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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31 18:26

행맨루스터
행루
 





전편




 

15. 더운 낮이었다. 지면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후끈하고 하늘에서 내리쬐는 볕이 따가웠다. 까만 아스팔트 위에 서서 흐린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도로가 일렁였다. 지열에 눈가가 뜨거웠다. 그러다 한줄기 바람이 스치자 정신이 들었다. 외딴 거리 생소한 장소. 적어도 그동안은 상황을 파악할 만한 사람들이 주위에 있었는데 이번에는 길거리에 아무도 없었다. 떠돌이 길고양이조차도 보이지 않고 한산한 오후였다.

 
 

여긴 또 어디야.”
 

 

제이크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한 번 쓸어내리고 가장 가까운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방금 전 바지 주머니를 한참 뒤져봤지만 지갑이나 핸드폰은 없었다. 곤란한 상황이었다. 돈이 없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가 없고 핸드폰 없이는 아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 이대로 쭉 긴 거리를 걸어 어디에 있을지 모를 경찰서를 찾는 건 무모한 생각이었다. 미국은 너무나 넓으니까. 옥수수 밭이 아니라 그냥 길거리에서도 곤경에 처할 수 있었다. 차라리 근처의 가정집에 전화 한 통을 부탁해서 아무에게나 자신을 데리러 와달라고 상황을 설명하는 쪽이 빠를 듯 했다. 누가 살지도 모르는 가정집을 두들기다 총을 맞을 위험이 있지만 그런 고민에 빠지기엔 너무나 찌는 날씨였다. 제이크가 하얀 페인트칠이 된 문을 두드렸다.

 
 

계세요? 죄송한데 전화 한 통만 빌릴 수 있을까요? 강도한테 지갑이랑 핸드폰을 뺏겼어요.”

 
 

다짜고짜 전화 좀 쓰자고 할 수는 없어 그럴듯한 거짓말을 내세웠다. 제법 큰 소리로 외쳤음에도 안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집에 아무도 없나 싶어 다른 집을 찾을까하다 혹시나 해서 두어 번 더 문을 두들겼다. 미국은 너무너무 넓고 다음 집까지는 족히 10분을 걸어야 하는 거리였다. 습도가 높아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에 혀를 빼고 입술을 축이고 있자니 문 근처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제가 강도를 당해서.”

행맨?”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붙었다. 다음 순간 제이크의 몸이 강한 힘에 의해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균형을 잡지 못하고 바닥에 엎어질 정도로 센 악력이었다. 제이크가 신음을 삼키며 무릎을 털고 일어났다.
 

 

안녕, 브래들리.”
 

 

딱딱한 얼굴의 브래들리에게 제이크가 인사를 건넸다. 탐스럽게 말린 머리칼과 공들여 기른 콧수염. 브래들리의 외형은 적어도 30대는 넘어 보였다. 이곳의 제이크와 어떤 관계를 이어가고 있을 지 짐작하기 어려운 시간대였다. 제이크는 적당히 뜸을 들였다가 브래들리가 입을 열면 장단을 맞추려 했다. 하지만 브래들리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았고 결국 제이크가 먼저 대화의 물꼬를 터야 했다.

 
 

내가어제 과음을 했나 봐. 눈을 뜨니까 여기인데 지갑도 없고 핸드폰도 사라져서.”

 
 

철컥. 권총의 안전장치를 해제하는 소리가 제이크의 변명을 끊었다. 제이크를 방 가운데로 몰아넣고 자신은 문을 등지고 있는 브래들리의 행동은 물 흐르듯 매우 자연스러웠다.

 
 

넌 누구지?”

브래들리. 나야, 제이크.”

아니. 그럴 리 없어.”
 

 

브래들리의 목소리는 냉정했다. 제이크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브래들리와 아무 접점이 없는 미래는 겪어 봤지만 총이 겨누어질 정도로 악화 된 사이는 처음이었다. 쉽사리 답을 하지 못하자 브래들리가 위협용으로 총을 다잡았다. 제이크는 반사적으로 양 손을 들었다. 긴장감 속에 대치가 계속됐다. 이윽고 브래들리가 질문을 던졌다.

 
 

싫어하는 도시 있어?”

?”
 

 

주방에서 아득하게 주전자 끓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기차의 경적소리 같았다.

 
 

두 번은 묻지 않을 거야. 제일 싫어하는 도시의 이름을 대봐.”

 
 

꿀꺽 침을 삼켰다. 브래들리의 눈빛에 거짓은 없었다. 방아쇠에 오른 브래들리의 손가락을 주시하며 제이크가 조심히 입을 열었다.
 

 

워싱턴.”

너구나, 제이크.”

 
 

브래들리가 총을 내렸다. 방금 전 위협하던 기세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분위기가 풀어졌다. 여전히 양 손을 들고 있는 제이크를 지나쳐 브래들리가 주방으로 향했다.

 
 

소파에서 기다려.”

 
 

제이크는 브래들리의 명령대로 순순히 소파에 가 앉았다. 빈티지 디자인의 집 안을 눈만 굴리며 살피고 있으니 곧 브래들리가 뜨거운 물을 담은 찻잔을 내왔다. 잔에 티백을 하나 넣어준 후 제이크 앞으로 밀어주었다. 차가 우러나오며 달콤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향기가 제이크의 후각을 자극했다.

 
 

독 같은 건 안 탔어. 설탕이라면 줄 수 있지만.”

고마워, 브래들리.”

 
 

탁자 위의 작은 단지를 밀어주며 브래들리가 말했다. 제이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탕을 조금 추가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조심스럽게 마셨다. 따뜻한 액체가 위장을 적시며 제이크의 긴장된 몸을 이완시켰다.

 
 

저기, 브래들리. 믿기지 않겠지만, 내가 최근의 기억이 없어.”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제이크가 대화를 시도했다. 제게 주어진 정보가 너무나 적어 어떻게든 대화를 이끌어내 실마리를 잡아야 했다. 어쩌다 저와 브래들리가 총을 겨누는 사이가 된 건지 지금의 브래들리는 몇 살이고 그 날의 사고를 피했는지 혹은 아직 인지. 제이크에게 항상 최우선은 브래들리의 안위였다. 자신이 개입할 수 있는 한 브래들리를 위험에서 구해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는 게 먼저였다.
 

 

브래들리 너는 기억하지만 그 외의 기억들은지금 머리가 너무 혼란스러워서 잘 모르겠어. 혹시 나에 대해 아는 게 있으면 얘기해줄래? 아무래도 너 밖에 부탁할 사람이 없어.”

나쁘지 않은 접근 방법이네. 하지만 상대를 봐가면서 시도해야지.”
 

 

흘끗 제이크를 쳐다 본 브래들리가 가볍게 요청을 무시했다. 어색함을 깨줄 음악도 백색 소음이 되어 줄 텔레비전도 없이 찻잔 달그락 거리는 소리만 울렸다. 묵묵히 제 몫의 차를 비워낸 브래들리가 후 한숨을 내뱉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브래들리는 뜻밖의 정보를 제공했다.

 
 

제이크 세러신. 통칭 행맨. 해군의 전투기 조종사로 소속은 비질란테. 재수 없고 잘난 남자였지.”

그건.”

소속은 달랐지만 합동 훈련과 파병으로 안면이 있었어. 그 후에 몇 가지 작전을 함께 했고 마지막으로 같이 한 미션에서 행맨이 내 목숨을 구했어. 놀랍지도 않게 우린 두 달 뒤에 동거를 시작했고.”

.”

안녕, 제이크. 네가 행맨이 말하던 제이크구나.”
 

 

브래들리가 웃었다. 반가움보다는 슬픔에 가까운 미소였다.
 

 

원래는 행맨이 쓰던 방이지만 너도어느 정도는 제이크니까 써도 괜찮아. 무덤에서 원망하더라도 어쩔 수 없지. 그러게 이렇게 핫한 나를 두고 먼저 갈 게 뭐람.”

 
 

문가에 기대어 선 브래들리가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간단한 소개를 마친 브래들리는 제이크에게 오랫동안 주인 없이 비어있던 방을 내주었다. 제이크는 어정쩡한 자세로 행맨의 방을 살폈다. 정말 제가 이 방을 써도 되는지 싶은 얼굴이었지만 브래들리는 개의치 않아했다. 어찌됐든 제이크는 현재 지갑도 핸드폰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브래들리에게 주워지는 쪽이 훨씬 나은 처우였다.

 
 

정말고마워, 브래들리.”

. 이거 하나는 확실히 해두자. 행맨은 날 루스터라고 불렀어. 네가 날 어떻게 부를 지는 마음대로지만 루스터는 안 돼.”

브래들리는 그 별명을 싫어했는데. 내가 맘대로 그렇게 불러 대서.”

, 그래? 여기랑은 반대네. 행맨은 내가 붙인 콜사인이야. 그 녀석도 엄청 싫어했어. 나중에는 적응했지만행맨은 행맨이니까.”
 

 

여기의 브래들리는 지금까지 제이크가 만났던 브래들리와는 다른 존재였다. 제이크가 많은 시간을 넘나드는 동안 약간의 변화는 있었을지라도 브래들리와의 첫 만남이 변한 적은 없었다. 제이크가 가진 과거의 기록도 마찬가지였다. 제이크는 군대와는 인연이 없었다. 브래들리의 아버지가 해군이었단 건 알지만 브래들리가 자신도 군인이 되겠다고 뜻을 밝힌 적도 없었다. 이곳은이름과 외견만 제이크와 브래들리일 뿐이지 전혀 다른 사람의 삶이었다.

 
 

내 행맨도 네 브래들리도 여기엔 없어. 난 루스터고 넌 제이크니까. 잘 기억해둬.”

 
 

제이크가 동의했다. 루스터에게는 숨길 수 없는 군인의 태가 났다. 처음에 그를 브래들리로 착각했던 게 우스울 정도였다. 기묘한 동거는 며칠간 이어졌다. 루스터가 필요하다면 전화와 돈을 빌려주겠다고 했지만 제이크는 누구와도 연락을 취할 수 없었다. 제이비도 군인으로 일하고 있고 이미 자식이 죽었다고 알고 있는 행맨의 부모에게 연락할 수도 없었다. 혹여 행맨을 알고 있는 외부인을 만날까 쉬이 외출도 하지 못했다. 그저 제이크는 루스터의 집과 정원 정도를 들락날락거리며 허송세월을 보내야 했다. 간간히 행맨의 방을 살피긴 했지만 제가 아무리 비행 교본을 본들 하루아침에 비행기 조종사가 될 수는 없었다. 초대받지 못한 손님은 퍽 불편한 관계였다. 루스터의 생활반경도 넓지는 않았다. 새벽에 훌쩍 나가 동네를 뛰고 들어오긴 했지만 장을 보러 나갈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집 안에 있었다. 혼자 LP판을 틀고 흥얼거리거나 우표를 모으고, 신문을 스크랩 하는 등 교양 넘치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루스터는 제이크를 본인의 집에 들인 것 치고는 상대해주거나 어울리는 노력이 일절 없었다. 제이크는 불평하지 않았다. 말소 된 사회보장번호로 권리와 자유를 보호받을 길도 없으니 몸이라도 뉘일 장소가 있는 게 다행이었다.
 

 

그립지 않아요?”

 
 

늦은 저녁 루스터가 홀로 맥주를 홀짝이고 있을 때 제이크가 충동적으로 질문했다. 방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문가를 겨우 서성이다 던진 물음에 루스터는 눈썹을 으쓱였다. 바로 답을 주지는 않았지만 옆의 의자를 슥 밀어주었다. 제이크가 꾸벅 고개를 숙여 양해를 구하곤 안으로 들어왔다. 이어 개봉하지 않은 여분의 맥주를 루스터가 권했다. 정중하게 거절하며 자리에 착석했다. 지금의 대화에선 멀쩡한 정신으로 있고 싶었다.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그러니까 팔자에 없는 신문을 오리고 그 녀석이 모아둔 LP를 매일 틀잖아. 정작 함께할 때는이런 행위가 별로 나한테 흥미 요소는 아니었어. 지금도 취미보다는 습관에 가까워.”
 

 

대답을 끝낸 루스터가 들고 있던 맥주를 한껏 들이켰다. 수염에 묻은 거품을 호방하게 손등으로 닦아내고 제이크의 다음 질문을 기다렸다.

 
 

첫 날에그 사람이 당신을 두고 갔다고 했잖아요.”

내가 그랬나?”

그랬어요. 말하기 싫은 거라면.”

괜찮아. 어차피 언젠가는 해야 했으니까. 오늘이 그 날인가 보네.”
 

 

루스터는 마시던 맥주를 내려놓고 잠시 허공에 시선을 두었다. 제이크와 마주본 얼굴의 눈시울이 살짝 붉었다. 루스터가 자신의 지갑에서 세월의 흔적이 담긴 사진을 꺼내 탁자에 놓았다. 자신감으로 무장한 사내가 빛바랜 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 있었다. 여즉 비우지 못한 방처럼 끝끝내 정리하지 못한 행맨의 흔적이었다.

 
 

언제부턴가 행맨은 꿈을 꿨어. 그럴 때면 식은땀에 잔뜩 젖어서 일어나곤 했지. 옆에서 자는 날 깨워 꼭 끌어안고는 무서운 꿈을 꿨다고 어리광을 부렸어. 처음에는다 큰 성인이 고작 꿈 따위에 호들갑이 심하다고 호통도 쳤지만. 악몽은 하루에 그치지 않았어.”

어떤 꿈을.”

날 잃어버렸다고 했어. 어느 가을에, 워싱턴에서.”
 

 

제이크는 턱 숨이 막혔다. 루스터와 함께 있는 공간이 거북해졌다. 혹시라도 지금껏 자신이 해온 선택 중에 행맨의 삶에 영향을 끼친 결과가 있을까 두려웠다. 어떤 반응을 취해야 할지 혼란에 빠진 제이크를 내버려 둔 채 루스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주기는 일정하지 않았지만 그 후로도 행맨은 계속 악몽에 시달렸고 매번 힘들어했어. 우리는 원래 생사가 위험한 직업을 갖고 있다고, 이미 각오하고 시작한 관계라고 말해 봐도 걔는 납득 못했어. 전쟁터가 아닌 일상 속의 도시에서 나를 잃어버리는 게 행맨한테는어떤 의미였는지 지금도 모르겠어.”

하지만, 하지만 당신은 살아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렇게 날 잃는 게 무섭다고 벌벌 떨던 놈이 날 두고 먼저 갈 줄 누가 알았겠어? 행맨은 끝까지 군인으로 살았어. 마지막 파견에서 격추당해 전사했지. 나쁜 자식.”

 
 

끝내 눈물 한 줄기가 루스터의 뺨을 타고 흘렀다. 제이크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오직 상심만이 가득했다. 원망이나 분노는 담겨있지 않았다. 그는 순수하게 연인의 상실을 슬퍼했다.

 
 

그 녀석이네 걱정을 많이 했어. 자신은 꿈에서 깨어나면 내가 항상 옆에 있지만 제이크는자꾸 브래들리를 놓친다고. 점점 지쳐간다고.”

미안, 미안해요. 내가. 나 때문에.”

왜 네가 사과해? 군인씩이나 되어서 본인 정신 관리는 알아서 해야지.”

 
 

흐른 눈물을 닦아내며 루스터가 씩 웃었다. 루스터는 흔들릴지라도 무너지지는 않았다. 그는 행맨이 없는 일상을 살고 있었다.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제이크는 이해할 수 없었다. 브래들리를 가진 적 없던 저도 이렇게 망가졌는데 행맨과 삶을 영위하다 혼자가 된 루스터가 어떻게 버텨냈는지 믿을 수 없었다.

 
 

어떻게살아가는 거죠? 그 사람이 없이 어떻게.”

걔가 원하지 않을 테니까. 약속했거든. 서로를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하는 순간이 있더라도 내일이 오면 다시 사랑하자고. 딱 하루치만 아프고 그 후엔 영원히 행복하자고.”

영원히.”

제이크. 넌 아직도 여행 중이지? 브래들리를 찾고 있는 거지?”
 

 

여행이라 하기에는 고되었으나 방황으로 치기에는 또 거창했다. 제이크는 더 말을 얹지 않고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루스터의 두터운 손이 제이크의 손등을 덮었다. 굳은살과 흉터가 가득한 손이 시야에 들어찼다. 많은 고난에 단련된 루스터에게도 연인을 잃는다는 건 매우 큰 고통이었다. 행맨이 아닌 제이크가 가진 유약한 심성 또한 짐작이 되었다. 제게 굳이 등을 밀어줄 의무는 없음에도 루스터는 작은 보답을 하기로 했다. 다시 한 번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보게 해준 대가였다.

 
 

나도 후회하지 않는 건 아니야. 더 많이 표현할걸 그랬어. 악몽을 꾸는 날엔 품에 안고 다독여줄걸. 내가 떠날까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난 항상 네 곁에 있을 거라고 확신이 없더라도 말할걸. 아무리 살을 붙이며 자는 사이더라도 결국 말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어.”

무서워요. 용기가 나지 않아요.”

 
 

제이크가 떨리는 목소리로 자백했다. 어쩌면, 어쩌면 이 지독한 순환의 고리를 끊는 답은 아주 가까이에 있는데, 알면서도 느끼면서도 그 말 한 마디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겁이 나서. 두려워서. 돌아올 답에 확신이 없어서. 아슬아슬하게 차오른 그릇에 제가 던질 말이 온전하게 그릇을 채울지 과욕으로 넘쳐흐르게 할지 가늠이 어려웠다.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루스터가 남은 손으로 제이크의 뺨을 쓸었다. 어느 샌가 흐르고 있던 눈물을 닦아주었다. 넌 정작가장 중요한 말은 해주지 않아. 브래들리의 목소리가 주위를 맴돌았다.

 
 

제이크, 영원한 기회는 없어.”

브래들리를 구하고 싶을 뿐이에요.”

구원할 수 있는 건 스스로의 인생뿐이야. 언제까지 꿈에서 방황할거야?”
 

 

깨어날 시간이야, 제이크. 다정한 목소리가 제이크의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시야가 뿌옇게 변하고 몸이 나른하게 늘어졌다. 눈꺼풀이 살며시 감겼다. 부드러운 어둠이 제이크를 감쌌다.

 
 

안녕, 제이크.”
 

 

루스터의 목소리가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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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오기전에 올렷다,,,

2023.05.31 18: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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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아아악 센세ㅠㅠㅠㅠㅠㅠ믿고있었다고ㅠㅠㅠㅠㅠㅠ
[Code: 866f]
2023.05.31 18:42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ㅠ다정한 루스터....행맨이 떠났지만 홀로 삶을 이어가고 있는 루스터...제이크 등까지 밀어주는구나ㅠㅠ저 거칠어보이지만 강하고 사랑스러운 다른 브래들리도 행맨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서로를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하는 순간이 있더라도 내일이 오면 다시 사랑하자고. 딱 하루치만 아프고 그 후엔 영원히 행복하자고.

나울어......
[Code: 866f]
2023.05.31 18:3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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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세계인건가?ㅠㅠ 구할 수 있는 건 스스로의 인생뿐이라는 말이 너무 인상적이다ㅠㅠ
[Code: 6206]
2023.05.31 18:39
ㅇㅇ
센세??? 센세????!!!!! 센세에에에에에!!!!!!!!!!!!!!!!!!!!!!!!
[Code: f2c9]
2023.05.31 19:14
ㅇㅇ
모바일
ㅅㅂ 센세 사랑해...... 사랑한다고!!!!!!!!!!!!!!!!!!!!!!!!!!!
[Code: 5160]
2023.05.31 19:16
ㅇㅇ
모바일
다른 세계의 루스터랑 만나다니ㅜㅜ 거기서는 행맨이 죽었다니요ㅜㅜㅜㅜㅜㅜㅜ 루스터 묵묵히 살아가는 거 너무 맘 아파ㅜㅜㅜㅜㅜㅜ 제이크가 이번에는 브래들리한테 잘 말하면 좋겠다 후회없이ㅜㅜ
[Code: 5160]
2023.05.31 19:22
ㅇㅇ
아니.. 어흐흑 ㅠㅜㅠㅜ 센세...!!!!!!!! 퓨ㅜㅠㅜㅠㅜ 나 울어 ㅠㅜㅠㅜ 이럴수가... 마지막에 루스터의 대사 너무 먹먹하고 목메인다 ㅠㅜㅠㅜ
[Code: 8fd0]
2023.05.31 19: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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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 와
[Code: 798c]
2023.05.31 21: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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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미친 거 아냐... 진심 이 무순은 문학에 등단해야 함. 제이크의 도피에 관한 이야기라는 게 자꾸 생각나서 가슴이 더 아려온다. 구원할 수 있는 건 스스로의 인생뿐이야라는 말이 루스터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 센세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끝이 정말 궁금해
[Code: 992a]
2023.05.31 21: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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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세계의 행맨은 제이크 꿈 꾸면서 엄청 슬펐겠네ㅠㅠ 근데 먼저 죽었다니.... 잠든 제이크가 일어나면 브래들리한테 꼭 사랑한다고 말하면 좋겠다ㅠ
[Code: 5eb1]
2023.05.31 23: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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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저세계의 행루ㅠㅠㅠ 여긴 루스터가 남겨졌네 눈물 좔좔... 제이크야 얼른 브래들리한테 말하자 사랑한다고 ㅠㅠㅠ
[Code: 56ce]
2023.06.01 00: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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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했거든. 서로를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하는 순간이 있더라도 내일이 오면 다시 사랑하자고. 딱 하루치만 아프고 그 후엔 영원히 행복하자고.

그래서 행맨이 모아둔 LP를 들으며 흥얼거리고 습관처럼 우표를 모으거나 신문을 스크랩하면서 살고있는 거구나. 그게 행맨과 영원히 사랑하며 행복할 수 있는 루스터의 방식이니까... 이밤중에 눈물이 너무 많이 난다
[Code: 4226]
2023.06.01 03:47
ㅇㅇ
센세 오셨다..! 다른 공간의 루스터는 행맨을 먼저 보냈구나 ㅠㅠㅠㅠㅠ
[Code: b721]
2023.06.01 03:49
ㅇㅇ
서로를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하는 순간이 있더라도 내일이 오면 다시 사랑하자고.

이 말 너무너무 좋다. 무너지지 않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루스터가 다시 한 번 사랑하는 행맨의 얼굴을 보게해준 보답으로 제이크를 원래 있는 곳으로 보내주는 것도 정말 좋아 ㅠㅠ 제이크랑 브래들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진짜 너무 궁금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b721]
2023.06.01 05:5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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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의 루스터가 죽은 행맨을 그리워하는 방식이 담담해서 더 마음이 아프다...ㅜㅜㅜㅜ 루스터가 구원할 수 있는 건 스스로의 인생뿐이라고 했는데 제이크는 과연 브래들리를 구할 수 있을까ㅜㅜㅜㅜㅜㅜ 둘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증말ㅜㅜㅜ 우선 깨어나면 브래들리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자 제이크......
[Code: 4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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