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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0 09:51
호열이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박철 붙잡고 결혼 갈김. 자꾸 이놈의 양키졸업 갓생남이 지는 어쩌구저쩌구 염병하며 헤어지니마니 하길래 결혼안해주면 니가 나 따먹고 성인되니까 버렸다고 공업소앞에서 시위한다고 바락바락 화내서 어린애인 뒤로 넘어가실까봐 알았어결혼할게. 하는 박철 ㅋㅋ 정대만이 두고두고 놀릴듯

아무튼 그런 야심만만 애기신부라서 임신 소식도 쩌렁쩌렁 알리지 않을까, 주변에서 아기신부와 야수같은박철의 조신한 집안살림쇼를 흥미롭게 관전하던 지인들은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겠지. 대만군 삼촌될건데 철없어서 어떡해요? 이런식일거라고


심지어 호열도 자기가 임신하면 기백양키답게 박철!!!! 소리지르며 달려가서 애기아뽜!!!!할거라고 생각했을듯 그런데 이상(?)과 현실이 달라도 너무달랐지. 두줄 뜬거 보고도 안믿겨서 병원에 몇번이나 망설이고 되돌아갔다가 겨우 진료보고 초음파사진 들고 나왔겠지. 그리고 덜컥 겁나서 엉엉 우는거 보고싶다


이제 갓 스무살, 나이는 솔직히 상관없음. 박철을 못믿는 것도 아님. 그런걸 떠나서 호열이는 제 뱃속에 생명이. 그것도 박철의 아기가 있다는 게 감당이 안됨 너무 벅찬데 잘못될까봐 무섭고 막막하고 서러움. 호르몬 농간의 시작이라는 것도 모르고 이렇게 나약해빠진 정신으로 애기를 어케 키우나 자격이 없다 이런 깊생에 빠질듯



그렇게 놀라고 무서움 가득한 상태로 눈물뚝뚝 흘리며 집에 들어왔는데 박철 냄새나는 공간에 들어가니까 안심되는 한편 미치도록 잠이 몰려옴. 자면 안되는데, 박철한테 아빠됐다고 얘기해야하는데... 애기엄마이자 애기인 호열이가 무슨 힘이 있겠음. 그냥 소파에서 까무룩 잠들듯.



부드러운 손길에 눈을 떴을땐 어느새 침대로 옮겨져있었고 호열이 좋아하는 박철의 맨가슴에 안긴 상태였겠지. 눈을 다시 감고 응석부리며 살결에 얼굴을 부비면 말없이 다정한 몸짓으로 호열의 이마며 머리에 입술을 내리는 박철임.



.....봤어?
봤지.
.....어...어떤데?
음.


혹시 벌써 아이를 갖는 건 부담스럽다고하면 호열은.... 그 말을 따를 생각도 잠시하긴 했어. 가정이라는 게 어떤건지, 우겨서 박철을 남편자리에 앉히긴 했다만 아이? 사실 너무 무서울뿐이라.



이럴때를 대비해서 책을 읽어두거나 공부를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후회가 든다.

갑자기?

그랬다면 너한테 고맙다는 말이나 기특하다는 말 같은 것 보다 좋은 말을 해줄 수 있었겠지 그런데 내가 이런놈이라 미안하다




대신 양호열, 다른 누구도 너한테 이런 깊이로 말하진 못할거라고 자부하는 게 있는데.

응.....


사랑한다. 양호열.


그리고 고맙다. 내 아이를 품어줘서.




그리고 아기처럼 엉엉 우는 애기엄마 꼬옥 끌어안고 등이며 뒷통수며 살살 어루만져주겠지. 투박하고 기름내가 묻어나는 손을 더 박박 씻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처음 가져보는 가족에 목이 메이는 박철임.








철호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