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기 안 올래." 마른 어깨를 교복셔츠가 헐렁하게 감쌌음. "으 박철, 또 엄청 입질해놨어... 쓸려서 아프단 말이야." 내일도 올것처럼 평범하게 투정부린 양호열이 돌아봤는데 박철 인상 험악해져있음.


"안 온다고?"
"아, 응. 이제 이런거 끝."
"수험이 바쁘냐? 양키녀석 주제에."
"쳇... 그런거 아니니까 애 취급 하지 말지? 이제 이런 관계는 관두겠다고"


표정 더 사나워진 박철이 뭐라 입 열기도 전에 양호열 먼저 선수치겠지.


"'이런' 게 뭐냐는 아침드라마같은 질문 할건 아니겠지, 박철."
"허."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자. 나랑 왜 잤냐?"
"...넌 나랑 왜 잤는데?"
"내가 먼저 물었잖아."


안 통하네. 양호열 난감하게 아랫입술 슬쩍 깨물었음.


"아무튼 갈거야, 잘 지내고."










안면몰수 작전은 망했음. 양호열이 일어나기도 전에 박철은 의자 째로 양호열을 압박했겠지. 박철 양 팔 사이에 갇혀서는 코앞에 다가온 그 눈을 계속 피하려 했지만 박철이 좀더 집요했음. "아- 정말. 이유가 그렇게 중요해? 어차피 당신한텐 상관도 없잖아." 고개를 푹 숙인 양호열이 박철 얼굴을 밀어대며 말하면 그 손목까지 잡아채면서 "상관이 없긴 왜 없냐." 엄하게 굴고. 귀끝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양호열, 결국 박철 고집 못이기고 두손들고 속내 고백하겠지.


"좋아해서 잤다, 좋아해서. 됐냐? 이제 놔."
"그럼 지금은? 안 좋아하냐?"
"지금은..."


확신 없어서 도망가려는 호열이 붙잡고 박철은 이런다고. 넌 나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나 따먹었잖아. 양호열 차마 말로는 못하고 잔뜩 약올라서 박철 째려보는데 박철은 결론 내려주듯이 이럼.


"계속 나 좋아해."
"나 갖긴 싫고 남 주긴 아깝냐? 진짜 나쁜새끼네 이거."

양호열 짜증스럽게 머리 쓸어올리면 손목 붙들고 눈에 보이는 곳마다 자국 남기듯 입질하는 박철 보고싶다.


"주긴 뭘 줘, 내가 가질 거야"
"......"
"어디 갈 생각 꿈에도 하지마 씨발 뼈째 씹어먹어버릴거니까."


"넌 씨발 말을 해도 꼭..."
"그래서 싫다고?"
"아니...... 좋아......"

양호열이 박철 목 끌어안고 다시 쪼그맣게 말함.

"박철 좋아..."

그러면 박철 푸스스 웃으면서 호열이 뒷머리 쓸어내리면서 덥석 품에 안아올리고. 양호열 다리로 허리감으면 기특하단듯이 토닥토닥해줄듯. 솔직한 고백은 아무래도 애기가 먼저 했겠지








확신 없어서 도망가려던 양호열 엥 사실 쌍방이었던 것이에요. 박철 살벌한 소주에 그날부로 얼레벌레 박철 집에 들어앉아 애기와이프 되는거 보고싶다. 앞집총각 어느새 결혼했더라 엄청 어린 아내랑 살던데. 뭐어? 두살차이? 좋을때네~

철호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