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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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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이는 규모가 꽤 큰 신사의 신이었을 거임. 물론 본인의 힘으로 된 건 아니고, 엄청 예전에 사랑하던 인간 때문에 인간이 되게 해 주세요, 하고 빌었던 작은 여우였겠지. 그렇지만 그게 꼬이고 꼬여 어쩌다 보니 신이 된 케이스였으면 좋겠다. 유세이는 처음에는 제 신사가 지어진다는 소식에 조금 놀랐지만, 그마저도 먹을 걸 바치고 소원을 비는 사람들을 보자니 그 소원을 이루어 주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겠지. … 아니, 사실 가끔 오는 제가 사랑했던 인간의 소원을 제일 우선으로 들어주고 싶었을 거임. 건강하게, 오래 살게 해 주세요. 하는 소원. 그는 집안이 가난한 건지, 큰 무언가를 바치진 않았지만 유세이는 그래도 그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음. 몸이 안 좋아 보이던 남자의 집 앞에 몰래 약을 두고 가거나, 작은 여우로 변해 그 남자의 주위를 돌아다니는 게 다였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남자는 제 명을 다 채우지 못하고 죽었음. 유세이가 딱 하루 봐주지 못했던 순간, 숨을 거두었겠지. 유세이는 그의 곁에 있어주지 못했던 단 하루의 순간을 몇 년, 몇십 년, 몇백 년을 후회했을 것 같다. 그동안 마음의 문도 닫아버린 채여서,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는 신사가 안 보이던 거였음. 그런데 그런 신사를 리쿠가 발견한 거지. 아직 많이 어리지만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와 닮은 얼굴, ‘우리 가족이 모두 행복하게 해 주시고, 다음번엔 제가 응원하는 팀이 우승까지 하게 해 주시고, 우리 엄마만큼 예쁜 사람이랑 결혼하게 해 주세요!’ 하는 소원까지, 그와는 많이 달랐지만 그만큼 많이 닮아있었음.

유세이는 그 순간 결심했겠지. 이번 생엔, 겨우 만났으니까 절대 아프게 두지 않을 거라고. 유세이의 신사는 리쿠가 소원을 빌고 간 다음 날부터 쭉 닫혀있었음.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신사를 두고 유세이는 리쿠를 찾아다녔겠지. 그게 리쿠가 크면서 아프지 않고, 이상하게 공부를 하지 않아도 점수가 잘 나오고, 농구를 좋아하는 평범한 소년으로 자랄 수 있었던 이유였으면 좋겠다.

리쿠의 소원을 이루어주며 곁을 맴도는 내내, 유세이는 리쿠가 그와 많이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 같다.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한 번 보면 빨려들어갈 것 같은 눈까지 몇십, 몇백 년 전 유세이가 쭉 사랑해 왔던 그 남자와 닮아가겠지. 그래서 유세이는 선택했을 거임. 이번엔 내가 그의 신부가 되어서 그를 지켜주리라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프지 않게 해 주리라는 작은 다짐을 품었으면 좋겠다.

- 야기 유세이입니다. 이제 곧 졸업인데 전학오게 되어서 미안해.

그 날도 그랬음. 리쿠는 홀린 듯 유세이를 쳐다봤지만 유세이도 흘끔흘끔 리쿠를 쳐다보고 있었겠지. 신부가 되려면 무얼 해야 하지, 여우의 작은 머리속으로는 빠르게 생각이 굴러가고 있었을 거임.

다행스럽게도 리쿠와 유세이는 공통점이 많았음. 대부분은 유세이가 맞추다 정말로 좋아진 케이스였지만, 리쿠는 그걸 알 리가 없었겠지. 둘은 쿵짝이 잘 맞는 좋은 친구가 되었음. 유세이는 거기서 끝내고 싶지 않았음. 어서 빨리 그의 신부가 되고 싶었지. 그러나 인간과의 교류를 끊었던 여우라, 언제부터 그의 신부가 될 수 있는지를 몰랐으면 좋겠다.

리쿠, 네 눈엔 내가 제일 아름다울 테니까, 내가 너의 신부가 될 거야.

리쿠의 앞에서도 자주 해왔던 말이지만 리쿠는 응, 그래, 하고 장난스레 넘겼겠지. 그럴 때마다 유세이는 부루퉁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음. 리쿠도 그런 유세이가 귀엽다는 생각을 꽤 자주 하곤 했겠지.

그러다 하루는 리쿠가 아팠으면 좋겠다. 학교에도 나오지 못할 정도로 독한 감기에 걸린 거임. 유세이는 그렇게나 리쿠의 주위를 돌아다녔지만 리쿠가 아프다는 소식을 전해듣진 못했겠지. 어느 날 교실에 들어갔는데, 먼저 와 있어야 할 리쿠가 없어.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리쿠가 아프대. 순간적으로 예전의 기억이 몰아쳤음. 눈물을 방울방울 단 유세이가 학교를 뛰쳐나가 리쿠의 집으로 달려갔겠지. 아무도 주소를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금방 찾을 수 있었음. 리쿠니까, 리쿠한테만 가능한 거겠지.

아침부터 리쿠의 집 문 앞을 쿵쿵거리는 소리에, 간밤에 열이 나 몸이 무거운 리쿠가 끙끙거리며 일어났음. 뭐야, 누구야? 물어도 대답은 없었지. 고등학생이 된 리쿠라도 모르는 사람이 오면 문을 열지 말라는 말은 새겨들었기에, 리쿠는 문을 열지 않고 조금 더 누워있으려 했겠다.

리쿠, 리쿠! 나, 나야, 유세이! 리쿠!

울먹이는 유세이의 목소리를 들은 리쿠는, 순간적으로 아팠던 것도 잊고 벌떡 일어나게 될 것 같다. 이것도 신의 힘인가? 생각하며 이끌리듯 현관문으로 향해 문을 열었음. 쏟아지듯 들어오는 유세이를 끌어안자, 그제서야 몸이 휘청하며 둘은 현관에 엎어지게 되겠지. 유세이가 리쿠의 몸 위로 올라탄 모양새였음. 유세이는 여전히 방울방울 눈물을 매달고 리쿠를 바라보고 있었겠지. 아예 끌어안아 리쿠의 품에 고개를 부빗거리기도 했을 거임.

리쿠, 아프지 마. 아프면 안 돼. 죽으면 안 돼. 내가 미안해.

연신 제가 미안하다는 둥, 알 수 없는 말을하며 저를 끌어안은 유세이를 아픈 리쿠의 몸으로는 벗어날 수 없었음. 그저 당하고 있다가, 팔만 올려 유세이의 등을 토닥여주는 게 리쿠의 표현 방법이었음.

이제 괜찮아, 안 아파, 걱정 마, 죽긴 누가 죽어, 알 수 없는 말에도 착실히 대답하던 리쿠는 별안간 유세이를 끌어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거다. 두 팔을 유세이의 허리에 둘러 끌어안은 유세이의 몸은 리쿠의 생각보다 단단하고 얇았음. 어디서 그렇게 저를 엎어트릴 힘이 나오는 건지 알 수 없었지. 그래도 좋았음. 제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자 마자 교복 차림으로 달려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울먹이는, 어쩌면 미래의 제 신부가 될지 모르는 유세이를. 조금 좋아하는 걸까 생각하게 되었겠지.

뭐, 모든 일은 현관에서 일어났지만 아무도 본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다. 이건 조금 나중에 알게 된 유세이의 능력 중 하나일 거임.

맇쿠유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