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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1 19:33
졸업 앞두고 두번째 단추 얘기하다가 단추 교환하는 정환수겸 보고싶다 다만 교환하는건 그 두번째 단추 말고 다른거임
아무튼 청게 정환수겸 / 이하 다른데 올렸던 썰에 내용 좀 덧붙임
전편? 이라고 할 것 까진 아닌데 
https://hygall.com/538260329
여기 나왔던 대사가 마지막에 한 줄 등장함. 저 후에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해도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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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단추? 뭐하러?」
정환이 두번째 단추 갖고 싶어☆ 같은 반응을 바란건 절대 아니었음. 김수겸은 그런 취향이랑 거리가 멀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정환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매마르기 짝이없는 대답이 나왔음. 혹시 여자 취급 했다고 생각해서 좀 화가 났나 싶을 정도였음.

「심장이랑 가장 가까운데 있으니까 의미가 있는거 아니야? 능남이나 북산처럼 가쿠란이면 몰라도, 애초에 우리 둘 다 블레이저 잖아? 이미 심장에서는 거리적으로 멀다고, 위장이라면 몰라도」 
그렇게 건조한 말을 늘어놓는 것 치고는 제대로 의미를 알고 있긴 하구나. 정확하게 기억나는 건 아니었지만 교과서에 나오는 인체해부도를 떠올렸음. 아무튼 블레이저의 두번째 단추라면… 위치상 그렇긴하지. 이유를 듣고나니 일리가 있다는 생각을 했음. 어쨌든 낭만하곤 거리가 멀긴 하지만.

공식전이 모두 끝나고 이정환은 깊은 곳에 눌러뒀던 마음을 고백했음. 사실 자각한 건 좀 더 오래 전이었지. 잊을 수 없는 사건이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작년 인터하이 김수겸의 부상 사건 이후. 그 후로 서로 주장을 맡으면서 서로 바쁜 건 물론이고 (감독까지 떠맡게 된 김수겸은 훨씬 더), 입장상의 문제도 있었기에 실제로 진심을 전하게 된 건 얼마 전이었음.
그 긴 시간동안 이정환은 자신의 마음이 일시적인 착각이 아니라는걸 확신할 수 있었음. 아마 지금까지의 관계는 고등학교 시절의 공식전이 끝나면 조금씩 흐지부지 해지고, 졸업 하고나면 그냥 여름의 좋은 추억 정도로만 떠올리게 되겠지. 그렇게 끝내고 싶지 않아서 이정환이 먼저 행동으로 옮겼고, 김수겸은 그 진심을 받아주었음. 정확히는 받아줬다고 생각, 했어. 지금같은 분위기로는 솔직히 김수겸도 자기와 같은 마음인지는, 자신있게 그렇다고 말하기 좀 어려웠거든.


불편하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느꼈는지 김수겸이 다시 입을 열었음.
「굳이 나한테 주고 싶은 거라면, 손목에 있는게 좋아」
손목? 「이거 말이야?」 교복 소매를 잡고 단추가 달려있는 쪽을 내밀어 보였음


「응, 우리한테 심장이랑 비슷할 정도로 의미가 있다면 역시 손 밖에 없지 않겠어? 그럼 손이랑 가장 가까이 있는 게 갖고 싶어. 난 꽤 좋아하거든, 네 손…」


그렇게 말하고 김수겸의 손이 이정환 손 위에 겹쳤음. 이 녀석도 이래뵈도 훌륭한 운동부 남자 고등학생이니까 여자처럼 가늘고 섬세하진 않지만, 자기보다 작고 예쁜 하얀 손. 저 손에 가로막혔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공식전에서의 성적은 이정환이 위였지만, 그렇다고 김수겸이 순순히 보내준 건 또 아니었지. 이정환도 이 손을 꽤 좋아했음. 심장이 두근거리는게 느껴졌어. 어쩌면, 손이랑 심장은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을지도 모르지.
당장 없어도 눈에 띄지 않고 딱히 불편하지도 않은 위치니까 실을 잘라내고 떼어 낸 단추를 김수겸한테 쥐어주었음. 자기도 받고싶다고 하자 「그럼 기왕이면 이쪽 걸 가져가라고」 하며 왼손을 내밀었음. 손이 맞닿았을 때, 이정환은 이 녀석도 심장이 두근거릴까 궁금했음. 겉으로 보이는 표정으로는 알 수 없었지만.

그리고 이정환은 김수겸이 돌아가고 나서야 깨달았음. 단추를 쥐어 준 이후 그 뒤로 김수겸이 왼손을 단 한번도 펴지 않았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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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냐, 이정환. 이쪽은 15분 뒤에 코칭 스태프 회의 예정이라 바빠. 놀아줄 사람 필요하면 다른 데 전화 해.」

말은 이렇게 하면서 전화를 무시하거나 먼저 끊지는 않는다는 점이 이녀석 나름대로의 상냥한 부분인걸 이정환은 오랜 교제를 통해 알고 있었음. 그로부터 10년이 벌써 지나 이정환은 집안의 계열사 중 한 곳에서, 김수겸은 졸업한 학교 팀 감독의 눈에 들었는지 모교에서 일하게 되었음. 둘의 관계가 확실하게 "친구"를 벗어나게 된 이후부터 함께 살기 시작한 지도 벌써 여러 해, 룸메이트, 라기보다는 이미 동거에 가까운 관계였음.
이정환이 갑자기 생각 난 옛날 이야기를 김수겸한테 털어놓자 「언제적 이야기야, 그게…」 웃으면서 그런 대답이 들렸왔어, 이정환이 제일 좋아하는 웃음소리와 함께.


「그래서, 뭔데? 갑자기 추억이야기나 하자고 전화한 걸 아닐테고?」
「눈치가 빠르네, 사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갑자기 옛날 일이 생각 나 그리운 마음에 다시 꺼내보려고 했지만 보관해 둔 장소가 생각이 안난다는 얘기였음. 아무튼 이사하고 나서 짐 정리 할 때 챙겼던 기억은 확실하게 있으니까 친가에 있거나 버린 건 절대 아니라고. 하지만 김수겸이라고 딱히 짚이는 장소가 있는건 아니었지. 

「일단 확인차 물어보는거지만, 네건 어떤데?」 아쉬움이 역력하게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이정환이 김수겸에게 물었음. 
「아아- 그렇게 오래 전 일인데 일일히 어떻게 기억하냐? 나도 버리거나 집에 두고 온 건 아니긴한데… 」
김수겸의 대답을 듣고나니 한숨에 가까운 대답이 들렸어. 아쉬움이 좀 더 짙어진 것 같았음.

「뭐, 아무튼 이사 할 때 챙겼던 기억은 확실하게 난다며? 그럼 집 안 어딘가에 있겠지.」
「…그래, 찾는김에 네 것도 같이 찾아보마」
「흠, 그래. 열심히 찾아 보라고. 아참, 깜박하고 말 안했는데,」
「?」




「내가 받았던 건 지금 내가 갖고 있거든? 그러니까 집 안에서 찾아봐야 소용없어!」
「…뭐?」
「푸핫, 그럼 끊는다?」
「어,? 야, 잠깐, 김수ㄱ……!!」


전화를 끊기 전 그 당황한 목소리가 생각나 살짝 웃었음. 목소리만큼이나 당황했을 얼굴을 직접 옆에서 보지 못한게 아쉬웠음. 가능하면 그런건 카메라로 평생 박제해둬야 하는데.
책상 한쪽에 올려둔 지갑에 손을 뻗었음. 김수겸은 동전을 가지고 다니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음. 지갑이 무거워지는게 싫어서 적은 금액은 아예 안받기도 하고, 받은 건 책상서랍 같은데 모아뒀다가 자판기 갈 때나 하나씩 꺼내 쓰는 편이었지. 뭐 표면적인 이유는 그렇긴한데, 사실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었음. 지갑의 동전 포켓에 다른 물건이 들어있기 때문이야. 오랫만에 열어서 안에 들어있던 물건을 꺼내 손에 쥐었어. 해남대부속고 교복 단추, 10년전에 이정환의 교복 소매에 붙어있던 단추였음. 어떻게보면 자신들의 고교 3년간을 형태로 남겨 교환한거잖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손바닥에 자국이 남을 정도로 꽉 쥐고 온 기억이 났음. 자기 단추를 가져가려고 뻗은 그 손이 닿았을 때 심장이 두근거리던 기억도, (+부끄러우면 무심결에 화를 내버리는 자기 성격 탓에 화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던 기억도) 그렇다고 늘 그렇게 쥐고 다닐 순 없으니까 이후엔 지갑에 넣어두게 된게 어느덧 지금까지 오게 된 거지. 이쯤되면 약간 부적마냥 더욱 몸에서 뗄 수가 없었음. 미신같은 건 잘 믿지 않지만 어쩌면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지내고 있는게 이것 덕분일지도 모르잖아? 제왕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나름 기분 좋은거였으니까. 


정했다. 오늘은 퇴근길에 아이스크림 전문점에 들러 너랑 내가 좋아하는 맛으로 꽉 채워서 2개를 사야지.
내기 할까, 이정환? 네가 그걸 무사히 찾아내면 1개는 먹게 해 주지. 못찾으면 그냥 2개 다 내가 먹을거야.


회의 준비를 하며 미팅룸으로 향하는 중, 아마 지금 쯤 눈에 불을 켜고 방안을 뒤지고 있을 이정환을 생각하니까 또 다시 살짝 웃음이 나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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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게좋아
청게스러운 단추 교환 소재 좋아함
상양이랑 해남만 블레이저던가? 아마 원래 의미랑은 달라지게 될 테지만 그냥 생각나는대로 지껄여봤음. 와이셔츠 단추는 너무 작기도 하고, 로오망이 좀 부족하잖아. 이정환은 소중한걸 잃어버리지 않게 꽁꽁 숨겨서 보관해두는 타입이고 (이러다 가끔 숨겨둔 장소가 생각 안날때도 있음), 김수겸은 잃어버리지 않게 자기 몸에서 떼어놓지 않는 타입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해. (둘이 정반대인게 좋아)

그래서 김수겸은 그 날 아이스크림을 몇 개 먹었을까? 그것은 붕들이 생각하는 대로. 엔딩이 이래서 미안, 사실 내가 질문하는 엔딩을 좀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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