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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2 11:35
분명히 2학년 때 둘이서 농구부 정규 연습 후 나머지 연습 할 거 같다. 둘이 서로 림 하나씩 맡아서 슛 연습 하는데 별 말은 없고 코트에 공 튀기는 소리, 운동화가 바닥이랑 마찰하는 삑삑거리는 소리만 들리겠지.

그러다 강백호가 착지 때 잘못해서 다리 삐어라. "윽!" 하고 크게 신음하는데 서태웅이 돌아보겠지. 뭔 일인가 하고 보는데 절뚝 절뚝 걸어서 구석 가서 앉는 강백호인 거야.

백호가 발목 잡고 으~ 하고 있는데 서태웅이 말없이 다가와서 보더니 말 없이 사라지겠지. 백호는 이제 집에 가나? 싶고 자기도 걍 가야지 하면서 일어나려다가 발목이 아픈거야. 좀 쉬다 가야지 하고 앉는데 서태웅이 다시 나타나겠지. 알고보니 부실에서 구급함 가져온 거. 영 맥도 못추고 못일어나는 거 보니 드레싱 필요하다고 판단한 거.

"멍청이 발 내밀어." 하면서 강백호 앞에 꿇어 앉고 스프레이 꺼냄. 강백호는 좀 자존심 상해서 이정도 별 거 아니라고 하는데 서태웅은 묵묵히 발목 잡아당길 것임.
"그렇게 재활 해놓고 부상이 위험한 줄 몰라?"
강백호 할 말 없음 ㅋㅋ 서태웅은 묵묵히 운동화 벗기고 양말 벗기고 맨발 잡고 스프레이 뿌려주는데 강백호 좀 불편해했음 좋겠다. 남이 씻지 않은 맨발 만지게 둘 정도로 철면피는 아니라서 '야, 내 발 더러워. 만지지 마.'라고 속으로 생각하지만 그 말을 하는 것 조차 서태웅 한텐 자존심 상해서 내내 우물거리고 있겠지.
그사이 서태웅은 압박붕대까지 매어줌. 너무 능숙해서 여우 자식은 왜 이런 것 까지 잘 하는 거야? 하고 또 자존심 상함. 서태웅 쪽이 선수 생활이 길어서 자잘한 부상에 대비해서 연습이 된 것임.

그렇게 강백호가 "고맙다."하고 진심으로 말하니까 서태웅이 시계를 보더니 정리하고 가자고 하겠지. 사실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임. 절뚝 거리는 강백호는 두고 정리하고 불 끄고 묵묵히 하는 서태웅임.

그렇게 체육관을 나와서 자전거 주차장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강백호는 인사하고 가는데 좀 있다 뒤에서 자전거 타고 나타난 서태웅이 말을 걸겠지.
"멍청이. 그 속도로 걸어서 언제 가냐? 타."
강백호는 자존심 때문에 "됐어. 가다보면 가져."라고 하는데 서태웅이 뚱한 얼굴로 비키질 않음. 강백호는 뭔가 오늘 서태웅이 묘하게 친절하네 생각하다가 역시 에이스인 자신이 부상을 당하면 북산의 전력에 차질이 생기니까 저렇게 설설 기는 구나로 생각이 튐 ㅋㅋㅋ 약간 자존감 충족하고 기분이 좋아진 강백호가 좀 기고만장하게 말함.
"흠, 그럼 갈림길까지 부탁한다."
강백호 표정 보고 저 단순한 놈이 뭔 생각인지 대충 파악한 서태웅이 "흥."하고 코웃음 쳤지만 뭐라고는 안함.

그렇게 묵묵히 자전거 태워 주다가 문득 말하는 거임.
"집에 가면 얼음 찜질부터 해."
왠지 강백호가 그런 지식이 없을 거 같단 생각에 충고하는데 역시나 별 생각 없어보이는 대답이 돌아오는 거임.
"아~ 얼음. 집에 얼음 없는데. 놔둬, 이쯤이야 하룻밤 자면 다 나아."
서태웅은 니가 그럼 그렇지 하고 한심한 생각이 들었음. 매일매일 어찌나 느긋한지. 그런 큰 사고를 겪었으면서. 약간 마음이 삐딱해진 서태웅은 편의점 앞에서 자전거를 세움. 의아해하는 강백호에게 "기다려." 한마디 하고는 혼자 들어갔다가 나오는데 한 손에 편의점 봉지가 들려있겠지. 강백호는 야식인가 하고 신경쓰지 않을 것임.

서태웅은 말 없이 자전거 손잡이에 봉지째 걸고는 출발했음. 그러다 갈림길이 나오는데 서태웅이 안내려주는 거야.
"야 이쯤에서 세워도 돼."
"조금쯤 더 가도 괜찮아. 어디야?"
"눗..?"
이 자식이 왜 이렇게 친절하지 생각하다가 가끔 다치는 것도 좋겠다고까지 생각해버리는 강백호.. 결국 어물어물 네비게이션처럼 갈림길 마다 방향 알려주다 집까지 와버린 거임.

"여기가 우리집이야."
낡은 연립주택 앞에서 강백호가 내려섬. 우물 거리다가 코 한번 긁고는 한번 더 고맙다고 인사하는 강백호임.
"고맙다."
"이거."
서태웅이 비닐봉지를 내밀었음. 자기 야식을 왜 주지..? 라고 생각하며 받아들고 보는데 야식이 아니라 얼음팩임.
"그대로 발목에 얹어."
강백호는 순간적으로 계면쩍기도 하고 부끄럽기도하고 갑자기 초조해지겠지. 저 녀석이 왜..?

미련없이 자전거를 돌리는 서태웅한테 강백호가 소리치겠지.
"야, 라면 먹고 갈래?"
서태웅이 갑자기 무슨 라면? 하는 표정으로 돌아봄. 강백호는 그냥 빚졌으면 갚아야지라는 생각임. 멋쩍기는 해서 거절당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으로 떠벌거림.
"연습하고 출출하지 않냐? 컵라면 있어. 우동이랑 비빔면이랑, 아 매운맛도 있고. 난 원래 하나씩 먹고 자는데."
"그래."
의외로 흔쾌히 수락하는 서태웅이었음. 사실 태웅이도 배가 무지 고팠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