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웅 청소년 국대 시절부터 잘생긴 스포츠 선수로 유명했겠지. 맨날 <스1엠이 태릉에 빼앗긴 인재> 같은 제목으로 인터넷에 심심찮게 올라와서 사람들 농구는 몰라도 서태웅은 알아. 그 잘생긴 농구선수? 걔?

그러다 서태웅 스무살 되던 해, 20nn 아시안 게임 국가대표로 나가게 됨. 서태웅이 대표팀 가장 막내라 형들이 다 막내야~, 막내야~ 하고 부름. 이번 아시안 게임 남자농구 라인업이 어마어마해서 역대 최강 소리 듣고 이 정도면 금메달도 기대해 볼만 하다, 하는 분위기라 개막 전부터 인터뷰며 영상이며 잔뜩 풀리는데 그 때마다 형들이 “막내야~” 하고 부르면 뚱한 얼굴로 와서 서 있는 전봇대만한 막내 서태웅.

청소년 대표 때부터 워낙 얼굴로 화제였어서 대표단 출국 기지회견 때도 스포트라이트 가장 많이 받고, 각종 포털 사이트 메인에 서태웅 얼빡샷 줄줄이 걸림. 근데 하도 주목 받다 보니 안 좋은 소리도 좀 듣지. 아무 것도 안 했는데 ‘어린 놈이 겉멋만 들었다’, ‘헛바람 들었다.’ 이런 소린 예사고. ‘서태웅은 좀 과대평가된 경향이 있죠. 아무래도 잘생긴 농구선수는 스타성이 좋으니까.’ 깎아내리는 소리도 지겨울 정도임. 

그러다 대망의 아시안 게임 남자농구 결승전. 1차전부터 지금까지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던 대표팀 막내 서태웅, 우승을 결정짓는 마지막 덩크로 일약 대스타가 됨. 대표팀의 황금막내 소리 들으면서 금의환향 하는데 가뜩이나 아시안게임 특수로 온 방송국에서 선수들 모시러 혈안인 와중에 잘생긴 얼굴에 금메달까지 따 온 어린 농구선수라니. 얼마나 구미가 당기겠음. 

온갖 매체에서 쫓아디니면서 한 번 나와 달라 성화고 머글들도 인터넷에서 서태웅, 서태웅, 노래를 부를 정도라 농구팬들은 좀 걱정하지. 아무리 서태웅이 심지가 굳은 선수라도 그래봤자 이제 갓 스무살 된 어린애인데 저러다 괜히 애 바람이라도 들면 어쩌나, 싶어서. 근데 그 걱정이 무색할 만큼 서태웅 농구 말고는 아무 관심도 없음. 협회에서 시켜서 남자농구 대표팀 단체로 예능 프로그램 나간 거 한 번. 소속 구단에서 시켜서 뉴스 인터뷰 한 거 한 번뿐. 거기 나가서도 MC들이 서태웅 입 한 번이라도 더 열어보겠다고 열심히 질문하는데 얘는 농구 말곤 관심이 없음.

휴일에 뭐하시나요? 연습합니다.
금메달 따고 제일 먼저 누구한테 연락하셨나요? 부모님, 감독님.
서태웅 선수는 학생 때도 인기 많았죠? 잘 모르겠는데요.
아니, 경기장에 막 팬들 몰려오고 그러지 않았어요? 경기 중엔 별로. 신경 쓰지 않아서.

심지어 그렇게 쏟아지는 러브콜에도 CF 한 번을 안 찍지. 서태웅 연예계 데뷔한다더라, 어디 엔터랑 계약했다더라 별의 별 루머가 다 쏟아지는데 정작 서태웅이 하는 거라곤 새벽같이 소속구단 연습장 출근해서 가장 늦게 귀가하는 것 뿐. 

그 한결같은 태도 때문에 더 호감 사서 농구팬이라면 다들 서태웅보고 아유 우리막내~ 우리막내~ 함. 그러다 시간 좀 지나고 서태웅 미국 유학가고 결국 느바 진출까지하면서 대한민국에 모르는 사람 없는 슈퍼스타 됨.

그 때쯤엔 어릴 때 있던 젖살도 다 빠지고 키도 체격도 훨씬 더 커져서 문짝만한 사내가 다 됐지만 그래도 농구팬들 마음속엔 여전히 우리막내일 거고, 아시안 게임 지켜 본 국민들한테는 마냥 잘 큰 남동생 같음. 근데 이제 나보다 크고, 나보다 돈 잘 버는.... 

근데 서태웅 농구 잘 하고, 농구 외에 딴 생각 안 하는 거 기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나이 좀 찰수록 저거저거 저렇게 농구밖에 몰라서 어디 연애나 하려나, 오지랖 발동함. 다들 진짜 남동생이나 아들래미 보는 마음으로 우리 태웅이 순진해가지고 아무나 만나면 안되는데, 좋은 사람 만나야 할 텐데, 하고 걱정하는데 대뜸 서태웅 열애 발표함.

국민시애미랑 국민시누이 한트럭이라 누굴 데려와도 반대할 준비 만반이었는데. 서태웅이 데려온 거. 올스타전 3년 연속 인기투표 1위한 크블 최고 아이돌 정대만임. 

ㅇㅇ: 태웅이 그으렇게 농구랑 결혼할 것처럼 굴더니 진짜 살아있는 농구랑 결혼했네
ㅇㅇ: 우리 태웅이 누구랑 결혼하려나 했는데 지만큼 농구 잘하고 지만큼 잘생긴 놈이랑 함

그렇게 스포츠판 최고 인기남 둘이 연애하는데 얘네는 뭔가 풋풋한 이미지였지. 서태웅이야 근 15년간 계속 우리막내, 우리태웅이였고. 정대만도 여전히 웃는 얼굴이 소년 같은, 어딘지 허술한 옆집 오빠 같은 이미지라. 둘이 사귄다니까 대부분 ‘무슨 청춘영화 같다~’ 하는 반응임. 

가끔 인터뷰에서 짓궂게 연인 관련된 질문도 받게 되는데 정대만 얘기 나오면 평소보다 빠르게 눈 깜빡거리는 서태웅이나

서태웅 얘기 나오면 “그래서 이제... 그... 이제... 어디까지 얘기했죠?” 하고 말 저는 정대만 보는 재미에 아유 둘이 왜 이렇게 귀엽게 사귀냐, 둘이 왜 이렇게 알콩달콩하냐, 함.

그렇게 서태웅 정대만 몇년째 연애해서 이제는 둘이 그냥 식만 안 올렸지 부부 같은 이미지임. 그러다 서태웅 미국생활 접고 국내 리그 돌아오는데 그때쯤엔 정대만은 감독하고 있음. 둘이 같은 코트 위에 서는 일은 없지만 가끔 경기장에서 만나겠지. 정대만네 팀이랑 서태웅네 팀 붙는 날이면 평소보다 프레스 열기 엄청남. 그래봤자 찍히는 거라곤 서태웅 백덩크 작렬할 때 몰래 웃다가 입가리는 정대만이나 선수들한테 포옹 당하는 정대만 보고 입 삐쭉거리는 서태웅이라 얘네는 저 나이 먹고도 왜 저렇게 간질간질하냐, 싶음.

그렇게 서태웅 국내 리그에서 맞는 첫 올스타 전. 경기 끝나고 서태웅 MVP 인터뷰하는데. 아무래도 올스타전이다보니 끝나고 나서도 축제 분위기라 주변이 좀 어수선했겠지. 인터뷰하는 리포터도 웅성웅성한 분위기에 들떠서 한껏 고양된 목소리로 오늘 활약 멋졌다고 소감 전해주면 서태웅 “감사합니다.” 하고 고개 살짝 숙이는데 시야 끝에 저 멀리 서 있는 정대만이 걸림. 

정대만 현역 그만둔 지 몇 년 지났지만 농구팬들 사이에서 인기는 여전해서 올해 올스타 전때도 팬서비스 차원에서 3점슛 쏴주고 불려나와 춤추고 하느라 바빴음. 그래서 그런지 평소에 목끝까지 갖춰 입는 정장이 다 흐트러져있지. 재킷은 어디 갔는지 안 보이고 한 쪽만 접어 올린 소매랑 단추 두어개 푼 셔츠 목깃도 구겨져 있음. 살짝 피곤한지 평소의 반짝반짝한 얼굴과는 다르게 좀 느른한 얼굴로 목덜미 주무르면서 오랜만에 만난 후배애들이랑 이런저런 얘기 나누고 있는 거, 서태웅 자기도 모르게 눈으로 쫓아감. 

근데 인형처럼 마냥 예쁘장한 줄로만 알았던 서태웅 눈이 시커멓게 가라앉으면서 정대만 발끝에서부터 머리꼭지까지 훑어 올라가는데. 그게 눈빛이 아니라 혓바닥으로 핥아 올린다고 해도 믿을만큼 끈적끈적함.

옆에서 카메라 보고 한참 신나서 경기 이야기하던 리포터. 좀전까지 짧게나마 꼬박꼬박 대답해주던 서태웅이 질문을 해도 아무 말이 없길래 우연히 고개 들고 올려다봤다가, 경기 끝낸 직후보다 더 가쁘게 들썩거리는 너른 가슴팍이랑 조갈이 나는 사람처럼 슬쩍 말려들어가는 아랫입술, 게다가 벌건 대낮에 이 사람 많은 경기장에서 정대만 벗겨먹을 기세로 쳐다보고 있는, 오로지 욕정뿐인 시선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꿀꺽 소리 날 만큼 침 삼켰다가 지레 놀라서 카메라 눈치 한 번 보고 “저기... 서태웅 선수...” 하고 부르면

“......네.”

좀 뒤늦게 서태웅 대답하는데. 원래도 낮은 목소리가 그 잠깐 사이에 잔뜩 가라앉아 있음. 쇠로 긁은 것처럼 거칠게 갈라진 목소리만으로도 서태웅의 너무 낯뜨거운 욕망이 고스란히 연상돼서 서태웅이랑 눈이 마주친 리포터가 저도 모르게 얼굴 빨갛게 물들이겠지.

당황한 리포터 때문에 얼레벌레 MVP 인터뷰 끝나고 인터넷 난리남. ㅅㅂ 서태웅 뭐임? 태웅이 미쳤음? 이거 공중파 나와도 돼?

실시간으로 공개된 서태웅 올스타전 인터뷰에 팬티 버렸다는 사람 속출하는 와중에, 마냥 국민남동생일 것 같았던 서태웅이 저러는 거 너무 낯설어서 못 보겠단 사람도 많겠지.

그러다 며칠 뒤. 팬들이 찍어 올린 올스타전 뒤풀이 영상 하나 둘씩 공개됨. 직관 온 팬들이랑 사진 찍어주고 근처 고깃집에서 다같이 뒤풀이 거하게 하고 진탕 취해서 나오는 선수들 영상 줄줄이 뜨는데 그 중 하나가 정대만이랑 서태웅.

먼 거리에서 줌 당겨 찍은 영상이라 선명하진 않은데 고깃집 정원 불빛에 보이는 훤칠하고 잘생긴 얼굴. 둘 다 좀 취했는지 약간 달아오른 얼굴에 정대만은 고등학교 후배라던 송태섭이랑 마주보고 서서 얘기하고 있고 서태웅은 정대만 뒤에 머리 하나 솟은 채로 서 있음.

정대만 혼자 신나서 얘기하고 있고 서태웅 그 뒤에서 말 잘 듣는 짐승처럼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데 스르르 불어온 밤바람이 정대만을 스치고 뒤에 선 서태웅 머리칼을 흔들면 콧속으로 훅 들어오는 익숙한 선배 냄새. 서태웅 저도 모르게 한발짝 다가가서는 정대만 정수리에 코 박고 훅, 숨 한 번 들이킴.

“선배 냄새.”
“어. 어. 잠깐만. 금방 가자.”

제 머리에 코를 비비는 걸 얼른 가자는 투정으로 받아들인 정대만이 건성으로 대충 대답하면서 다시 송태섭이랑 한참 옛날 얘기하는데.

술기운에 머리는 몽롱하지, 눈 앞에 뜨끈뜨근한 정대만한테서 익숙한 살내음은 나지. 서태웅 아직도 쫑알쫑알 얘기 중인 정대만 허리 한 팔로 감아다가 덥썩 끌어 당기더니 봉긋한 엉덩이에 묵직해진 제 사타구니께를 꾹 누름.

“우왁! 야! 서태웅!”

그러고도 모자라서 무슨 짐승처럼 허리춤 추켜 올리는 통에 정대만 기겁하면서 서태웅 팔 뿌리치고 한 걸음 떨어짐. 순식간에 제 품에서 사라진 온기 때문에 서태웅 약간 짜증난 얼굴로 정대만한테 팔 뻗는데 식겁해서 그 손 붙잡아 내리면서 “임마, 정신 안 차려?!” 소리 지르는 정대만.

정대만이 소리 지르니까 서태웅 고개 휘휘 저으면서 술 좀 깨보려고 하는데 영 소용은 없고. 솥뚜껑만한 손으로 계속 정대만 허리 감아 당기려고만 함. 정대만은 자꾸 올가미처럼 제 허리 감싸려는 서태웅 손만 계속해서 잡아 내리면서 달래고. 이 문짝만한 연하남 기어이 인상 팍 구기면서 정대만 끌어다가 제 품에 안더니 목덜미에 얼굴 비비면서 “집에 가요.” 하는데.

정대만 곤란한 얼굴로 주변 두리번거리면서 계속해서 팔 끄르려고 애쓰는데 꿈쩍없이 버티고 서서 느리게 허릿짓하는 서태웅 몸짓이며 얼핏 보이는 얼굴이 너무 날 것이라 보는 사람 낯 뜨겁게 만드는 그런 거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