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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8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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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4일 일요일]

늘 상냥하고 다정하신 아저씨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하여 공연히 걱정을 끼치고 말았네요. 목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열흘이 걸렸지만 감기 자체는 7일만에 나았습니다. 주변에서 많이 챙겨주었으니 더 빨리 나아야 했는데 말이에요. 오히려 그 덕에 열흘만에 나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번 달에는 아시다시피 실습을 다녀왔습니다. 확실히 무언가를 배우려는 의지를 가지고 나오는 사람들과 반강제로 학교에 나와 공부를 하는 사람을 대하는 것에는 제법 큰 차이가 있었어요. 대체로 애들이 산만했어요. 쓴소리를 하지 못하는 달재가 난감한 상황에 처한 적이 많았습니다. 저는 인상도 그렇고 기존의 선생님이 제가 작년부터 국가대표라는 걸 말하셨는지, 교실로 들어가자마자 아이들이 눈에 빛을 내며 저를 쳐다본 덕분에 산만함은 직접 경험한 적이 없었어요. 대신 무대 위에 선 배우가 된 느낌이었답니다. 농구선수인데 왜 문학교사를 하느냐는 질문부터 시작해서 수업과 관련 없는 농구에 대한 질문을 많이 들었습니다. 수업에 집중시키기가 은근히 힘들었어요.
지역이 수도나 도심이 아니어서 그런지 일찍이 자신의 한계를 정하고 패배주의에 젖은 아이들이 많아 참 안타까웠어요. 제 출신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형편이 어려웠다는 식으로 돌려 말해서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마라고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낭중지추라는 말도 있고 재능과 열정이 빛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도 했는데, 그 애들에게 와닿았을지 확신이 들지 않아요.
제가 있던 곳은 중학교였는데 같은 문학교사들보다 체육교사들이 더 많이 다가오고 말을 걸었어요. 문학교사들이 보기에 제 행색이 단정하지 못한가봐요. 나이가 지긋한 선생님 중에는 은근히 저를 흘겨보는 분도 계셨거든요. 오히려 운동을 했던 사람인 체육교사들이 저에게 농구 외에는 어떤 운동을 하는지, 체력과 근력 운동은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며 친근하게 다가오고, 제 팔과 다리를 주무르며 탄성을 지르기도 했어요. 하지만 두 세명이 달라붙어 몸을 주무를 때는 좀 민망하더군요.
실습이 끝나고 돌아온 바로 다음 날 준호 선배를 만나 마지막으로 신문사에 보낼 원고를 수정했어요. 그런데 연수원이 많이 힘든 모양이에요. 준호 선배의 눈빛에 생기가 없고 눈 밑은 거뭇한데다 피우지 않았던 담배를 피우더군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와중에도 상냥함을 잃지 않는 대단한 사람이에요. 말하는 것만 들으면 이전의 준호 선배와 차이점을 하나도 찾을 수 없을 정도였어요.
그렇게 원고를 빠르게 마무리하고 실습때문에 2주나 빠진 농구부 훈련에 돌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참가하는 대학리그도 좋게 마무리하고 싶었거든요. 경기에 지장을 주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남들보다 더 빨리 나와 더 늦게까지 훈련을 했습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훈련하고 있으니 몸은 상하지 않아요. 무리한 훈련을 하다 정작 경기에 나가지 못하게 되는 것만큼 아깝고 멍청한 짓이 어디 있겠어요.
앞서 말한 신문사에 투고한 원고 대한 얘기를 더 하자면 투고한 것이 저번주고 그저께 발간된 신문에 실렸어요. 인쇄 전에도 편집부에서 반응이 좋았단 말을 전달받아 어깨에 힘이 들어가더군요. 공을 들여서 쓴 보람이 있잖아요. 농구부에서는 반쯤 저를 놀릴 심산으로 신문을 몇 부 사와 돌려읽었는데 소정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딴지를 걸고 싶어 부리처럼 내밀고 씰룩거리는 입이 한가득이었는데 전부 별 말을 하지 못하더군요. 저처럼 아저씨도 뿌듯하시리라 믿어요. 마침 신문의 발행일자가 아저씨의 생일이잖아요. 이것이 또 하나의 생일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원래 준비한 선물은 실습하러 간 곳의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서 파는 바구니들이에요. 과일을 담아두는데 쓰셔도 좋고 크기와 모양이 다양해서 여름에 가시는 바닷가의 별장에 두셔도 좋을 것 같아요.
또 재밌는 일이 있었는데 제가 한나에게 춤을 배우고 있잖아요? 숙련도를 시험해볼겸 매년 광장에서 열리는 오월의 장미축제에 참가해보았어요. 한나가 워낙 화려한 미인이다보니 붉은 장미로 치장한 것이 정말 잘 어울리더군요. 파트너로서 참가하는 저도 그에 맞춰야하니 아저씨께서 주신 수트에 붉은 장미로 만든 부토니에를 꽂아보았어요. 한나가 잘 리드해준 덕에 큰 실수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고 당연하게도 한나는 축제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저는 춤이 끝나고 극도로 긴장한 것이 풀려 구석에 주저앉아 숨을 고르며 쉬느라 그 이후로 아무 것도 하지 못했어요. 어쩜 국제대회보다 더 떨릴 수가 있는지요. 우성이가 그런 저에게 장밋빛 샴페인을 내밀었는데 한 번에 들이켜서 무슨 맛인지 아직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산딸기맛이 나는 달콤한 샴페인이었다는데 전혀 모르겠어요. 식은땀을 흘리던 저를 놀리듯 우성이가 잡고 일으켜 탱고라는 춤도 재미있다며 저를 잡고 마구 휘두르는데도 축제를 즐긴다고 생각하니 신경질이 나지는 않더군요. 같이 어울리면서 빙글빙글 돌았어요. 친구들과 그런 축제에 참가해서 즐기는 것도 즐거운 일이네요.
감기에 걸렸던 일이 액땜이었나봐요. 그 이후로 좋은 일만 생기는 것 같아요. 마침 원래 올해 열릴 예정이었던 국제대회가 내년으로 미뤄져서 마지막 여름방학을 훈련으로 보내지 않게 되어 기쁘기도 하고요. 감독님은 대회가 연기된 것이 썩 반갑지 않은 눈치셨지만요. 농구부 훈련 시간이 되면 4학년들은 삼삼오오 모여 여름에 어디로 놀러갈지 열변을 토하느라 바쁘답니다.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느라 설레발을 치는 태섭







[6월 17일 수요일]

더위와 함께 몰려오는 일에 바쁘신 아저씨께

날이 제법 덥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애플민트티에 얼음을 넣어 차게 먹으니 상쾌하면서도 시원하니 참 좋아요. 학교 앞의 어느 카페에서는 애플민트티에 얇은 레몬 조각을 하나 띄워주는데 그렇게 마시니 레몬의 상큼함도 있어 올 여름에 즐겨마시게 될 것 같아요. 최근에는 해 뜰 무렵에 조깅을 가볍게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니 시험공부를 할 때도 집중이 더 잘 되더라고요.
저번 주말에는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을 보러 갔어요. 곧 시험이 다가오는데 어쩌다 보게 되었냐면, 평소처럼 기숙사 뒤뜰의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었어요. 녹음이 우거져 나무 그늘 밑의 자리에 앉아있으면 바람이 풀내음을 싣고 와요. 낮임에도 풀벌레의 노랫소리가 들리기도 하고요. 머리를 식히기에 좋은 장소거든요. 그날은 바람이 풀내음뿐만 아니라 정대만 씨를 데리고 왔어요. 제법 외진 곳인데 어떻게 알고 왔는지 물으니 학교에 다닐 적에 자주 찾았던 곳이래요. 아저씨와 저 말고도 이곳을 비밀기지로 쓴 사람이 또 있다니 신기했어요. 심지어 학교를 그리 오래 다니지 않고 그만둔 사람인데. 제가 시험과 훈련때문에 피곤해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듣고는 이전에 약속한대로 연극을 보러가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하기에 덥석 수락해 그 길로 따라나서게 된 거에요. 즉흥적인 결정이었죠.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이라 기분이 좋아서 그렇기도 했어요. 최근에 일이 바빠 협회 사무실에서 꼼짝을 못하고 있었다며 우는 소리를 내는데 연장자의 어리광을 받아주는 모습이 참 우습게 느껴졌어요. 그 사람도 그래서 이곳의 냄새와 그늘을 찾아 걸음한 것이겠죠?
극장 건물이 무슨 신전처럼 웅장해서 저는 입을 벌리고 건물을 올려다보았어요. 오페라 관람처럼 수트를 입고 왔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했는데 정대만 씨는 웃으며 극장은 그렇게까지 격식을 차릴 필요가 없어 괜찮다고 제 손을 잡아 이끌었어요. 최근에 가장 인기있는 배우가 주연으로 서는 공연이라 표를 구하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며 으스대기에 과장된 몸짓으로 고맙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저는 연극 배우들을 잘 몰라서 이름을 들어도 누구인지,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지 모르니까 그냥 그렇구나 하고 마는 수준이었어요. 외벽에 배우들의 얼굴이 그려진 커다란 그림이 붙어있는데 명색이 배우이니 만큼 외모가 뛰어난 사람들인 것만 알겠더군요. 옆에 선 정대만 씨의 얼굴을 보니 그의 얼굴도 퍽 잘생겨서 배우가 되었으면 큰 인기를 얻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극은 셰익스피어의 비극으로 유명한 리어왕이었어요. 내용도 그렇고 배우들의 연기가 워낙 뛰어나고 처절해서 보는 내내 엄청나게 몰입해서 공연 시간이 제법 길었음에도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를 정도였어요. 책으로 읽으며 상상하는 것과 그 장면이 제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은 차원이 다른 것이군요. 그래서 원작이 존재해 이미 그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극공연을 보러 가는 건가봐요.
연극이 끝나고 그대로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애매해 저녁까지 먹었어요. 거리에 야외 테이블이 있는 식당으로 갔는데 하지에 가까워 저녁임에도 여전히 날이 밝았어요. 제 기억상으로는 거의 8시가 되어야 어두워졌던 것 같아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코스요리를 먹어보기도 했습니다. 원래 커다란 접시에 음식이 콩알만큼 적게 나오나요? 처음에는 전채요리라 해서 양이 적은 줄 알았더니 그 뒤로도 계속 음식의 양이 적더라고요. 나중에는 왜 음식의 양이 적을 수 밖에 없는지 알게 되었죠. 그렇게 많은 종류의 음식을 다 맛보려면 조금씩 먹어야 했던 거예요.
시내로 나온 김에 이번 여름까지 하기로 한 감독님과의 개인 레슨에 대한 보답을 할 겸 선물로 행커치프를 사려고 했어요. 제가 물건을 고르는 동안 정대만 씨는 옆에서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서있기에 감독님의 취향에 맞는 색이나 무늬를 고르기 위한 조언을 구했어요.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감독님은 수트를 불편히 여겨 어지간하면 입지 않으므로 행커치프는 좋은 선물이 되지 못한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박람회에서 신기한 발명품들에 주로 관심을 보이시던 것이 생각나 골동품점으로 가 신기하게 생긴 기계인형이나 정체모를 장치들을 구매했습니다. 감독님이 마음에 들어하셨으면 좋겠어요.
대회가 미뤄져서 여름방학에 리그가 끝나면 휴가를 갈 수 있게 되서 우성이가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몰라요. 대협이는 재작년처럼 농장에 가고 싶다고 하는데 우성이는 집안 소유의 별장 중에 바닷가에 있는 곳으로 가자고 우겨요. 달재는 둘 사이를 중재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어요. 언성을 높여 싸우는 건 아닌데 묘사하자면 우성이가 벽에 대고 칭얼거리는 꼴이랄까요. 상대가 뭐라 말하든 하하 웃으며 농장에 가자거나 농장으로 이미 결정된 것처럼 무얼 하면 좋을지 묻는 대협이가 참 대단해보여요. 저는 내심 바다에 가보고 싶은데도 아무 곳이나 상관없단 말을 하기만 했어요. 고민하는 저를 보고 연합봉사를 같이 하는 축구부 한 명이 남쪽 섬에 놀러가는 것은 어떻겠냐고 했는데 그것도 멋진 생각인 것 같아요. 그곳의 바다를 바라보며 달콤한 열대 과일을 먹는 상상을 하면 코끝에 달큰한 향기가 스치는 기분입니다.

끝내주는 여름을 보낼 예정인 태섭







[8월 28일 금요일]

꼬장꼬장한 아저씨

독선적인 면이 있으시네요.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감기를 크게 앓았던 제가 물에 들어갔다 또 감기에 걸릴까 염려하신 마음에서 하신 말임을 알지만, 당시의 저에게는 별다른 말 없이 비서님께 바다나 섬에는 절대 가지 마라는 작은 쪽지만 전달받은 것이 무척 속상했답니다. 저에게 그렇게 단호한 어조로 명령을 내리신 것도 처음이어서 당황스러웠어요. 결승 경기에서 상대팀의 거친 파울로 발목을 심하게 접질려 짧은 기간동안 보조기구에 의지해 걷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에 더욱 저를 날카롭게 찌르는 듯 아팠어요. 결과적으로는 상처의 회복과 요양을 위해 여름 내내 농장에 있었으니 아저씨의 바람이 이뤄진 것이 되었네요. 그래도 저는 아저씨한테 심술이 났기 때문에 방학동안 편지를 쓰지 않았어요. 처음 내거셨던 약속을 어겼으니 혼내셔도 좋아요.
부상을 당하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해요. 고의적으로 제 발 밑에 자리를 잡고 있었거든요. 그 놈 발을 밟고 발목이 꺾이면서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데 자기도 발을 밟혀서 반사적으로 나오는 움직임인 척 과장되게 허우적대더니 꺾인 제 발목을 짓밟더군요. 그 고통이 너무 생생해요. 농구를 하면서 처음으로 비명을 질렀을 정도였어요. 그걸 보고 흥분한 우성이가 상대팀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를 지르다 파울을 받아서 그걸 진정시키는 데도 애를 먹었어요. 저희는 결국 경기에서 이기고 4년 연속으로 우승 트로피를 차지해 그들의 행동은 쓸데없는 짓이 되었죠. 분해서 씩씩거리는 얼굴들을 보니 쌤통이다 싶더군요.
스포츠를 하는 사람에게 부상은 늘 함께 가는 동료이니 그렇게 낙담하진 않았어요. 그리고 두 달을 농장에서 꽤 즐겁게 보냈답니다. 처음엔 저는 기숙사에서 발목이 나을 때까지 쉴테니 애들보고 먼저 바닷가에 있다는 그 별장에 가있으라고 했는데 다같이 움직이자고 농장으로 행선지를 바꿨어요.
농장 내에 있는 별장에서 쉰지 나흘쯤 지난 날이었어요. 달재와 우성이, 대협이가 자리를 비워 별장에 저 혼자 있었는데 쿵쾅대며 얼굴이 하얗게 질린 정대만 씨가 들이닥쳤어요. 감독님을 포함해 예의 그 두 친구를 데리고 휴가차 왔다가 제가 있다는 말을 들었대요. 느긋하게 뒤따라 들어온 감독님이 얼굴을 내밀고 많이 다쳤냐고 물어보는데 정대만 씨가 커다란 손으로 제 얼굴을 무슨 밀가루 반죽처럼 주물러서 얼굴이 찌그러져서 말을 제대로 할 수가 없는 거에요. 간신히 손을 떼고 골절은 아니라 괜찮다고 대답했어요. 그렇게 심한 부상이 아닌데도 걱정이 과하기에 제가 민망해지니 보다못한 감독님이 정대만 씨의 멱살을 잡고 끌고 나가셨어요. 방에 남아있던 친구분이 그 사람이 부상으로 농구를 그만둬서 예민한 것이라 설명해주고 나가셨는데 세 사람이 사라진 문을 얼마나 오래 바라보고 있었는지 몰라요. 부상으로 그만둘 정도였다면 얼마나 심한 부상이었던 걸까요.
뼈는 멀쩡했기에 저는 금방 평소와 같이 걸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친구분이 했던 말이 계속 생각이 나기도 하고 제가 세실리아를 타려고 하면 득달같이 달려와 뒤에 앉아 제가 다리를 못 쓰게하는 등 과보호가 심해서 이전에 갔던 숲 속의 산장에 데리고 가 호들갑이 심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불안해하는 이유를 물었어요. 대답하는 얼굴에 진 그늘이 너무 어둡고 눈빛이 슬퍼보였습니다. 저를 자신의 과거와 겹쳐보는 것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어요. 그가 얼마나 농구를 사랑하는 사람인지 알기에 타의로 그만 둔 것이 얼마나 큰 상처와 슬픔이었을 지도 아니까요. 그래서 다쳤던 발목을 돌려보이며 멀쩡함을 과시했어요. 그제야 그의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장소지만 필요한 것들과 어느 정도의 식량이 비축되어 있는 곳이라 며칠은 그곳에서만 지냈어요. 어느 숲 속의 시골을 배경으로 하는 동화 속에 사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사슴과 마주쳐 제가 굴러떨어졌던 일같은 추억을 떠올리며 웃는 날도 있었고, 놀랍게도 찻잎이 마련되어 있어서 -오래 묵은 것이라 향은 약했지만요- 여름에 상쾌하게 마시기 좋다며 애플민트티를 찻주전자에 가득 담아와 산장 근처의 작은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마시기도 했어요. 최근에 읽은 책들에 대한 대화도 했는데 공리주의를 다룬 책을 읽은 것이 저와 같더라고요. 발이 계곡물에 퉁퉁 불을 때까지 대화가 끊이지 않았어요. 그 사람이 어떻게 농구를 그만두게 되었는지도 상세하게 들려주었습니다. 겉으로는 짖궂게 말하고 행동해 쉽게 잊는데 참 다정한 사람이에요. 저는 이미 부상에 대한 건 개의치 않음에도 저보다 더 마음을 쓰고 저를 위로하려고 하니 이렇게 상냥한 사람을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별장의 사용인들도 늘 입이 마르도록 다정한 대만 도련님이라고 칭찬을 해요.
분위기를 띄우려 또 짖궂은 얼굴로 저보고 발목이 그래서 춤을 제대로 출 수 있겠냐고 갑자기 시비를 걸기도 했습니다. 겨울에 있을 졸업파티를 말하나 본데 제가 아무리 발목을 접질렀다지만 이미 다 나았고 코트 위도 뛰어다니는데 춤을 못 추겠어요? 근데 생각해보니 연말에 제가 춤을 출 줄 모르니 이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 끌려다닌 적이 있었던 거예요. 아마 그 때문에 저에게 그런 말을 했나봐요. 그래서 다른 친구에게 춤을 배우고 있다고 하니 졸업파티에서 애들이 추는 춤은 다르대요. 대학 졸업 파티에는 가지 않았을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는 게 믿기지 않긴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파티에는 참석했을 테고 그는 상류층이라 춤에 박식할테니 믿는 셈 쳤죠.
확실히 직접 같이 춰보면서 몸을 움직여보니 동작이 다르긴 하더라고요. 저보고 졸업파티 파트너는 정했냐는데 그걸 벌써 정하나요? 한 달 전쯤에 정하면 되는 건줄 알았어요. 아니면 달재처럼 약혼자가 있는 사람이 많아 이미 파트너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사람이 대부분 인걸까요? 근데 졸업파티면 졸업생들만 참가하는 게 아닌지, 파트너는 외부인을 데리고 와도 되는 건지... 질문은 하나였는데 그걸 들은 제 머릿속에서는 그런 수 십 개의 질문이 폭탄이 터지듯 정신을 빼앗아 가득 채웠어요. 제가 잡념때문에 집중이 흐트러진 것을 알았는지 그 사람은 제 허리를 확 끌어당기며 집중하라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어요. 그 땐 정말 숨이 멎는 줄 알았답니다. 순간적으로 그 사람의 체향이 훅 들어오는데 저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서 그 사람 발을 콱 밟고 말았어요. 그런데 마치 그런 일이 없었던 양 다음 동작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거 있죠? 저도 파트너가 제 발을 밟았을 때 그렇게 유연하게 넘어갈 수 있도록 연습해야겠어요.
풀밭과 숲에서 이전과 다른 재미와 휴식을 얻은 것이 참 좋았어요. 맨발로 푸른 목초를 뛰어다니며 춤추는 게 얼마나 해방감을 주는지 느낀 적 있으세요? 오, 맨발을 드러내고 흙을 밟다니 품위가 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네요. 승마를 하거나 닭장에서 달걀을 가져오고, 양 떼가 풀을 뜯는 것을 보거나 젖소의 젖을 짜는 목가적인 것과는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고아원에서도 맨발로 뛰어다닌 적은 많지만 그것과는 전혀 달라요. 한 번쯤음 미친 척 그런 소소한 일탈을 즐기시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요?
예상치 못한 사람들이 끼어 왁자지껄해 한 달이 넘도록 파티가 이어지는 기분이었어요. 감독님께 선물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는 말을 세 번이나 들어서 괜히 뿌듯해져 웃음을 참느라 웃긴 얼굴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정대만 씨의 조언을 듣고 샀다는 말은 하지 않고 박람회에서 구경하시던 것으로 말미암아 좋아하실 것들을 골랐다고 했어요. 꽤 얄밉죠? 감독님이 신이 나서 그 장치들의 작동원리 따위를 일장연설로 늘어놓는데 저는 기계와는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 마치 외국어를 듣는 듯 했어요. 그런데 대협이가 눈을 빛내더니 대화에 동참해 감독님과 말을 주고 받더군요. 체육관에 엎드려서 퍼즐을 풀고 있는 꼴을 봤을 때부터 그 애도 특이하다는 걸 알긴 했지만 감독님과 비슷한 취향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호수에서 배를 타며 제가 바다를 보지 못해 아쉽다고 중얼거린 것을 들었는지 정대만 씨가 바다에 있는 별장에 가지 않겠냐고 묻더군요. 엄청 작게 중얼거린 건데 귀가 얼마나 밝기에 들은 건지 신기해요. 그곳에서 바다로 가는 것은 너무 거리가 멀어 이루어지지 못할 말이 되었지만요. 호숫가에 붓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는데 그 꽃들이 바람에 살랑거리는 걸 보는 것도 좋았기에 괜찮았어요. 바다가 하루 아침에 증발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갈 기회는 언제든 있잖아요.
이제 마지막 학기만 남았으니 달재와 졸업을 위한 학사논문의 주제를 정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쓴 것 같네요. 우성이와 대협이는 스카우트로 이 학교에 입학했고 그들이 농구에서 보인 활약 자체가 성적이나 다름없어서 논문이 사실상 면제나 다름없는 상태라 상당히 여유롭더라고요. 돗자리를 펴고 앉아 저희 나름의 심도있는 고민과 토론을 하는데 옆에서 통나무마냥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모습이 어찌나 꼴보기 싫던지요. 대협이는 저희가 자주 읽거나 좋아하던 작가 중에 아무나 고르면 되는 것 아니냐는 속편한 소리나 하고...... 저 화상들을 보면 저도 체육대에 갔어야 했나 싶은 부러운 마음이 불쑥 든다니까요.
아, 참! 휴가 중에 달재에게 들은 건데 봄 학기 막바지에 달재의 약혼자가 달재에게 청혼을 했대요! 그 둘은 달재가 학교를 졸업하면 결혼식을 올리기로 예정이 되어있었는데 약혼자는 달재가 너무 좋아서 겨울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나봐요. 약혼이 어린 시절에 한 것이라 거의 형식적인 약혼자지 친구에 가까운 사이기도 했고요. 너무 귀엽지 않나요? 말을 하면서도 달재가 얼굴이 사과처럼 달아올라 부끄러워하는데 어찌나 사랑스럽던지요. 달재는 분명 심지가 굳고 강단이 있는 아이지만 겉보기에는 마시멜로우처럼 말랑하고 여려보이는 애라 그렇게 밀어붙이는 사람이랑 잘 맞는 것 같아요. 파티가 있으면 달재의 파트너로 늘 참석하니 저도 여러 번 본 적 있는데 달재처럼 체구가 작지만 표정만 봐도 얼마나 야무진지 총명한 고양이같은 인상의 사람이었어요. 대학을 다니지 않는 대신 출판사에서 일을 하고 있대요. 파티 자리에서 나중에 달재와 서점을 차릴 거라고 그 조그만 몸이 가슴을 쭉 펴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이 나면서도 그들은 분명히 그렇게 살게 될 것이란 확신도 들었어요. 서점처럼 책에 둘러싸인 곳에서 책 냄새를 맡으면 글이 술술 써질 것 같아요. 달재는 얼마 전에도 신문에 연재하던 단편 소설들을 엮은 책을 출판했거든요. 분명 멋진 작가가 될 거에요. 저도 달재에게 자랑스러운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환상적인 여름을 보낸 태섭







[9월 24일 목요일]

행복으로 가득한 여름을 보내신 아저씨께

목가적인 삶은 특히 나이가 드신 분들에게는 더 안락함을 주는가봐요. 아저씨께서 제일 행복한 여름을 보내셨다고 하시니 저도 기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저의 부상에 가슴이 찢어질 듯 고통스러우셨다는 말은 저도 슬프게 만드네요. 제가 짧지만 보조장치에 의지해 걸어야했다고 하는 바람에 더 놀라게 했나봅니다. 휴가가 끝나고 나서 저는 바로 복귀해서 훈련에 참여하고 있어요.
이번 학기는 졸업반이기도 하고 올해의 남은 기간동안 특별히 큰 대회도 없기에 저는 감을 잃지 않기 위한 훈련만 하고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고 있어요. 논문 주제는 고민 끝에 셰익스피어로 잡았어요. 역시 고전은 셰익스피어죠. 마침 리어왕을 연극으로 보기도 했으니 셰익스피어가 계속 제 귓가에 자기에 대한 걸 쓰라고 속삭이더군요.
심지어 8월부터 이번 달까지는 다른 대극장에서 한 여름 밤의 꿈이 공연되었어요. 올해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극으로 많이 올라오나봐요. 제가 주제를 셰익스피어로 잡게 된 것은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한 여름 밤의 꿈이 공연하는 것은 당연히 정대만 씨 덕분에 알았습니다. 리어왕을 감명깊게 관람하고 신이 나서 떠들던 저에게 그 소식을 알려주었죠. 당연히 공연도 같이 보러 갔는데 그 날은 수트를 입고 왔더라고요. 엄청나게 격식을 차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에 맞춰 저도 옷을 갈아입으러 기숙사에 들어갔다 나와야 했답니다. 그리고 아저씨께 드린 것과 똑같이 생겼다는 커프스를 좋아해서 항상 차고 다닌다는 말이 진짜였나봐요. 오페라를 보러갈 때처럼 보타이를 하면 너무 격식을 차린 꼴이 되니 일반적인 넥타이를 매고 왔는데 그것도 무늬가 낯이 익었어요. 제가 아저씨께 넥타이를 여러 번 선물한 적이 있고 그러느라 많은 종류를 봤어서 기시감이 드는 것이었죠. 제가 넥타이를 힐끔거리니 그렇게 탐이 나느냐고 또 짖궂게 굴더군요. 선물받은 넥타이라 줄 수 없다고 히죽 웃는데 제가 강도도 아니고 남의 물건이 탐이 난다고 뺏을 리가 없잖아요. 분명 다정한 사람인데 한편으로는 나잇값을 못 하는 사람이란 생각도 들고, 그래서 집안에서 괴짜라는 소리를 듣는가 싶고.... 하지만 그 사람이 일가친척이 뭐라 하든 귀를 닫고 사랑하는 일을 했기에 우성이도 그럴 수 있었음을 생각하면 강하고 대단한 사람이란 존경심도 들고 이래저래 복잡한 감정이 들게 하는 사람이에요.
교내의 나무 중에는 이제야 가을이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음에도 벌써 단풍이 드는 나무가 있어요. 빨갛게 물든 단풍잎을 따서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느 단풍보다도 유난히 새빨간 색이었어요. 이렇게 새빨갛게 성질이 급하니 가을은 이제야 걸음하고 있는데도 완연한 가을이 온 것처럼 옷을 갈아입나봐요. 어쩌면 그렇게 할 수록 가을이 더 빨리 찾아온다고 생각하는 걸 수도 있겠네요. 가을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나무라서 그럴지도 몰라요. 누군가 저에게 어느 계절을 좋아하냐고 물으면 이제는 여름이라고 즉답할 거예요. 예전이라면 아저씨를 만나게 된 겨울도 좋아져서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겠지만 여름에 행복한 추억이 너무 많이 쌓여서 앞으로의 여름도 너무 기대가 되어요. 그래서 전 여름이 좋아요. 그렇다고 겨울이 싫어진 건 절대 아니니까 실망하지 마세요. 그리고 자식이나 손주가 어버이보다 또래를 좋아하게 되는 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에 대한 사랑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늘 여름이면 아저씨께서 혹여 열사병에 걸리지 않을지 염려하고 겨울이면 어깨를 너무 움츠리다 아프시지 않을지 걱정하고 눈이 내리면 아저씨를 만난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고 손과 얼굴에 그 하얀 천사들을 앉게 해요. 제가 행복한 여름을 보내게 된 것도 더 이상 겨울이 싫지 않은 것도 다 당신 덕분입니다.

태어나서 제일 긴 시간 동안 글자를 쓰고 들여다보고 있는 태섭







[10월 26일 월요일]


다정하신 나의 아저씨께

이번 학기의 중간 시험이 끝나고 주말에 달재, 우성이와 함께 테일러샵에 갔습니다. 졸업 파티 때 입을 옷을 맞추기 위해서였어요. 우성이는 그 집 안의 옷을 제작하는 전속 재단사가 있어 이미 그쪽에 맡긴 상태고 저와 달재의 옷을 고르러 간 것이었어요. 수많은 옷감을 몸에 대보고 치수를 재며 어떤 옷으로 지을지 고르고 있으니 새삼 제가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실감이 났어요. 이렇게 맞춘 수트에 이번에 선물로 보내주신 행커치프를 꽂을 생각이에요. 음, 파트너가 저에게 부토니에를 꽂아줘야 하는 걸까요?
그래요. 저는 파트너를 구해야 한다는 문제에 직면했어요. 파트너는 꼭 같은 졸업생이 아니어도 된다고는 하던데, 도무지 생각나는 사람이 없어요. 제가 인간관계가 협소한 것은 아닌데 그리 깊지도 않기에 누구에게 선뜻 파트너를 해달라고 하기가 음, 부끄러워요. 봄에 축제에 같이 나갔고 저에게 춤을 가르쳐주던 한나에게 신청하는 것이 어떻겠냐 생각하셨죠? 한나는 이미 정해진 파트너가 예전부터 있었어요. 달재처럼 약혼자인 것은 아닌데 오래 전부터 가까웠던 사람이에요. 춤을 가르쳐주는 것을 빌미로 저에게 그 사람에게 파트너를 신청하는 것이나 청혼에 가까운 이벤트를 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우겨서 들러리까지 했거든요. 설마 같은 여자 농구부의 매니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줄이야. 농구부의 매니저이니만큼 자주 봤고 한나처럼 연합봉사에도 참여했기에 정말 자주 본 얼굴이었는데도 그 둘이 가까운 사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제가 생각보다 눈치가 별로 없나봐요.
주변 애들이 자연스럽게 제 파트너로 정대만 씨가 올 거라고 생각해서 놀랐어요. 그 사람은 바빠서 시간이 나지 않을 게 분명해요. 최근에 감독님과 만난 적이 있었는데 여름에 휴가를 길게 간 바람에 일이 밀려 커피를 하루에 열 잔 가까이 마시고 거의 울면서 일을 한다고 들었어요. 얼마 전부터는 아예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어서 감독님이 다른 일이 있어 들렀다가 그 사람의 수염도 밀지 않은 꾀죄죄한 모습을 보고 토하는 시늉을 했다나요. 그리 바쁜 사람이 일개 대학생의 졸업파티에 어찌 참가하겠어요. 심지어 졸업파티는 성탄절 파티와 겸해서 할 예정인데 성탄절과 연말을 맞아 파티가 많잖아요.
연합봉사를 같이 다니는 애들 중에 크리켓부의 여자애와 최근에 말을 많이 하고 친해졌는데 그 애도 파트너가 아직 없대서 그쪽에 부탁해볼까 싶기도 해요. 둘 다 마땅한 사람이 없는 불쌍한 사람들이에요. 파트너 신청을 빌미로 고백하는 사람도 많다던데 저희는 그럴 사람도 없거든요.
날이 더 추워져 몸이 움츠러들고 옷을 두껍게 껴입기 전에 셋이서 사진관에 가서 사진도 찍었어요. 대학생활을 함께 보낸 소중한 친구들이니 서로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나눠갖고 싶었거든요. 우성이는 인화된 사진을 붙잡고 눈물을 뚝뚝 흘렸어요. 농구 규모가 더 큰 나라의 구단에 스카우트되어서 졸업하면 출국할 예정이라 헤어지는 것이 못내 아쉬워 틈만 나면 눈물을 글썽거리더니 결국 사진을 구길 기세로 꽉 잡고는 얼굴 자주 보러 와달라고 울먹거렸어요. 저와 달재는 양쪽에서 우성이를 꼭 끌어안아 시간이 나는대로 경기도 보러 가고 놀러 가기도 할 것이라고 말하며 달래주었지요. 덩치는 제일 큰 게 마음은 제일 어리고 순수해서 항상 동생처럼 챙기고 귀여워 해줘야 한다니까요. 나중에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저희 셋의 모습이 이런 것은 아닐지 생각하면 웃음이 나요.
저는 신체적으로 외국인들에게 밀리기도 하고 농구를 계속 하면서도 달재와 함께 밤에 글을 배우지 못한 공장노동자들을 위한 야학을 열 생각이라 국내에 있을 예정이에요. 저도 이미 구단의 스카우트를 받은 상태입니다. 이렇게 저에게 눈부신 기회를 주시고 저의 결정을 자랑스럽게 여겨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비서님이 오시기 전 날에 화훼시장에 가서 감사함의 꽃말을 가진 꽃을 물어 꽃다발을 사 이 편지와 같이 전달해드리려고 해요. 이 편지를 읽으실 때면 꽃다발을 받으셨겠죠? 예전에 꽃을 좋아하던 고아원의 친구에게 들은 적이 있는데 화병에 담긴 물에 설탕을 약간 타면 꽃이 더 오래 간대요.

친구가 없는 것이라고 오해하지 않으셨길 바라는 태섭




슬램덩크 대만태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