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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5 16:51
태웅이가 살 안 빼냐고 한 소리 했는데 그거 듣고 백호 줄줄 울었음 좋겠다 ㅋㅋㅋㅋㅋ

그 날 시즌 딱 끝나고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하긴 했지만 예전보다 반응이랑 움직임이 쫌 느려서 다칠 뻔 한 파울도 몇 개 있었겠지. 마지막 시합인 오늘도 하마터면 상대 선수와 크게 부딪힐 뻔 했고. 태웅이도 그래서 얘기한거임. 시즌 끝나긴 했지만 비시즌이라고 가만 두면 다음 시즌때 급하게 바로잡기 힘들테니까. 천천히 무리없게 관리하자는 의미로.

시즌 종료 날 얘기하는건 좀 그런가 싶기도 했지만 홀케잌 두 개를 사와서 퍼먹는걸 보니 자기도 모르게 말이 툭 튀어나왔음. 그래서 말 해놓고 좀 아차 했겠지.

야 여우새끼야 오늘 끝났는데 그 하루 먹는걸 못참아서 벌써부터 지랄이냐?? 부러우면 너도 같이 먹던가 이 천재한테 뭐????

하고 당장이라도 들려올 왁왁대는 소리를 기다리는데
어라? 좀 이상함. 이럴 애가 아닌데 백호가 아무 말이 없는거야.

멍청이 스스로 생각해도 홀케잌 두 개는 좀 그랬나 싶어서 쳐다보는데 애가 줄줄 울고 있음 ㅋㅋㅋㅋㅋㅋ
충격 받은것 처럼 눈만 땡그랗게 뜨고 그 큰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데 입 안에 가득 찬 케이크를 넘기지도 못하고 그대로 딱 굳어서 울기만 하는거임.

태웅이도 그거 보고 놀라서 굳어버림. 어? 이게 아닌데? 싶겠지. 미국 유학 생활을 거쳐 국내로 돌아오고 같이 살게 된 지 벌써 1년이 훌쩍 넘은 둘이었음. 당연히 좋은 말 싫은 말 애정어린 구박에 찐 구박까지 온갖 걸 거쳐왔고 이제 웬만한 걸로는 눈 하나 깜박 안하는 지경이었단 말야.
이번 것도 당연히 지랄하지 말라 욕을 하고 무시를 했으면 했지 저렇게 크게 반응할 일은 아니었음. 예전에 xxl 특대 피자 세 판을 흡입하는걸 보고 돼지새끼라 했을 때도 아무 말 없이 뻐큐나 돌려주던 백호였단 말이지.


사과해야 하나? 그치만 없는 얘길 한 것도 아니고 나름 걱정해서 한 말이었는데. 오늘도 예전같으면 가볍게 피했을 걸 직전에서야 눈치채고 아슬아슬하게 대응하느라 넘어지기까지 했다고. 크게 넘어졌거나 어디 부딪히기라도 했으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는데.

백호의 반사신경이나 재빠른 운동신경이 예전에 비해 떨어진건 명백한 사실이었음. 그래서 태웅이도 지지않고 눈에 힘을 줬지. 이건 멍청이를 위한거다. 멍청이를 위해선 단호하게 얘기해줘야 한다. 하고.

충격받은 듯 상처 받은 듯 크게 열린 눈에서 쉴새없이 떨어지는 눈물이 태웅이의 입을 틀어막는 듯 했지만 크게 심호흡하고 입을 열었음. 이건 강백호를 위한거니까.

너 요즘 살쪘어. 그러니까 움직임도 둔해지고 오늘도.....

오늘도 하마터면 다칠 뻔 했잖아.
태웅이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음. 백호가 그대로 입을 막은 채 화장실로 달려갔거든. 그리고 우웩 콜록 콜록 우욱 물 위로 무언가 쏟아지는 소리와 구역질 소리가 났음.

강백호!

태웅이 급하게 화장실로 달려가자 변기 앞에 그 큰 몸을 쭈그리고 앉아 안에 든 걸 죄다 게워네는 백호가 보였음. 으우욱 우엑 고통스러운 구토 소리와 기침소리가 계속되고 힘들게 토해내느라 얼굴은 머리카락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음.

너 괜찮아? 체했어? 그러게 그렇게 급하게 먹지 말라고...

탁. 등을 쓰다듬던 손이 매섭게 쳐내졌음.

안 먹으면 되잖아.

변기 물을 내리고 입을 헹군 백호가 빠른 걸음으로 태웅이를 스쳐지나갔음. 백호의 방 문이 닫히고 찰칵하고 문이 잠기는 소리까지 들렸지만 태웅이는 바로 쫓아가지 못했을거야.
손을 쳐내고 눈물 가득한 눈이 저를 노려보는데 그 얼굴이 서러움으로 차 있어서 제가 정말 몹쓸 짓을 한 것 같았음.

왜? 왜 갑자기?
복잡한 머리에 찬물로 세수를 하고 나오자 거실에 있던 케이크가 주방 쓰레기통에 쳐박혀 있는게 보였음. 와중에 착실하게 음식물 봉투에 담았는데 워낙 사이즈가 있다보니 음식물 쓰레기 봉투 하나가 가득 차 있었음.

멍청이 답지 않았음. 아깝다 벌받는다며 음식 버리는걸 질색하던 녀석이었는데. 멀쩡히 반 이상 남은 케이크를 홧김에 그대로 버린다고? 평소랑 다르게 감정적이고 예민하던 반응도 이상했음.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하지만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면 거의 24시간 곁에 붙어 있었으니 저 정도로 큰 일이 있었다면 제가 모를리가 없는데.
그 날은 닫힌 문을 차마 두드리지 못했음.




그 후로 백호 막 먹다가 태웅이랑 마주치면 먹던거 쓰레기통에 쳐박고 토하고 반복하고 방에서 혼자 울어서 결국 태웅이도 심적으로 무너져서 백호 방 문 따고 들어가서 한바탕 할거임.

대체 왜 그러냐 진짜 어디 아픈거 아니냐 따져묻고 백호는 자기도 모르겠다고 자꾸 음식이 생각나서 정신차리면 입에 넣고 있다고 근데 니가 나 살쪘다며 보기 싫다며 하고 서럽게 울고

내가 언제 보기 싫다했냐 너 다칠까봐 걱정돼서 그런거다 달래면서 태웅이도 찔끔 눈물나고 ㅋㅋㅋ 둘이 눈물의 화해 한 다음에 병원 한 번만 가보자고 태웅이가 손 잡아서 병원 가는데
축☆임신☆축

이라서 둘이 마주안고 진짜 엉엉 울었을듯 ㅋㅋㅋㅋㅋㅋㅋㅋ

당장 구단에 연락해서 다음 시즌 못 뛸 수도 있다 얘기하고 시기상 임신 초기에 시즌 뛰었던거라 그동안 부상 위험 있던 순간들 떠올리면 ㄹㅇ 아찔할거임

주변인들한테 알리면 다들 축하선물 한가득 들고 찾아오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백호가 여우놈이 나 케이크 먹는데 살쪘다고 먹지 말라 구박했다고 일러서 ㅋㅋㅋ 엄청 눈총 받을거같음 ㅋㅋㅋㅋㅋ

다 돌아가고 나면 백호 옆에 앉아서 달라는거 이것저것 포크로 콕콕 집어 입에 넣어주고 백호도 태웅이한테 폭닥 기대있고 그러겠지.....

임신인거 알고 나서 태웅이는 진심으로 차라리 먹덧이라 다행이라 생각할거같다. 부상 후에 재활 하면서 제대로 먹지고 못하고 살 쑥 내린 백호 모습이 태웅이에게 트라우마처럼 남아서 입덧 때문에 그 모습 또 보느니 잘 먹는게 백배 천배 낫다고 생각할듯


태웅백호 슬램덩크 슬덩