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43908503
view 3814
2023.05.21 00:43
경기 중 무리한 파울로 다쳤는데 하필 오른쪽 무릎을..
큰 부상은 아니고 이 주 정도 휴식이랑 치료하면 된다고는 하는데 아직도 왼쪽 무릎 보호대를 안 벗고 있는 애한테 그게 머리로는 알아도 가슴으로는 트라우마 건드려지는 사건이었겠지

하필 얘네 구단 어웨이 가가지고 아무도 밀착체크 못 하고 전화 목소리로만 경과 듣는 정도인데 일주일만에 구단에서 봤더니 애가 여위어 있으면 어떡하지.. 실은 그날 이후로 뭐만 들어가면 토해서 그간 이온음료만 겨우 넘기는 정도였던 거..

정작 무릎은 나아간다는데, 멘탈이 나아져야 한다는 그 자체가 또 스트레스라서 섭식 문제는 심해지고... 한동안 링거 맞고 상담 받고 하는데 나아지지가 않는 거지

그래서 되게 중요한 경기에서 팀은 이겼는데 대만이는 출전을 못함.. 그날 너무 속상해서 몸이 그 지경인데 혼자 집에서 깡술 먹다가 식탁에 엎드려 잠드는 거야.

이 일 외부에는 절대 안 알린 데다가, 재활할 동안은 집중하고 싶다는 핑계로 탑도 안 만나고 있어놔서 탑도 이 상황을 모르고 있다가 대만이네 구단 동료한테 소식 듣고 존나 달려옴..

스포츠 뉴스만 시끄러운 집에 평소엔 입도 안 대는 술병이랑.. 술잔 하나 넘어져있고.. 엎드린 대만이 눈가엔 눈물자국 남아있는 게 안쓰러워서 화내러 왔다가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가만 쓰다듬어줄 수밖에 없겠지.. 며칠새 마른 어깨 감싸쥐고 침실로 안아들어서 옮겨줘라ㅠㅠ

침대에 눕힐 때쯤 눈 뜬 애가 잠결에 술김에 하는 말이

"으... 철아...?"

탑 심장이 철렁하면 어떡해

"철아.. 나 있잖아 - 네가 끓여주던 라면 먹고 싶다..."

너는 그거 어떻게 끓이는지도 안 알려주고... 그렇게 가냐...
웅얼웅얼 다시 잠드는 대만이...

그래서 탑이 그 새벽에 영걸이 닦달해서 철이 번호 받아다가 레시피 물어보겠지.. 대만이는 몰랐겠지만 탑은 철이가 영걸이 쪽이랑 아주 연락이 끊긴 건 아닐거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음

철이는 한숨 푹 쉬고는 "별 거 없다 그냥.."
어느어느 브랜드고..
뜨거운 거 싫어하니까 조금 짜게 끓인 뒤에 물 넣어서 식혀줘라
면도 살짝 퍼지게 끓여주고.. 그건 치아 다치기 전부터 그렇게 먹는 거 좋아했어
계란은 국물 안 탁해지게 넣고.. 후추 조금 넣어주고..

뭐 이런 식으로 툭툭 말하지만
철이가 그때 기억 다 선명하게 가지고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화 나긴 하는데 이거 메모하면서 들을 수밖에 없어서 탑 자존심 팍팍 상할 듯..



다음 날 아침 맛있는 냄새에 눈 뜨는 대만이..
아 탑 왔나보네 이런 상태인 거 어제 다 봤겠다.. 뭐라고 말을 하지.. 쭈삣쭈삣 부엌으로 가는데,
탑이 따끈한 라면 놓아주면서
밥부터 먹고 그 다음에 이야기하자고 하겠지

탑 눈이 너무 무서워서 (낮에 보니 더 여윈 꼴 보고 속상한거임)
좀 이따 토하더라도 일단 주는 거 먹자 싶어 한술 뜨는데
어? 술술 들어가는 거임

그간 상태가 있어서 그래봐야 반 그릇 겨우 먹었지만 그게 어디냐.
"너 라면 잘 끓인다?" 신기하다는 듯 말하는 대만이.
냠냠 잘 먹은 꼴 보고 탑은 또 마음 풀려서 병원 같이 가주고 부둥부둥해줄 수밖에. 그렇게 좀 나아져서 한 일주일 뒤에는 출전하게 되겠지.



정작 대만이 본인은 그게 철이 레시피라는 것도 기억 못하고 있었으면.. 그냥 너무 힘들고 어두운 상황에서 저 무의식 속에 있던 기억이 떠올랐던 거겠지

탑은 속은 시커멓게 탈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이젠 내가 박철이 해줄 수 있는 것을 하나 가져왔으니 다행이라는.. 이렇게 하나씩 가져오면 될 거라는 그런 생각 하면 참 좋겠지






철대만 명헌대만 태섭대만 태웅대만 호열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