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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5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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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끝나고 뭐했는데?
정우성이랑 원온원
어제 훈련 안했다며 뭐했냐
정우성이랑 원온원
왜이렇게 헉헉대?
ㅈㅇㅅㅇㄹㅇㅇㅇ
오빠 원온원 자판기야?

쟨 밖에 나가서 기운 빼놔야 좀 가만히 있어. 연애인줄 알았더니 강아지를 키우는 건가. 통화를 거듭할 수록 아라는 도대체 정우성 뭐하는 오빠야? 라는 생각을 거둘 수가 없었음. 대한민국 농구의 희망! 몇십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하는 천재! 귀에 뭐 나오게 듣던것과 달리 그 정우성을 오빠는 이렇게 말했음. 머리털도 안난(머리카락이 없는건 맞다고도 덧붙임) 애같애. 아라야 안뇽~ 아 네 오늘도 안녕하셔요.

오빠들이 없어도 오빠들의 생일은 당연하게 챙겼음. 엄마가 케이크를 사오면 아라는 당연하게 그릇 네 개를 식탁 위에 두고 초콜릿장식을 반으로 딱 갈라 나눠 꽂았음. 아! 살짝 삐뚤삐뚤하게 갈라졌다. 이걸 어떻게 딱 절반으로 가르나 몰라. 손가락에 살짝 녹아묻은 초콜릿을 쪽쪽 빨아먹은 아라가 엄마가 가져온 우편물더미를 뒤적거렸음. 아 오빠편지 왔네. 아라의 1순위는 그게 아니었음. 얼마전 좋아하는 디제이가 진행하는 라디오에 사연을 몇십통이나 쓴 결과 상품을 보내준다고 했었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은듯 했음. 포크에 묻은 생크림을 아쉬운듯 쪽 빨아물며 오빠의 편지를 뜯었음. 오빠가 보내는 편지는 엄마한테 잘 지낸다고 인증하는 내용이었음. 봉투를 뜯어 편지는 엄마에게 넘겼음. 원래같으면 아무것도 없는 봉투를 탈탈 털자 툭하고 뭐가 떨어졌음. 폴라로이드 사진이었는데 뒷면에는 낯선 글씨체로 [태섭이 어머님! 태섭이 저랑 잘 지내고 있어요!] 라고 쓰여있었음. 심드렁하게 앞면을 본 아라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음

으엑.

송태섭 저 피부는 뭐야? 근육은?



미국은 다들 신현철만 하니까 근육 키우는게 맞아. 2미터는 기본이라고. 농구는 기술도 기술인데 파워에서도 밀리면 안돼서...

아라의 친구들은 오늘도 농구 얘기였음. 아라는 괜히 얘기를 꺼냈나싶을정도로 오늘도 오빠의 근육 얘기에서 한국농구의 미래 얘기로 자연스럽게 옮겨갔음. 난 너희 오빠가 농구만 보고 살아서 너무 다행인 거 같애. 아니 그거 다망했다니까. 아라가 속으로 생각했음.
사진은 예상했듯 오빠가 넣은게 아니었음. 오랜만에 얼굴 보니까 겉멋 들어가지구 태닝은 또 언제했냐 물어보니 무슨 사진이냐 묻더니 또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음. 광철이는 사진 넣어주면 좋아한다고!! 귀여운 얼굴 가지고!!!! 염병을 한다 진짜. 엄마가 좋아했다고 사진 좀 자주 보내라고 했다하니 그제서야 조용해졌음. 통화를 끊고 한 달 뒤쯤 아라의 집에 소포가 도착했는데 비디오테이프 하나와 폴라로이드 사진 열몇장이 정갈하게 묶여있었음. 이번에는 오빠가 직접 고른 사진인지 몇월며칠어디서라고 적혀있었음. 사진묶음에는 그 정우성의 사진도 들어있었는데 아라의 첫감상은 이랬음. 진짜 빡빡이네? 비디오테이프는 오빠의 경기였고 상대는 우성이네 학교였음. 우와 움직이는 빡빡이오빠랑 우리오빠다. 오빠의 근육을 보고 우락부락 진짜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거대한 덩치들 사이에 있으니 아직도 작아보였음. 엄마는 비디오테이프를 아라에게 맡겼음. 농구부 감독님도 태섭이가 궁금할텐데 가서 보려달라는 거였음.

아라는 간만에 체육관으로 갔음. 체육관 문을 열자 농구부는 여전히 시끄러웠음. 그 친구들을 농구의 길로 입문시킨 태웅선배와 멱살을 사이좋게 나눠잡고 뭐라뭐라 말하다 자길 발견한 빨간머리 오빠가 아라한테 이런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어떡하냐고 아까보다 더 폭력적으로 목소리를 키웠음. 아라양 무슨일이야? 하며 쿵쿵 아라의 앞으로 왔음. 백호와 아라는 꽤 친한 사이였음. 백호는 태섭과 유독 친한 사이라 집에도 자주 놀러왔고 자고 가기도 해서 아라와는 밖에서 마주치면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서 얘기 좀 하다 헤어질 정도의 사이였음. 오늘 저 여우 용돈날인거 알고 온거야? 같이 라멘 뜯어먹자고 수군대자 그새 좋은데용? 할 뻔했음. 오빠 대학경기인데 보고싶을까봐 갖고왔다고 비디오테이프를 건네자 백호와 태웅의 눈에 빛이 돌았음. 섭섭이 실력 좀 볼까나! 영감님!! 백호가 신이나서 감독을 찾아갔음. 그냥 건네주고 오기만 할 생각이었는데 아라는 테이프 봤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음. 같이보고갈래여. 사실 이미 봤고 결과도 알지만 산왕전을 뛰었던 저 두 오빠들에게 묻고싶은게 있었음. 바보오빠들은 비디오가 시작되자 꽤 진지하게 화면을 쳐다봤음. 이렇게 진지해서야 언제 정우성에 대해서 물어보지싶었음. 아쉽게 오빠네 학교가 지는 경기였음에도 안감독님은 만족스러운듯 홋홋 웃었고 태웅과 백호도 크게 문제삼지 않았음. 오히려 잽싸게 점프슛을 성공시키는 태섭이를 보면서 뿅쟁이도 저걸 봤어야했는데!! 슛해봐라뿅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고 흥분했음.
경기 비디오가 끝나고 섭섭이 공 잘닦고 있네 이 천재도 곧 미국에 가줄거니까! 멍청이.. 하면서 또 시끌벅적해졌음. 강백호 선배랑 서태웅 선배도 진짜 느바 갈만한 인재인데라는 말을 주워들은게 있어서 그런지 평소엔 그냥 바보오빠들이라 생각하가 농구앞에선 덜바보같다느꼈음.

근데 있잖아요 정우성오빠 말인데요

오빠? 아라양 저 빡빡이 좋아해? 안돼 산양빡빡이와 함께하는건 북산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거야.

엑.. 그 자존심 이미 무너진지 오래같던데. 아라가 대충 말을 이었음.

성격 어때요? 농구 빼고

태웅과 백호는 팔짱을 끼고 똑같은 자세로 1학년때를 상기시키는듯 끄응.. 하고 생각하다 동시에 입을 벌렸음

멍청이
바보

아 진짜 정우성 뭐하는 사람이지.


우성태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