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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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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짝사랑 모임에는 확실히 이슈가 많았음

넷 다 짝사랑 중이라는 건 변함없는 것이지만 우선 가장 절절한 짝사랑을 하고 있는 (우성시점) 태섭의 상대가 미국에 온다는 것
그리고 그 상대의 애인과 함께 온다는 것부터가 짝사랑 모임의 구성원들에게 핫한 이슈였음 태섭의 짝사랑 상대의 애인이 우성의 짝사랑 상대라는 것을 알고있는 태섭은 우성의 눈치를 봤지만 유독 오늘따라 우성의 표정은 차분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읽을 수 없었음

" 태섭 씨, 그러면 그 분이랑 같이 지내시는 거에요?"
" 뭐, 연락하니까 열흘 와있는데 사흘은 저랑 있고 나머지는 애인이랑 올랜도 가는 것 같더라구요. "
" 이걸 좋다고 해야할지. "
" 그러게나 말이에요. "

태섭이의 씁쓸한 표정을 캐치한 우성이는 자연스럽게 태섭이 마시던 아이스 커피가 아닌 본인이 마시던 달달한 레몬에이드를 건냈고 한 입 쪽 빨아먹은 태섭은 그래도 상큼하고 달달한 레몬에이드 덕분에 기분이 조금 나아졌음

" 우성 씨는요? "
" 저요? "
" 진전 없으세요? "
" 제 짝사랑 상대도 좋아하는 상대가 있어서요. 기회만 보고 있어요."
" .. 그렇군요. "

태섭은 우성의 대답에 우성을 빤히 보았음 저 말은 그럼 대만 선배한테서 애인을 뺏겠다는 말인가?
솔직히 태섭은 우성이 이명헌에게 보이는 애정이 과연 태섭이 대만에게 보이는 애정과 같은 결인가에 대해 생각을 한 적이 있긴 했음

짝사랑이라는 이름에서 나오는 감정은 솔직히 다를 수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태섭이 볼 때 우성이 이명헌에게 향하는 감정은 솔직히 애정보다는 동경과 우정 어딘가의 감정인데 혹시 얘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 짓고있는 표정은 꼭.. 사랑하는 사람을 되찾겠다는 표정인 것 같아서 할 수 있는 말이 없었음


그렇게 짝사랑 모임을 가지고 일주일 후 대만과 명헌이 들어오는 날이었음
각자의 대학 구단에 이야기를 해놓고 딱 사흘은 아무 생각 없이 즐기기로 약속한 태섭과 우성은 우성의 차를 가지고 대만과 명헌이 오기로 한 공항에 마중 나가겠지

" 송, 오늘 과한 거 아니냐? "
" 그런가. "

항상 편한게 최고 하면서 무릎까지만 오는 반바지에 겨울엔 박시한 후드티, 여름엔 박시한 반팔티만 고집하던 태섭은 오늘따라 알바하면서 힘들게 산 꽤 비싸고 유명한 브랜드의 워커와 몸의 쉐입이 보이는 핏 되는 반팔에 자주 입지 않은 슬랙스까지 누가 봐도 꾸민듯한 느낌으로 입었고 이 모습을 보자하니 우성도 속이 뒤집어지는 느낌이겠지

" 그렇게 떨리냐? "
" 넌 안 떨리나 봐? "
" 난 뭐, 몇 번 봤잖아. "

우성이 어떤 말을 하든 긴장이 되는지 손바닥을 몇 번이나 펴보고 그 손바닥에 땀이 맺혔는지 몇 번은 본인 바지에 닦아내는 태섭을 보고 또 한 마디 거드는 우성을 보고 태섭은 부드럽게 웃어보였음

" 나는 삼 년만이잖아, 정대만."

우성은 삼 년을 내리 멀리 있는 사람에게 애정을 지켜낸 태섭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음
그렇게 게이트에서 20분을 기다렸고 태섭과 우성이 기다리고 있는 게이트 앞 전광판에선 대만과 명헌이 탄 비행기가 착륙하고 사람들이 내린다는 표시가 떴음

그렇게 20분이 더 지나가 시끌시끌해진 게이트에선 익숙한 남자들이 보였고

" 송태섭!!! "

그렇게 기다리고 꿈에서만 보던 사람이 태섭을 향해 달려오겠지 밝게 웃으면서 주변의 시선 생각도 않고 태섭을 꽈악 안았을 듯

" 대만 선배, 안 힘들었어요? "
" 뭐가 힘드냐? 너 보러 오는데. 야, 넌 몸 좋아졌다? 키도 더 큰 것 같고. 어쭈, 타투도 했어."
" 아, 뭐가요. "
" 양아치 다 됐네, 이 새끼. "
" 이 공항에 둘 밖에 없네용. "
" 명헌이 형! "
" 미국은 물이 다른가. 너도 더 컸네, 우성 뿅. "

대만의 캐리어까지 세 개의 캐리어를 카트에 올리고 밀고 들어온 명헌은 우선 우성과의 인사 후에 태섭과 꽉 안고 있는 대만에게 가겠지

" 명헌아, 인사 해. 여긴 송태섭. "
" 이야기 많이 들었어용. "
" 오랜만이네요, 형. 저도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
" 형, 여기는. "
" 정우성? "
" 안녕하세요. "

태섭은 이 상황에 뒷머리를 긁적일 수 밖에 없었음 원래라면 대만이 나에게 이명헌을 그리고 이명헌이 정우성을 소개해주는 게 맞지 않나? 누가 들으면 그게 뭐가 달라? 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태섭은 다르다고 생각했음 그래도 내가 더 정대만을 오래 알았는데 뭔가 억울하고 그리고 정우성 소개를 내가 왜 해? 이명헌이 해야하는 거 아닌가? 라고 혼자 생각하겠지 삼 년이라는 시간동안 태섭에게 대만은 본인을 잘챙겨주는 선배이자 짝사랑 상대였지만 명헌에게 꽤 오랜 시간 친구였고 같이 코트를 뛰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을 듯

짧게 공항에서 인사를 나누고 어딜 가서 뭘 먹기엔 조금 늦은 시간이라 우성의 자취방으로 향하겠지 태섭은 당연하게 우성이 운전석에 명헌이 조수석에 그리고 태섭과 대만이 뒷자리에 앉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만을 챙기는게 익숙해보이는 명헌은 자연스럽게 대만을 챙겨 뒷자리에 앉고 본인이 조수석에 앉아서 태섭은 또 뭔가 찝찝한 느낌을 가지고 이동함

그리고 우성의 자취방에서도 당연하게 태섭의 옆엔 우성이, 대만의 옆엔 명헌이 앉겠지 그나마 다행이라면 마주보는 자리라 대만의 얼굴을 잔뜩 볼 수 있다는 거? 그래도 옆자리가 본인이 아니라 이명헌이고 대만이 부끄러워하면서 남자 친구라는 타이틀 옆에 명헌의 이름을 붙이며 소개할 땐 진짜 표정 관리 안 됐을 것 같은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대만은 그 찰나에 명헌만 보고 있고 명헌 역시 대만의 눈만 보고 있었을 듯

" 나도 얘랑 사귈 줄 몰랐는데. "
" 그래서 싫어? "
" 싫으면 지금 남자 친구라고 소개하겠냐? "
" 뿅. "

명헌과 대만이 손 잡는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그게 예뻐 보이면서도 숨이 막혀 태섭은 편의점 가서 맥주를 더 사겠다고 지갑을 챙겨 나섰고 쫓아와주길 바랬던 대만이 아니라 명헌이 대만이 취하면 초코우유를 찾는다고 태섭과 편의점까지 동행할듯


" 미국은 확실히 뜨겁게 덥네. "
" 그렇죠. "

언젠가 처음 그를 상대할 때도 그랬던 것 같음 코트 위에서 가장 무서웠던 가장 큰 벽 같았던 최강이라는 이름의 학교의 사령탑, 그리고 본인과 같은 포지션이었지만 고교리그 최고의 포인트가드라는 호칭이 따라다닌 그는 지금 가장 자신의 마음을 들키면 안 될 사람인데 결국 그 사람이 옆에 붙다니 태섭은 자신이 술기운에 말실수 안 하기만을 바라는 중이겠지

명헌을 마주하기 전엔 같은 포지션으로서 언더독과 같은 태섭이 승리를 이뤄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걸 태섭도 잘 알 듯 대화 중에도 느껴졌지만 대만에게 본인이 일 년도 안 되는 시간동안만 같은 코트를 뛴 후배고 자기의 옆에서 속 긁는 소리를 할 것 같은 이명헌은 자기가 대만과 코트에서 함께 뛴 시간의 세 배를 더 했으니 당연한다고 생각하겠지

" 미국 초코우유는 더 달겠지, 뿅. "
" 아직도 뿅뿅 거리네요? "
" 대만이 좋아해. "

말 끝마다 대만, 대만 짜증 나 죽을 것 같은 태섭이 명헌을 돌아보자 명헌은 그 언젠가 태섭의 플레이를 꿰뚫던 깊은 눈으로 태섭을 빤히 봄

" 태섭. "
" 네? "
" 대만, 좋아해? "


우성은 갑자기 본인의 집에 남은 어색한 선배의 남친, 그리고 자신의 짝사랑 상대의 짝사랑 상대와 있는게 너무 어색하겠지 세 시간 같이 있던 정대만은 죄가 많은 남자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을 듯

태섭과 만나자마자 태섭의 가족들과 통화를 하는걸 시작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태섭의 볼에 붙어있는 피자 쪼가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떼 주거나 삼 년이라는 시간동안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변한 태섭을 기민하게 알아채는가 하면 태섭에게 필요한 것들을 사와서 태섭의 품에 안겨주는 것도 우성은 솔직히 태섭이 왜 대만을 두고 다정해서 좋다는 말을 한지 알 것 같았음

" 명헌이 형이 잘해줘요? "
" 응. 다정해. "

그놈의 다정이 뭔지 다들 다정이 죽고 다정에 미치고 다정다정 사랑은 사실 다정에서 오는걸까

" 근데 우성아. "

언제부터 우리가 친했다고 '우성아'래 하고 혼자 곱씹고 있는데 들려오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우성은 먹고 있던 맥주잔을 내려놓고 대만을 빤히 쳐다볼듯

" 태섭이 좋은 애지? 근데 티를 내야 태섭이가 알 것 같은데. 너무 쳐다만 보더라, 너. "


송태섭도 모르는 본인의 마음을 태섭의 짝사랑 상대가 알아버렸다





우성태섭 명헌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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