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44836983
view 1064
2023.05.26 17:16
오늘 진짜 최악이네. 루크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입속으로 꾹 삼켰다. 전부터 기다려온 영화의 개봉일에 맞춰 영화를 보러 온 것까지는 좋았으나, 관람을 마치고 영화관 건물을 나오는 길에 골목에서 루크보다 두세 살 정도 많아 보이는 무리들이 루크를 불러세운 것이 문제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자신들이 소위 '불량학생'임을 온몸으로 주장하고 있는 듯한 무리는 골목 앞을 지나가던 루크에게 이유도 없이 야! 하고 소리를 질렀다. 자신을 부른다고는 생각하지 못한 루크가 골목을 지나치자 무리는 아예 루크에게 다가가 야, 부르잖아, 하고 말을 걸었다.
당황한 투로 저요? 하고 되묻는 루크를 보며 뭐가 재밌는지 낄낄거리는 무리가 다가오자 주눅이 든 루크는 얌전히 그들을 따라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무리는 골목 안으로 루크를 몰아넣듯 세워놓고 그 주위를 둘러쌌다. 자신을 단체로 때리기라도 하려는 건가 싶어 잔뜩 긴장한 루크는 신고를 하거나, 여차하면 그들의 얼굴에 휘두르기라도 할 생각으로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을 생명줄처럼 꼭 쥐었으나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무리는 루크의 몸에 직접적으로 손을 대지는 않았다.
다만 그들은 자른 지 얼마 되지 않은 루크의 머리카락이며 안경을 놀리듯 툭툭 건드리며 루크에게 시비를 걸어댔다. 화도 나고 무섭기도 한 상황에서도 루크는 그들에게 자신을 때릴 생각은 없음을 알아차리고 가만히 괴롭힘을 받아내며 이 시간이 얼른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어차피 큰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무서워하는 게 재미있어서 저러는 것 같으니까, 별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저쪽이 먼저 떠날 거야. 같이 밴드를 하고 있는 캘럼이나 마이키와 친해지기 전까지는 학교에 친구가 없어 스쿨버스를 타는 동안에도 이어폰을 꽂고 창밖만 바라보던 루크에게 참고 기다리는 것은 익숙한 일이었다.
루크는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이 뭐라고 말하든 모조리 무시하려 애쓰며 머릿속으로 열심히 다른 생각을 떠올렸다. 이따 마이키한테 밴드 연습 하자고 할까, 캘럼이 브라질로 출발하는 날이 언제였더라…. 또 다른 낯선 목소리가 그 상황에 끼어들기 전까지는.
"야. 애 좀 냅둬라."
"뭐야…, 어윈?"
루크는 무리의 주의가 다른 사람에게 쏠린 틈을 타 슬쩍 고개를 들었다. 골목 입구에는 그들 또래로 보이는 남학생 한 명이 서있었다. 이 사람들이랑 아는 사람인가? 도와주러 온 거야? 어윈이라고 불린 그 남학생은 성큼성큼 걸어와 무리를 제치고 루크 옆에 섰다. 루크는 낯선 사람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조금 움찔하면서도 그가 좋은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무리는 짜증스럽다는 표정을 짓고는 누가 듣기에도 썩 호의적이지는 않은 목소리로 그에게 대꾸했다.
"왜 참견이야. 학교 밖에서도 전교 부회장 노릇 하냐?"
대놓고 시비를 거는 말투에 그는 별 헛소리를 다 듣겠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니들이 어린애 하나 붙잡고 괴롭히고 있는 게 비정상이냐, 내가 거기에 참견하는 게 비정상이냐?"
"에이 씨. 별 개같은…."
무리가 한두 마디 욕설을 중얼거리자 그가 별 말 없이 씩 웃어보였다. 그러나 어떻게 봐도 즐거워서 짓는 표정은 아니었다. 아는 사이인 것 같기는 한데, 사이가 좋은 것 같지도 않고. 상황을 파악하며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고 있던 루크는 그 와중에도 저 사나운 미소에 대고 반대 의견을 표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루크를 괴롭히던 무리들은 투덜거리면서도 슬슬 시선을 피하기 시작했다.
"일 커지게 만들지 말고, 영화관 왔으면 영화나 보러 가자. 나도 별로 여기까지 와서 너네 상대하고 싶지 않거든?"
"간다, 재수없는 새끼야."
무리는 마지막 자존심이라도 지키려는 모양인지 더러워서 피한다는 식으로 말을 던지고 골목을 빠져나갔으나, 그 뒷모습에 대고 손까지 흔들어 주고 있는 그의 여유로운 태도에 비해 썩 어른스러워 보이지는 않았다. 그는 무리가 어느 정도 멀어지자 곧장 루크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괜찮아? 혹시 저놈들이 때리거나 돈 뺏은 건 아니지?"
"네? 아니요. 안 때렸어요. 뭐 뺏기지도 않았고, 괜찮아요."
"다행이다. 그러니까…, 이름이?"
"아, 루크요. 루크 헤밍스예요."
"루크, 안녕. 난 애쉬튼 어윈이야. 이 옆에 있는 학교 다녀. 모르는 얼굴인 거 보니까 우리 학교 학생은 아닌가 보네?"
"네에, 저는 저기 건너편에 있는 학교…."
"아, 거기. 어쩐지 어디서 본 거 같더니 오다가다 마주쳤나보네."
"으음, 네."
애쉬튼의 얼굴이 전혀 익숙하지 않았던 루크가 딱히 할 말이 없어 짧게 대답하고 눈을 굴리자 그 모습을 본 애쉬튼이 더 말을 얹지 않고 주제를 돌렸다.
"들었겠지만, 쟤네들 우리 학교 애들이야. 혹시 저놈들이 다음에도 너 부르면 따라가지 말고 그냥 사람 많은 데로 도망가. 자기들끼리나 일진 놀이 하는 거지 생각보다 겁쟁이라 사람 많은 데로 가면 굳이 쫓아오진 않을 거야. 필요하면 내 이름 써먹어도 되고."
"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 뭐 그렇게까지 공손하게 인사할 필요는 없는데."
조금 당황한 듯 웃은 애쉬튼은 핸드폰을 꺼내 보더니 이제 그만 가봐야겠다며 인사를 건넸다. 조심해서 가, 다음에 보면 인사하자, 아, 참 그리고,
"그 안경, 난 마음에 드니까 아까 걔네가 한 말 신경쓰지 말고!"
루크가 대답할 틈도 없이 손을 흔들며 멀어지는 뒷모습에 대고 루크는 잘 가, 애쉬튼, 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그가 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더 얘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은 있었으나 일이 있어 가는 듯한 사람을 붙잡을 성격은 못 되었다. 루크의 핸드폰도 울린 건 마찬가지이기도 했고.
야
어디임
오늘 저녁에 우리집 와
우리 슬슬 드러머 섭외해야 돼
공연 진짜 얼마 안 남음
이따 저녁 먹고 갈게
아님 저녁 같이 먹을까?
캘럼도 온대?
마이클이 주르륵 보낸 메시지를 확인한 루크는 답장을 보내고 골목을 나섰다. 바쁘게 걸어가면서도 조금 멍하게 안경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루크의 머릿속에선 한 가지 생각만이 맴돌고 있었다. 또 만날 수 있을까? 십 분 전까지만 해도 최악이라고 생각했던 오늘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날로 남게 해 준 사람.
*
애쉬가 루크 어디서 본 거 같다고 말한 이유 : 당시에 루크가 너튭에 노래 불러서 올리던 영상 애쉬가 보고 있었고 멋지다고 생각했음
나중에 마이키가 섭외한 드러머 : 당연히 애쉬
실화인 부분 : 루크를 놀리면서 괴롭히던 애들을 애쉬가 막아줌 (Leave the boy alone!)
애쉬가 저 말을 한 걸 듣고 루크는 애쉬가 좋은 사람인 것 같다고 생각함
애쉬는 마이키캘럼루크가 다니던 학교의 옆?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전교 부회장이었음
루크 괴롭히던 애들은 루크의 안경을 가지고 놀렸지만 애쉬는 멋지다고 생각함
나중에 밝혀진 사실 : 애쉬 수학 선생님 = 루크 어머니
둘은 수영을 했어서 밴드를 안 했어도 결국엔 만날 사이였음
둘은 출생예정일이 같았으나 애쉬는 그보다 조금 늦게 태어나고 루크는 조금 더 늦게 태어나서 생일이 같을 뻔했으나 좀 차이나게 됨 (루크 : 아마 내가 애쉬보다 좀 게을렀나봐)
날조하긴 했지만 대충 사실에 기반해서 적었는데도 미쳐버린 서사맛집 래쉬튼 하자
오소스
https://hygall.com/544836983
[Code: b7b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