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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1 02:31

센가물+알오물ㅈㅇ




인간과 괴물의 경계성이 희미해져간다. 사막의 낮은 생명의 존엄성을 지켜주지 않는다. 잔인한 태양 볕 아래 모든 것이 말라비틀어져 죽음으로 안식을 얻는다. 지구는 생명력을 잃었다. 남은 건 끊임없이 이어졌던 전쟁의 잔해와 오염된 땅, 그리고 괴물들뿐이다. 사막을 달리는 차체에 흙먼지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라 회오리처럼 둥글게 말리며 달려온 행적을 표시했다. 대만은 금세 더러워진 고글을 손가락으로 대충 문지르며 기어를 바꾸고 속도를 올렸다. 뭐 좀 보여? 대만이 평평한 사막의 경계선을 응시하며 소리쳤다. 지프차 지붕위에서 가볍게 발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부드러운 모래를 밟고 달리는 지프는 크게 덜컹이며 최악의 승차감을 자랑했지만 지붕위에서 우뚝 선채 더 멀리를 내다보고 있는 백호는 미동도 없이 고글 속 동공을 확장했다.

속도를 유지하며 차를 몰던 대만이 이대로 별 탈 없이 기지로 복귀하길 바라고 있을 때 창문으로 손이 쑥 들어와 핸들을 붙잡았다. 우왁. 급히 브레이크를 밟으며 차를 멈춘 대만은 크게 숨을 고르며 하소연했다. 백호야. 누누이 말했지만 그런 식으로 굴면 위험하다고 내가 몇 번을. 지붕에서 훌쩍 뛰어내린 백호가 고글을 올리며 손가락으로 사막의 끝을 가리켰다. 만만군. 앞쪽에 구더기랑 거미랑 싸우고 있어. 뭐? 백호의 말에 대만은 다급히 글러브박스에서 쌍안경을 꺼내 사막 끝을 확인했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대만의 말에 백호가 가만히 대만의 정수리를 턱 잡고 위치를 고쳤다. 흐릿한 초점을 조율하자 경계선에서 작은 먼지폭풍이 일고 있었다. 젠장. 대만은 짜증스럽게 혀를 찼다. 피해갈수 없나? 대만의 물음에 백호는 어깨를 으쓱였다.

사막의 생물들은 사납다. 척박한 환경과 부족한 먹이가 생존을 위해 사납기 그지없게 닥치는 대로 공격성을 발휘한다. 샌드웜과 사막거미는 개중에서도 위험성이 상위랭크의 괴물이다. 활동시간대와 부드러운 모래 속에 숨는 습성이 비슷해 상극으로 심심치 않게 영역싸움을 벌였다. 하필이면 기지로 가는 길목에서 저러고 있으니 대만은 골치 아픔에 이마를 짚었다. 놈들을 피해 길게 돌아가는 방법이 있지만 대만은 망설였다. 곧 있으면 해가진다. 사막은 낮은 낮대로 밤은 또 밤대로 위험하다. 태양 볕에 모래 속에서 숨죽이고 있던 온갖 괴물들이 튀어 나오는게 사막의 밤이다. 내가 갈까? 고민하는 대만을 쳐다보고 있던 백호가 자신을 가리켰다. 그때 지프차 뒷좌석에서 헝클어진 곱슬머리를 긁적이며 태섭이 몸을 일으켰다. 안돼. 샌드웜은 몰라도 사막거미는 오메가 발정냄새에 반응한단 말야.

태섭의 말에 대만이 기겁하며 백호를 쳐다보았다. 어쩐지 임무가 끝나자마자 태섭이 기지복귀를 서두른 이유가 있었다. 오메가형질을 가지고 있는 백호는 주기적으로 히트사이클을 치러야했다. 평소엔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페로몬이 히트사이클 기간엔 정제 없이 뿜어져 나와 반대형질자인 알파를 유혹한다. 물론 가장가까이 우성알파형질자인 태섭이 있기에 여간한 형질자들은 근처도 못 오지만 문제는 오메가의 발정냄새에 반응하는게 단순히 알파만이 아니라는 것에 있었다. 간혹 괴물들 중에 오메가 페로몬을 암컷의 분비물로 착각하는 개체가 있었다. 태섭이 언급한 사막거미도 그중 하나였다. 우리 어쩌냐. 대만은 막막함에 한숨을 쉬었고 태섭도 곤란함에 미간을 좁혔다. 둘의 시선이 백호에게로 향했다. 아직 히트사이클의 초입단계라 숨만 좀 달뜨고 뺨이 붉어진 정도지만 본격적으로 발정이 시작되면 상당한 문젯거리다.

뭉근하게 풍겨오는 익숙한 발정냄새를 맡으며 태섭은 제 안에서 날뛰는 난폭한 알파성향을 억눌렀다. 이래서 빨리 복귀를 서둘렀던 거였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대만은 평소보다 숨이 거칠어진 태섭을 질린 눈으로 쳐다보며 한 발짝 멀어졌다. 설마 너도 러트냐? 태섭이 기가 막힌 표정으로 짜증을 부렸다. 베타는 꺼져요. 야, 너는 선배한테. 계급은 내가 위고요. 물어도 못 보냐? 아, 그니까 베타는 꺼지라고요. 그거 형질자한테 되게 무례한 질문이거든요? 뭘 예민하게 굴어. 야, 백호야. 니 알파 좀 봐라. 선배를 아주 막, 백호야? 옆에 있어야할 백호가 보이지 않자 대만이 당황하며 크게 주위를 훑었고 태섭도 놀라 몸을 굳혔다. 이내 대만과 태섭 둘의 시선이 벌써 저만치 먼지폭풍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 백호를 발견하고 까무러치며 다급히 지프차에 올라 시동을 켰다. 야! 강백호! 안돼, 일단 하지 마!

대만과 태섭이 기겁하며 소리 질렀지만 모랫바닥을 박차며 빠르게 뛰어가는 백호는 상기된 표정과 활짝 열린 동공으로 목표물만을 응시했다. 대만은 있는대로 엑셀페달을 밟았지만 백호를 따라잡기란 쉽지 않았다. 뭐하고 있어요, 더 밟아요! 이미 밟고 있어! 쟤 좀 어떻게 해요. 파장 쏴서 기절시켜버려요! 야, 넌 내가 무슨 마취총인 줄 알어? 아니었어요? 아, 일반인은 꺼지세요. 세상에, 치사하게 그거가지고 꽁해있었어요? 나 되게 섬세한 사람이거든? 섬세가 다 얼어 죽을, 야! 백호야! 저 천둥벌거숭이를 진짜! 쌍안경으로 봐야할 정도로 작았던 먼지폭풍이 점점 높아졌다. 대만과 태섭은 차안으로 바람과 함께 쏟아져 들어오는 모래들에 눈도 뜨기 힘들었다. 빠르게 뛰어가는 백호의 뒤꽁무니만 쫓아서 무작정 페달을 밟았는데 바닥이 요동치고 있었다.

기이한 짐승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백호를 쫓아 달렸을 뿐인데 어느 샌가 괴물들의 영역싸움 한복판에 다 달아있었다. 운전대를 잡은 대만도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백호를 부르짖던 태섭도 단박에 창백해진 얼굴로 비명을 삼켰다. 모래바닥이 마치 파도처럼 높은 굴곡으로 출렁대고 차체가 크게 흔들렸다. 선배! 태섭이 소리 지르자 이를 악문 대만이 크게 핸들을 돌리며 차가 뒤집혀지지 않게 움직였다. 거의 반쯤 뒤집혔다가 바로 세워진 지프차는 대만이 있는 힘껏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겨우 멈췄다. 백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핸들만을 꽉 쥔 대만이 묻자 태섭이 멀미로 불편해진 속에 구역질을 삼키며 먼지 무더기쪽을 가리켰다. 걔 지금 샌드웜 대가리 쪼개느라 바빠요. 아, 그러니까 가이딩 좀 미리 해놓으랬잖아요! 저건 발정 나서 날뛰는 거지! 니가 만족을 못시켜주니까 저러는. 선배고 나발이고 함 붙자, 정대만!






태섭백호 알파오메가
대만백호 가이드센티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