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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8 01:39



- 야밤에 웬 헛소리예요.

태섭이 부엌에서 컵을 달그락거리며 핀잔했음. 무르익은 더위가 잠을 밀어내는 밤이었음. 침대 위에서 한참 뒤척거리던 명헌과 태섭은 서로의 눈치를 슬쩍 보곤 말없이 거실로 나왔음. 더워서 못 자겠다뿅. 그러니까요.

해서 도달한 게 지금의 상황. 어차피 내일 주말인데, 뭐 영화나 보면서 노닥거려 볼까, 하는 둘이었지. 명헌은 소파에 앉아 볼 영화를 고르고 있었고 태섭은 간식거리를 좀 가져오겠다며 부엌으로 온 참이었음. 남은 과일 없나, 하고 냉장고를 연 태섭의 눈에 띈 건 위스키와 탄산수였음. 오, 럭키. 잔은 어디다 뒀더라.

- 저 하이볼 한 잔 할 건데, 형도 말아줘요?
- 난 됐다, 뿅.
- ㅇㅋ 나중에 내 거 뺏어먹기 없어요.
- 괜찮아. 너 마시는 거만 봐도 충분해.

그게 뭔... 얼음을 담던 태섭의 한쪽 눈썹이 장난스레 꿈틀거렸음. 형이 내 엄마라도 돼요? 나 먹는 거만 봐도 배부르게.

- 그거랑 그런 다르지뿅.

먹는 거랑 마시는 건 엄연히 달라용. 먹을 식, 마실 음. 한자 몰라 태섭?

- 네네, 똑똑해서 좋으시겠어요—

태섭이 쟁반을 들고 거실로 돌아왔음. 티비 스크린에는 시작 시간을 맞춘 영화의 정지 화면이 둥둥 떠 있었고 넉넉하게 산 삼인용 소파의 한쪽엔 명헌이 자리잡고 있었음. 태섭은 쟁반을 커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익숙하게 명헌의 옆에 앉았음.

- 무슨 영화예요?
- 몰라. 썸네일만 보고 골랐다뿅.
- 하... 또 이상한 외계인 영화겠고만.
- ......삐횽.




안타깝게도 영화는 정말 재미가 없었음. 명헌은 그럭저럭 괜찮게 보는 듯했지만 박진감 넘치는 액션 영화가 취향인 태섭에게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겠지. 입도 심심한지 연거푸 술만 홀짝이며 하품을 쩍쩍하는 태섭이었음. 명헌은 티비를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태섭을 바라봤음.

- 재미없어?

네. 태섭이 하품으로 인해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대답했음. 무심하게 덧붙이면서. 형이랑 키스하는 게 더 재밌을듯. 명헌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음.

- 태섭, 키스하고 싶어?
- 자기는 하기 싫은 것처럼 말한다?
- 뭐, 보통 엄마랑은 키스하지 않죵.
- 아씨 진짜.

태섭이 팔꿈치로 명헌을 안 아프게 쿡 찌르자 나직한 웃음 소리가 들려왔음. 이명헌은 웃을 때 눈꼬리가 휘어진다는 사실을 송태섭 말고 아는 사람이 또 있을까? 이건 송태섭만의 특권. 특권을 내다 버릴 순 없지, 중얼거리며 태섭이 명헌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붙잡았음. 명헌은 얌전히 태섭의 손에 뺨을 내주었겠지. 볼에 닿은 손바닥은 취기에 화끈거리고 있었음. 마주보는 태섭의 얼굴도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음. 술기운에 더욱 삐딱해진 눈썹을 보고 명헌은 또 한번 웃음을 터뜨렸음. 귀엽네, 진짜. 이러니까 계속 놀리고 싶어지지.

- 태섭.
- 왜요.
- 키스해줄까?

태섭은 잔뜩 부루퉁한 얼굴로 명헌을 한참 노려봤음. 속으로 궁시렁대고 있는 게 뻔히 보였지. 그 상태로 잠시간 대치하던 둘이었지만, 곧 얼굴을 누그러뜨린 태섭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겠지. ... 응.

- 해줘요, 키스.
- 분부대로 뿅.

그리고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술을 부딪혔음.




뒤섞이는 침에서 쌉싸름한 알코올 향이 났음. 알코올이 혀를 타고 명헌의 뇌까지 침범하는 기분이었음. 이내 명헌의 체온도 뜨끈하게 덥혀졌겠지. 명헌은 진해지는 키스에 태섭의 허리를 깊숙히 끌어안으며 생각했음.

거봐, 너만 마셔도 충분히 취한다니까.




-

이런 일상적인 바이브가 졸라 잘 어울리는 명태
저 노래 분위기부터 가사까지 너무 명태 그 자체라 가져올 수밖에 없었조 (명태 음방을 원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보내지만 그저 둘이 함께라는 이유로 특별한 연애를 하는 명헌태섭이었으면. 서로가 서로의 일상에 슬그머니 물들어서 나중에 긴 세월이 흐르고 나서도 젊음을 회상하면 상대방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그런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명헌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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