 모브에이스가 무리한 주장할 때마다
'선배..저 아직 무서워요..그렇지만 선배가 너무 좋으니까...' 눈물 똑 이지랄 하면서 대딸, 스마타 이상 진도 못나가게 함. 이명헌한테 휘둘리면서 모브 에이스 이명헌은 완전 자기 거라고 생각했음 좋겠다. 그러면서 또 여성편력은 못 버려서 졸업할 때쯤 알아서 잘 헤어지고 자기한테 매달리는 이명헌 가끔 만나서 떡이나 쳐야지 생각하는 모브 선배를 너무 잘 알아서 이명헌도 졸업하면 응. 농구 안하는 너는 모가지다. 이런 생각 했으면...

이대로 선배가 졸업하면 그냥 메데타시 메데타시로 안전 이별하는 거였는데 2학년으로 올라가는 이명헌, 정우성을 만나버렸음. 이명헌은 이미 다음 대 산왕의 얼굴이고 도감독이 신뢰하는 포가여서 다음 에이스 후보군들을 같이 치밀하게 연구하는데 정우성이 운명처럼 딱 들어옴. 도감독이 그만 보라고 해도 24시간 중에 자는 시간 빼고 16시간 정우성 연구하는 이명헌 어떤데. 이때쯤이면 정우성 중학교 때 경기 장면을 녹화한 비디오도 늘어질 만큼 늘어졌는데도 매일 밤 보는 이명헌.


-경기 중 득점 스코어 슛 포즈. 슛할때 버릇들.
-중학 시절 부터 에이스.
-승부욕은 강한데 집중력이 부족함.
-팀원들과는 사이가 좋지 않은 것 같음.
-의외로 다혈질.
-지구력 순발력은 좋으나 경기중 완급이 필요할 것 같음.


달달달 외우는 이명헌이 무서울 정도여서 도감독이 오히려 정우성 못 데려오면 얘 정우성 따라 전학 간다는거 아냐? 걱정했다. 그리고 스카웃 제의하러 정우성을 만난 자리에 당연히 요즘 새 에이스 분석을 시작한 이명헌도 따라감. 잘 꼬셔서 데려와야지 생각했는데 이때 한참 삐뚤어진 정우성을 보고 이명헌은 내 에이스 캐해에 좀 수정이 필요하구나 생각했다. 광철이랑 미사 사이에서 조그맣고 귀여운 얼굴에 독기 가득한데 또 멍도 달고 있는 채로


'농구, 그 까짓거 지겨워.'


라고 중얼거리는 정우성을 보면서 동요하는 이명헌.


'중학교 졸업하면 안할거에요. 어차피 나보다 잘하는 사람도 없고.'


애가 귀여운데 버릇은 없구나. 거짓말도 잘하고. 이명헌은 피식 웃으면서 눈 앞의 정우성을 바라봤음. 지금도 방 한켠에 농구공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주제에 노력한다 싶어서.
이런 타입은 한번 뒤집어 놓는 것도 나쁘지 않지. 말 없이 벌떡 일어난 이명헌 농구공 들고 정우성한테 나와-. 명령하듯 말했음. 순간 처음 듣는 저음에 움찔했다가도 겁 먹은 눈동자를 독기로 숨기는 걸 보고 애구나 싶어서 정우성이랑 왕오왕하는 도중에도 이명헌은 인간 정우성을 나노로 분석함.


결국 이 날 농구는 정우성 만렙 분석가 이명헌이 대승했고 정우성은 의외로 진거에 분해하지 않았음. 오히려 말랑해진 눈으로 반짝반짝거리면서 '농구 잘하네요..형? 방금 그거 어떻게 했어요?' 똘망똘망 물어봤다. 잔뜩 뛰어서 코까지 빨개진 정우성 보면서 이명헌 미래의 자기 에이스 분석란에 -애기라고 추가함.


'너, 농구 재밌지?'


또 움찔하는 우성을 보면서 이명헌은 아, 얘랑 더 가까워지려면 말투부터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음. 천진하게 먼저 말 걸었던 우성은 어디로 가고 또 삐진 아이처럼 입을 삐쭉대면서 중얼거리고는

'...경기는 재미없어요.' 하고 명헌의 눈을 피했다.

'재미없는 농구경기만 해서 그래.'


자신만만하게 얘기하고 공을 튕기면서 이명헌은 정우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클린한 슛을 넣었음. 또 홀린듯 저를 보는 에이스를 보면서 이명헌은 앞으로 얘랑 더 가까워지려면 농구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함. 그리고 제 멋대로 날짜를 통보했지.


'얼굴 멍 좀 빠지면 다음 주에, 산왕 농구부로 와.'

'나 농구로 고등학교 안간다니까.'

'누가 여기로 진학하래? 와서 농구 경기나 한판 하고 가.
경기가 끝내주게 재밌게 만들어줄테니까.'


어느새 코트에 나와있는 광철과 도감독에게 우성을 인계하고 서로 눈을 스치면서 이명헌은 확신했다. 얘는 반드시 온다. 다음 주. 이명헌은 광철에게 깍듯하게 인사하면서 작별인사로 자연스럽게 우성의 머리를 쓰다듬었음. 얼굴에 손이 오자 또 움찔, 움츠려 드는 우성을 보면서 이명헌은 새 에이스와 경기를 할 멤버를 추렸음. 그리고 미리 자신이 납작하게 기를 눌러놓을 멤버도 생각해 놓음. 산왕도 운동부 특유의 군기가 있었기 때문에 새 에이스가 불편해 하지 않도록 본인이 미리 서열 정리할 생각도 하면서 산왕으로 돌아온 이명헌.
그 날 부터 뿅, 뿅-베시 거리고 다니면 좋겠다.


'명헌아, 갑자기 왜 이래?' 제 앞에서는 수줍어만 했던 이명헌만 아는 모브 선배 당황해 하면서 물어보는데 이명헌 표정 변화도 없이 '그냥 앞으로 이렇게 말하려구요뿅.'대꾸하면서 어미 연습했으면 좋겠다.


정우성과 가까워지려면 너무 불편한 운동부 선배여도 안되고 그렇다고 또 너무 격의없이 친구같은 선배는 얘를 통솔하지 못할 것 같았음.

너무 무섭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편하지도 않게뿅.
내가 농구도 재밌게, 나랑 하는 농구는 더 재밌게 만들어주겠어뿅.




우성명헌
모브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