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유치원에서 동생 자랑을 듣고 온 호백 2세 호야....

원래 애기들은 한 명이 자랑하면 너도나도 우르르 얘기하니까 ㅋㅋㅋㅋ 유치원 같은 반에서 동생 있는 애들 싹 다 자랑하고 지나가다 동생소리 들은 코끼리반 기린반 형아 누나들까지 놀러놔서 다 자기 동생 자랑하고 갔을거임.
동생 있다고 다 좋은거 아닌데 그 얘기는 안함. 지금은 자랑타임이라서... 다 좋다고만 하는데 자기만 안좋은 얘기 하면 진거같으니까 ㅋㅋㅋ 애기들의 승부욕에 의해 ~동생이 있으면 좋은 점 108가지~ 타임 가지고 나만 동생 업써.... 상태로 털레털레 돌아온거지.

그 날따라 호열이랑 백호 둘 다 일이 있어서 유치원 하원 못 도와주고 옆옆집 대만태섭네 소만이 형아 (초등학생) 손 잡고 왔을거임. 소만이 동생 없어서 엄빠끼리 다 친한 옆옆집 애기 동생 귀여워하니까 둘이 사이 되게 좋음. 그래서 소만이 시간표랑 맞고 친구들 약속 없으면 종종 이렇게 데려오기도 할거야.
평소엔 형아 손 잡고 오늘 유치원에서 뭐 있었는지 종알종알 얘기하면서 옴. 소만이도 아직 애기라 학교에서 있던 일 자랑하고 우아 형아 대다나다 나도 얼른 형아랑 같이 하꾜 가고시퍼 하면서 오는데 그 날따라 애가 힘이 하나도 없음.

호야 왜그래? 무슨 일 있었어? 하니까 애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난 왜 동생이 업찌....? 함. 근데 동생은 소만이도 없어서 ㅋㅋㅋ 뭐라 해줄 말이 없는거임 ㅋㅋㅋ 그래도 애기동생이 너무 시무룩해하니까 곰곰이 고민하다가 지가 아는대로 얘기해줌.

엄마랑 아빠한테 부탁하면 만들어준다던데.
정말?
사실 나도 동생 없어서 잘 몰라. 친구들이 그랬어.
그렇구나아...

오늘 유치원에서 애들이 그러는데 동생이 있으면 엄청 귀엽대. 같이 공놀이도 하고 소꿉놀이도 하고 가위바위보도 하고 쎄쎄쎄도 할 구 있대. 그리고 간식도 2개 살 수 있다고 했어! 코끼리반 누나는 동생이 엄청 말랑말랑하다구 자랑하고 갔어.
많이 부러웠는지 씩씩대며 얘기하는 호야 볼을 소만이가 콕 찌르고 쓰다듬어줬음. 니 볼도 엄청 말랑한데..... 찔러본 감상을 입 밖으로 내진 못했지만 말야.


그리고 호열백호 귀가할 때까지 대태네 집에서 놀다가 데리러 온 엄빠 손 잡고 돌아갔음. 가기전에 소만이한테 우다다 뛰어와서 옷 꾹꾹 잡아당기길래 숙여줬더니 귀에다 있자나 형아 나 이따가 엄마아빠한테 동생 만들어달라고 할거다? 형아두 얘기해바 우리 둘 다 동생 생기면 좋게따 그치? 하고 속닥대고 히히 웃을거임. 그래그래 힘내 해주면 힘차게 고개 꾸닥이고 엄마 압빠 가자!! 하고 양 손 꼭 잡고 가겠지.

집에 가면 저녁도 잘 먹고 힝힝대면서 슬쩍 빼놓던 당근도 눈 꾹감고 꼭꼭 씹어먹고 밥그릇도 싱크대에 갖다둠. 쪼끄만 고사리 손으로 백호 옆에서 수건도 몇 개 같이 갤거야. 말 잘듣는 착한 아이면 동생 만들어달라고 할 때 바로 알았다고 할 수도 있잖아.
애기 손으로 갠거라 당연히 엉망이라 나중에 집어넣을 땐 다시 정리해야겠지만 입술 쭉 내밀고 집중해서 수건 개는게 너무 귀엽고 기특해서 호백이 호야 토실한 엉덩이 톡톡 두드려주고 꼭 안아줄거임.

우리 왕자님 오늘 너무 씩씩한데? 엄청 멋지다!
뽀뽀 쪽쪽 해주면서 칭찬하니까 환해진 얼굴로 진짜? 하더니 나 그러면 동생 갖고싶어! 할거임. ㅋㅋㅋㅋㅋ

있자나 오늘 유치원에서, 붕팔이가 동생 생겼다구 자랑했는데 붕붕이도 동생 있다 하구, 엄청 귀엽대. 코끼리반 허니 누나는 동생이랑 공놀이도 하구 블럭놀이도 하구, 과자도 두개 사구~

손짓발짓 해가며 오늘 들은 동생의 장점을 어필하는데 호열이랑 백호는 얘가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까 싶고 ㅋㅋㅋ 애기는 너무 귀여운데 동생 만들 생각하니 쫌 부끄럽고 그럴거임 ㅋㅋㅋㅋ 주방에서 호열이 설거지 하고 있었는데 어느순간 물소리도 뚝 멎었을듯 ㅋㅋㅋㅋㅋㅋㅋ


그니까 나 동생 만들어주면 안돼?
동생이 필요한 108가지 이유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다시 묻자 그새 옆으로 온 호열이가 되는데 동생 만들려면 호야가 도와줘야 한다고 함 ㅋㅋㅋㅋ 백호는 금세 새빨개져서 너 미쳤냐고 애한테 뭔 소리 하냐고 팡팡 치고 있고 ㅋㅋㅋㅋ 살살 치는거지만 핵주먹이라 아픈데 전직 양키의 가오로 꾹 참았음.

호야가 동생 만드는거 도와조? 어떠케?
으응. 동생 만들려면 엄마랑 아빠가 사랑하는 마음으로 뽀뽀를 백번 해야하거든.
뽀뽀? 백번이나??

최근에 배운 제일 큰 숫자가 백이라 호야 눈이 화등잔만해짐. 그렇게 많이 해야한다구....??
애기 맘 급해져서 엄마아빠 쭉쭉 잡아당기고 얼른 뽀뽀해! 호야가 도와줄게! 얼른 뽀뽀해!! 할거임. 그럼 그런 애기 너무 귀여워서 백호 빵 터지고 호열이도 웃으면서 찐하게 입술 뽀뽀 하겠지.

그 뒤로 생각날 때마다 뽀뽀 몇번해써...? 물어보는 2세임
자기 전에 손 꼭 모으고 엄마랑 아빠가 뽀뽀 많이 해서 얼른 동생 생기게 해주세요 기도하고 어린이날 선물로는 엄마아빠 뽀뽀 열번하기 요구함. 물론 뽀뽀도 하고 다른 선물도 줬겠지 ㅋㅋㅋ


그러다가 100번 목표로 남은 뽀뽀 횟수가 얼마 안남았던 어느 날 (실제 뽀뽀+키스는 훨 많이 했는데 애기 실망할까봐 임신 될 때까진 횟수 줄여서 얘기하기로 했음) 애기가 엄청 기분이 좋아보이는거야. 눈 뜨자마자 달려와서 호열백호 볼에 뽀뽀 날리고 엄마아빠 최고! 하더니 하루종일 콧노래 부르면서 씻고 유치원 갈 준비도 척척 다 함.

호백 어리둥절해서 아가 오늘 왜이렇게 씩씩하고 기분이 좋아? 유치원에서 재밌는거 하기로 했어? 물어봤더니
호야 이제 오빠 되니까! 하는거임.

아직 뽀뽀 열번 남았었는데 어제 열번이나 해써? 안힘들어써??
하더니 벙찐 호백 뭐라 대답할 틈도 없이 다녀오겠습니다! 하구 우다다 뛰쳐나감. 뒤늦게 백호가 따라가서 유치원 버스 태웠겠지 ㅋㅋㅋㅋ 버스 탈 때도 아가야 오빠 다녀올게 하고 백호 배 꼭 안아준다음 가서 남겨진 백호 어안이 벙벙할거임.


폭풍처럼 2세 유치원 보내고 너무 이상해서 혹시나 하고 임테기 검사하는데 두 줄 떠서





이러고 산부인과 달려감 ㅋㅋㅋㅋㅋ


임신 확인 땅땅 받고 멍한 정신으로 점심 먹고 애기용품 아이쇼핑 하고 호야 유치원 끝날시간이라 데리러 가는데 유치원 애들이 죄다 안녕하세요 호야 동생 생겼다면서요 / 배에 애기 있어요? / 호야 동생 여자애예요 남자애예요? 하고 좀 큰 애들은 와서 임신 축하드려요 하고 꾸벅 인사하고 있을거임 ㅋㅋㅋㅋㅋㅋ
몇 명은 간식으로 나온 요구르트도 애기 준다고 남겨놔서 꼭 쥐고 다니느라 따끈해진 요구르트 백호 갖다줌 ㅋㅋㅋㅋ 호야는 요구르트에 쿠키까지 남겨놨겠지. 순식간에 한 품 가득 요구르트 받은 백호 ㅋㅋㅋ 애기들한테 고맙다 하고 선생님이 봉투 주셔서 거기 담았을거임

선생님이 민망한 얼굴로 죄송해요 호야 어머님 아버님 제가 애들을 잘 봤어야했는데.... 하는데 이걸 어떻게 선생님 탓을 하겠어 보나마나 호야가 방방 뛰면서 나!!! 동생 생겨따!!!! 하고 다녔을텐데 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다행히 진짜 생긴건 맞으니까 괜찮다고 저희도 몰랐다가 오늘 알았는데 진짜 임신 맞더라고 살짝 얘기해주니 선생님도 안심하고 축하해줄거임.

기분 좋아서 붕방대고 날라다니는 애기 양손에 손 꼭 잡고 집에 가는데 신나서 가는 내내 큰소리로 노래 부를거임 ㅋㅋㅋㅋ 애기들은 이런거 먼저 안다던데 진짜인가 싶고 신기해서 근데 호야 아빠가 뽀뽀 다 했다고 아직 말 안해줬는데 어떻게 알았어? 물어보니까 으응 어제 꿈에 엄청 귀여운 호랑이랑 놀고 있었는데 내가 이케 눈 깜박 감았다 뜨니까 어떤 여자애가 나한테 와서 오빠! 해써! 그래서 알아찌~ 호야 동생은 호랑이인가바~ 할거야.

그렇게 동생동생 노래를 부르더니 기어이 태몽까지 꾼 첫째 기특하고 귀엽고 대단해서 셋이 꼬옥 안아주고 그 날은 세 명 아니 뱃속 아기까지 네 명이서 파티했을거같다


그리고 다음날 소만이 형아한테 자랑하러 옆옆집 쳐들어갔다가 태섭이 빤히 보더니 태섭이 배 끌어안고 아가야 안녕 하고 소만이한테 형아도 동생 달라고 부탁해써? 우리 둘 다 동생 생기면 형아랑 나랑 똑같다! 와! 하고 좋아하는 바람에 대만태섭네도 한바탕 난리남 ㅋㅋㅋㅋ




호열백호 빨리 뽀뽀 더 하고 야구단 만들어라......


슬램덩크 슬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