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543652674
view 1562
2023.05.19 20:16
재생다운로드IMG_2067.gif

재생다운로드IMG_6755.gif

재생다운로드IMG_6756.gif

재생다운로드IMG_2470.gif

여덟 살의 리쿠는 평범한 소년들이랑 똑같겠지. 아니, 사실 평범한 소년들이라기엔 축구보다는 농구를, 농구만큼 깡통차기를 좋아하는 소년이었음. 그 어느 날도 한적한 공원에서 혼자 깡통차기를 하고 있었겠지. 깡통차기에 열중한 나머지 어라, 시간은 벌써 여섯 시를 넘은 것 같았음. 너무 늦게 들어가면 엄마 아빠가 혼낸다고 했는데! 리쿠는 열심히 하던 깡통차기를 끝내고 굴러다니는 깡통을 주워 쓰레기통에 버린 후 막 집에 돌아가려던 길이었음.

그런데, 저 멀리 평소엔 보이지 않던 신사가 보였겠지.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음. 가까이 가도 괜찮다는 듯, 어느 순간 발걸음은 신사를 향하고 있었음. 가까이 가서 보니 처음 보는 것 치곤 꽤 그럴싸한 신사가 자리 잡고 있었고, 소원을 들어준다는 동그란 제단도 놓여있었음. 그걸 보고 신난 리쿠는 주머니를 열심히 뒤져 100엔짜리 동전 하나를 꺼내겠지.

초등학생에게 100엔은 꽤 큰 돈이라, 리쿠는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었음. 우리 가족이 모두 행복하게 해 주시고, 다음번엔 제가 응원하는 팀이 우승까지 하게 해 주시고, 우리 엄마만큼 예쁜 사람이랑 결혼하게 해 주세요! 아이 다운 순수한 소원 사이에 이상한 게 들어가지 않았나 싶을 때 쯤 짝짝, 두 번의 박수 소리가 울리고 리쿠는 다시 신난 듯 집으로 돌아가는 길로 뛰어갔음. 100엔이나 넣었으니까 신님도 들어주시겠지? 순수한 생각이 리쿠의 뒤를 따라갔음.

그 날 밤, 리쿠는 기묘한 꿈을 꾸었겠지. 리쿠의 꿈에는 은발의 남자가 나왔는데, 아직 어린 리쿠보다 키가 두 배, 세 배 정도는 커보였음. 그러나 리쿠가 지금까지 본 그 어떤 사람들보다 열 배는 더 예쁘게 생겼겠지. 그 남자는 리쿠의 키 높이에 맞추려는 듯 무릎을 숙이고, 리쿠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은 후 말했음.

네 소원은 잘 들었어. 많은 돈을 넣었으니 이루어 질 거야. 마지막 소원은 생각을 좀 해봐야 할 테지만, 그건 조금 더 큰 후에 다시 생각해 보자.


그건 좀 더 큰 후에 다시 생각해 보자. 그렇게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에 이끌린 듯 꿈에서 깼겠지. 사실 여덟살 답게 결혼이라는 걸 그렇게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던 리쿠라서 단지 제 소원이 이뤄진다는 사실에 신나서 침대 위를 방방 뛰어다녔을 것 같다.

리쿠의 소원은 리쿠가 크는 동안 다 이루어 졌음. 가족들은 화목하고 건강했고, 응원하는 팀도 두 번의 우승을 거머쥐었음. 그동안 리쿠는 고등학교 졸업반이 되었고, 많은 친구들이 생겼음. 아직 마지막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였지만, 리쿠도 이미 그 소원을 까먹고 있었겠지.

우리 반에 전학생이 온대.

언뜻 지나가며 들었던 소리, 리쿠는 그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은 걸 후회했음. 이제 곧 졸업인데 전학생은 무슨 전학생이야, 하며 코웃음 치던 과거의 자신을 한 대 때리고 싶었음. 저와 동급생으로 보이지만 키는 자신보다 조금 더 작아보이는, 갈색 머리의 남자 애. 리쿠는 이상한 기시감을 느꼈음.

저 얼굴,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생각이 생각을 물어 늘어질 때 쯤, 쭈볏쭈볏 들어온 전학생이 고개를 꾸벅이고 인사했음.

야기 유세이입니다. 이제 곧 졸업인데 전학오게 되어서 미안해.

그의 말에 반의 여기저기에서 어수선한 소리가 들렸음. 하지만 리쿠는 하나도 듣지 못했겠지. 제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그는, 꼭, 제가 여덟 살 즈음 소원을 빌었을 때 제 꿈에 나타났던 사람과 똑같이 생겼었거든. 아, 머리색은 다르지만, 그건 신경쓰지 않기로 했음. 지금 제 눈 앞에 있는 그는 그 어떤 사람보다, 심지어 자신의 어머니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이었기 때문이겠지.

맇쿠유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