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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7 18:50
[94一生/무순]




존나 이상하게… 우성명헌에서 더 사랑하는 쪽은 이명헌인데 헤어지고 더 힘들어하는 건 정우성임 그것도 세상 시끄럽게 힘들어함 송태섭이 아 저러다 정우성 죽겠어요; 하고 정대만한테 말했다가 댐이 뿅한테 말 전할 정도로… 둘 아는 사람은 다 ‘둘이 헤어지고 정우성 ㅈㄴ 힘들어한댄다’ 알 정도 ㅋㅋㅋㅋㅋㅋㅋㅋ

웃긴 게 먼저 맘 뜬 것처럼 행동한 것도 정우성이야 처음엔 떨어지면 죽고 못 살 것처럼 굴다가 바쁜 영어공부 훈련 스케쥴 해외적응에 눈코뜰새없이 바빠서 자기 안에서 이명헌 점점 뒤로 밀리게 둔 것도 정우성이고 이명헌이 짬내서 미국 왔을 때 갑자기 잡힌 구단 파티 때문에 -스폰서 때문에 자리 뺄 수가 없었음- 그 날 약속 취소하고 미안하다고 내일 꼭 보자고 한 것도 정우성이야 이명헌은 알았다고, 괜찮다고 문자 보내고 두자리 예약된 레스토랑에서 천천히 양고기 스테이크 썰어서 우물우물 씹어 삼키고 마지막 디저트 크림브륄레까지 온전히 다 먹었음 디저트 맛있네. 생각했지만 정우성 몫으로 나온 거엔 손 안 댐 정우성 몫 식사는 매 코스마다 제대로 나와서 온전히 손 안댄 상태로 완전히 비운 이명헌의 그릇이랑 같이 주방 들어갔음 식사 내내 와인 홀짝홀짝 조용히 마시면서 멍하니 창밖 바라보는 이명헌 문득 보고 싶어져서 휴대폰 슬쩍 봤다가, 영상통화는 좀 그렇겠지하고 패스, 앨범 뒤져서 정우성 사진 찾아보는 건 궁상맞으니까 이것도 패스, 전화는 괜찮나. 했다가 지금은 뭘 해도 궁상맞구나. 생각하고 다시 휴대폰 내려놓음 창 밖의 야경이 진짜 존나 예뻐… 정우성은 매번 이걸 봤으려나. 걔도 이걸 볼 때마다 외로웠나. 하고 생각하다 돌아가는 이명헌

어제 살짝 취해서 다음 날 무거운 머리 흔들면서 일어나는데 아직 휴대폰에 정우성 연락은 없어 얘도 어제 취했나. 하는데 이명헌이랑 정우성 관계 아는 팀 동료가 보내놓은 메시지만 하나 있음 ‘너네 혹시 헤어졌냐?’ 하는 좀 무례한 문자… 뭔 소린가 싶어서 이명헌 미간 좀 구겨지는데 그 밑에 기사 링크 보고 이렇게 다짜고짜 물을 만 했네. 하는 이명헌… 미국 유명 황색언론 사이트를 단 링크는 최근 전 애인과 헤어진 할리우드 스타의 새 애인으로 동양인 남자를 뽑았음 사진은 어두운 밤 길에서 키스하는 배우와 그 상대인 남자야 기사에선 둘이 벌써 만난 지 몇 달 됐다, 가수 A의 생일파티에서 만났다. 남자는 NBA G리그… 같은 소리가 써있음 믿을만한 건 안돼 헤드라인으로 개소리 걸기를 좋아하는 찌라시언론사거든 근데 사진은 거짓말하지 않잖아 그 어두컴컴한 골목길에서 자기보다 작은 배우의 허리를 잡고 열정적으로 키스하는 건 분명히 정우성이라 오히려 침착해지는 이명헌임 차라리 좀 헷갈릴만 했다면 혼란스럽겠는데 이건 확신하겠는데, 분명한 자기 에이스거든.

이명헌은 잘 동요하지 않음 잠깐 놀라도 바로 다음 수를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아주 잠깐, 멍하니 휴대폰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일어나서 호텔 커피머신으로 커피 내려마시고 부스스한 머리 정리함 깔끔한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3일 뒤에 있을 간단한 미팅을 혹시 화상회의로 바꿀 수 있겠냐고 메일 보냄 그 전에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고. 그리고 정우성한테 전화함

“우성. 어제는 잘 들어갔어?”
-응, 네… 진짜 미안해요. 우리 오랜 만에 보는 거였는데…
“일인데 뭐 어떡해뿅. 파티는?”
-괜찮았어요. 이젠 그래도 구면이 좀 많더라고요. 형은 어제 어떻게 했어요? 밥은?
“그냥 룸서비스 먹었어.”
-거기 예약 힘든데, 미안해요… 다음에 꼭 같이 가요.
“응. 우성아.”
-네 형.
“그거 말곤 아무 것도 없어?”
-…네? …네.

그렇구나… 하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이명헌 피식 웃음 그래. 그냥 사랑한다고. 하고 말하고 전화 끊음 그리고 제일 빠른 국내행 항공권 예약함 원래 일주일 뒤에 있던 항공권은 취소하고

그리고 정우성 집 들림 아직 집엔 정우성이 없었음 몇 개 안되는 짐, 국내 왔을 때 이명헌이 빌려줬던 거, 이명헌이 미국 와서 지낼 때 두고 갔던 자잘한 악세사리 같은 거 챙겨서 나가는 이명헌 뭐가 많을 줄 알았는데 챙길 거 챙겨도 두 손에 가득 차지도 않음 그거 보면서 좀 웃기긴 해 정말 아무 것도 아니었던 거 같잖아 그래도 10년을 만났는데. 식탁 위에 낡은 은반지 올려두고 훌훌 떠나는 이명헌 방금 잡은 비행기가 오늘 저녁이라 좀 바빴음 그 집 떠나는 순간에 아마 내 인생에서 얘보다 더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없겠지. 생각하면서 잠깐 쳐다보다 망설임없이 등 돌리는 이명헌
나가면서 정우성한테 전화함 연결음 끊기자마자 우성아 우리 헤어지자. 하고 끊음 여행용 유심이라 빼서 버리니까 차단할 필요도 없었음 다른 나라에 사는 건 진짜 간단하구나. 생각하는 이명헌

그리고 국내 돌아가서 남은 휴가 기간 갑자기 여행도 가보고 복귀하고는 하던 대로 훈련 잘 하고 리그 우승도 하고 잘 지냄 이명헌이 헤어진 거 아무도 몰랐을 정도임 어쩌다 너 근데 반지는? 잃어버림? 했을 때 이명헌 아무렇지도 않게 아 헤어짐. 하고 대답함 ㅅㅂ 아까 고기 탄다고 말할 때가 더 격양돼보임; 소문난 건 G리그 끝나자마자 아직 플레이오프 중인 이명헌 소속 구단 찾아 온 정우성 때문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