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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9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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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만은 요즘 즐거움. 조금만 기다리면 사랑하는 남편과의 사이에서 가진 작고 소중한 아가를 만나게 되거든.
꼬물이를 가지면서 빈털털이로 쫓겨났지만, 덕분에 태섭이랑 결혼했고 매일매일이 새롭고 즐거웠음ㅎㅎ


카센터로 출근하는 남편 배웅하고 집에 혼자 남은 대만이는 자기만의 루틴을 시작함.
태섭이가 준비해준 아침 잘 먹고, 식기는 싱크대에 물 받아서 잘 담그고(설거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주변 홍수 만들어놔서 태섭이가 그냥 담가놓으라고 함) 임부복으로 갈아입고 외출하는게 아기 가진 새댁 대만이의 아침 시작이야.

작지만 조용한 동네는 평화로운데다가 길거리도 깨끗함. 좀 걷다보면 작은 놀이터 겸 공원이 나오는데 아기와 엄마들이 보임. 나도 꼬물이 태어나면 저기에 껴있게 되려나?? 기분이 근질근질해진 대만이가 공원을 잠시 지켜보다가 다시 걷기 시작함.

좀 더 걷다보면 상가건물들이 나오는데 대만이는 그 중 미용실로 들어감. 옆집 이웃이 운영하는 미용실인데, 태섭이 일하러 가면 대만이는 종종 여기 놀러와서 동네 사람들이랑 수다 떨거든ㅋㅋㅋ 이 미용실이 이 동네 만남의 광장임. 덕분에 인간자석 정대만은 동네 사람들이랑 금방 친해져서 아기 용품도 얻고, 동네 흘러가는 이야기도 알고 재미있게 잘 지내게 되었음.

"새댁 배 많이 나왔네? 곧 태어나겠다~"
"시간 빠르네?? 새댁 배 홀쭉할 때 처음 봤었는데~"
"애기 땜시 배만 나오고 다른데는 날씬한 것 봐. 애 낳으면 금방 예전으로 돌아오겠다. 부럽네~~"

예정일은 언제냐고 묻고, 이럴 때는 더 조심해야한다는 주의도 줘. 새댁이 얼굴도 몸도 예쁘니 신랑은 좋겄다면서 금방 둘째 생겨서 연년생 낳는 거 아니냐고 농담도 함. 깔깔깔 웃는 아줌마들 보며 대만이도 같이 웃어. 품위 있는 척 점잔 빼던 사람들이랑 지낼 때보다 백배 즐거워.

떠들다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야. 같이 점심 먹자는 이웃에게 담에 먹자고 말하고는 미용실을 나왔어. 미용실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신랑이 운영하는 카센터가 있거든. 오늘은 신랑이랑 같이 밥 먹고 싶어. 실은 신랑네 카센터에서 시켜먹는 짜장면이 먹고싶었어. 그게 목적이었지ㅎㅎ
임신하기 전이었다면 카센터로 후다닥 갔을텐데 만삭이 되었더니 금방 피곤해지는데다가 조금만 무리하면 다리도 허리도 아파서 조심해야해. 꼬물이는 너무 사랑스럽지만, 이건 좀 불편해. 그래도 어쩌겠어? 엄마가 힘낼게.

천천히, 그리고 부지런히 걷다보니 태섭이네 카센터가 보여. 놀래켜주고싶은 마음 반, 여보한테 짜장면 먹고싶다고 조를 생각이 반으로 더 부지런히 가는데 배달오토바이가 센터로 슈웅~ 들어가. 뭐야, 벌써 시킨 거야? 나 짜장면 먹고싶은데...

미용실에서 좀 더 빨리 나왔어야했는데... 입 삐죽이며 걸었지. 그 사이에 배달오토바이는 카센터에서 나와 대만이를 지나쳤어. 뭐 시켰을까... 태섭이한테 짜장면 하나만 시켜주라해야지. 근데 짜장면 하나만 배달 가능한가? 짧은 시간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카센터 입구에 다다랐는데 태섭이네 막내 직원이 밖으로 나왔어. 손에는 짜장면이랑 군만두가 야무지게 들려있었지.

"00야."
"어? 대만이 형. 안녕하세요! 혼자 걸어온 거예요? 안힘들었어요? 사장님한테 전화하시지."

막내가 대만이를 살피며 상냥하게 말해. 근데 정대만 귀에는 그 상냥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대만이 눈에는 막내 손에 있는 짜장면 밖에 안보여.

"00야, 그거 뭐야? 점심?"
"아, 네. 오늘 점심이요. 형도 얼른 들어가서 같이 먹어요. 저는 이거 김기사님께 전해줘야해서. 사무실에 들어가세요. 금방 갈게요."

막내는 말을 마치고 카센터 건너편 공영주차장 쪽으로 가. 눈으로 막내를(실은 짜장면) 쫓아보니 막내가 고급 세단 창문 두드리는게 보여. 창문이 내려가면서 누가 짜장면을 받아. 뭐야. 왜 궁상맞게 차에서 짜장면을...

아, 나도 짜장면. 신랑꺼 짜장면 뺏어먹을 생각 만만하면서 끙차하고 허리 통통 두들기며 카센터 안으로 들어가서 사무실 문을 열었어.

"태섭아, 나 왔어! 나도 짜장면 먹고싶-..어..?"
"... 형? 혼자 왔어요? 걸어온 거예요? 나 부르지... 힘들지 않았어?"

짜장면 잘 비벼서 한 입 먹으려던 태섭이가 사무실 문 열며 들어온 제 오메가를 발견하고는 벌떡 일어나서 빠른 걸음으로 대만이 앞으로 다가와 허리 잡아주었어. 근데 대만이 눈에는 짜장면을 들고있는... 약간 굳은 상태로 저와 눈이 마주친 사람 밖에 보이지 않았어.

"... 할아버지, 여기서 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