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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1 17:53
2세가 자기에게 욕정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받아주는게 보고싶다...



한창 느바에서 뛰며 태웅과 함께 주가를 쭉쭉 올리던 백호는 어느날 경기중 발목이 꺾이는 사고를 당하게 되었음. 그 날따라 백호의 몸이 조금 둔하게 움직이더니 기어이 이런 사고가 났겠지. 백호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후에 다른 곳에서 경기를 하던 태웅이 뒤늦게 소식을 듣고 백호가 갔다는 병원으로 달려갔음. 제발 큰 부상만은 아니어라, 별 일 없어달라 속으로 수만번 되뇌이며 병원에 간 태웅은 넋이 나간 백호와 마주했음. 설마 하는 표정으로 다가가자 넋이 나간 백호가 기름칠이 덜 된 로봇마냥 고개를 뻑뻑하게 돌려 태웅을 바라봤음. 그리고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태웅에게 내리꽂혔음.

임신 7주. 처음엔 백호와 마찬가지로 넋이 나가있언 태웅은 곧 정신을 차리고 백호에게 아이를 지우자고 말했음. 샛별처럼 반짝이는 스포츠 선수에게 임신은 기쁜 소식이라기보다는 부상급의, 어쩌면 부상보다 더 끔찍한 소식이었으니까. 이제 막 스포츠 스타로서 조명 받기 시작하는 백호를 이대로 주저앉힐 수는 없는 태웅은 백호를 설득했지만 백호는 안색이 백지장 만큼이나 하얘젔으면서도 섣불리 수긍하는 태도를 보이지않았음. 어딘가 애매모호한 백호의 태도에 태웅은 점차 조급해졌지. 여전히 경기는 진행중이었고 지금이야말로 백호의 이름을 사람들 뇌리에 각인시킬 때였음. 한 발 앞선 태웅이도 가끔 버겁다고 느끼는 세계였는데 백호가 따라붙을 생각은 안 하고 아예 튕겨나갈듯이 구니 태웅이는 돌아버릴 지경이겠지. 논리적인 설득과 간곡한 부탁을 지나 분노 섞인 배신감이 태웅의 목소리에 들끓기 시작했음. 여기서 주수가 더 늘어나면 나중에 몸에 무리가 많이 간다니 태웅으로썬 하루라도 빨리 백호가 재활하기를 바랬음.

그러나 초조한 태웅과 달리 백호는 내내 창백했던 주제에 차츰 표정이 단단해졌음. 안 봐도 읽히는 뻔한 속내에 태웅은 정말이지 백호의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음. 태웅이 백호의 가정사를 모르는 건 아니었으나 백호가 애착을 갖다 못해 집착까지 하는 걸 태웅은 이해할 수 없었음. 지금 이곳은 미국이고 그렇게 어렵게 올라와 간신히 농구를 하고 있는데 이렇게 쉽게 포기해버린다고? 등이 찢어지고 부서지는 부상도 겪어본 자식이 이런식으로 나오니 태웅은 정말 미칠 노릇이었음. 그러나 몇 십번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백호가 완전히 마음을 굳히자 결국 태웅은 폭발하고 말았음. 종생을 약속했던 두 사람은 완전히 갈라서고 말았지.

백호는 바로 짐을 챙겨 고국으로 날아갔음. 마치 농구에는 한 치 미련도 없다는듯한 모습에 태웅의 속은 더 배배 꼬였음. 아이같은거 나중에 실컷 가지면 되는데, 백호가 저와 하는 농구를 그까짓 손톱만도 못 큰 애새끼 때문에 포기해버렸다는데 태웅은 너무 큰 배신감을 느껐고 어마어마한 상실감에 슬럼프까지 찾아왔음. 희귀한 동양인 느바 선수 둘 중 하나는 갑자기 고국으로 돌아가고 한 명은 슬럼프에 빠지자 그럼 그렇지 라는 편견 섞인 평가와 시선이 날아왔음. 배신과 상실 그리고 비웃음 섞인 편견 속에서 태웅은 이를 악물었음. 그 자식이 후회할만큼 굉장한 농구를 하겠다고, 저와 농구 대신 그까짓 애를 선택한 걸 평생 후회하게 해주겠다고 생각하면서.

귀국한 백호는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작은 주택을 샀음. 그간 꿈꿔왔던 미국의 농구 생활을 접고 왔지만 백호는 상당히 체계적으로 미래를 계획했음. 이른 이별로 인해 항상 가족이 갖고 싶었던 백호는 이미 구체적으로 바라는 가정의 상이 있었고 백호는 지금 그걸 실현하고자 했지. 백호는 파트너 없이 홀로 차근차근 충산과 육아 그리고 미래 준비를 해나갔음. 힘들지않았다면 거짓이지만 생각보다 즐거워서 백호는 고됨도 꽤나 참을만한다고 느꼈음. 열달이 순식간에 흐르고 백호는 남자 아이를 낳았음. 제 모습은 하나도 없이 서태웅을 빼다박은 아이라 보자마자 헛웃음이 날 지경이었음. 백호는 아이의 이름을 유키토라 지었음. 벚꽃과 단풍 사이에서 태어났으니 빨간머리면 여름과 관련된 이름을, 검은 머리면 겨울과 관련된 이름을 지으려 했는데 태웅을 빼다 박으니 아이는 겨울의 이름을 갖게 되었음.

백호는 아이를 애지중지하며 열심히 키웠음. 그토록 갖고싶었던 가족, 삶의 희망이었던 농구마저 포기할 정도로 갈망하고 바래왔던 아이이니 그 유별남은 엄청났지. 백호는 유년시절의 결핍 때문인지 아이가 하고자 하는건 다 시켜줬음. 느바 중간에 탈주하긴 했어도 커리어가 커리어인지라 백호가 먹고사는데 큰 지장은 없었음. 백호는 절대 자기 같은 경험을 하게 하고 싶지않아서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아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않았지.

유키토, 백호의 아이는 그런 백호의 사랑을 받고 무럭무럭 자랐음. 크면 클수록 백호가 아니라 태웅의 모습을 빼다 박아서 가끔 섭섭해질 정도였지만 백호는 자기가 정말 사랑했던, 어쩌면 지금도 사랑하는 남자를 닮은 제 자식의 모습을 은근 좋아했음. 비록 태웅과는 헤어졌지만 걔가 아주 커다란 선물을 주고 갔다고 백호는 그렇게 생각하며 태웅을 이제는 옛 추억으로 넘겼음.

아이는 태웅의 외양을 똑 닮았지만 성격은 은근히 백호를 닮아서 서태웅과 똑같은 얼굴로 이리저리 치대거나 애교스럽게 굴 때가 많았음. 걔랑 좀 더 오래 사귀었다면 이런 모습을 보았을 수도 있지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태웅과 닮은 얼굴이었겠지.

서태웅과 강백호의 자식 아니랄까봐 유키토는 농구를 좋아했음. 백호는 아이가 농구공을 잡는 순간 가슴이 찌르르 아파왔지만 또 너무 기뻤음. 백호는 모자람없는 환경에서 자기가 배웠던 모든 걸 아이에게 가르쳤음. 딱히 본인이 못다 이룬 꿈에 대한 집착은 아니었고 오로지 아이의 욕망을 지원해주겠다는 의미였음.

사춘기에 들어선 유키토는 시기가 시기였는지 점차 백호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음. 백호는 섭섭했지만 육아책에선 이런 시기가 있으니 아이를 존중해줘라 라는 말이 있어 꾸욱 참았음. 그래도 부모와 매일같이 싸운다는 다른집보다는 상황이 조금 나아서 주말이면 같이 공원으로 가 원온원을 하기도 했음. 언뜻 보면 나쁘지않긴 했으나 어릴 적부터 유난히 백호에게 치대며 스킨십을 붙여오던 아들이 이제 밤이면 문을 닫고 제 방에만 있는 건 조금 많이 섭섭하다고 백호는 생각했겠지.

유키토는 중등 대회에서 mvp를 따왔음. 백호는 너무 기뻐서 객석에서 엉엉 우느라 정작 아이가 상을 받는 장면은 제대로 보지도 못했음. 옆에 있던 같은 팀 부모가 동영상을 찍어줘서 망정이었지. 백호는 퉁퉁 부은 눈으로 유키토를 껴안았음. 너무 빨리 자라버린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잘 자라준 아이가 너무 기특했음. 백호는 저녁에 맛있는 걸 먹자고 유키토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다 멈칫했음. 같은 팀원들이랑 뒤풀이 같은 걸 가려나. 백호가 약속이 있으면 다녀오라고 말하자 유키토는 순순히 저녁을 같이 먹자고 했음. 조금 사이가 멀어졌던 아이와 오랜만에 같이 저녁을 먹는다니 백호는 뛸듯이 기뻐했고 유키토는 그런 백호를 묘한 눈으로 바라보았음.

백호는 넓은 식탁을 음식으로 가득 채웠음. 운동부인 유키토가 이거 어떻게 다 먹냐고 할 정도로 요리 가짓수가 어마어마했음. 그래도 전직 운동부에 현직 운동부가 같이 밥을 먹으니 식탁은 금세 비워졌지. 백호가 극구 말렸지만 유키토는 기어이 설거지를 자기가 하겠다고 했음. 유키토는 백호에게 가서 쉬라고 했지만 백호는 안절부절 못하다 식탁 의자에 앉았음. 서태웅과 똑같은 모습으로 설거지를 하고 있는 아들을 보고 있자니 백호가 풉하고 웃고 말았음. 그 자식은 설거지도 제대로 못해서 쌀도 퐁퐁으로 씻는 놈이었는데. 도저히 저 애의 반이 걔라는 게 믿기지 않을 지경이었음. 유키토는 조용히 설거지를 하며 백호의 키득거림을 들었음. 설거지를 마친 유키토는 과일을 깎고 있는 백호의 앞에 와인잔과 와인을 내려놓았음. 백호가 눈을 치켜뜨자 유키토가 어깨를 으쓱거렸지.

-좋은날이니까.
-어쭈.

유키토가 눈을 한 번 굴리더니 냉장고에서 포도주스를 가져왔음. 그제야 백호가 씨익 웃었지. 백호의 잔에는 와인이, 유키토의 잔에는 포도주스가 담겼음. 백호는 오랜만에 아들과 갖는 저녁시간이 퍽이나 기쁜지 연이어 잔을 비웠음. 유키토는 종알거리는 백호의 말을 묵묵히 들어주며 백호의 잔만 열심히 채워주었음.

-잘 해낼 줄 알았어. 아무렴, 누구 아들인데!

와인을 꼴깍꼴깍 마시던 백호가 물었음.

-포지션은 고정이야?
-...왜 파워 포워드 하면 좋을거같아서?

모든 포지션에 무리가 없는 것조차 그 녀석을 닮아있었음.

-스몰 포워드는 할 생각 없어?

백호의 물음에 유키토가 움찔거렸음. 백호는 잔을 다시 채웠음.

-뭐.... 너는 뭐든 잘 하겠,
-왜. 그 사람 포자션이 스몰 포워드라?

유키토는 이상할 정도로 태웅의 언급을 피해왔음. 그런 아이 입에서 태웅이 나오자 백호의 눈이 휘둥그레졌음.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야.

유키토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지만 대답하지않았음. 어색한 침묵이 감돌고 백호는 이 분위기를 벗어날 겸, 아이의 미묘해진 기분을 풀어줄 겸 살살 달래는 어투로 말했음

-뭐 갖고싶은거 없어? 우리 아들 mvp 니까, 기분이다. 원하는거 하나 사줄게. 뭐가 좋아?

새 농구화? 아니면 새 헤드폰? 저를 달래려 쩔쩔매는 백호를 보던 유키토가 고개를 슥 돌렸음.

-됐어. 애도 아니고.
-애가 아니긴. 넌 머리가 하얗게 되어도 내 아긴데.

유키토는 대답 대신 조용히 백호의 잔을 채웠음.

금세 와인병 하나를 비운 백호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음. 유키토는 익숙한듯 그릇을 치우고 백호를 일으켜세웠음. 많이 컸다고 생각했지만 백호를 안아들기엔 무리가 있어서 백호의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집어넣어 부축해 침실로 데려갔음. 침대에 백호를 눕힌 유키토는 백호의 발그레한 뺨을 쓰다듬었음. 백호는 차가운 손이 기분 좋은지 베시시 웃었음. 오늘따라 스킨십이 후하네. 이제 사춘기 끝인가? 아니면 mvp 우승의 효과? 백호가 유키토의 손바닥에 뺨을 부비적거리자 그 모습을 빤히 보던 유키토가 물었음.

-원하는거... 말하면 다 들어줄거야?
-응? 으응...당연하지.. 뭐든 말 만해. 아빠가 다 해줄게.
-정말? 뭐든지?
-아빠가 한 입으로 두 말 하는거 봤,

그러나 백호의 말은 입 밖으로 다 나오지 못했음. 유키토가 백호의 얼굴을 붙잡고 입을 맞췄기 때문이었음. 놀란 백호가 아이를 밀어내려했지만 어찌나 힘이 센 지 꿈쩍도 하지않았음. 단순히 부자지간의 스킨십으로는 볼 수 없는 키스였음. 아이의 혀가 입천장을 훑고 굳은 백호의 혀를 휘감아댔음. 허리가 풀릴 때까지 키스하던 유키토가 입을 떼어내지 백호가 울먹거렸음.

-너...너 이게 무슨...
-원하는거 뭐든 들어준다며.

어둠 속에서 유키토의 눈이 번쩍였음. 아, 이거 뭔지 알아. 백호는 서러움과 공포 속에서 익숙함을 느꼈음. 서태웅이 제게 보이던 눈빛과 똑같은 게 아들의 눈에서 빛나고 있었음.

-당신을 줘.

유키토는 백호의 대답을 듣지않고 입술을 삼켰음.


그대로 아들한테 따먹힌 백호는 정신적 충격이 엄청났지만 아들을 내칠 수 없었음. 유키토는 한 번 고삐가 풀리더니 매번 백호를 탐해왔지. 백호는 아들이 제게 욕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차마 아이를 밀어내지 못해 자괴감에 빠졌음. 몇 번은 침실의 문을 잠그기도 했고 집에 들어오지않은 적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유키토는 문을 부숴 들어왔고 백호를 찾으러 밤새 동네를 헤맸음. 아이가 문을 뜯느라 손에 멍이 들고 어두운 밤에 위험하게 나도는 걸 볼 수 없었던 백호는 결국 침실 문을 잠그는 걸 그만뒀음.

백호는 점점 잠자리에 익숙해졌음. 잦은 반복도 원인이었지만 무엇보다 유키토가 서태웅을 너무 많이 닮아서, 백호는 정신적 충격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고자 유키토에게 태웅을 겹쳐보았음. 얘는 내 아들이 아니라 서태웅인거야. 백호는 자꾸만 무너져내리는 정신을 추스리며 스스로에게 암시를 걸듯 생각했음. 그렇지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었으니까. 만약 제가 무너지면 보살 필 이가 아무도 없는 유키토는 어린시절 제 꼴이 날테고 아들을 죽도록 아끼는 백호는 그 꼴을 두고 볼 수 없었음.

유키토는 백호가 저에게서 서태웅을 비쳐본다는 사실을 알았음. 이전에는 제 모습에서 그 남자를 찾는게 그렇게 싫었는데 몸을 통한 이후에는 오히려 잘됐다 싶었지. 강백호가 평생을 사랑한 남자잖아. 그 남자를 제게 투영한다면 결국 평생 제 곁에서 저를 사랑해준다는거니까. 어차피 그 남자가 찾아올 일은 없을테고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자신은 정말 백호의 아들이 아닌 남편이 될 수 있을 것이었음.

하지만 유키토의 희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얼마 지나지않아 서태웅이 귀국한다는 소식이 퍼졌음. 제게 고분고분하던 백호는 서태웅의 귀국 뉴스를 들은 이후로 자꾸만 반항하기 시작했고 유키토는 그게 못내 짜증났지. 어차피 그 사람은 우리를 버렸고 찾아올 리도 없는데. 유키토는 존재 자체만으로 둘만의 왕국을 부수려는 서태웅이 증오스러웠음. 그나마 다행인건 확실하게 두 사람은 헤어졌다는 것, 그것도 최악으로 관계를 끝맺었단 것이었음. 십년 넘게 헤어졌으니 저 쪽은 이미 마음이 없겠지. 유키토는 자꾸만 불안해지는 마음을 그렇게 다독였음.

그러나 느바 선수 서태웅이 자기 학교 농구부의 일일 감독으로 오게 될 줄은, 그리고 제 얼굴을 알아볼 줄은 꿈에도 몰랐었지.




태웅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